사과 여행
신현림 지음 / 사월의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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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90



오늘 하루를 기쁘게 노래하는 사진

― 사과여행

 신현림 사진·글

 사월의눈 펴냄, 2014.7.23.



  오늘 하루는 기쁨입니다. 왜 기쁨인가 하면, 기쁨이기 때문에 기쁨입니다. 달리 까닭을 붙일 수 없습니다. 기쁨이니 기쁨이고, 기쁨인 하루이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쁩니다. 오늘 하루가 기쁨인 줄 아는 사람은 길을 걸으면서 노래를 스스로 부릅니다. 유행노래나 대중노래가 아니라, 저절로 태어나는 가락에 맞추어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고 빙그레 웃습니다. 오늘 하루가 기쁨인 사람은 노래를 부르듯이 도마질을 해서 아침밥을 짓고, 한식구와 함께 기쁘게 밥을 먹은 뒤, 기쁘게 설거지를 하고, 기쁘게 걸레를 빨아서 기쁘게 방바닥을 훔치고, 기쁘게 집일을 건사할 뿐 아니라,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적에도 온통 기쁨물결입니다. 기쁘게 하루를 누리는 사람이 손에 사진기를 쥐면, 기쁨이 묻어나는 사진을 기쁘게 찍습니다.


  오늘 하루는 슬픔입니다. 왜 슬픔인가 하면, 슬픔이기 때문에 슬픔입니다. 달리 토를 달 수 없습니다. 슬픔이니 슬픔이고, 슬픔인 하루이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슬픕니다. 슬픈 탓에 노래를 안 부릅니다. 슬프기에 옆에서 누가 노래를 불러도 시큰둥할 뿐 아니라 듣기 싫습니다. 슬픈 사람은 억지스레 겨우 아침밥을 짓고, 한식구가 모여앉는 자리조차 거북합니다. 말 한 마디 없이 꾸역꾸역 밥을 입에 집어넣다가 지겹고 짜증스러운 일을 하느라 고된 아침과 저녁이 됩니다. 집에서 살림을 하든 회사에 가든 밭에서 남새를 돌보든, 슬픔에 사로잡힌 사람은 힘들고 지치며 한숨이 나옵니다. 슬퍼서 힘이 나지 않으니 사진기를 손에 쥐기도 귀찮고, 사진을 찍어야 할 일이 있으면 이맛살을 찡그려 이도 저도 아닌 사진을 찍습니다.



.. 제가 태어나 사과나무 숲을 처음 봤던 날이 기억나요. 그만 흠뻑 반했던 날이요 … 사과는 태양과 바람과 비의 음료수예요. 갈증을 풀고 생의 활기를 주는 사과의 실체는 물이자 사랑입니다 ..





  남이 나를 기쁘게 하지 않습니다. 남이 나를 슬프게 하지 않습니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모두 내가 그리는 모습이요, 기쁨이든 슬픔이든 스스로 불러들이는 마음입니다. 가난하거나 힘들어도 웃고 노래하는 사람이 있고, 배부르거나 돈이 많아도 고단하거나 슬픈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가 사랑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언제나 사랑스럽습니다. 오늘 하루를 사랑으로 느끼니, 이녁은 사진기를 손에 쥐면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묻어나는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 하루가 꿈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어떤 사진을 찍을까요? 꿈결 같은 이야기가 흐르는 사진을 찍을 테지요. 오늘 하루가 노래라고 느끼거나 웃음이라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노래가 흐르는 사진을 찍거나 웃음이 감도는 사진을 찍어요. 오늘 하루가 괴롭다고 느끼면, 사진을 찍을 적에도 괴로운 이야기가 흐릅니다. 마음결이 어떠한가에 따라 사진이 달라집니다. 스스로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내 사진이 달라집니다.


  사진을 찍을 때뿐 아니라 사진을 읽을 때에도 이와 같습니다. 기쁜 마음일 때에는 기쁘게 사진을 찍고, 기쁘게 사진을 읽습니다. 슬픈 마음일 때에는 슬프게 사진을 찍으며, 슬프게 사진을 읽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일 때에는 홀가분하게 사진을 찍으며, 홀가분하게 사진을 읽습니다.


  사진이론을 많이 익힌 사람은 사진이론에 맞추어 사진을 찍거나 읽습니다. 사진역사를 많이 살핀 사람은 사진역사에 맞추어 사진을 찍거나 읽습니다. 이론이나 역사를 따로 안 살피거나 거의 모르는 사람은 이론이나 역사에 맞추어 사진을 찍거나 읽는 일이 드뭅니다.


  어떤 사람은 ㄴ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사진기가 가장 좋다고 여겨 이 회사 사진기만 씁니다. 어떤 사람은 ㅋ이나 ㅁ이나 ㄹ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사진기가 가장 좋다고 느껴 이 회사 사진기만 씁니다. 그런데, 아주 많은 사람들은 어느 사진 한 장이 어떤 사진기로 찍었는지 거의 모르거나 아예 안 살핍니다. 사진을 찍은 사람 이름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어느 회사 사진기로 얻은 사진인가?’는 사진읽기에서 대수롭지 않고 ‘누가 찍은 사진인가?’도 사진읽기에서 대수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 ‘인생은 어디서나 가슴에 사랑을 담는 여행이며, 그 사랑은 사진이 증거한다’라는 제 아포리즘으로 두 작업의 공통점을 말하고 싶어요. 다른 점은 사과밭이 지구의 상징이었다면, 이번에는 사과를 들고 지구를 여행하며 찍은 거죠 ..



  사진이론을 잘 배워야 사진을 잘 읽지 않습니다. 내 마음결이 어떠한가를 똑똑히 느낄 수 있어야 사진을 제대로 읽습니다. 사진실기를 알뜰히 배워야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내 마음결이 어떠한가를 또렷이 깨닫고 알아차리면서 받아들일 수 있어야 사진을 제대로 찍습니다.


  사진 한 장에는 기쁨이 드러나든 슬픔이 드러나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진에 기쁜 이야기를 담을 수 있고, 슬픈 이야기나 아픈 이야기나 놀라운 이야기나 멋진 이야기를 담을 수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이든 넉넉하게 담을 만합니다. 어떤 이야기이든 우리 삶을 밝히는 숨결이기에 반갑게 읽습니다.


  기쁜 이야기를 사진에 담기에 더 훌륭하지 않습니다. 슬픈 이야기를 사진에 담기에 덜 훌륭하지 않습니다. 다큐사진은 아프거나 슬픈 이야기만 담아야 하지 않습니다. 패션사진은 이쁘장하거나 놀라워 보이는 이야기만 담아야 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진을 찍든, 사진에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이야기를 담기에 사진찍기요, 이야기를 느껴서 나누기에 사진읽기입니다.



.. 길과 길에는 수많은 전설과 신화, 시와 사람의 이야기가 스며 있어요. 사과를 통해 그곳과 저는 깊이 이어지고 만납니다 … 그들의 사랑을 잊지 않고 싶어 사진 찍었어요 … 사과를 든 왼송르 쭉 뻗어 오른손에 쥔 사진기로 찍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 때가 있어요. 물론 춤출 때처럼 즐겁기도 하고요..




  신현림 님은 능금 한 알과 함께 나들이를 합니다. ‘사과’나 ‘부사’ 같은 이름도 있으나, 한국말은 ‘능금’이고, 먼 옛날 한국말은 ‘멋’입니다. 일본사람은 ‘링고’라는 말을 쓰며, 서양사람은 ‘애플’이라는 말을 씁니다. 어떤 말을 쓰든 다 좋습니다. 그저 나라가 다르고 겨레가 다르며 자리와 때가 다를 뿐입니다. 사과이든 능금이든 애플이든 링고이든 멋이든 뭐이든 다 똑같습니다. 《사과여행》에서 신현림 님은 이녁 마음을 나누는 숨결을 곁에 두면서 이야기를 짓습니다. 어디에서나 함께 있고, 어디에서나 함께 노래하며, 어디에서나 함께 꿈꾸는 숨결이 무엇인지 헤아리면서 이야기를 짓습니다.



.. 예술은 속도전에 실려 가는 현재를 브레이크 걸어 우리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심각하게 질문해야 하고, 성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래를 위해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되어요 … 영원을 향해 갑니다 ..




  바람이 불어 능금나무 가지를 살짝 건드립니다. 동이 트고 해가 솟으면서 능금나무를 햇볕이 따사롭게 어루만집니다. 해가 기울고 달이 뜨고 별이 돋으면서 포근한 기운이 능금나무 잎사귀와 꽃망울을 살살 간질입니다. 종달새 두 마리가 살짝 내려앉아 노래합니다. 종달새 두 마리는 푸드득 날아가고, 이내 딱새와 박새와 참새가 사이좋게 날면서 능금나무 둘레를 맴돕니다. 직박구리가 날아와서 능금나무 잎사귀를 갉아먹는 애벌레를 콕 찍어 낚아챕니다. 뭇 새들 부리에서 살아남은 애벌레는 번데기가 되고 천천히 허물을 벗어 고운 날개를 팔랑이는 나비로 거듭납니다.


  능금 한 알은 사람도 먹고 벌레도 먹으며 새도 먹습니다. 때로는 다람쥐도 먹고 숲짐승도 먹으며, 흙바닥에 툭 떨어진 능금알을 지렁이나 풀벌레가 먹기도 합니다. 개미도 먹고 달팽이도 먹습니다.


  능금을 먹은 여러 목숨은 능금똥을 눕니다. 능금 냄새가 나는 똥을 누어 흙한테 돌려줍니다. 흙은 능금 냄새가 나는 똥을 받아들여서 한결 기름진 까무잡잡한 고운 흙으로 거듭나고, 이 흙은 다시 능금나무를 살립니다. 능금나무는 능금똥으로 더욱 기름진 흙한테서 기운을 받아들여 줄기를 올리고 새롭게 꽃을 피웁니다.


  삶이 흐르듯이 사람이 자라고 나무가 자랍니다. 잎이 돋고 꽃이 피며 열매가 맺습니다. 열매에는 씨앗이 깃들어 새로운 풀이나 나무로 깨어나고 싶습니다. 사람들 가슴에도 씨앗이 있어, 이 씨앗을 마음밭에 심으면 사랑이 태어나거나 꿈이 태어납니다. 사람이 마음밭에 심어서 태어나는 꿈과 사랑은 ‘시를 쓰고 싶은 꿈’일 수 있고, ‘사진으로 이야기를 나누려는 사랑’일 수 있습니다. 어떤 꿈이든 좋고, 어떤 사랑이든 아름답습니다.


  누군가는 시계를 보면서 때를 읽습니다. 누군가는 해를 보면서 때를 읽습니다. 누군가는 밥내음을 맡으면서 때를 읽습니다. 누군가는 아무것도 안 보고 아무 때도 안 헤아립니다.


  사진책 《사과여행》을 가만히 넘기면서 신현림 님이 손수 지어서 누리는 삶을 떠올립니다. 어떤 빛일까요. 어떤 그림일까요. 어떤 노래일까요. 어떤 웃음일까요. 아마 어느 날에는 기쁜 노래가 가득하고, 어느 날에는 슬프디슬픈 생채기가 불거질 테며, 어느 날에는 마냥 허전하면서 시무룩할 테지요. 홀가분하다가 들뜨거나 설레는 날이 있고, 아이와 손을 맞잡고 신나게 춤을 추는 날이 있을 테지요.


  사진기를 손에 쥐어 삶을 오롯이 사진 한 장으로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늘 즐겁습니다. 사진기를 손에 쥐어 삶을 알뜰살뜰 사진 한 장으로 여밀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긴긴 겨울이 끝나면 얼어붙은 땅뙈기가 녹으면서 딸기풀이 자라고, 하얗게 딸기꽃이 피는 사월을 거쳐, 빨갛게 소담스러운 멧딸기 익는 오월이 됩니다. 사진책 《사과여행》에 흐르는 푸르고 하야면서 바알간 열매가 애틋합니다. 4348.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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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1-14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저도 보고 싶네요.
˝사과는 순례중이다˝라는 말은 곧 신현림 본인이 순례중이라는 뜻으로 읽혀요, 사과를 통해서요.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파란놀 2015-01-14 09:43   좋아요 0 | URL
대구에 있는 작은 출판사에서
소량인쇄로 살짝 태어난
예쁜 사진책인데
중앙매체에서는 소개를 하지 않아서
아마 이 책이 나온 줄 모르는 사람도 많으리라 느낍니다.

얼마 앞서 신현림 님은 `그림책`도 손수 내놓으셨는데
`순례하는 삶`을 누리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흘러요

수이 2015-01-14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현림씨 사진 좋아해요. 저도 살짝 장바구니로 퐁당_^^

파란놀 2015-01-14 09:44   좋아요 0 | URL
작고 수수한 책에 깃든
작고 수수한 사진과 이야기로
마음에 따사로운 씨앗 한 톨 심으실 수 있기를 빌어요

[그장소] 2015-01-14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인은 이름에서.숲..이..느껴져서..좋아요.

파란놀 2015-01-15 03:48   좋아요 0 | URL
신현림 님은 숲을 사랑하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산들보라가 물 넣고 싶었어



  고무대야에 물을 넣고 싶다면서 산들보라가 고무호스를 끌어당긴다. 그래, 너 대견하구나. 그러면 바깥물꼭지에 호스를 이어야지. 바깥물꼭지를 살핀다. 여름에는 아이들 손으로도 끼울 만하지만, 겨울이니 호스가 꽤 딱딱하다. 물꼭지는 내가 끼워서 물을 튼다. 두 아이가 고무대야에 물을 받으면서 춤을 춘다. 4348.1.1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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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 5 - 물총을 쏘려고



  물총을 쏘려고 고무대야에 물을 받는다. 그런데 물총이 모두 망가졌다. 그동안 마당에서 아무렇게나 굴린 탓이다. 찬물에 손을 담가서 애써 물을 넣었으나 물총이 안 된다. 어쩌겠니. 그냥 물놀이로 끝내야지. 4348.1.1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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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찾기는 힘들어 웅진 세계그림책 78
다루이시 마코 그림, 카도노 에이코 글,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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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71



어버이와 함께 지내고 싶은 아이

― 보물찾기는 힘들어

 카도노 에이코 글

 다루이시 마코 그림

 김난주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2005.3.14



  그림책 《보물찾기는 힘들어》(웅진주니어,2005)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어머니는 할머니 병문안을 간다고 합니다. 이때에 아이는 혼자 집을 보라고 합니다. 어머니 혼자 병원에 다녀오실 듯합니다. 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할머니한테 가면 할머니가 한결 기뻐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림책 줄거리를 보면 아이는 할머니한테 함께 가겠노라 말하지 않고, 어머니도 아이한테 할머니한테 함께 가자고 묻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할머니를 돌보러 가는 길이라서 어머니가 혼자 가시려는 듯싶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함께 간다면, 늙거나 힘들거나 아픈 할머니를 어머니가 어떻게 돌보는지 곁에서 지켜볼 수 있습니다. 이제 고작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심부름을 할 수 있습니다. 심부름을 못하더라도 말동무가 될 수 있고,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할머니로서도 아이가 짓는 웃음을 볼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 “준호야, 할머니 병문안 다녀올 테니까 집 좀 보고 있어, 응.” “또야, 나 싫어.” 준호는 입이 툭 튀어나왔어요. “참, 보물찾기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겠다. 엄마가 아주 좋은 거 숨겨 놓을게.” ..  (2쪽)




  아이는 대단한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아이는 늘 어버이와 함께 누리는 삶을 바랍니다. 함께 밥을 먹기를 바랍니다. 함께 잠들기를 바랍니다. 함께 놀기를 바랍니다. 함께 배우고, 함께 책을 읽으며, 함께 그림을 그리기를 바랍니다.


  어버이가 아이하고 함께 안 하고 자꾸 학교에만 맡겨 버릇하면, 아이는 천천히 집하고 멀어지지요. 어버이가 아이와 함께 삶을 누리지 않으면,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해요.


  아이는 학교에서 지식을 배울 목숨이 아닙니다. 아이는 삶을 아름답게 밝히는 슬기를 배울 목숨입니다. 아이는 더 높은 학교를 다니다가, 돈을 더 잘 버는 회사에 들어갈 사람이 아닙니다. 아이는 사랑을 물려받아서 꿈을 키울 사람입니다.



.. 준호가 뒤돌아보자 집은 텅 비어 있고, 빗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어요. 준호는 계단을 올라가 살며시 2층의 방문을 열었어요. 방을 휘 돌아보니 이불장이 조금 열려 있고, 이불 사이에 가느다란 꼬리가 늘어져 있었어요 ..  (6쪽)





  카도노 에이코 님이 글을 쓰고, 다루이시 마코 님이 그림을 넣은 《보물찾기는 힘들어》를 가만히 읽습니다. 어머니는 아이가 혼자 집을 보도록 하되, 집에서 보물찾기를 하도록 이끕니다. 아마 다른 날에는 아이와 함께 마실을 갔을 테지요. 아이는 어머니 없이 혼자 집을 보면서 씩씩하게 놀기도 할 테지요. 둘은 서로 믿으리라 생각합니다. 둘은 서로 아끼고 사랑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집안에서 보물찾기를 하고, 혼자 씩씩하게 집을 본 아이한테 멋진 선물을 마련해서 돌아오는 어머니입니다.


  아무튼, 아이한테는 장난감도 멋진 선물이지만, 비가 오는 날 함께 손을 잡고 우산을 쓰면서 다니는 마실도 멋진 선물입니다. 비가 오는 날에 빗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할머니한테 찾아가는 일도 멋진 선물입니다. 비가 오는 날에 어머니가 예전에 겪은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멋진 선물이 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누리는 삶은 언제나 멋진 선물입니다.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와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아이와 함께 누리는 삶이란 늘 멋진 선물이지요.



.. “쳇, 이제 보물찾기 안 할 거야.” 준호는 골이 나서 방바닥에 벌렁 누웠어요. 그런데 서랍장 위, 모자 상자에 꼬리가 보였어요 ..  (26쪽)



  아이 눈빛을 읽습니다. 함께 놀고 싶어 하는 아이 눈빛을 읽습니다. 아이 눈망울을 읽습니다. 함께 노래하고 싶어 하는 아이 눈망울을 읽습니다. 아이 눈동자를 읽습니다. 함께 춤추면서 뛰놀고 싶어 하는 아이 눈동자를 읽습니다.


  노는 아이가 예쁘고, 노는 아이와 함께 놀 줄 아는 어른이 아름답습니다. 노는 아이가 사랑스럽고, 노는 아이와 함께 놀 줄 아는 어른이 믿음직합니다. 보물찾기도 재미있고, 숨바꼭질도 즐겁습니다. 윷놀이도 재미있고, 소꿉놀이도 즐겁습니다. 종이 한 장을 접어도 재미있고, 그림을 살살 그려도 즐겁습니다. 무엇이든 함께 하면 재미있으면서 즐겁습니다. 풀을 뜯어도, 설거지를 해도 언제나 재미있으면서 즐거운 하루입니다. 재봉틀이 있고 과자를 손수 구워서 주는 삶이 가만히 드러나는 그림책이 따사롭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어머니가 손수 깁고 짓는 옷과 가방을 받아서 쓰리라 생각합니다. 4348.1.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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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에서 1월 15일로 넘어가는 00시 40분,

그러니까 목요일 00시 40분에

KBS 1TV에서 <전라도닷컴>이라는 월간문화잡지를 소개하는 방송이

40분에 걸쳐서 나옵니다.


전남 광주에서 올해로 열다섯 해째 꾸준하게 나오는

<전라도닷컴>은 전라도 시골사람 이야기를 수수하고 구성지게 담는

아주 뜻있는 잡지입니다.

서울말이나 표준말이 아닌 '전라말'을 고스란히 실어서

지역문화와 시골살이를 사랑스럽게 보여주는 잡지입니다.


한국에서는 <전라도닷컴>을 빼고는

고장말로 잡지를 엮어서 다달이 꾸준히 내는 매체가 없습니다.

어떤 잡지이기에 열다섯 해나 이 한길을 걸었고

앞으로도 이 한길을 걸으려 하는지

방송으로 보시거나 인터넷으로 보시기를 빌어요.


그리고, <전라도닷컴> 정기구독자가 되어

이 멋진 잡지를 달마다 받아보면서

'서울 표준말'이 아닌 '한국 고장말'이 얼마나 살갑고 맛깔스러운가를 느껴서

'내 말 찾기'에도 마음을 기울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http://jeonlado.com/v3/


전라도도 경상도도 경기도도 황해도도

서울도 부산도 인천도

모두 즐거운 삶자리가 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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