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하느라 전화 못 받는 아버지



  오늘은 큰가방을 빨 생각이었다. 큰가방에다가 곁님 옷가지랑 이럭저럭 꾸려서 빨래기계를 쓰려 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하늘이 꾸물거린다. 이런 날에는 가방을 빨지 못한다. 가방이 잘 마르려면 해가 나야 하니까. 하는 수 없이 빨래를 하루 미룰까 하다가, 자잘한 옷가지 몇은 손으로 빨까 싶어서 조물조물 주무른다. 아마 이동안에 전화가 온 듯하다. 그렇지만, 빨래에 마음을 듬뿍 쏟느라 전화기 울리는 소리를 못 듣는다. 빨래를 하면서 생각을 가다듬는다.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내가 하는 일이 어떠한 숨결인지 헤아린다. 빨래를 마치고 기쁘게 넌다. 방바닥에 큰아이가 바이올린을 펼쳐 놓았기에 하마터면 밟을 뻔했다. 큰아이를 불러서 나즈막하게 타이른다. 얘 얘, 이렇게 바닥에 널브러뜨리면 밟을 수 있잖니, 얼른 상자에 담으렴. 척척 빨래를 너는 동안 쪽글이 온다. 빨래를 널 적에는 비빔질도 헹굼질도 안 하니 쪽글 울리는 소리를 듣는다. 빨래를 모두 널고 나서 홀가분하게 쪽글에 답글을 보낸다. 4348.1.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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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살기 11호 (사진책도서관 2015.1.29.)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이야기책(소식지)인 《함께살기》 11호를 오늘 주문한다. 한동안 종이값을 못 모으기도 했지만, 새로운 해를 맞이해서 새롭게 엮을 틀을 생각하느라 찬찬히 지켜보았다. 며칠 동안 단출하게 글을 모으고 엮어서 피디에프파일로 꾸린 뒤 인쇄소에 보낸다. 그동안 《함께살기》를 도톰한 낱권책으로 엮었는데, 올해에는 부피를 줄여서 자주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더 많은 글을 실어 더 도톰한 책으로 내는 일도 재미있는데, 앞으로 살림돈이 넉넉할 때에 이처럼 하기로 하고, 아직은 작고 가벼운 책으로 꾸려야겠다고 느낀다.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 주는 이웃님한테 더 자주 편지를 띄우는 얼거리로 가자고 생각한다.


  올해에는 되도록 다달이 이야기책을 엮으려 한다. 다달이 내기에 빠듯하다면 두 달에 한 차례씩 꼭 내려 한다. 다음주부터 이야기책을 보내어, 설을 앞두고 이 이야기책을 받을 수 있기를 빈다. 예쁘게 잘 나오기를 기다린다. ㅎㄲㅅㄱ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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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버스 앞자리에서



  산들보라는 버스 앞자리에 앉고 싶다. 그래서 산들보라한테 이른다. 얘야, 네가 버스 앞자리에 앉으려면, 엉덩이와 등을 걸상에 찰싹 붙여야 해. 그리고, 한손으로는 걸상 손잡이를 쥐어야지. 너는 아주 작은 아이라서 버스가 조금만 흔들려도 몸이 흔들리지. 그러니, 이렇게 걸상에 몸을 폭 안기도록 해야, 버스를 모는 일꾼이 마음을 놓을 수 있어. 네가 앞자리에서 바깥을 넓게 바라보고 싶으면, 이렇게 네 몸짓을 다소곳하게 하고서 보기를 바란다. 4348.1.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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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5. 버스표를 처음으로 끊다



  읍내마실을 가는 길에 군내버스 일꾼한테 ‘어린이 버스표’는 얼마인지 여쭌다. 여덟 살이라고 하니 그냥 타라고 한다. 버스 일꾼은 우리 아이가 ‘삼월 입학식 마친 뒤’부터 버스삯을 내면 된다고 말씀한다. 그러라고 하니 그러려니 하고 지나간다. 읍내에서는 큰아이를 불러서 손수 버스표를 끊도록 시킨다. 왜냐하면, 우리 집 아이들은 학교에 안 다닐 테니, 입학식 날짜는 대수롭지 않다. 오늘부터 큰아이가 스스로 버스표를 끊으면 된다. “벼리야, 저쪽 아주머니를 바라보고 큰소리로 ‘도화 신호 어린이 하나요!’ 하고 말해.” 처음으로 하는 일이라 우물쭈물 모깃소리처럼 작다. “벼리야, 그렇게 말하면 못 알아듣지. 똑똑하고 크게 말해야지.” 읍내 버스터 아주머니는 빙그레 웃으면서 기다리다가 ‘도화 신호 어린이 하나!’를 크게 외쳐 주면서 거스름돈과 표를 큰아이한테 내민다. 낯설면서 새롭지? 큰아이가 손수 버스표를 끊으니 작은아이도 저한테 표를 달라고 한다. 그래, 너는 아버지 표를 받으렴.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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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읽는 ‘두 가지’ 책



  아이들은 두 가지 책을 읽습니다. 첫째, 스스로 아름답다고 여기는 책을 찾아서 읽습니다. 둘째, 어버이가 좋다고 여겨서 내미는 책을 받아서 읽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첫째 자리보다는 둘째 자리에 있는 책을 훨씬 많이 읽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어린이책은 아무래도 어버이나 둘레 어른이 이모저모 살피거나 따져서 아이한테 건네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골라서 읽기란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책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고르겠지요. 그런데, 아이들은 ‘아이인 내가 읽고 싶은 책’이 눈앞에 있어도, 선뜻 손을 못 뻗습니다. 두리번두리번 살핍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우리 어머니가 이 책이 좋다고 했는데’라든지 ‘우리 아버지가 이 책을 읽으라 했는데’ 같은 말이 퍼뜩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퍽 어린 나이일 적에는 ‘어른 잣대’로 어린이책을 가리거나 따지지 않는 어버이요 어른일 수 있지만, 아이가 대여섯 살쯤 되고 예닐곱 살이나 여덟아홉 살쯤 되면, 어버이와 어른들 눈빛과 눈썰미가 확 달라집니다. 아이가 열 살을 넘고 열두어 살을 지나면 어버이와 어른들 눈초리는 확 바뀝니다. 어떻게 바뀔까요? ‘시험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니면 안 쳐다보는 어버이나 어른이 되고 맙니다.


  한국에서 나오는 창작그림책이나 번역그림책을 가만히 보면, ‘학습 효과를 북돋우려고 하는 책’이 꽤 많습니다. ‘아름다운 삶과 사랑과 꿈을 담은 이야기책’보다 ‘학습 효과와 시험성적에 이바지하는 책’이 무척 많아요.


  수많은 위인전은 ‘삶과 사랑과 꿈’보다는 ‘학습 효과’로 기울어집니다. 청소년문학도 이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세계문학전집’이나 ‘고전명작’으로 뽑는 책을 찬찬히 보기만 해도 쉬 알 수 있습니다. 어른(어버이와 교사)이 아이한테 건네려고(추천하려고) 하는 책을 가만히 보셔요. 참말 아름다운 책을 아이한테 읽히려 합니까, 아니면 시험공부에 이바지할 학습 효과를 바라며 읽히려 합니까?


  책을 읽는 까닭을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야 합니다. 책은 학습 효과(교훈) 때문에 읽히지 않습니다. 삶이 아름답기에 책을 짓고, 아름다운 사랑을 물려주고 싶기에 책을 엮으며, 맑은 꿈을 이루는 길이 즐겁기에 책을 씁니다. 아이와 함께 읽을 책은 오직 ‘삶과 사랑과 꿈’을 이야기하는 책이어야 합니다. 어버이와 어른이 스스로 즐기거나 누릴 책은 오로지 ‘삶과 사랑과 꿈’을 착하며 참되고 아름답게 짓는 이야기가 흐르는 책이어야 합니다. 4348.1.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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