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려고 하는 마음



  여덟 살 아이라 하더라도 순 글만 있는 책을 얼마든지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스물여덟 살 젊은이라 하더라도 순 글만 있는 책을 잘 못 읽기도 합니다. 익숙하지 않다면 잘 못 읽고, 애써 읽더라도 빠뜨리는 대목이 많이 마련입니다.


  처음부터 아주 익숙하다는 듯이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설프거나 서툴지만 차츰 익숙하게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구름이나 바람이나 볕을 제대로 못 읽을 수 있지만, 천천히 구름이나 바람이나 볕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읽으려고 하는 마음이 있으면 무엇이든 읽습니다. 읽으려고 하는 마음이 있으면, 종이책이건 하늘이건 날씨이건 무엇이든 읽습니다. 읽으려고 하는 마음이 있으면, 서로 어떤 마음이거나 생각인지 읽을 수 있습니다. 읽으려고 하는 마음이 없기에 종이책도 못 읽고, 날씨와 철도 못 읽으며, 이웃과 동무가 어떤 마음이거나 생각인지 못 읽습니다. 4348.1.3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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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5-02-01 07:22   좋아요 0 | URL
무슨 책일까요? 아하, 이전 글에 답이 있네요!

파란놀 2015-02-01 09:53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
 

책아이 249. 2015.1.26. 글이 빽빽한데



  책순이가 글이 빽빽한 책을 집어든다. 영화로 익히 본 ‘메리 포핀스’이기에 냉큼 집어들어 펼친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림이 아주 조금 있고, 거의 다 글이다. 오직 글로만 읽는 책이라 할 만하다. 한참 글을 줄줄 읽던 아이가 조금 힘든 듯하다. 왜 글만 이리 많느냐 하고 묻는다. 그래, 이 책은 워낙 그래, 영화로 보듯 그렇게 그림이 많은 책이 아니야. 게다가 책과 영화는 사뭇 다르지. 네가 아직 이 ‘글책’을 샅샅이 읽기란 어려울는지 모르는데, 머잖아 이만 한 글책쯤 아무렇지 않게 즐길 수 있지.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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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여자회 방황 3 (츠바사) 대원씨아이 펴냄, 2013.10.30.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 때에 즐거울까. 나는 누구하고 어떻게 어우러질 때에 웃을까. 아주 쉬운 듯하면서 쉽지 않은 수수께끼라 할는지 모르는데, 만화책 《제7여자회 방황》은 바로 이 대목을 살며시 건드린다. 모든 것이 넉넉하다고 하는 오늘날 사회인데, 사람들은 왜 외롭다 하고 심심하다 하며 힘들다 할까? 기계가 넘치고 몸을 쓰는 일도 거의 사라졌다는데, 사람들은 왜 자꾸 아프면서 고단할까? 마음을 나눌 이웃이나 동무는 어디에 있을까? 쳇바퀴를 도느라 바쁘니, 스스로 수수께끼를 묻지 않고, 굴레에 갇혀 허우적거리니, 스스로 길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4348.1.3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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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여자회 방황 3
츠바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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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3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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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그리고 2 (히가시무라 아키코) 애니북스 펴냄, 2014.11.12.



  만화를 그리며 살고 싶던 히가시무라 아키코 님이 대학교에 붙은 이야기를 담은 《그리고, 또 그리고》 둘째 권을 읽는다. 만화가로 살고 싶으면서 막상 이러한 속내를 숨겼으니, 스스로 괴롭고 둘레 사람도 고단하다. 사회에서 아무리 만화가를 낮게 바라보더라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 텐데, 왜 떳떳하게 밝히려 하지 못했을까. 그렇게 본다면, 일본이라는 나라가 태평양전쟁에 대동아공영권 따위를 들먹이던 무렵에 ‘나는 만화가로 살겠어’ 하고 외치면서 징용에 끌려간 데즈카 오사무 같은 사람은 무엇일까. 스스로 뜻을 제대로 세우지 않는다면 언제나 모두 힘들기 마련이다. 그래도, 히가시무라 아키코 님은 이러한 이녁 뒷이야기를 남김없이 드러내 준다. 드러내야지. 털어야지. 그래야 앞으로도 만화가 한길을 걸을 테니까. 그래야 그리고 또 그릴 수 있을 테니까. 4348.1.3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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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그리고 2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정은서 옮김 / 애니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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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넋·삶 1 님


  예부터 한겨레는 이 땅에서 ‘님(임)’을 그리면서 살았습니다. 가까이에서 사랑으로 마주하는 이를 가리켜 ‘님(임)’이라 했어요. 어른은 서로 그리면서 ‘님(임)’이라 했고, 아이는 동무끼리 이 말을 따로 쓰지는 않았으나, 해를 바라보고 별을 바라보고 꽃을 바라보고 달을 바라보고 풀을 바라보고 나무를 바라보고 나비를 바라보면서 으레 ‘해님·별님·꽃님·달님·풀님·나무님·나비님’이라 했어요. 어른은 집 둘레에 수많은 ‘님’이 있어서, 이 님이 우리 집, 그러니까 ‘보금자리’를 보살펴 준다고 여겼습니다. 한겨레가 이 나라에서 쓰던 ‘님(임)’이라는 낱말은, 오늘날 이 땅에서 ‘신(神)’이라는 낱말로 가리키는 모든 숨결을 가리킨 셈입니다.

  그런데, ‘님’이라는 낱말을 제대로 알거나 느끼거나 생각하면서 쓰는 사람이 아주 드물어요. 왜 그런가 하면, 지난날 가운데 조선 무렵에는 나라에서 유교를 종교로 삼으면서 ‘임금’한테만 ‘님’을 붙여서 ‘임금님’처럼 쓰도록 닦달했습니다. 고려 무렵에는 나라에서 불교를 종교로 높이면서, 이때에도 ‘임금’한테만 ‘님’을 붙여서 ‘임금님’과 같이 쓰라 몰아세웠습니다.

  임금이라고 하는 사람 하나, 그러니까 정치 우두머리인 한 사람, 다시 말하자면 정치와 종교로 모든 권력을 손아귀에 거머쥐면서 사람들한테서 세금을 뽑아내고 사람들을 군대(싸울아비)로 끌어들이고 사람들을 종(노예)처럼 부려 소작인살이를 보내도록 했던 그 한 사람만 ‘님’이 되어야 했습니다. 이때에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정치 권력자와 지식인 따위는 여느 사람들더러 ‘임금님’이라 부르도록 윽박질렀는데, 여느 사람들은 칼부름과 주먹다짐 앞에서는 허리를 꺾으면서도, 뒤에서는 고개를 돌리고는 ‘임금놈’이라 불렀어요.

  곰곰이 돌아보면 거의 즈믄 해 즈음 우리는 ‘님’이라는 낱말을 제대로 못 쓰도록 억눌린 채 살았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 둘레에 있는 모든 ‘신’이라는 숨결을 ‘님’이라 말했는데 말이지요. 그러니, 나라에서는 불교와 유교 권력을 휘두르면서, 마을에 있는 작은 비손집(사당)을 나쁘게 여겼지요. 조선 무렵에는 사직단이라는 곳을 지어서 ‘사내가 가시내를 억누르는 또 다른 가시방석’을 마련하기까지 했습니다.

  요즈음에는 누리모임(인터넷 동호회) 사람들이 서로를 ‘아무개 님’이라 부릅니다. 먼 옛날부터 이 땅에서 살던 여느 사람들이 으레 쓰던 말이 제자리를 찾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요즈음 서로를 ‘님’이라 부를까요? 무언가 깨달았기 때문일까요? 아쉽게도 아직 깨닫지는 못한 채 쓰는데, ‘님’이 ‘신’을 가리키던 오랜 한국말인 터라, ‘사람 몸마다 깃든 새로운 숨결’이 바로 ‘님’이기에, 누리모임이라는 곳이 곳곳에 퍼지면서 사람들은 ‘너와 내가 똑같이 고운 목숨이요 숨결’이라 여겨 이 낱말을 이름으로 삼아서 쓰고, 이 이름은 차근차근 자리를 잡아서 제 빛을 찾는다고 하겠습니다. 4348.1.19.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람타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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