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250. 2014.12.13. 동생한테 읽어 주기



  그림책을 방바닥에 펼친 책순이는 동생을 불러서 “자, 같이 보자.” 하면서 글씨를 하나하나 읽어 준다. 어린 동생은 누나가 읽어 주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림책을 들여다본다. 책순이는 동생을 살뜰히 아낄 줄 알고, 동생은 책순이 누나한테서 기쁘게 사랑을 받는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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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노래



햇볕을 바라보며 속삭이면

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온통 사로잡혀서

나는 너하고 해 닮은 노래

하루 내내 나누지.


흙 한 줌 속에 쥐고 소근대면

흙알이 알려주는 이야기에

소롯이 스며들어서

너는 나하고 까무스름 노래

언제까지나 나누지.


나무를 안으면서 도란도란

숲바람 흐르는 이야기에

살며시 녹아서

우리는 서로서로 푸른 노래

바람과 함께 나누지.


눈을 감고 들으렴.

눈을 뜨고 웃으렴.

별씨 한 톨

여기에 깃들어.



2015.2.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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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 온 손님 (모디캐이 저스타인) 보물창고 펴냄, 2005.5.10.



  ‘the mountains of Tibet’이라는 이름으로 1987년에 처음 나온 뒤, 2005년에 ‘지구별에 온 손님’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나온 그림책을 읽는다. 이 그림책을 장만해서 먼저 읽을 어버이 가운데 이 그림책에 깃든 숨결을 제대로 읽을 분이 얼마나 될까 모르겠다. 이 그림책은 ‘윤회’나 ‘전생’이나 ‘내생’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삶’을 말한다. 스스로 삶을 지어서 하루를 누리고, 죽음 뒤에는 다시금 새로운 삶을 지어서 꿈을 누린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니까, 불교하고도 티벳불교하고도 아무런 끈이 닿지 않는 이야기이다. 한 마디 붙인다면, ‘다음 삶’은 ‘죽은 뒤’에 그릴 수도 있지만, ‘죽기 앞서 스스로 그리’지 않으면, 다음 삶으로 가지 못한다. 아무튼, 한국말로 새로 옮긴 《지구별에 온 손님》이라는 이름은 여러모로 잘 어울린다. 우리는 모두 지구별에 온 손님이고, ‘님’이다. 우리 스스로 이 지구별에서 ‘삶을 짓는 님’이다. 4348.2.1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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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 온 손님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5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15년 02월 1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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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431) 거동이 불편하다


남편은 지난해 여름 산에서 나무 베는 작업을 하던 도중 다쳐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인권》(국가인권위원회) 2005년 7월호 32쪽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 몸을 움직이기 힘들다

→ 몸을 쓰기 힘들다

→ 몸을 마음껏 움직일 수 없다

→ 일을 제대로 못 한다

→ 잘 다니지 못 한다

 …



  한자말 ‘거동(擧動)’은 “몸을 움직임”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 실린 보기글로 “거동이 불편하다”와 “거동이 수상하다”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자말 ‘불편(不便)’은 “1. 어떤 것을 사용하거나 이용하는 것이 거북하거나 괴로움 2. 몸이나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괴로움 3. 다른 사람과의 관계 따위가 편하지 않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거동’은 한국말로 ‘움직임’을 가리키는 셈이고, ‘불편’은 ‘괴로움’이나 ‘거북함’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거둥이 불편하다”고 할 적에는 “움직이기 괴롭다”나 “움직이기 힘들다”는 소리입니다. “거동이 수상하다”라면 “움직임이 수상하다”나 “움직임이 아리송하다”는 소리가 될 테지요.


  움직이기 힘들다고 한다면, 몸을 쓰기 힘듭니다. 몸을 쓰기 힘들다고 한다면, 몸을 마음껏 움직일 수 없습니다. 몸을 마음껏 움직일 수 없다고 한다면, 일을 제대로 못 합니다. 일을 제대로 못 하는 몸이라면, 잘 다니지 못 할 테지요. 말결에 따라 우리 몸짓과 모습을 하나하나 헤아립니다. 4338.8.28.해/4348.2.11.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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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지난해 여름 산에서 나무 베기를 하다가 다쳐 몸을 쓰기 힘들다


“나무 베는 작업(作業)을 하던 도중(途中)”은 “나무 베기를 하다가”로 손보고, “-한 상태(狀態)다”는 “-하다”로 손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92) 시도 때도 없다


책을 가까이 하는 데 시와 때를 달리 가릴 것이 있을까만 옛 선비들을 본받아 아침 저녁으로 책과 벗삼을 가을, 한참 좋은 계절이다

《북새통》 2002년 11월호 18쪽


 시와 때를 달리 가릴 것이 있을까만

→ 때와 곳을 달리 가릴 까닭이 있을까만

→ 이것저것 달리 가릴 까닭이 있을까만

 …



  ‘時’라는 한자는 ‘때’를 나타냅니다. 한국말 ‘때’를 한자로 옮기면 ‘時’가 됩니다. 한국말 ‘때’를 영어로 옮기면 ‘time’쯤 될 테지요. 그러니까, “시와 때를 달리 가릴”처럼 적은 이 보기글은 한국말과 한자말(또는 중국말)을 섞어서 쓴 셈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처럼 흔히 쓰는 말투도 두 가지 말을 함부로 섞어서 쓰는 셈이고요.


  “시와 때를 달리 가릴 것이 있을까만”이든 “시도 때도 없이”는 똑같은 뜻을 나타냅니다. 한국말로 적자면 ‘늘’이나 ‘언제나’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만

 아무 때나 할 수 있다만

 언제라도 할 수 있다만

 언제나 할 수 있다만

 늘 할 수 있다만


  한 마디로 아주 단출하게 할 수 있는 말인데, 굳이 한자말(또는 중국말)을 빌어서 겹말처럼 써야 할 까닭이 있는지 아리송합니다. 한국말 ‘늘’과 ‘언제나’가 있기도 하지만, ‘언제라도’나 ‘아무 때나’나 ‘어느 때라도’ 같은 말을 써도 잘 어울립니다. “때와 곳을 가리지 않고”나 “아무 때나 곳이라도”처럼 적어도 잘 어울려요. “언제 어디에서나”라든지 “어느 때 어느 곳이라도”처럼 쓸 수도 있습니다. 4335.11.27.물/4348.2.11.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책을 가까이 하는 데 때와 곳을 달리 가릴 까닭이 있을까만 옛 선비를 거울로 아침저녁으로 책과 벗삼을 가을, 한참 좋은 철이다


“가릴 것이”는 “가릴 까닭이”로 손질하고, “옛 선비들을 본(本)받아”는 “옛 선비를 거울로”로 손질합니다. ‘계절(季節)’은 ‘철’로 고쳐씁니다.



시(時)

1. 사람이 태어난 시각

2. 하루 시간 길이를 스물넷으로 똑같이 나누었을 때, 언제가 그 가운데 하나임을 나타내는 말

3. 지질 시대를 나누는 단위. 세(世)보다 작은 단위

4. 차례가 있는 어느 시각을 이르는 말

5. 어떤 일이 일어날 상황이나 형편

6. 지난날, 밤낮을 열두 띠(간지)에 따라 열둘로 나눈 단위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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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812) 희색이 만면


“어마! 그래?” 하며 희색이 만면했습니다 … 이 소식을 듣자 슈미트는 기쁨에 넘쳐

《잘츠만/김영만 옮김-엄마 아빠 똑바로 걸으세요》(을유문화사,1990) 217, 220쪽



 희색이 만면했습니다

→ 기뻐했습니다

→ 기쁜 얼굴이었습니다

→ 얼굴에 기쁨이 감돌았습니다

→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 얼굴에 기쁨이 넘쳤습니다

 …



  어릴 적부터 “희색이 만면하다”라는 말을 곧잘 들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몰랐고, 이러한 말을 둘레 어른들이 할 적에 어떤 느낌이로구나 하고 어렴풋하게 헤아리기만 했습니다.


  한국말사전을 뒤적입니다. ‘희색(喜色)’은 “기뻐하는 얼굴빛”을 뜻하고, ‘만면(滿面)’은 “온 얼굴”을 뜻하며, ‘만면하다(滿面-)’는 “얼굴에 가득하게 드러나 있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희색이 만면하다”는 “기뻐하는 얼굴빛이 얼굴에 가득하게 드러나 있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말뜻을 살피면 “희색이 만면하다”는 겹말입니다. “희가 만면하다”라고 적어야 옳아요. 그러나 ‘희색’이든 ‘희’이든 한국말이 아니지요. 두 낱말 모두 한자말이며, 한국사람이 알아보기 몹시 어렵습니다. “기쁜 빛이 얼굴에 가득하다”처럼 쓰든지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다”처럼 쓸 노릇입니다. 단출하게 ‘기뻐하다’라든지 ‘기뻐서 웃다’처럼 써도 됩니다. 4337.7.23.쇠/4348.2.11.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어마! 그래?” 하며 기뻐했습니다 … 이 얘기를 듣자 슈미트는 기쁨에 넘쳐


‘소식(消息)’은 ‘알림’으로 바로잡아야 할 한자말이라 하는데, 이 보기글에서는 ‘얘기’나 ‘이야기’나 ‘말’로 손질하면 됩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597) 선망의 눈 (선망의 대상)


나도 그런 제도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 제도를 통해 시단에 나온 시인들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터였지만, 선생님의 이 말씀에는 그저 당황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 말씀에서 은근히 자신과 용기를 얻은 것은 사실이다

《신경림-한밤중에 눈을 뜨면》(나남,1983) 108쪽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 부러워하는

→ 부럽게 바라보는

 …



  한자말 ‘선망(羨望)’은 “부러워하여 바람”을 뜻한다고 해요. 그렇군요. 그러니까, “선망의 눈”이란 “부러워하는 눈”이고, “선망의 대상”이란 “부러운 대상”인 셈입니다.


  한국말 ‘부럽다’는 “나도 그렇게 하거나 얻거나 바라는 마음이 들다”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선망의 눈으로 바라본다”고 한다면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라든지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라든지 “나도 그러하기를 바란다”를 가리킨다고 할 만합니다. 아니, 이렇게 고쳐쓸 만합니다. “너는 그러하니까 좋겠다”나 “너는 그렇게 하니 부럽다”로 고쳐쓸 수도 있어요.


 선망의 대상이 되다

→ 부러워하는 사람이 되다

→ 남들이 부러워하다


  부럽다면 부럽게 바라보면 됩니다. 부러우니 부러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부럽기에 가슴에 꿈을 품고 앞으로 더욱 기운을 내자고 다짐합니다. 부러운 사람을 바라보면서 내가 이제부터 일굴 삶을 한결 씩씩하게 마주합니다. 4335.12.3.불/4348.2.11.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나도 그런 제도가 있는 줄 알았고, 그 제도로 시단에 나온 시인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터였지만, 선생님이 들려준 이 말씀에는 그저 멍하기만 했다. 그렇지만 이 말씀에서 살며시 믿음과 기운을 얻기도 했다


“있는 것은 알고 있었고”는 “있는 줄 알았고”로 손보고, “그 제도를 통(通)해”는 “그 제도로”나 “그 제도를 거쳐”로 손보며, “바라보고 있는”은 “바라보는”으로 손봅니다. “선생님의 이 말씀에는”은 “선생님이 들려준 이 말씀에는”이나 “선생님이 알려준 이 말씀에는”으로 손질하고, ‘당황(唐慌)하기만’은 ‘어찌할 바 모르기만’이나 ‘멍하기만’이나 ‘어쩔 줄 모르기만’으로 손질하며, ‘하지만’은 ‘그렇지만’이나 ‘그러나’로 손질합니다. ‘은근(慇懃)히’는 ‘살며시’나 ‘넌지시’나 ‘조금씩’으로 다듬고, “자신(自信)과 용기(勇氣)를 얻은 것도 사실(事實)이다”는 “믿음과 기운을 얻기도 했다”로 다듬어 줍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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