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149. 2015.1.27. 오징어찌개



  오징어찌개를 끓인다. 오징어찌개 끓이기는 아주 쉽다. 여느 날과 똑같이 국을 끓이다가 간을 다 맞추고 나서 불을 끌 무렵 ‘미리 썰어 놓은 오징어’를 넣고서 조금 뒤 불을 끄면 된다. 다섯 살 작은아이는 이가 덜 나고 작은데다가 잘 안 씹고 삼키기 일쑤라 오징어는 되도록 반찬으로도 국으로도 안 했는데,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오징어를 즐기기에 오랜만에 국을 끓인다. 아이들아, 우리 꼭꼭 씹어서 먹자. 천천히 먹어도 되니까 느긋하게 씹어서 먹자.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밥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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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어야 할까?



  문득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어야 할까? 그렇다면 그렇고, 안 그렇다면 안 그렇다. 가만히 헤아려 보니, 나는 마흔 몇 해를 살면서, 이제껏 ‘내 글을 다른 사람이 더 많이 읽어 주기 바란’ 적이 한 차례조차 없다. 나는 이제껏 ‘써야 하는구나 하고 느낀 글’만 신나게 쓰면서 살았다.


  그렇다고 ‘읽을 사람을 아예 생각하지 않고 쓴 글’은 없다. 내가 쓰는 모든 글은 읽을 사람을 생각하면서 쓰는 글이다. 읽을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글을 쓸 까닭조차 없다.


  그러면 나는 왜 ‘더 많은 사람이 읽어 주기’를 이제껏 한 차례도 안 바랐는가? 나로서는 ‘써야 하는구나 하고 느낀 글’이 워낙 많아서 이 글을 쓰느라 늘 부지런해야 했다. 그리고 이 글은 ‘읽을 값과 뜻이 있는 글’이니, 스스로 눈을 뜨려 하는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내 글을 찾아서 읽으리라고 느꼈다. 굳이 내가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글을 읽혀야 한다고 느끼지 않았고, 나 또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이래라 저래라 말할 마음이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훌륭하거나 대단하거나 놀라운 글이라 하더라도, ‘읽을 사람’ 스스로 ‘마음을 열고 눈을 뜨면서 다가오지’ 않으면 하나도 못 알아듣고 조금도 못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글을 쓰든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알아보고 나서 제대로 눈을 뜨고 제대로 삶을 짓기’를 바랐다. 이제껏 이렇게 살았다. 그리고, 이제부터 생각을 고치기로 한다. ‘한 사람이라도’가 아니라 ‘삶을 찾고 사랑을 찾으며 꿈을 찾으려는 사람들 누구나’ ‘제대로 알아보고 제대로 눈을 뜨며 제대로 웃고 노래하기’를 바라는 뜻으로 글을 쓰려 한다. 4348.2.14.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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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86] 보고 그린다

― 내가 바라보는 꿈을 담는다



  바다 옆에서 살면 늘 바다를 보면서 바닷바람을 마시고 바닷내음을 맡습니다. 바다가 보여주는 빛깔을 늘 바라보면서 바다와 얽힌 이야기를 마음에 담습니다. 멧골에 깃들어 살면 늘 멧골을 보면서 멧바람을 마시고 멧내음을 맡습니다. 멧골이 보여주는 빛깔을 늘 바라보면서 멧골과 얽힌 이야기를 마음에 담습니다.


  내가 사는 곳에 내가 바라보는 숨결이 있습니다. 내가 보금자리를 마련한 곳에 내가 맞이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니, 나는 내 삶터에서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생각합니다.


  더 나은 것이나 덜떨어지는 것이 있는 삶터는 없습니다. 언제나 나 스스로 바란 대로 있는 삶터입니다. 내 보금자리가 아파트이든 시골집이든 그대로 받아들여서 누릴 때에 내 넋이 싱그럽습니다. 어느 곳에서 살든 마음이 홀가분하면서 즐거울 때에 내 하루가 홀가분하면서 즐겁습니다. 아파트에 있으면서도 하느님 마음이 될 수 있고, 시골집에 있으면서도 꽁꽁 묶이거나 갇힌 마음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그림을 그립니다. 우리가 늘 마주하거나 바라보는 모습을 그립니다. 이 그림은 그예 그림입니다. 곱거나 예쁜 그림이 아니라, 그저 그림입니다. 사는 모습을 그리고, 생각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꿈꾸는 모습을 그리고, 사랑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그래서 그림에는 온갖 모습을 담을 수 있습니다. 바로 내 눈앞에 있는 모습을 그리고, 앞으로 누리려는 모습을 그립니다.


  그림을 그릴 적에는 먼저 숨을 차분히 고릅니다. 잘 그리려는 생각이나 다르게 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내 숨결을 담아서 그림을 그리겠다는 생각 하나만 합니다. 이런 손재주나 저런 기법이나 그런 이론을 써서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 내 손길이 닿는 대로 그리되, 내 손길은 내 마음으로 움직입니다.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는지 모르겠다면, 아이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셔요. 나는 아이가 그릴 그림을 말하고, 아이는 내가 그릴 그림을 말하면 됩니다. 서로 어느 그림을 그려 보자고 이야기해 주면 됩니다.


  내가 마음속에 그리는 그림대로 내 삶이 흐릅니다. 내가 마음속에 담으려는 그림대로 내 하루가 찾아옵니다. 그러니, 내 생각은 늘 내 꿈이어야 합니다. 이루려는 꿈을 늘 생각하고, 이루려는 꿈으로 가는 길을 언제나 가꾸어야 합니다. 걱정이나 근심이 아닌 맑은 생각과 밝은 마음이 되어 그림을 그리면 됩니다. 우리는 누구나 그림을 즐겁게 그리는 사람입니다. 4348.2.14.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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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 런
톰 튀크베어 외 감독, 니나 페트리 외 출연 / 썬엔터테인먼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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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 롤라 (롤라 런)
Run Lola Run, Lola Rennt, 1998


  영화 〈달려 롤라(롤라 런, Run Lola Run, Lola Rennt)〉를 보면 세 가지 이야기가 흐른다. 다 같은 사람들이 나오지만 다 다른 이야기가 흐른다. 다 같은 사람들이 다 같은 때에 살지만 다 다른 이야기가 흐른다. 왜 그럴까? 세 가지 이야기를 보면, 세 가지 때에 세 가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몸짓이 달라지고, 몸짓이 달라지니 ‘아주 작은 몸짓’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나는 오늘 무엇을 하는가? 아침에 일어나서 기침을 하는가?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짓는가? 아침에 일어나서 노래를 부르는가? 아침에 골을 부리거나 이맛살을 찡그리면 하루는 어떻게 될까? 아침에 아이들을 안고 어르면서 입맞추면 하루는 어떻게 될까? 아침에 밭에 가서 풀을 뜯고 맑은 바람을 마시면 하루는 어떻게 될까?

  날마다 똑같은 몸짓으로 똑같은 생각을 한다면 내 하루는 늘 똑같을 수밖에 없다. 날마다 새로운 몸짓으로 새로운 생각을 한다면 내 하루는 늘 새로울 수밖에 없다.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생각하지 않기에 아무것도 못 하거나 못 이루고 만다. 생각하기에 모든 것을 이룬다. 생각하기에 언제 어디에서나 늘 무엇이든 이룬다.

  영화 〈달려 롤라〉에서 처음에는 롤라가 아무 생각이 없다. 무턱대고 아버지한테 기대고, 무턱대고 짝꿍한테 다가가려고만 한다. 이리하여 롤라가 죽는다. 이때, 죽음 문턱에 닿는 롤라는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끝없이 생각하면서 온힘을 쏟고, 이 힘에 따라 롤라는 ‘둘째 길’에 들어선다. 둘째 길에서 롤라는 조금 더 생각한다. 무턱대고 아버지한테 기대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이 얕다. 얕은 생각으로 뜻을 이루려 하니, 어이없이 짝꿍이 차에 받혀 죽는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때 롤라는 다시금 가없는 생각을 한다. 다시금 이대로 끝낼 수 없다고 생각하며 젖 먹던 힘을 짜내고, 어머니 뱃속에 있던 기운까지 쏟아내면서 ‘셋째 길’에 들어선다. 셋째 길에서 롤라는 서두르지 않는다. 셋째 길에 들어선 롤라는 앞선 두 길에서와 ‘똑같이’ 달리지만, 처음부터 달림새가 다르다. 외곬에서 사나운 개와 장난꾸러기 위로 훨훨 날아서 계단을 가로지른다. 둘레를 가만히 살피면서 달린다. 롤라 혼자만 이 땅에 있지 않다고 느끼면서 신나게 달린다. 롤라는 생각하고 다시 생각한다. 철없이 아버지한테만 기대려 하던 ‘내 모습’을 제대로 바라본다. 나를 나대로 바라볼 수 있는 롤라는 더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스스로 실마리를 찾으려 한다. 이제 롤라는 ‘롤렛 게임’을 하는 카지노에 들어간다. 카지노라는 곳은 얼마나 대단한 곳인가? 바보스레 휩쓸리면 온 집안을 들어먹지만, 온마음을 쏟으면 온갖 것을 내 것으로 삼을 수 있다.

  롤라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 ‘한탕을 얻으려’는 생각이 아니라, ‘내 뜻대로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리하여, 첫 열매를 얻는다. 첫 열매를 얻고 나서 롤라는 이제 ‘내 길’을 안다. 처음 카지노에 들어설 적부터 ‘그런 차림’이면 안 된다고 하지만, 롤라한테는 ‘안 된다는 생각’이 없고, 100마르크에서 돈이 모자라지만 ‘모자라다는 생각’이 없다. 게다가, 카지노에 들어선 다음 롤라를 내쫓으려는 사람들한테 ‘나는 내가 할 것이 있다’는 뜻을 다부지면서 가볍게 보드라운 말로 읊는다. 이러고 나서 롤라는 꼭 한 가지를 한다. 이제껏 롤라한테 있던 모든 기운을 한꺼번에 쏟아서 숨을 내뱉는다. 숨을 외친다. 숨을 터뜨린다. 롤라가 내뱉고 외치며 터뜨리는 숨은 카지노에 있는 모든 유리잔을 깨뜨리고 모든 사람들이 귀청이 떨어지도록 할 만큼 놀랍다. 새롭다. 이리하여 롤라가 바라는 숫자대로 롤렛이 끝나고, 롤라는 이녁 짝꿍을 살릴 돈을 얻는다.

  그러면 영화는 어떻게 끝을 맺을까? 롤라가 다 했으니 이대로 끝날까? 아니다. 롤라는 둘레 사람들을 바꾸면서 제 삶을 바꾸었다. 이리하여, 롤라 짝꿍도 롤라가 내뿜은 사랑스러운 기운을 받아서 스스로 바뀌었다. 총을 내려놓는다. 잃었던 것을 되찾는다. 그리고, 깨끗하게 손을 씻는다. 어둠에서 빛이 되고, 빛에서 새로운 길로 간다. 롤라와 짝꿍은 가볍게 다시 만나고, 모든 앙금을 털었으니 홀가분하게 웃으면서 손을 맞잡고 아주 새로운 길을 걷는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엮어서 보여주는 영화인 〈달려 롤라〉이다. 달리면 된다. 무턱대고 달리면 안 되지만, 생각과 생각을 거듭하면서 사랑을 가슴에 담아서 달리면 다 된다. 4348.2.14.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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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15] 온눈



  온힘을 다해서 살려고 하는 사람은 언제나 온마음을 씁니다. 온마음을 쓰면서 사랑하려고 하는 사람은 언제나 모든 눈을 뜨려 하고, 모든 귀를 열려 하며, 모든 꿈을 꾸려 합니다. 그래서, 온힘과 온마음이 모여서 ‘온눈’과 ‘온귀’가 되면서, ‘온꿈’과 ‘온사랑’으로 퍼져요. 모든 것을 바라볼 뿐 아니라 꿰뚫어볼 수 있기에 온눈입니다. 모든 것을 귀여겨들을 뿐 아니라 받아들일 수 있기에 온귀입니다. 우리는 하루하루 오롯이 삶을 지으면서 ‘온사람’이 되고, 온사람으로 살기에 ‘온삶’을 누립니다. 이리하여 온누리에 온빛이 가득 드리우면서 온넋이 푸른 숨결로 거듭나요. 온별에 환한 무지개가 뜨면서 온겨레가 어깨동무를 하는 온나라를 이루지요. 4348.2.1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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