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젠베르크 읽는 재미



  1982년에 김용준 님이 한국말로 옮긴 《부분과 전체》를 새롭게 읽는다. 이 책을 언제 처음 만나서 읽었을까? 나는 이 책을 꽤 예전에 장만했고, 꽤 오랫동안 아끼면서 건사했다. 하이젠베르크 님은 플랑크 님과 함께 나한테 늘 새롭게 깊은 숨결을 보여주던 사람이었고, 언제 다시 살피고 헤아리더라도 푸른 빛이 되었다. 아직 장만하지 못한 하이젠베르크 님 다른 책도 머잖아 내 손에 쥘 수 있고, 우리 도서관에 건사할 수 있으며, 우리 아이들이 물려받아서 읽을 수 있을 테지. 내가 곁님과 가꿀 ‘우리 집 학교’에서 하이젠비르크와 양자물리학과 람타를 아이들한테 이야기할 수 있으니, 이 대목을 가만히 생각해 보기만 하더라도 가슴이 들뜨고 설레며 춤춘다. 서른 몇 해 앞서 하이젠베르크 님 이야기를 한국말로 옮긴 김용준 님은 참으로 고마운 넋이다. 4348.2.1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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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57. 기차동무



걸상에 몸을 기대어

서로 마주보면서

내내 이야기꽃 조곤조곤

내가 들려주려는 말

네가 들려주는 말

한 마디씩 찬찬히 오가면서

남원 전주 논산 대전

지나가는 기차는

어느새 조치원에 닿으니

이제 서로 헤어지는구나.

나와 동생은 음성에 가거든.

잘 가 잘 놀아 잘 지내

다음에 기차서 또 보자.



2015.2.1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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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금나무 사잇길



  음성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이들을 이끌고 충주로 나들이를 시켜 줍니다. 음성을 지나서 충주로 접어들 무렵, 길가를 따라 능금나무가 섭니다. 능금나무는 가지가 이리저리 잘리고 구부러진 모습입니다. 틀림없이 나무이기는 나무인데, 하늘로 줄기를 올리지 못하고 아래나 옆으로 줄기가 구불구불합니다.


  만화영화 〈빨간머리 앤〉을 문득 떠올립니다. 〈빨간머리 앤〉 첫 이야기를 보면, 앤이 ‘푸른지붕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능금나무 사잇길”을 지나갑니다. 능금꽃이 하얗게 핀 사잇길이요, 능금꽃이 바람 따라 날리면서 몹시 아름다운 꽃잔치와 빛잔치가 이루어집니다. 앤이 마차를 타고 지나가는 능금나무 사잇길을 보면, 능금나무가 줄기가 매우 굵고 키도 무척 큽니다. 우람한 능금나무는 꽃그늘을 드리우기도 합니다.


  만화영화 〈빨간머리 앤〉을 보면, 시골사람 누구나 사다리를 타고 능금알을 땁니다. 줄기나 가지를 억지로 휘어감거나 짓눌러서 능금알이 맺히도록 한 다음 따지 않습니다. 4348.2.1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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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18] 꽃송이



  할머니가 여덟 살 큰아이를 부르면서 “벼리야, 여기 봐. 뭐가 있나?” 하고 말씀합니다. 여덟 살 큰아이는, “응? 어? 와? 꽃이 있네. 꽃이 한 개다!” 하고 말합니다. 이 소리를 문득 듣고는 내가 우리 집 아이한테 꽃을 가리키는 이름을 말하지 않거나 안 가르쳤는가 하고 가만히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벼리야, 꽃은 ‘한 개’가 아닌 ‘한 송이’라고 말해.” 꽃은 ‘송이’로 셉니다. 풀은 ‘포기’로 셉니다. ‘꽃송이·풀포기’처럼 쓰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꽃송이와 풀포기처럼 말할 수 있어도 ‘꽃개·풀개’처럼 쓰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대목이나 말결을 헤아리는 어른이 차츰 줄어,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나 영화에서조차 꽃이든 풀이든 열매이든 나무이든 그냥 ‘개’로 세기 일쑤입니다. 이러다 보니 여덟 살 아이는 이러한 말에 젖어들었을 테지요. 4348.2.1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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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여자회 방황 3
츠바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68



나는 너와 사이좋은 동무

― 제7여자회 방황 3

 츠바나 글·그림

 박계현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3.10.30.



  놀이동무는 함께 놉니다. 일동무는 함께 일합니다. 길동무는 함께 길을 걷습니다. 생각동무는 함께 생각합니다. 꿈동무는 함께 꿈꿉니다. 책동무는 함께 책을 읽습니다. 만화동무는 함께 만화를 그리거나 읽고, 삶동무는 함께 삶을 가꿉니다. 어깨동무는 서로 어깨를 겯으면서 나아가고, 소꿉동무는 기쁜 놀이를 함께 지으면서 어린 날 꿈을 키웁니다. 배움동무는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길에서 웃습니다. 웃음동무는 함께 웃지요.


  놀이동무는 하나일 수 있고, 둘일 수 있습니다. 일동무는 셋일 수 있고, 넷일 수 있어요. 길동무는 여럿일 수 있으며, 하나일 수 있습니다. 생각동무나 꿈동무나 삶동무 모두 여럿일 수 있는 한편, 하나일 수 있어요.


  동무는 아주 많아야 넉넉하지 않습니다. 동무는 하나만 있기에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습니다. 동무는 가까이에 있기도 하고, 멀리 있기도 합니다.



- “나 항상 이사 다녀서 친구가 전혀 안 생겨서, 외로워서.” “아, 그럼 나랑 같네! 나도 옛날에 이사를 자주 다녀서 줄곧 친구가 없었는데. 하지만 지금은 친구가 생겨서 매일 즐거워! 괜찮아, 괜찮아!” “거짓말쟁이. 혼자서 어슬렁거렸잖아.” (18쪽)

- ‘몇 년이나 몇 년이나 아무의 눈에도 띄지 않은 커다란 공간에는 세계의 고독이 천천히 쌓여 가고, 그것이 결정화하는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가 관측한 시점에 또다시 형태를 잃거나 혹은 반대로 부풀어버린다.’ (88쪽)



  나한테는 동무가 있습니다. 먼 데서 사는 동무가 있고, 곁에 있는 동무가 있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도 나한테는 동무이고, 곁님도 나한테는 동무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아이들이나 곁님 나이를 딱히 헤아리지 않으면서 살기 때문이고, 날마다 삶과 살림을 함께 나누는 숨결이기 때문입니다.


  동무 가운데에는 나이가 같은 동무가 있어요. 또래동무입니다. 그러니까, 동무라 할 적에는 나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고 비슷하거나 같을 수 있어요. 이웃도 이와 같아요. 나이가 엇비슷해야 이웃이지 않아요. 서로 돈(재산)이 비슷하기에 이웃이지 않아요. 서로 같은 일을 하기에 이웃이지 않고, 한 마을에 함께 살아야 이웃이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즐겁게 돕고 어깨를 겯는 마음일 적에 이웃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상냥하고 기쁘게 손을 맞잡는 마음일 적에 동무입니다. 그래서, 아이와 어버이는 서로 살붙이로 지내면서 동무이고 이웃입니다. 서로 아끼고 돌볼 줄 아는 사랑이자 노래입니다.



- ‘정말로 나는 어디에서 온 거지? 그렇게 생각했다. 언제나 나는 이방인.’ (137쪽)

- “확실히 아빠 회사는, 생활이 편해지는 도구를 많이 만들고 대단하지만, 아무리 세상에 편리한 것이 넘쳐흘러도, 아무리 유리한 제도에서 매일이 충족된다고 해도, 언제까지고 이런 옛날 전쟁에 관한 거나 공부해야 하는 건 어째서야? 매일 보건소에서 동물들이 죽어 가는 것도 어째서야? 왜 이사 가야 하는 거냐고!” (146∼147쪽)



  츠바나 님 만화책 《제7여자회 방황》(대원씨아이,2013) 셋째 권을 읽습니다. 《제7여자회 방황》 셋째 권에서는 이 만화책을 이루는 두 아이 가운데 한 아이가 어떤 삶을 누리면서 생각을 가꾸었는가 하는 대목을 보여줍니다. 어버이를 따라 내내 보금자리를 옮겨야 했던 아이한테는, 그러니까 ‘보금자리’가 없습니다. 마음을 놓거나 붙이거나 가꿀 만한 겨를이 없습니다. 둘레에서도 이 아이한테 따사롭게 다가오지 않았어요. 사랑이 흐르지 않은 삶이었고, 노래가 흐르지 않는 나날이었습니다.



- ‘사이토는 누구야? 이노우에는 누구냐고? 사토라는 이름은 몇 십 명이나 있었고, 누구 누군지 모르겠다. 좀더 일찍 버렸으면 분명 가벼웠을 텐데. 이런 것 받은 순간부터 이미 필요없었는데!’ (149쪽)

- ‘내가 갈 고등학교에는 처음에 친구 한 명씩 짝 지워 주는 나한테 유리한 제도가 있고, 나에게 있어서 그 상대가 반드시 이 세상에서 제일 가는 친구가 될 테니까, 그러니까 그것을 믿는 나는 꽤 좋은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 내 길을 믿고 있다. 나는 그런 꿈 많은 여자아이. 불평하지 말라고.’ (152쪽)



  나는 너와 사이좋은 동무입니다. 나는 너를 생각하는 넋입니다. 나는 너하고 함께 놀려 하며, 나는 너하고 함께 살려 합니다. 함께 꿈을 키우고, 함께 사랑을 가꾸어, 함께 노래와 춤을 누리려 합니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 우리는 모두 동무입니다. 바로 오늘 여기에서 우리는 모두 지구사람이고 지구동무이며 지구이웃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불어, 숲내음이 골고루 퍼집니다. 언제나 바람이 흘러, 바다내음과 들내음이 지구별에 가득 깃듭니다. 새 아침이 싱그럽습니다. 4348.2.1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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