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는 흙신 되어 무릎 걷기



  산들보라는 웅덩이가 있으면 첨벙 밟는다. 산들보라는 진창길이 있으면 신나게 밟는다. 이리하여 산들보라는 양말이나 신이 자주 젖는다. 집에서라면 신을 갈아 신길 수 있으나 바깥이라면 그냥 신을밖에 없다. 신에 진흙이 잔뜩 묻으니 산들보라는 바지를 걷는다. 진흙이 바지에는 묻었어도 바지에는 안 묻기를 바라나 보다. 재미있네. 4348.2.27.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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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책을 ‘읽을 마음’이 있는가



  배울 마음이 없는 사람은 배울 수 없습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배울 마음이 있는 사람은 배울 수 있습니다. 참말로 이와 같습니다. 눈을 뜨고 싶다면 눈을 뜰 수 있습니다. 눈을 감고 싶다면 눈을 감을 수 있습니다. 언제나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모든 일을 합니다. 언제나 내가 스스로 생각을 기울여서 내 길을 걷습니다.


  남이 나를 가르치지 못합니다. 내가 나를 가르칩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남들이 내 앞에서 멋진 강의와 강연을 베풀어도 ‘나 스스로 들어서 배울 마음’을 끌어내야 비로소 배우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나를 가르치는 사람은 언제나 나일 뿐입니다. 수많은 스승이나 멋진 길잡이나 훌륭한 이슬떨이는 내 곁에서 이 길을 함께 걷는 사람일 뿐입니다. 이들이 나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나는 내가 스스로 나를 가르치려고 이들을 불러서 함께 이 길을 걷습니다.


  남이 나를 살리지 못합니다. 내가 나를 살립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내 머리에 ‘산소마스크’를 씌워 주어도, 내 마음이 움직여서 내 몸이 숨을 쉬도록 말을 걸지 않으면, 나는 숨을 못 쉬고 죽습니다. 내가 살려면 내가 스스로 기운을 내어 숨을 쉬고 밥을 먹어야 합니다.


  배우려는 사람은 늘 스스로 배웁니다. 살려는 사람은 늘 스스로 삽니다. 책을 읽으려는 사람은 늘 스스로 책을 읽습니다. 돈을 벌려는 사람은 늘 스스로 돈을 법니다. 삶을 지으려는 사람은 늘 스스로 삶을 짓습니다. 4348.2.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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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피는 동백꽃



  우리 집에는 동백나무가 한 그루 있다. 우리 도서관에는 동백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우리 마을에는 동백나무가 곳곳에 많이 있다. 그래서 우리 마을은 동백마을일는지 모르는데, 매우 우람한 동백나무도 곳곳에서 볼 수 있고, 마을을 감싸안는 뒷메인 천등산에 있는 금탑사라는 절에도 무척 우람한 동백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꽃마다 꽃이 피는 날이 다르다. 봄까지꽃이라 하더라도 같은 날에 함께 피지 않는다. 별꽃도 같은 날에 나란히 피지 않는다. 볕바른 자리에서는 먼저 피고, 볕이 덜 바른 자리에서는 나중에 핀다. 그리고, 이 꽃은 봄이 저물어 여름이 될 때까지 피니까, 차근차근 피고 진다.


  우리 마을 둘레에서 가장 일찍 핀 동백꽃이라면 언제 피었다고 해야 할까? 섣달인 12월에 피면 가장 일찍 필까? 양력으로 첫달인 1월에 피면 가장 먼저 필까? 차례를 따질 수는 없으나, 섣달로 접어든 뒤에 피는 동백꽃이 있고, 1월과 2월에 피는 동백꽃이 있으며, 3월에 흐드러지다가 4월에도 이글이글 타는 동백꽃이 있다. 가만히 보면, 우리 집 동백나무는 꽤 느즈막하게 봉오리를 터뜨린다.


  다른 고장에서는 2월에 무슨 꽃이냐 할는지 모르나, 우리 고장에서는 1월에도 12월에도 벌써 동백꽃을 보았다. 우리 도서관에 있는 동백나무를 살피니, 2월 끝자락인 요즈음에는 ‘다 지고 시든 동백꽃 봉오리’가 꽤 많다.


  꽃이 피는 철은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사람들 마음결이나 마음씨도 함부로 가를 수 없다. 우리 삶은 이것이다라든지 저것이다라고 함부로 나눌 수 없다. 4348.2.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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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숲집 배움터 (2015.2.26.)



  우리 도서관에 붙일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그동안 그림을 집에만 붙였으나,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그리는 그림을 도서관에도 붙이자. 우리가 늘 바라보고, 우리가 늘 꿈꾸며, 우리가 늘 생각하는 숲집을 기쁘게 짓도록 온마음을 기울이자. 작은아이가 빗금을 죽죽 그은 종이에 아버지 그림놀이를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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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57) 당최


잡초가 어찌나 무성한지 안에 뭐가 있는지 당최 볼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황선미-나온의 숨어 있는 방》(창비,2006) 20쪽


 당최 볼 수도 없을

→ 도무지 볼 수도 없을

→ 영 볼 수도 없을

→ 하나도 볼 수 없을

→ 조금도 볼 수 없을

→ 무엇 하나 볼 수도 없을

→ 아무것도 볼 수 없을

 …



  한자말 ‘당초(當初)’에 토씨 ‘-에’를 붙인 ‘당초에’를 줄여서 ‘당최’로 쓴다고 합니다. 한자말 ‘당초’는 “일이 생기기 시작한 처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은 ‘처음’인데, 이를 한자로 옮기니 ‘당초’라는 낱말인 셈입니다.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당최’를 ‘도무지’나 ‘영’을 뜻하는 낱말이라고 풀이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처음부터 ‘도무지’나 ‘영’이라는 한국말을 써야 올바르다는 뜻입니다. ‘당최’라는 한자말은 뜬금없거나 엉뚱한 낱말이라는 소리입니다. 4348.2.2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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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얼마나 우거졌는지 안에 뭐가 있는지 도무지 볼 수도 없었다


‘잡초(雜草)’는 ‘풀’로 손보고, ‘무성(茂盛)한지’는 ‘우거졌는지’로 손봅니다. “없을 지경(地境)이었다”는 “없을 노릇이었다”나 “없었다”로 손질합니다.



당최(當初+에) : ‘도무지’, ‘영’의 뜻을 나타내는 말

   - 무슨 말인지 당최 모르겠다 / 어찌 된 일인지 당최 알 수가 없어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56) 평평


해안 지역이 아주 평평한 경우, 강물에 실려 온 퇴적물이 넓은 지역 위에 골고루 퍼지면서 쌓여 바다 쪽을 향해 삼각형으로 펼쳐진 퇴적층이 생깁니다

《얀 리고/이충호 옮김-바다가 아파요》(두레아이들,2015) 35쪽


 아주 평평한 경우

→ 아주 고를 때에

→ 아주 판판할 적에

→ 아주 판판하면

→ 아주 반반하면

 …



  한자말 ‘평평(平平)하다’를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바닥이 고르고 판판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평평하다 = 고르다’나 ‘평평하다 = 판판하다’인 셈입니다. 한국말 ‘고르다’는 “여럿이 다 높낮이, 크기, 양 따위의 차이가 없이 한결같다”를 뜻한다 하고, ‘판판하다’는 “물건의 표면이 높낮이가 없이 평평하고 너르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땅을 평평하게 다지다 → 땅을 고르게 다지다

 바위가 평평하다 → 바위가 판판하다

 바닥은 평평했다 → 바닥은 반반했다


  그러니까, ‘고르다’나 ‘판판하다’를 쓰면 됩니다. 그리고, ‘판판하다 < 펀펀하다’처럼 쓰고, ‘판판하다 > 반반하다’처럼 쓰며, ‘반반하다 < 번번하다’처럼 씁니다. 한국말은 느낌과 결을 살펴서 여러모로 알맞게 쓸 수 있습니다. 4348.2.2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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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가 아주 판판하면, 냇물에 실려 온 것이 넓은 곳에 골고루 퍼지면서 쌓여, 바다 쪽으로 세모꼴로 펼쳐진 자리가 생깁니다

바닷가가 아주 판판할 때에, 냇물에 실려 온 것이 넓은 곳에 골고루 퍼지면서 쌓여, 바다 쪽으로 세모꼴로 펼쳐집니다


“해안(海岸) 지역(地域)”은 ‘바닷가’로 다듬고, “-한 경우(境遇)”는 “-한 때에”나 “-하면”으로 다듬으며, “넓은 지역(地域) 위에”는 “넓은 곳에”로 다듬습니다. ‘퇴적물(堆積物)’은 그대로 둘 만하지만, 곧바로 ‘퍼지면서 쌓여’처럼 이어지니 겹말이 돼요. 그래서 “실여 온 퇴적물”은 “실려 온 것”으로 손질합니다. “바다 쪽을 향(向)해”는 ‘쪽’과 ‘향하다’가 겹말로 쓰입니다. “바다 쪽으로”로 손질합니다. “삼각형(三角形)으로 펼쳐진 퇴적층(堆積層)이 생깁니다”는 “세모꼴로 펼쳐진 자리가 생깁니다”나 “세모꼴로 펼쳐집니다”로 손봅니다.



평평(平平)하다

1. 바닥이 고르고 판판하다

   - 땅을 평평하게 다지다 / 바위가 평평하다 / 바닥은 평평했다

2. 예사롭고 평범하다

   - 얼굴은 그저 평평하게 안 생겼더냐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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