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패트롤 쟈코 (토리야마 아키라) 서울문화사 펴냄, 2015.2.28.



  만화책 《드래곤볼》이 처음 해적판으로 나올 무렵, 나는 중학생이었고, 숱한 교사들 눈길과 소지품검사에서 이 해적판 만화책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보았다. 주간 만화잡지에 조금씩 실린 만화를 그때그때 챙겨서 보기도 했고, 이러다가 나중에 서울문화사에서 정식 번역판을 낱권책으로 나왔기에 첫 권부터 마지막 권까지 푼푼이 돈을 모아서 장만했다. 벌써 서른 해 가까이 지난 옛일이다. 《드래곤볼》은 온통 싸움판 이야기가 흐르는 만화이지만, 싸움판이 되도록 몰아세운 어른들 사회를 그리는 만화요, 싸움판 사이에서 삶과 사랑과 꿈을 찾으려는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여느 어른들은 이 얼거리를 이 만화에서 읽으려 하지 않고 무턱대고 ‘폭력만화’라느니 ‘선정성 짙은 만화’라느니 하면서 손가락질을 해댔을 뿐 아니라, 때때로 《드래곤볼》은 아이들한테서 빼앗아 학교 운동장이나 전철역 앞 같은 데에서 불태우는 ‘화형식’을 일삼았다. 《은하패트롤 쟈코》는 만화책 《드래곤볼》이 어떻게 태어났는가 하는 앞자락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니까, 《드래곤볼》을 다 읽지 않고서는 《은하패트롤 쟈코》에 나오는 온갖 이야기가 어떻게 하나하나 조각으로 맞추어지는가를 알 수 없다. 그런데 《은하패트롤 쟈코》는 아직 《드래곤볼》을 읽지 않았거나 모르는 ‘어린 만화 독자’한테 《드래곤볼》이라는 ‘우주 만화’로 넘어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구실도 한다. 모처럼 무척 재미있는 만화를 읽었다. 1990년, 중학교를 다니며 교과서 뒤에 숨겨서 《드래곤볼》 첫 권을 보던 지난날이 아련하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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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패트롤 쟈코 (일반판)
토리야마 아키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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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패트롤 쟈코 (특별판)
토리야마 아키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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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19] 튿다, 튿어지다



  나는 어릴 적부터 ‘튿다’와 ‘튿어지다’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내 둘레 어른이나 아이 모두 이러한 말을 썼어요. 그런데, 학교에만 가면 표준말로 ‘뜯다·뜯어지다’만 나옵니다. 우리가 입으로 말을 할 적에는 괜찮지만, 받아쓰기를 하거나 글을 쓸 적에 ‘튿다·튿어지다’라 적으면 언제나 ‘틀렸다’고 가르쳤습니다. 한국말사전을 보아도 ‘튿다’라는 낱말을 올림말로 다루지 않습니다. 그러나 ‘튿다’는 고장말입니다. 그러니까, 서울말이나 표준말은 아닐는지 모르나, 고장에 따라서 쓰는 낱말입니다. 서울에서 다루는 표준 맞춤법에서는 ‘튿어지다 (x) 뜯어지다 (o)’로 가를 수 있을 테지만, 사람들이 저마다 제 삶자리에서 쓰는 말을 살피면, 섣불리 ‘x o’로 가를 수 없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말을 주고받는 사람이지, 어떤 틀에 스스로 가두어 표준이 되어야 하지 않으니까요. 아무래도 공문서라든지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표준말만 써야 한다고 하면서, ‘뜯다·뜯어지다’만 옳다고 할 수 있을는지 모르나, 표준말은 틀에 박힌 굳은 말일 수 없습니다. 한국말은 센말과 여린말로 나누어 함께 쓰는 말결이 아름다운 말입니다. ‘튿다/뜯다’를 얼마든지 함께 쓸 수 있고, ‘튿어지다/뜯어지다’도 얼마든지 나란히 쓸 수 있습니다. 두 말을 골고루 쓸 때에 한국말이 한결 보드랍고 부드러우면서 넉넉하게 빛나리라 생각합니다. 4348.3.4.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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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짜다가 북 튿어지는 소리



  빨래를 마치고 물을 짜다가 행주가 부부북 소리를 내면서 튿어진다. 아, 이런, 너무 힘을 주었나. 물짜기만 생각하다가 그만 잘못했구나. 튿어져서 바람 구멍이 생긴 행주를 바라본다. 에그, 이를 어쩌나. 그렇지만 하는 수 없다. 튿어졌으면 튿어진 대로 쓰거나 기워야지. 바람과 햇볕을 믿고 맡기면 될 텐데, 한 방울이라도 물을 더 짜겠다는 생각에 그만 옷이나 수건을 버리기도 한다. 작작 짜자. 한겨울도 아니고 봄인데, 물을 조금 덜 짜도 되잖은가. 4348.3.4.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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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넋·삶 27 ‘조바심’과 ‘두려움’



  어떤 일을 서두르려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왜 서두르려 할까요? 서두르지 않으면 일이 안 되리라 여기니까 서두릅니다. 그러면, 서두르면 일이 될까요? 서두르기에 일이 잘 될까요? 네, 서두를 때에 일이 될 수 있고, 서두르기에 일이 잘 될 수 있어요. 때에 따라 다릅니다. 빠르게 움직이기에 일이 될 수 있고, 찬찬히 움직이면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두른 탓에 일이 안 될 수 있지요. 너무 빠르게 움직인 나머지 일이 엉클어지기도 합니다.


  어떤 일을 할 적에 서두르거나 늑장을 부리거나 대수롭지 않습니다. 모든 몸짓은 우리가 하려는 일에 알맞게 흐릅니다. 그래서, 서두른다면 서두르는 몸짓을 차분히 바라볼 수 있으면 되고, 늑장을 부릴 적에도 늑장을 부리는 몸짓을 가만히 살펴볼 수 있으면 됩니다. 다만, 두 가지 마음이 깃들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첫째, ‘조바심’입니다. 둘째, ‘두려움’입니다.


  ‘조바심’은 지레 걱정을 담는 마음을 가리킵니다. 아직 하지 않았고, 아직 움직이지 않았으나, 먼저 걱정이나 근심을 담는 마음이 바로 ‘조바심’입니다. 비슷한 말로 ‘조마거리다·오마조마하다·조마조마하다’가 있습니다. 이 세 낱말은 마음을 졸이거나 태우면서 흔들거리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벌벌 떠는 모습을 가리킨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두려움’은 떨리는 마음을 가리킵니다. 마음이 왜 떨릴까요? 잘못될까 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이 떨립니다. 왜 잘못될까 하고 생각할까요? 스스로 믿지 못하기 때문이요, 스스로 믿지 못하는 까닭은 내가 나를 스스로 바라볼 줄 모르기 때문이요, 내가 나를 차분히 마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를 모르기에 나를 믿지 못하며, 내가 나를 알려고 하지 않으니 자꾸 잘못되겠거니 하고 지레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조바심’은 걱정과 근심을 끌어들이는 마음입니다. 이리하여 조바심을 내는 사람은 스스로 흔들거리거나 벌벌 떱니다. ‘두려움’은 잘못을 스스로 생각해서 짓는 마음입니다. 아무도 아무 말을 안 했고, 아무도 아무 짓을 안 했으나, 그저 스스로 믿지 못하는 바보스럽거나 어리석은 마음이 되어 스스로 잘못을 저지르거나 무너집니다.


  조바심을 내는 사람은 아무 일을 못 합니다. 두려움을 품는 사람은 아무 일을 안 합니다. 조바심을 내기에 스스로 흔들거리거나 떨다가 무너집니다. 두려움을 품기에 스스로 못 믿고 스스로 풀 길을 바라보지 않다가 어느새 스스로 무너집니다.


  무너지는 모습은 두 가지이지만, ‘무너졌다’는 대목에서는 두 가지가 같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스스로 일어서는 모습도 두 가지 있다고 할 만합니다. 첫째, 내 마음에 걱정과 근심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무너질 일이 없습니다. 둘째, 내 마음에 잘못되겠거니 하는 생각을 심지 않으면 무너질 까닭이 없습니다.


  나는 내 삶을 어떻게 다스릴 적에 기쁘거나 즐거울까요? 나는 내 삶을 어떻게 바라볼 적에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까요? 나는 내 삶을 어떻게 짓거나 가꿀 적에 꿈을 이룰까요? 바로 ‘조바심(걱정·근심)’과 ‘두려움(잘못)’이 아니라 ‘사랑’과 ‘꿈’을 생각하고 품으면서 보듬을 노릇입니다. 4348.2.24.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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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5.2.23.

 : 아버지 혼자 다녀와



- 설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왔다. 설을 앞두고 보일러 기름이 거의 바닥이 났다. 설날에 기름값을 마련하자고 생각했는데 기름값만큼 돈이 모이지는 못한다. 이달에도 작은아이 통장에 들어온 ‘양육수당’을 덜어서 기름을 넣기로 한다. 이래저래 더하면 되지. 아침 일찍 자전거를 몰고 면소재지 기름집으로 가려 한다. 바람이 그리 불지 않고 볕이 좋은데, 오늘은 어쩐지 두 아이가 아버지하고 함께 자전거마실을 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얘들아, 너희들 설 언저리에 자전거를 거의 못 탔는데, 안 타고 싶니? 도무지 자전거를 탈 뜻을 안 비치는 아이들을 억지로 데려갈 수는 없다. 그래서 오늘은 샛자전거와 수레를 떼기로 한다. 나 혼자 자전거를 몰기로 한다.


- 작은아이가 대문을 빼꼼 열고 “아버지, 잘 다녀오셔요.” 하면서 배시시 웃는다. 손가락을 깨물어 먹는다. 참말 오늘 너희들이 자전거마실에 아무 마음이 없구나. 그래, 아주 오랜만에 홀가분하게 자전거를 타 볼게.


- 큰아이는 이모한테서 받은 머리띠를 하면서 마당에서 뛰논다. 그래, 잘 다녀올게. 고맙다. 천천히 발판을 구른다. 아이들도, 샛자전거와 수레도, 아무것도 없이 달리는 자전거는 대단히 가볍다. 자전거가 워낙 이렇게 가볍던가 하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샛자전거와 수레와 두 아이가 없이 홀로 달리니, 이 자전거로 우리 뒷산인 천등산도 꼭대기까지 씩씩하게 오를 만하겠다고 느낀다. 날마다 폭하게 바뀌는 바람을 먹는다. 바람을 타고 가뿐하게 면소재지를 다녀온다. 면소재지 기름집에서 기름값이 850원으로 내렸다. 달포 앞서 기름을 넣을 적에는 950원이었다. 살림돈 2만 원을 아끼는구나.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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