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는 손가락 맛있어



  요즈음 산들보라는 손가락 깨물어 먹는 맛이 들렸다. 하루 내내 쉬잖고 손가락을 깨물어 먹는다. 잠잘 때를 빼고는 손가락을 먹는다. 밥을 먹다가도 손가락을 먹는다. 그렇게 맛있으면 너 혼자 먹지 말고 나누어 주렴. 4348.3.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55) 빵꾸/펑크


얘 펠리야, 너무 상심하지 마라. 우리 운전수는 자동차 타이어에 난 빵꾸를 잘 고치니까, 네 부리의 구멍도 금방 땜질해 줄 거다

《로알드 달/김연수 옮김-창문닦이 삼총사》(시공주니어,1997) 86쪽


 자동차 타이어에 난 빵꾸를

→ 자동차 바퀴에 난 구멍을



  ‘빵꾸’는 일본말입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펑크’로 고쳐쓰라 나오는데, ‘펑크’는 영어입니다. 이 말도 저 말도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국말은 ‘구멍’입니다. 이 보기글을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보기글 앞쪽에서는 일본말 ‘빵꾸’를 쓰더니, 곧이어 한국말 ‘구멍’을 씁니다.


  일제강점기부터 스며든 얄궂은 일본말 가운데 하나가 ‘빵꾸’입니다. 아직도 꽤 많은 한국사람은 이 일본말을 스스럼없이 씁니다. 게다가 이 일본말을 털거나 고쳐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은 한국말이 ‘구멍’이 아닌 영어 ‘펑크’를 써야 하는 줄 잘못 압니다. 일제강점기가 끝난 뒤 미국이 이 나라로 들어왔기 때문일까요.


 펑크를 때우다 → 구멍을 때우다

 양말에 펑크가 나다 → 양말에 구멍이 나다

 일이 엉뚱한 데서 펑크가 났다 → 일이 엉뚱한 데서 틀어졌다

 저번 학기에도 펑크를 냈던 → 저번 학기에도 바닥을 친


  한국말을 다루는 슬기로운 한국말사전이라면, 일본말 ‘빵꾸’뿐 아니라 영어 ‘펑크’도 모두 털어내거나 씻어낼 수 있도록 말풀이를 새롭게 달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아니면, 이런 외국말은 모두 한국말사전에서 빼야지요. 한국말은 ‘구멍’입니다. “모임에 펑크를 냈다”는 “모임에 바람을 맞혔다”나 “모임을 깼다”나 “모임에 빠졌다”로 고쳐쓰면 됩니다. “펑크를 냈던 과목”은 “바닥을 친 과목”이나 “낙제점을 받은 과목”이나 “바닥 점수를 받은 과목”이나 “떨어진 과목”으로 고쳐쓰면 돼요. 4348.3.5.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얘 펠리야, 너무 걱정하지 마라. 우리 운전수는 자동차 바퀴에 난 구멍을 잘 고치니까, 네 부리에 난 구멍도 곧 땜질해 줄 테니


‘상심(傷心)하지’는 ‘애태우지’나 ‘걱정하지’로 손보고, ‘타이어(tire)’는 ‘바퀴’로 손봅니다. “부리의 구멍”은 “부리에 난 구멍”으로 손질하고, ‘금방(今方)’은 ‘곧’으로 손질하며, “땜질해 줄 거다”는 “땜질해 줄 테다”나 “땜질해 줄 테니”나 “땜질해 줄 테니까”로 손질합니다.



빵꾸(일 panku) : → 펑크

펑크(puncture)

1. 고무 튜브 따위에 구멍이 나서 터지는 일

   - 펑크를 때우다 / 타이어에 펑크가 나다

2. 의복이나 양말 따위가 해져서 구멍이 뚫리는 일

   - 양말에 펑크가 나다 / 신발 앞쪽에 펑크가 났다

3. 일이 중도에 틀어지거나 잘못되는 일

   - 일이 엉뚱한 데서 펑크가 났다 / 그가 오늘 모임에 펑크를 냈다

4. 낙제에 해당하는 학점을 받음을 이르는 말

   - 그 과목은 저번 학기에도 펑크를 냈던 과목이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 4
히구라시 키노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76



함께 짓는 삶과 사랑이기에

―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 4

 히구라시 키노코 글·그림

 대원씨아이 펴냄, 2015.2.28.



  아침이 되어 볕이 들면 땅이 녹습니다. 저녁이 되어 해가 지면 다시 땅이 얼어붙습니다. 겨울이 저물고 봄이 찾아오는 철에는 땅이 녹고 얼기를 되풀이합니다. 겨울은 고요히 잠들기 앞서 마지막으로 차가운 바람을 남기고, 봄은 기지개를 켜면서 살며시 노래를 합니다.


  일찌감치 꽃망울을 터뜨린 들꽃은 벌을 부릅니다. 꿀벌은 어느새 깨어나 조그마한 들꽃마다 내려앉아 꽃가루를 모읍니다. 꿀벌이 꽃가루를 모으는 동안 조그마한 들꽃은 꽃가루받이를 합니다.


  벌이 깨어났으니 나비도 곧 깨어날 테지요. 벌이 싱그러니 춤을 추니, 나비도 해맑게 춤을 출 테지요. 벌레도 짐승도 새도 사람도 잔뜩 웅크리는 겨울이라면, 모든 목숨이 기쁘게 깨어나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봄입니다.



- ‘리츠코를 기쁘게 해 주고 싶다.’ (9쪽)

- “오랜만이다.” “응? 아, 아침부터 정식 먹는 거 말이지.” “아니, 둘이서 아침 먹는 거.” (23쪽)





  우리 집 뒤꼍에 서서 딱새와 마주합니다. 겨울이 처음 찾아든 지난해 끝자락에는, 이 딱새가 나를 보면 포로롱 날아갔습니다. 이 딱새는 우리 집 처마 밑에 있는 제비집에서 겨울을 나는데, 겨울나기를 하는 동안 내 모습이 많이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뒤꼍이나 마당에서 서로 눈이 마주쳐도 곧장 날아가지 않습니다. 내 옆으로 뿅뿅 걸어서 다가오기도 하고, 한참 서로 눈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딱새하고 눈이 마주치면 뒤꼍이나 마당에서 슬쩍슬쩍 춤을 추어 봅니다. 춤을 추어도 그대로 있는지 지켜봅니다. 춤을 추면, 딱새는 가만히 나뭇가지에 앉아서 나를 바라봅니다. 저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바라볼는지 모르고, 사람이 추는 춤이 재미있어서 한참 지켜볼는지 모릅니다.


  이리하여, 엊그제부터는 딱새하고 눈이 마주치면 춤도 추고 노래도 부릅니다. 춤과 노래를 함께 하는데, 이때에도 딱새는 날아가지 않고 나를 바라봅니다. 저 사람이 부르는 노래하고 딱새 저희가 부르는 노래가 얼마나 다른가를 헤아리려는 듯하기도 하지만, 새가 사람한테서 노래를 듣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 ‘평소라면 이런 일로 싸우진 않을 텐데. 왜 이렇게 사소한 일로 틀어졌을까? 기분 좋게 즐기고 싶었을 뿐인데.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새로운 마음으로.’ (41∼42쪽)

- ‘아무것도 못하겠어. 감기가 이렇게 괴로운 거였나.’ (59쪽)





  히구라시 키노코 님이 빚은 만화책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대원씨아이,2015) 넷째 권을 읽습니다. 이제 이 만화책은 넷째 권에 이르고, 넷째 권에 이르면서, ‘두 사람’은 마음이 제법 자랐습니다. 다만, 마음이 제법 자랐을 뿐, 아직 오롯이 자라거나 옹글게 바로서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아주 조그마한 일을 놓고 쳇쳇거리면서 토라지기도 하고, 서로 꽁꽁거리기도 합니다. 더 넓게 마음을 열어 ‘왜 토라지’고 ‘왜 서운한’지를 말로 털어놓지 못합니다. 앞으로 다섯째 권쯤 되면, 마음으로만 얼핏 헤아리려는 숨결을 넘어서, 말로도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 “다른 사람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주장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해.” (143쪽)

- “빨리 결혼하면 좋을 텐데.” “결혼하면 좋아.” “그러게.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우린 우리잖아.” (157∼158쪽)





  한 사람이 곱게 자라면서 다른 한 사람도 곱게 자랍니다. 한 사람이 기쁨으로 크면서 다른 한 사람도 기쁨으로 큽니다. 함께 사는 두 사람은 서로 아끼려는 마음이 됩니다. 먹고 자기만 하던 두 사람은 ‘함께 사는 두 사람’으로 누리려는 하루를 어렴풋하면서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아침을 열면, 두 사람은 더욱 기운을 내어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없이 아침을 맞이한다면 고단하거나 힘겹거나 지치는 일만 찾아오겠지요.


  이리하여, ‘두 사람’ 가운데 사내는 “우린 우리잖아” 하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제껏 도무지 할 줄 모르던 말을 이제는 할 수 있습니다. 남한테 휘둘리는 굴레가 아니고, 남을 따라서 휩쓸리는 얼거리가 아니라, 스스로 지어서 누리려 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첫발을 뗍니다. 아기처럼 아장아장 첫발을 뗍니다. 사랑스러운 삶으로 나아가는 첫발을 떼요.



- ‘말이란 훨씬 헤아릴 수 없는 가능성을 가진다. 어떤 말을 가르칠까. 어떤 말을 들려줄까. 그리고 나는 어떤 교사가 될 수 있을까.’ (201∼202쪽)



  만화책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에 나오는 ‘두 사람’은 여태 ‘아장걸음’조차 못 떼며 살았습니다. 뭐랄까요, 아기가 갓 태어나서 마냥 누워서 지내거나 비로소 뒤집기를 하거나 처음으로 기거나, 힘을 내어 두 발로 서려고 하는, 이러한 몸짓으로만 지냈다면(셋째 권까지), 이제는 두 발로 선 몸으로 첫발을 내딛습니다. 앞으로 나올 새로운 다섯째 권에서는 어떤 새발을 뗄 수 있을까요. 이제부터 이 두 사람은 어떤 사랑을 스스로 지어서 어떤 삶으로 꿈을 기쁘게 누릴 수 있을까요. 4348.3.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로 읽는 책 196] 법대로



  법대로 맞추는 하루는 굴레

  그리고

  사랑으로 나누는 하루는 삶



  법은 ‘가진 사람’ 마음이라고 느낍니다. 사랑은 ‘나누는 사람’ 마음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법대로 산다’고 하면 스스로 굴레에 갇히려는 얼거리요, ‘사랑으로 산다’고 하면 이웃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삶을 누리는 모습이라고 느낍니다. ‘법 없이 사는 사람’은 언제나 착하고 참다우면서 곱습니다. ‘법을 또박또박 새기려는 사람’은 언제나 제 밥그릇을 챙기려는 길로 가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우리가 갈 길은 어디일까요?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야 즐거울까요? 4348.3.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54) 했으면 하는 바람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했으면 합니다

→ -했으면 하고 바랍니다

→ -하기를 바랍니다

 …



  ‘하다’라는 낱말은 여러 가지 뜻으로 널리 씁니다. 요즈음 흔히 나타나는 말투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꼴에서 ‘했으면’ 자리에 넣은 ‘하다’는 “어떠하게 되도록 움직이거나 이끌다”를 뜻하고, ‘하는’ 자리에 넣은 ‘하다’는 “어떻게 되기를 바라다”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는 “했으면 바라는 바람입니다”라든지 “했으면 하고 합니다”처럼 엉뚱하게 쓰는 겹말입니다. ‘하는’과 ‘바람’이 같은 뜻이니까요.


  이리하여, 이 말투는 “-했으면 하고 바랍니다”로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했으면 하고 바랍니다”에서 ‘하고’는 ‘했으면’을 받는 구실을 합니다. “나는 ‘좋아’ 하고 말했습니다” 같은 글월에 넣은 ‘하고’와 같은 구실이에요.


  그리고, “-했으면 합니다”나 “-하기를 바랍니다”로 바로잡을 수 있어요. 이때에는 말끝에 ‘바라다’를 그대로 적거나, ‘바라다’를 뜻하는 ‘하다’만 넣은 셈입니다.


 올해에는 모든 일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올해에는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 올해에는 모든 일이 잘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 올해에는 모든 일이 잘 되었으면 합니다

 기쁘게 잔치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기쁘게 잔치를 하기를 바랍니다

→ 기쁘게 잔치를 했으면 하고 바랍니다

→ 기쁘게 잔치를 했으면 합니다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말투를 누가 언제 어디에서 처음으로 썼는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 말투를 방송이나 신문에서 매우 자주 씁니다. 학교나 공공기관에서도 인사말로 이러한 말투를 으레 씁니다. 이 말투가 올바르지 않거나 잘못된 줄 못 깨닫기 때문일 텐데, 앞으로는 슬기롭고 알맞게 다스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8.3.4.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