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56) 얄궂은 말투 101 : 삶 속에서


내가 삶 속에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강현정·전성은-거창고 아이들의 직업을 찾는 위대한 질문》(메디치미디어,2015) 31쪽


 삶 속에서

→ 삶에서

→ 살면서

→ 이 삶에서

→ 이처럼 살면서

 …



  요즈음 들어서 부쩍 “삶 속”이라는 말투가 널리 퍼졌습니다. 삶을 말하려 하면 ‘삶’을 말하면 될 텐데, 이 낱말에 ‘속’을 군더더기로 잘못 붙이는 말투입니다. “삶 속에 흐르는 노래”이든 “삶 속에서 소중했던 시간”이든 “삶 속에 던지는 돌”이든 “삶 속의 과학”이든 “삶 속의 미술” 같은 말마디는 모두 올바르지 않습니다. “삶에 흐르는 노래”나 “살면서 소중했던 시간”이나 “삶에 던지는 돌”이나 “삶에 깃든 과학”이나 “삶에 스민 미술”처럼 고쳐쓰거나 바로잡아야 알맞습니다.


  “삶 속으로 녹아들” 수 없습니다. “삶으로 녹아들” 뿐입니다. “우리 삶 속에 남아 있는 문화”가 아니라 “우리 삶에 남은 문화”나 “우리 삶에 새긴 문화”라 해야 올발라요. “삶 속으로 들어가라” 같은 말도 엉뚱합니다. “삶으로 들어가라”나 “삶으로 파고들어라”라 해야 알맞아요. “삶 속에서 희망을 말한다”가 아니라 “삶에서 희망을 말한다”입니다. “삶 속에 묻힌 보물”이 아닌 “삶에 묻힌 보물”이에요.


  ‘속’을 잘못 쓰는 까닭은 번역 말투 때문입니다. 서양말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그만 ‘속’을 잘못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in my life”를 “나의 삶 속에서”처럼 잘못 옮기지요. “내 삶에서”로 옮겨야 올바른데 말이에요. 그리고 일본말을 한국말로 옮길 적에 ‘中’을 ‘속’으로 잘못 옮기기도 합니다. 요즈음은 한국말로 ‘삶’이라고만 쓰지만, 예전에는 한자말로 ‘인생(人生)’이라는 낱말을 흔히 썼고, “인생 속에서 찾는 의미”처럼 잘못 쓰기 일쑤였습니다. “인생에서 찾는 뜻”이나 “삶에서 찾는 뜻”으로 적어야 올발라요. 4348.3.6.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내가 살면서 참으로 이루어야 할 뜻은 무엇일까

내 삶에서 참다이 찾아야 할 길은 무엇일까


‘진정(眞正)으로’는 ‘참으로’나 ‘참다이’로 손질하고, ‘추구(追求)해야’는 ‘이루어야’나 ‘찾아야’나 ‘좇아야’나 ‘바라야’로 손질합니다. ‘가치(價値)’는 ‘뜻’이나 ‘값어치’로 손봅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문화융성위원회 문화리포트 (사진책도서관 2015.2.2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문화융성위원회에서 쓴 ‘문화리포트’가 나왔다. 우리 도서관 이야기를 요모조모 담아 주었다. 하나하나 새겨서 읽어 본다. 아이들과 도서관으로 천천히 나들이를 간다. 마른 풀을 밟을 때에 나는 소리가 싱그럽다. 흙이 폭신하다. ㅎㄲㅅㄱ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를 아시나요?

- 문화융성위원회 인문정신문화 연구원 이광옥 글



  이슈리포트 2호에서는 인문정신문화를 몸소 실천하는 한 사람과 그가 운영하는 도서관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인문정신문화? 들어본 사람도 있고 생소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문정신문화”의 정의를 잠시 살펴보자. 인문정신문화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지적·정신적 활동 및 인문적 전통에서 산출된 문화적 자산’이라고 되어 있다. 너무 어렵다. 쉽게 말해,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인문이 기반 된 문화’라고 보면 좋겠다. 어쨌든, 인문정신문화가 융성해지면,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과 만족들이 문화로 자리 잡는다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삶이 윤택하고 풍성해지지 않을까?


  필자가 서두부터 인문정신문화니, 정신적 활동이니, 행복이니 등등의 말을 늘어놓은 이유는 시골 한편에서 묵묵히 인문정신문화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람과 그가 운영하고 있는 도서관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전라남도 고흥에 정착해 ‘함께 살기’라는 사진책 도서관을 8년 째 운영하고 있는 최종규 관장을 만나고 왔다. 그는 누구이며, 그가 운영하는 사진책 도서관 ‘함께 살기’는 어떤 곳인지 알아봤다. 



 ㄱ. 최종규, 그를 말한다


  최종규 관장의 이름에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남편, 아버지, 사진작가·비평가, 글 작가, 강사, 도서관장 등이 그의 대표적 수식어다. 이런 수식어는 그가 살아온 삶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는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책을 지독히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으로 살았다. 2003년에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의 글과 책을 갈무리하기 위해 2003년부터 2007년 3월까지 충주에서 머물고,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진로를 고민하며 1년 동안 자전거로 충주와 서울을 오가면서 책방을 다녔다. 어려서부터 인천 배다리에 위치한 헌책방 거리(인천광역시 동구 금곡동 소재)를 무척 좋아했다. 유년시절 그곳에서 밤낮으로 책과 함께 보냈으며, 많은 추억을 쌓았다. 그런 곳에 큰 산업도로건설이 진행되면서 반대운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이상의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그간 모아두었던 책들을 기반으로 사진책 전문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태어난 곳이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이다. 이 도서관은 2007년 4월에 인천 배다리에서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라는 이름으로 개관해 운영했고, 여러 이유로 도서관 터를 옮기며 2011년 가을에 전남 고흥으로 도서관을 옮겨 정착하게 되었다. 현재 그의 직업은 딱히 뭐라고 말 할 수 없다. 그저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그로 인해 붙여진 수식어들 모두가 그의 직업이다. 사진작가, 사전 편찬·편집자, 강사, 도서관장 등 많은 역할을 소화함과 동시에 저술활동에도 매우 활발했다. 글, 사진책, 사전과 관련된 책만 해도 수 십 권에 이르고 도서관 소식지에 단행본까지 더하면 그가 쓴 글의 양은 실로 어마하게 방대하다. 그가 이런 직업들을 가지고 방대한 양의 글을 쓰는 이유에는 많은 사연들이 있다.



  “사진책 도서관은 정부나 지자체 지원을 받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받지 않는다기보다 못 받은 셈인데, 이 때문에 다른 일을 하지 않으면 도서관을 지킬 수 없어요. 건물임대료를 내야 하거나 책꽂이를 새로 들여야 할 때면, 국어사전 원고 쓸 시간을 뺏기더라도 다른 일들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합니다. -중략- 책을 쓰는 또 다른 까닭은 우리 아이들과 또래 아이들한테 우리말을 제대로 알려주고 싶어서입니다. 또, 어른들이 한국말이 무엇이고 한자는 어떻게 우리 사회에 들어왔는지를 올바로 알기를 바랐습니다. 영어 쓰기를 지식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은 많아도 막상 고사성어나 사자성어를 마구 쓰는 일은 지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더라고요. -중략- 둘레에서 우리말을 제대로 쓰도록 이끌어 주는 부모를 보기 힘들어요. 어른이 된 부모부터 그동안 학교를 다니기만 했을 뿐, 말을 옳게 배운 적은 없기 때문이에요. 우리말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다른 것을 배울 수 없습니다.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쓰는 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이런 책을 쓰면서 도서관 유지비와 책을 새로 장만할 돈을 법니다.” 2014. 10. 24. 인터뷰 중



 ㄴ.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참 궁금하다. 사진책? 사진과 글이 함께 있는 책인가? 아니면 사진작품만으로 엮은 책인가? 도서관은 그렇다 치고, ‘함께살기’는 도서관 이름이겠지? 그런데 왜 ‘함께살기’라고 지었을까? 많은 궁금증을 안고 최관장의 안내와 함께 도서관으로 향 했다. 도서관은 마을의 폐교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고, 아무런 증축이나 고침의 흔적은 없었다. 밖에서 보면 누가 봐도 버려진 학교 건물, 뭔가 음산한 느낌도 나고..길고양이가 살거나 거미줄이 잔뜩 있을 법한 그런 느낌이랄까. 최관장의 두 아이들도 도서관으로 동행했다. 어찌나 신나하던지 불안한 필자의 마음이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보고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자물쇠를 풀고 문을 열어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나온 감탄사, “와..세상에..” 책장에 촘촘하게 꽂힌 책들과 나무냄새, 종이 냄새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대규모 헌책방을 연상케 했다.  

  

  “이 원목 책꽂이들은 순천에서 문 닫은 도매상에서 나왔습니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나무 책꽂이를 짰습니다. 요즘에는 합판이나 공산품을 쓰겠지만, 이런 오래된 책꽂이가 책한테 훨씬 좋아요. 책으로 자리 잡힌 책꽂이가 더 튼튼하거든요.” 2014. 10. 24. 인터뷰 중


  도서관을 한 바퀴 돌며 공간구성, 책의 종류, 보존 방법과 현황, 그의 저서 등 도서관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분야의 책들이 꼼꼼한 구분에 의해 정리되어 있었고, 사람의 손에 길들여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는 볕이 아주 잘 들고 아늑한 공간으로 필자를 안내했고, 우리는 그곳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필  자 : 선생님 궁금합니다. 사진책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요?

최관장 : 국어학 책이나 국어사전은 말을 바탕으로 삶을 읽는 책이잖아요. 사진책은 사진으로 삶  을 읽고 헤아릴 수 있는 책입니다. 도서관 앞에 사진책이라고 붙이긴 했어도 우리 도서관에는 사진책 말고도 여러 가지 책이 있습니다. 사전을 집필해야 하기에 북한, 연변의 사전과 책도 있고, 물론 모두 연구 자료로 허가 받은 책들입니다. 아이들이 즐길 만화책과 그림책에다가, 잡지, 고서도 많아요. 이 고서들은 진열장으로 들어가면 유물이 되겠지만, 책꽂이에 꽂아 읽고 만질 수 있으면 책이 흘러온 자국들을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자료가 됩니다.

필  자 : 도서관 이름을 ‘함께살기’라고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최관장 : 큰 뜻은 없습니다. ‘함께살기’는 글을 쓸 때 붙이는 또 다른 제 이름입니다. 필명이라고 해야 하나요.  2014. 10. 24. 인터뷰 중



  최관장은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가 삶을 읽는 책이 있기 때문에 삶을 보여주는 도서관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시중에서 얻기 힘든 책을 보고 만지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무엇보다 삶을 일구는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주는 도서관이기에 즐겁게 열어서 힘차게 꾸려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지저귀는 새 소리,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자연 속에서 함께 책을 읽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일도 도서관을 꾸린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ㄷ. 도서관 경영의 어려움


  현실적인 문제를 안 할 수가 없다. 도서관을 운영하려면 여러모로 많은 예산이 소모된다. 건물임대료부터 인건비, 관리비, 유지보수비 등등 깨알 같이 드는 돈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서관은 중앙정부, 지자체 혹은 지역문화기반 단체의 어느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제도권 측면에서 보면 현재 이 도서관은 비인가 상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관장이 집필한 책을 팔고 부차적인 일들을 해야만 도서관이 힘겹게 유지된다. 도서관을 사랑하는 개인후원자의 기부를 받고 있지만 소액이라 운영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듯했다. 


  “2006년부터 개인이 도서관을 열지 못하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더구나 도서관이라고 이름을 걸지도 못하겠죠. 2006년부터 사서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일정한 시설과 직원을 갖추고, 도서관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야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고... -중략- 우리 도서관은 어느 하나 해당사항이 없지만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씁니다. 공식적으로 개인이 하는 도서관은 ‘작은 도서관’이라고 해야 한답니다. 우리 도서관은 몇 만권에 이르는 책을 갖춘 사진책 전문 도서관입니다. ‘작은 도서관’이라는 이름은 쓸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고요. 그래서 ‘작은 도서관’으로도, ‘일반 도서관’으로도 등록이 어렵습니다. 그러니 아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2014. 10. 24. 인터뷰 중 


  사실, 도서관은 등록 여부를 떠나 개인 운영이 가능하고 일정 기준(최소한)을 갖춰 등록해야 상황에 적절한 지원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는 도서관이 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불편함 없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양의 개인 소장 도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정한 등록 기준에 맞추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앞으로 이 도서관이 꾸준하게, 무사히 운영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함께 들면서...



 ㄹ. 지역의 중심 커뮤니티로서의 역할


  사실, 이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지인들이다. 서울, 광주, 순천 등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이 보기 힘든 혹은 얻기 힘든 책을 보고 만지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어떻게 보면 지역 문화 인프라로서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해서 도서관이 앞으로 지역과 주민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계획은 무엇인지 물었다. 


  “보셨다시피 이 동네에는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버려진 집도 많고요. 늙으신 분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아요. 이분들은 일하지 않을 때 술과 화투로 시간을 보냅니다. 생각해 보면, 이분들은 이제껏 다른 놀이나 즐거움을 거의 누리지 못하셨어요. 이분들과 손쉽고 아름다운 그림책을 함께 읽고 싶어요. 시골에서 사는 즐거움은 새, 풀벌레, 나무와 숲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 잔글씨를 못 읽는 어르신이어도 그림책이나 사진책으로 책을 읽는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중략-  음...제 재주가 글을 쓰는 것이다 보니 고흥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보려 합니다. 대도시에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이곳에는 널렸거든요. 이런 것들을 글로 써서 시골에서 지내는 보람을 높이도록 돕고 싶어요..” 2014. 10. 24. 인터뷰 중



 ㅁ. 시골에서의 인문정신문화?


  최관장은 인문정신문화를 가장 즐겁게 실천하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책 사랑과 도서관운영 철학, 아이들 밥상머리교육 등만 봐도 그가 생각하는 인문정신문화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래도 억지로 물어봤다. 



필  자 :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인문정신문화란 무엇입니까?

최관장 : 인문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야 되는 것이 본질이지요. 이를테면 전기가 끊어지고 인터넷이 안 되더라도 스스로 먹을 수 있는 길을 알아 가는 것, 공장이 돌아가지 않더라도 스스로 옷을 지어 입을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 돈을 모아 집 한 채를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무를 얻어 집을 만드는 것이 인문학이 아닌가.. 여기에 와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도시에서는 그런 생각을 못 했는데 여기서 아이들과 살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문학이 고민할 대목은 ‘어떻게 삶을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대담론을 이야기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도시는 몰라도 시골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덧없는 이야기들이 많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집을 지어 볼 수 있을까, 집을 지으려면 어떤 나무를 골라야 할까같은 시골살이에 맞닿는 인문지식들은 거의 유통과 생산이 안 되더군요. 도시에서 널리 퍼지는 인문지식과 시골에서 다룰 수 있는  인문지식이 나란히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문지식을 떠드는 사람들을 보면 거의 입으로만 떠드는 것 같습니다. 강단에서 인문지식을 이야기하고 집에 들어가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혀요. 실천이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지식과 실천이 만나는 곳에 인문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4. 10. 24. 인터뷰 중



  그가 생각하는 인문정신은 거대담론도 아니고, 어렵고 복잡한 것도 아니다. 다양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방법을 찾는 것,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 인문정신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연이어 최관장은 그가 그리는 앞으로의 도서관 모습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앞으로 우리 도서관을 학교로 만들 생각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학교가 아니라,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배우는 그런 학교입니다. 학교에 나이 제한은 없습니다. 배우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든 배울 수 있는 학교이기 때문에 나이를 가를 까닭이 없어요. 이 학교에서는 스스로 살아가는 길을 같이 배우는 그런 곳입니다. 학교 둘레에 나무를 알뜰히 심고, 숲을 가꾸어서 자연과 함께하는 배움터를 만들 생각입니다. 숲에 있는 도서관, 숲이 있는 학교..모든 책은 종이에서, 종이는 나무에서, 나무는 숲에서 나오니까요.”


 최관장과 장시간의 이야기를 마쳤다. 돌아가려는 필자를 그와 아이들이 배웅해 주었다. 손을 흔들며 잘 가라고..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그와 나눈 대화를 곱씹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환대 받지 못한 낮선 환경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서슴없이 내어 주는 것, 사람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어찌 보면 가장 낮은 곳에서 열정을 갖고 묵묵히 인문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이 바로 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관장이 쓴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이 2014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가운데 한 권으로 뽑혔다. 작은 책 하나가 시골 도서관을 살리는 씨앗이 되리라.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신호리 973 동백마을

                        010.5341.7125, http://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신현림) 현자의숲 펴냄, 2012.8.12.



  시를 쓰고 사진을 찍는 신현림 님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은 바로 ‘나를 사랑하기 좋은 날’이라고 말한다. 가만히 헤아려 본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란, 남들(사회와 제도)이 나를 틀에 가두어서 굴레에 갇히도록 일을 시키는 날이리라. ‘나를 사랑하기 좋은 날’이란, 내가 오로지 나를 제대로 바라보면서 내 삶을 즐겁게 가꾸어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는 날이리라.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같은 글을 쓸 수 있을 만큼, 신현림 님은 하루하루 기쁜 웃음으로 누렸구나 하고 생각해 본다. 4348.3.6.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나를 사랑하기 좋은 날
신현림 글.그림 / 현자의숲 / 2012년 8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5년 03월 06일에 저장
구판절판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떻게 좀 안 될까요 3
아소우 미코토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72



아기와 사랑에 얽힌 실타래

― 어떻게 좀 안 될까요 3

 아소우 미코토 글·그림

 최윤정 옮김

 시리얼 펴냄, 2011.3.25.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좀 안 될까요’라고 하는 말은 ‘안 될 만한 일’을 바랄 적에 합니다. 안 되니까 안 된다고 하는 일을 슬그머니 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말을 합니다. 그런데, 더 생각해 보면 ‘안 될 일’이란 없습니다. 그냥 하면 됩니다. 잘못한 일이 있으면 뉘우치면 되고, 올바르지 않다 싶은 일은 올바르게 되도록 바꾸면 됩니다. ‘법대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삶에 맞게 가다듬거나 추슬러서 새롭게 고치면 되는 일입니다.



- ‘어둡다고 불평하기보다는 스스로 나아가 불을 밝히자.’ (13쪽)

- “아카보시는 입은 거칠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으니까. 동정도 하지 않고.” (18쪽)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달립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뒤로 달릴 수 있어요. 꼭 앞으로만 가라는 법은 없습니다. 나들이를 가다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요. 집에서도 얼마든지 나들이를 누릴 수 있습니다. 밥과 국을 따로 먹을 수 있고, 밥과 국을 섞어서 먹을 수 있습니다. 꼭 어떻게 해야 하는 법은 없습니다. 즐겁게 누리면서 이루는 삶이면 됩니다.


  누워서 피리를 불 수 있습니다. 엎드려서 하모니카를 불 수 있습니다. 한손으로 피아노를 칠 수 있습니다. 발가락으로 기타를 뜯을 수 있습니다. 손으로 붓글씨를 쓰는 사람이 있지만, 발로 붓글씨를 쓰는 사람이 있고, 입으로 붓글씨를 쓰는 사람이 있어요. 저마다 제 몸과 삶에 맞추어서 하나하나 누립니다.


  책을 빨리 읽을 수 있고, 노래를 오래도록 부를 수 있습니다. 밥을 여러 그릇 비울 수 있고, 밥술을 조금만 뜰 수 있어요. 틀에 박힌 삶은 없습니다. 틀에 맞추어야 하는 삶이 아닙니다. 우리가 생각할 대목은 언제나 오직 하나예요. 즐겁고 아름다운 사랑이 피어나는 삶인가 하는 대목을 생각하면 됩니다.




- “(개) 콜리가 일어섰다는 이유만으로 노파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진다. 요컨대 그만큼 주인에게는 동물을 관리할 책임이 요구되는 겁니다.” (56쪽)

- “쇼지 군, 즐거워 보이는군.” “아,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 자네가 소리내 웃는 게 신선해서 그래.” “그런가요?” (62쪽)

- “나도 모르게 몸이 굳어버린단 말이야. 개를 보거나 소리만 들어도. 아무리 애를 써도 그 공포를 잊을 수가 없어. 게다가 내가 겁먹은 걸 아는지 유난히 개들이 꼬여서,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럼 저희 집 주소를 아셨던 건.” “부근에 개를 키우는 집은 전부 파악해 두고 있거든. 무서우니까.” “저야말로 부끄럽습니다. 개가 너무 좋은 나머지 ‘싫다’는 마음에 ‘무섭다’가 포함되어 있다는 건 상상도 못하고, 정말 죄송합니다.” (83쪽)



  아소우 미코토 님이 빚은 만화책 《어떻게 좀 안 될까요》(시리얼,2011) 셋째 권을 읽습니다. 셋째 권을 보면, 아기와 얽힌 이야기가 꾸준히 흐릅니다. 아기를 낳는 사람과 아기를 돌보는 사람 이야기가 가만히 흐릅니다. 아기를 사랑하려는 사람과 아기한테서 등을 돌린 사람 이야기가 찬찬히 흐릅니다.


  아기는 왜 태어날까요? 사내와 가시내가 살을 섞었으니 아기가 태어날까요? 서로 사랑으로 만났기에 아기가 태어날까요? 사내와 가시내는 서로 살을 섞을 때에 사랑일까요?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살을 섞지 않고 서로 마주앉아 따스히 바라보기만 해도 기쁘지 않을까요? 살을 섞는 몸짓이 되어야 비로소 사랑이라고 여긴다면, 사랑이란 참말 무엇일까요?




- “정 힘들면 무리하지 말고 병원에 가요. 당신 몸은 지금, 두 사람 몫이니까요.” (96∼97쪽)

- “이건 사카가미 씨에겐 별 거 아닐지 모르겠지만, 만일 재판 결과 인지된다면, ‘인지 재판 확정일’이 기재됩니다. 아이의 호적에.” “엑?” “언젠가 아이가 자신의 호적을 보고, 친부가 자신의 인지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자신이 친부가 원치 않은 아이였다는 걸 알게 되겠죠.” (109∼110쪽)



  학교에서는 아이한테 사랑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나라나 사회나 정치도 사람들한테 사랑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사랑을 다루는 일은 없습니다. ‘사랑이라는 허울을 씌운 연속극’은 있어도, 참사랑을 보여주는 연속극은 없다고 할 만합니다.


  학교에서는 입시교육만 합니다. 교과서도 대학입시와 얽힌 지식만 다룹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서로 아끼고 돌보면서 이루는 사랑을 들려주지 않습니다. 성교육은 하지만 사랑교육은 하지 않는 학교입니다. 학교와 동네와 사회뿐 아니라, 집에서도 어버이와 아이가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아름다운 하루를 짓는 모습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저마다 사랑을 배우지 못하고 알지 못하며 느끼지 못하니, 이러한 사회에서는 ‘허울뿐인 거짓사랑’만 넘칠는지 모릅니다. 온통 허울뿐인 사회요 학교이며 동네이니,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참모습하고는 동떨어진 삶으로 나아갈는지 모릅니다.




- “교육과 학대의 경계는 대체 어디일까요.” “사랑이요!” (148쪽)



  ‘교육’과 ‘학대’ 사이를 맺고 끊는 금은 ‘사랑’입니다. 가르침이 되려면 사랑이어야 하고, 배움이 되려면 사랑이어야 합니다. 사랑이 없이는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못합니다. 일과 놀이에서도 똑같아요. 사랑이 있을 때에 일이고 놀이입니다. 사랑이 없이 하는 일과 놀이라면 재미없기도 하지만 힘들고 괴롭습니다. 사랑이 없이 쓰는 글이나 읽는 책이라면, 이 또한 얼마나 고되면서 지겨울까요.


  밥 한 그릇을 사랑으로 짓습니다. 빨래 한 점을 사랑으로 합니다. 말 한 마디를 사랑으로 들려줍니다. 눈짓 한 번을 사랑으로 보냅니다. 모두 사랑입니다. 모두 사랑일 때에 비로소 울타리도 허물도 껍데기도 거짓도 없이 즐거운 삶입니다. 4348.3.6.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로 읽는 책 197] 할머니 이야기



  할머니 이야기는 어머니 이야기

  어머니 이야기는 내 이야기

  내 이야기는 아이 이야기



  할머니가 오랫동안 가슴에 담은 이야기를 아이들이 따스히 물려받을 수 있으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가슴으로 품은 이야기를 가슴으로 물려받아서, 다시 가슴으로 가꾸어 다시 물려줄 수 있으면, 이렇게 두고두고 사랑 어린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으면, 우리 삶은 늘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그래서, 할머니 이야기는 바로 우리 어머니 이야기가 되고, 우리 어머니 이야기는 내 이야기가 되며, 내 이야기는 다시 우리 아이들 이야기가 되면서 새롭게 자라요. 4348.3.6.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