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살짝 없는 사이



  엊저녁에 아버지가 바깥일을 보느라 혼자 두 시간 반 즈음 집을 비웠다. 이동안 두 아이는 ‘아버지가 없다’며 울었단다. 아버지와 함께 따라가고 싶다며 울었단다. 그렇구나. 아버지가 너희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구나. 아버지가 바깥일을 볼 적에 너희와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생각해야겠구나. 너희와 함께 다닐 만한 일을 헤아리고, 너희와 함께 볼일을 보며, 너희와 함께 여러 가지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삶으로 제대로 하루를 지어야겠구나. 이제 아버지는 집에 함께 있고, 너희와 함께 누워서 잠들었으며, 아침에도 함께 일어날 테니, 다시 새롭게 기쁜 웃음으로 놀자. 4348.3.8.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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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넋·삶 30 춤추는 물결



  물결은 언제 어디에서나 춤춥니다. 물결이 물결인 까닭은 춤추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과학으로도 밝히는데, 물은 그릇에서 바닥에 쏟을 적에는 한곳에서 다른 한곳으로 흐릅니다. 이와 달리 물은 ‘갇힌 어느 한곳’에서는 위아래로 움직일 뿐입니다. ‘물이라고 하는 결’을 보여줄 뿐입니다.


  요즈음은 ‘물결’이라는 낱말보다 ‘파도(波濤)’라는 한자말을 쓰는 사람이 많이 늘었습니다만, ‘파도’란 ‘물결’을 한자로 옮긴 낱말일 뿐입니다. 한국말사전 뜻풀이를 보면 “파도 = 바다에 이는 물결”입니다. 게다가 ‘물결’에 뜻풀이를 달 적에 “(2) 파도처럼 움직이는 어떤 모양이나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처럼 적기도 해요. 아주 오락가락하는 뜻풀이요, 엉터리 뜻풀이입니다.


  그러나 한국말사전을 엮은 국어학자는 말뜻과 말결을 모르기 때문에 이처럼 뜻풀이를 답니다. 한국사람이면서 한국말 ‘물결’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도 넋과 말과 삶을 제대로 모릅니다. 왜 그러할까요? ‘파도’라는 낱말을 쓸 적에는, ‘물이라고 하는 결’과 ‘물에 이는 결’을 헤아리거나 살피지 못합니다. 오직 ‘물결’이라고 쓸 때에만 비로소 ‘물 + 결’을 귀로 듣고 마음으로 생각해서 몸으로 느낍니다.


  물결이 칠 적에 물은 늘 그곳에 있습니다. 다른 곳으로 안 갑니다. 숨을 쉬는 내 모습을 그려 보셔요. 숨을 쉴 적에 바람은 어디에 가지 않습니다. 내 몸도 어디에 가지 않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숨은 그대로 있습니다. ‘숨결’이라는 낱말을 제대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내 몸을 이루는 살점은 ‘살결’입니다. 손가락으로 살을 눌렀다가 떼어 보셔요.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짐을 들 적에도, 일을 할 적에도, 물을 만질 적에도, 걸상에 앉거나 자리에 누울 적에도 ‘살’은 이리저리 움직이지만 언제나 이곳에 있습니다. 다른 데로 안 갑니다. 늘 제자리로 돌아오는 살이기에 ‘살결’을 느낍니다.


  착한 마음과 나쁜 마음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그저 한마음이 여러 모습으로 바뀔 뿐입니다. 이리하여, 예부터 우리 겨레는 ‘마음결’을 말합니다. 마음결이 ‘한결’같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마음씨’를 곱게 갖추도록 애썼어요. 마음씨란 ‘마음에 심는 씨’입니다. 마음씨를 심어서 마음결이 한결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잠을 자면서 몸을 쉬고, 앞으로 할 새로운 일을 꿈으로 짓습니다. 그러면 ‘꿈결’은 무엇일까요. 꿈은 어디 먼 나라에서 나한테 찾아오지 않습니다. 모든 꿈은 내가 스스로 짓습니다. 내가 스스로 지은 꿈이 언제나 내 삶으로 드러납니다. ‘꿈결’을 가꾸는 내 넋을 깨달을 수 있으면, 내 ‘삶결’은 바로 꿈결 따라 바뀌는 줄 알아챌 수 있습니다.


  해가 뜨고 집니다. 햇빛이 바뀝니다. 햇빛을 제대로 살피는 사람이라면 ‘빛결’을 알아채서, 언제 씨를 뿌리고, 언제 거두어, 언제 갈무리하면 알맞을는지를 압니다. 노래를 부를 적에도 그렇지요.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은 노랫가락을 다스릴 줄 압니다. 이른바 ‘노랫결’을 어루만질 수 있을 때에 노래를 아름답게 부릅니다.


  물결이 춤춥니다. 물결은 ‘요동(搖動)치’지 않습니다. 물결은 춤춥니다. 춤은 ‘틀에 박힌 몸짓’이 아닙니다. 언제나 다르고 언제나 새로우며 언제나 즐거운 춤사위입니다. 연예인이나 대중가수가 ‘똑같은 몸짓’을 보여주려고 몸을 괴롭히면서 억지스레 보여주는데, 수많은 연예인이나 대중가수는 ‘똑같은 몸짓’이 ‘춤사위’라도 되는듯이 억지를 부리니 뼈와 뼈마디가 모두 닳거나 낡아요. 이와 달리, 늘 새롭고 다르며 즐겁게 춤을 추는 사람은 여든이나 아흔 살이 되어도 홀가분하게 춤사위를 놀립니다. 그래서, ‘물결’은 ‘춤춘다’고 합니다. 언제나 그곳에 있으면서 언제나 한결같기에 물결은 춤춥니다.


  내 몸이 튼튼하려면, 내 살결을 살피고, 내 숨결을 가다듬으며, 내 마음결을 가꿀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삶이 아름다우려면, 내 꿈결을 새롭게 지으면서, 내 말결을 슬기롭게 가다듬어서, 내 하루가 푸른 노랫결로 흐르도록 기운을 모두어야 합니다. 삶은 언제나 물결칩니다. 삶은 언제나 물결처럼 춤춥니다. 4348.2.27.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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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한 편은 무척 아름답다. 아이들과 함께 심을 씨앗 한 톨은 무척 아름답다. 아이들과 함께 올라타거나 바라볼 나무 한 그루는 무척 아름답다. 그렇다. 아이들과 함께 누리는 모든 것은 늘 아름답다. 나 혼자 누리는 것 가운데에도 아름다운 것이 있고, 아이들과 함께 누리는 것에서 새롭게 아름다운 것이 있다. 4348.3.7.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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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에 '생태문화모임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오늘 이 모임을 우리 사진책도서관에서 합니다.

다만, 아직 전기와 물을 못 쓰는 도서관이라서

살짝 모임을 하고 나서 자리를 옮겨

다른 곳에서 이야기잔치(강의)를 잇습니다.


오늘 고흥 이웃님하고 나눌 이야기를

곰곰이 헤아리면서 차근차근 살핍니다.


복사기도 인쇄기도 쓰지 못해 ^^;;;

(인쇄기 잉크가 다 떨어지기도 했기에 -_-;;;;)

오늘 들려줄 이야기는

종이에 따로 써 놓았습니다.


오늘 이야기잔치를 마치고 나서

어떤 이야기를

고흥 이웃님과 나누었가 하고

갈무리를 할 생각입니다.


마루에 앉아서 봄볕을 쬐며

'이야기잔치 실마리'를 찾다 보니

그동안 이곳 고흥에서 일군 '말삶'과 '숲말'이 무엇이었나 하고

찬찬히 짚을 수 있었어요.


이제 아이들하고 자전거를 타고 마실을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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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98] 엄지



  으뜸을 가리키는 엄지는

  막째를 나타내는 새끼와 함께

  따사로운 손가락 하나



  엄지손가락이 있어 새끼손가락이 있고, 새끼손가락이 있어 엄지손가락이 있습니다. 다섯손가락이 있어 서로 아끼면서 돌보고, 저마다 예쁜 숨결이 되어 어우러집니다. 어느 한 손가락이라도 다치면 손을 쓰기 어렵습니다. 모든 손가락이 튼튼하고 고울 적에 내 손은 가장 멋지고 사랑스럽게 움직입니다. 4348.3.7.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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