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59) ‘정말’과 ‘참말’


꿀벌들이 붕붕대는 소리가 정말로 시끄러웠거든 … 계곡도 보았지. 정말로 멋진 광경이었어 … 정말 그렇구나. 우리는 이제 행복해 … 이야기들이 생쥐 수프를 정말 맛나게 할 거야 … 이제 생쥐 수프는 정말로 맛이 좋을 거야

《아놀드 로벨/엄혜숙 옮김-생쥐 수프》(비룡소,1997) 15, 25, 30, 52, 60쪽


 정말로 시끄러웠거든 → 참 시끄러웠거든

 정말로 멋진 광경이었어 → 매우 멋졌어

 정말 그렇구나 → 참으로 그렇구나

 정말 맛나게 → 아주 맛나게

 정말로 맛이 좋을 → 무척 맛이 좋을



  요즈음 나오는 어린이책을 보면 하나같이 ‘정(正)말’이라는 낱말을 매우 자주 씁니다. 그야말로 아주 쉽게 씁니다. 한국말로 올바르게 ‘참말’로 쓰거나 바로잡을 줄 아는 어른은 퍽 드뭅니다.


  한국말사전을 펼쳐 봅니다. ‘正말’을 “거짓이 없이 말 그대로임”으로 풀이합니다. ‘참말’은 “사실과 조금도 틀림이 없는 말”로 풀이합니다. 두 낱말이 말풀이가 다릅니다. 한자 ‘正’을 붙인 ‘정말’은 “거짓이 없이”라 하고, 한국말 ‘참말’은 “사실과 틀림이 없는”이라 합니다. 한자말 ‘사실(事實)’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한자말 ‘실제(實際)’눈 “사실의 경우나 형편”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실 = 실제”인 셈이요, 한국말사전 말풀이는 돌림풀이입니다. 이래서야 ‘참말’이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참’이라는 한국말은 “사실이나 이치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는 것”으로 풀이합니다. 아무래도 모두 뒤죽박죽입니다.


 정말 → 참말


  거짓이 아니기에 ‘참’입니다. 참이 아니기에 ‘거짓’입니다. 그렇지요. 참과 거짓은 서로 맞물립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正’이나 ‘사실’이나 ‘실제’ 같은 낱말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 이런 낱말을 자꾸 쓰면 쓸수록 뒤죽박죽이 되면서 말뜻이 뒤엉킵니다. ‘正 + 말’ 꼴로 지은 엉터리 낱말은 말끔히 털어내면서 ‘참말·참말로’를 쓰면 됩니다. 이러면서 이야기 흐름에 맞추어 ‘참’이라든지 ‘매우·아주·몹시’를 넣으면 되고, ‘퍽·꽤·제법’을 넣을 수 있고, ‘대단히·엄청나게·더없이·그야말로’를 넣으면 됩니다. 4348.3.1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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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붕붕대는 소리가 참 시끄러웠거든 … 골짜기도 보았지. 매우 멋졌어 … 참으로 그렇구나. 우리는 이제 기뻐 … 이야기가 생쥐 국물을 아주 맛나게 할 테야 … 이제 생쥐 국물은 무척 맛이 좋을 테야


‘계곡(溪谷)’은 ‘골짜기’로 다듬고, ‘광경(光景)’은 ‘모습’으로 다듬습니다. ‘행복(幸福)해’는 ‘기뻐’로 손질하고, ‘수프(soup)’는 ‘국’이나 ‘국물’이나 ‘찌개’로 손질하며, “할 거야”는 “할 테지”로 손질합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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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037) 낭만적 1


그래도 리젯은 낭만적인 꿈에 부풀었고, 뭔가 모험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니스트 톰슨 시튼/장석봉 옮김-다시 야생으로》(지호,2004) 64쪽


 낭만적인 꿈에 부풀었고

→ 새로운 꿈에 부풀었고

→ 부푼 꿈이 가득했고

→ 풋풋한 꿈에 부풀었고

→ 애틋한 꿈에 부풀었고

→ 싱그러운 꿈에 부풀었고

→ 사랑스러운 꿈에 부풀었고

 …



  ‘낭만’이라는 낱말을 쓰는 분이 있으면 슬쩍 “그러게요, 그런데 ‘낭만’이 무엇을 가리키지요?” 하고 묻곤 합니다. ” 이때에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낭만’이 무엇을 가리키거나 뜻하는지 제대로 이야기해 주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 낱말을 쓰는 사람은 무척 많고, ‘낭만 + 적’ 꼴인 ‘낭만적’을 쓰는 분은 더더욱 많습니다.


  한국말사전에서 ‘낭만’을 찾아보면 퍽 갑갑합니다. 말풀이는 “정서적이며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 상태”인데다가 “실현성이 적은” 무엇이라고 나옵니다. 이런 말풀이를 읽으면서 ‘낭만’이 무엇인가를 헤아려 볼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정서적이며’는 무엇이고 ‘이상적으로’는 또 무엇인가요.


  ‘정서적(情緖的)’이란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무엇이라 합니다. ‘정서’는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이라 합니다. ‘이상적(理想的)’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이라 하는군요. 그러니까, “사람들한테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무엇을 일으키는 느낌”이 ‘낭만’인 셈입니다. 이러면서 ‘실현성(實現性)’이 적다고 했는데, ‘실현성’이란 “실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라고 하니까, “이루기 힘들다”는 소리요, 한 마디로 갈무리해 보면, “사람들한테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무엇을 일으키지만 이루어지기 힘든 느낌”을 놓고 ‘낭만’이라 일컫는 셈입니다.


  이번에는 ‘낭만적’ 풀이를 봅니다. “현실적이 아니고 환상적이며 공상적인”이라고 나옵니다. ‘낭만’ 풀이에서는 “실현성이 적은”이라 했는데 ‘낭만적’ 풀이에서는 “현실적(現實的)이 아닌”이라 하는군요. ‘-적’을 붙인 낱말이니 말풀이에서도 ‘-적’을 붙여야 하는가 봅니다. ‘현실적’은 “현재 실제로 존재하거나 실현될 수 있는”을 가리킨답니다. 곧 “이 자리에 있거나 이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을 뜻하는 셈이고, “현실적이 아닌”이란 “이 자리에 없거나 이곳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을 가리킵니다. ‘환상적(幻想的)’이란 “생각 따위가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고 헛된”이라 합니다. 말풀이에 ‘현실적인’이 다시 되풀이되는군요. ‘낭만적’ 말풀이는 겹말인 셈입니다. ‘공상적(空想的)’이란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실현될 가망이 없는 것을 막연히 그리어 보는”이라 합니다. 이 말풀이에서도 ‘현실적’이 거듭 나옵니다. ‘낭만적’ 말풀이는 같은 풀이가 세 차례 거듭되는 아주 얄궂은 겹말인 꼴입니다. 게다가 ‘공상적’ 풀이에서는 “실현될 가망이 없는”이라는 대목마저 있습니다. 어쩜 한국말사전 말풀이는 이토록 엉망진창 겹말투성이일 수 있을까요. 아무튼, 한 마디로 간추리자면 “이루어지기 힘들거나 이루어질 수 없는 무엇을 그리는” 일이 ‘낭만적’이라는 소리인데, 말풀이는 얼렁뚱땅 엉터리로 적히고, 이래저래 겹말만 가득합니다.


  이런 말풀이를 읽으면서 낱말뜻을 옳게 헤아릴 만한 사람은 거의 없겠구나 싶습니다. 말풀이를 읽어도 말뜻을 헤아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람들은 처음부터 말뜻이나 말느낌이 어떠한가조차 제대로 살피지 않는구나 싶습니다.


 꿈같다 . 꿈만 같다 . 꿈과 같다

 꿈결 같다 . 꿈나라 같다 . 꿈누리 같다


  이 보기글에서는 “꿈에 부풀었고”나 “부푼 꿈이 가득했고”처럼 적바림해 보아도 됩니다. 애써 ‘낭만적인’ 꿈이라 적지 않아도 됩니다. 말차례를 바꾸어 “부푼 꿈”이라 한 다음 “부푼 꿈이 가득했고”라든지 “부푼 꿈이 넘쳤고”나 “부푼 꿈으로 즐거웠고”나 “부푼 꿈이 감돌았고”나 “부푼 꿈으로 기뻤고”처럼 적바림할 수 있어요.


  또는 ‘풋풋한’이라든지 ‘애틋한’이라든지 ‘사랑스러운’이라든지 ‘아련히 그리운’이라든지 ‘고운’이라든지 ‘무지개 빛깔’ 같은 꾸밈말을 넣어 봅니다. “신나는 꿈에 부풀었고”처럼 적어 보아도 잘 어울립니다.


  일본사람이 즐겨쓰는 ‘낭만’과 ‘낭만적’이라는 낱말이 이 나라에 들어오기 앞서, 한국사람은 ‘꿈’이나 ‘꿈 같다’ 같은 말로 내 느낌과 넋과 마음을 담아내거나 나타내며 살았습니다. ‘꿈같다’처럼 한 낱말로 쓰지는 않으나, 가만히 보면 ‘꿈같다’처럼 한 낱말을 새롭게 일구어 내 느낌과 넋과 마음을 나타내면 잘 어울리리라 생각합니다.


  이리하여, ‘사랑스러운·애틋한·보드라운·좋은·살가운·풋풋한·기쁜·즐거운·반가운·고즈넉한·아름다운·아리따운·고운·예쁜’ 같은 말마디를 알맞게 골라서 붙일 수 있습니다. 때와 곳을 살펴서 이 같은 꾸밈말을 넣으면 됩니다.


  시를 읊거나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라면, “낭만적인 목소리”가 아닌 “달콤한 목소리”이거나 “꾀꼬리 같은 목소리”이거나 “구수한 목소리”이거나 “보드라운 목소리”라 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낭만적으로 보일지도

→ 무척 멋있어 보일지도

→ 몹시 아름다워 보일지도

→ 참으로 좋아 보일지도


  그러고 보니, 나날이 ‘멋’이나 ‘아름다움’ 같은 낱말로 이야기를 읊는 사람을 마주하기 어렵습니다. 나날이 ‘낭만’과 ‘낭만적’이라는 낱말로 이야기를 읊는 사람만 마주합니다. ‘꿈’이나 ‘꿈결’이나 ‘꿈누리’나 ‘꿈나라’ 같은 낱말로 내 넋과 얼을 드러내려는 사람 또한 마주하기 힘듭니다.


  나 스스로 내 삶에 꿈이 깃들지 못하니, 내 넋이나 말에 꿈결 같은 느낌이 묻어나지 못하리라 봅니다. 꿈이 없는 삶에 꿈을 잃은 말입니다. 꿈하고 동떨어진 삶에 꿈이랑 멀어지는 글입니다. 4341.1.14.달/4343.12.6.달/4348.3.1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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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리젯은 새로운 꿈에 부풀었고, 뭔가 부딪혀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험(冒險)을 해 보고”는 그대로 둘 만하지만, “부딪혀 보고”로 손볼 수 있습니다.



낭만적(浪漫的) : 현실적이 아니고 환상적이며 공상적인

   - 낭만적 성향 / 순전히 문학도로서의 낭만적 성격과 호기심 /

     낭만적인 분위기 / 그는 낭만적인 목소리로 시를 낭독했다 /

     양 떼를 몰고 저 비단길을 오르는 것도 상당히 낭만적으로 보일지도

낭만(浪漫) : 실현성이 적고 매우 정서적이며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 상태

   - 젊은 시절의 낭만 / 정열과 낭만이 넘치던 학창 시절 / 낭만에 젖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1625) 낭만적 2


“그게 이 무사 유령이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미련이야. 그것만 하면 성불할 수 있겠지.” “정말 그것만 하면?” “그러면 더 이상 여한은 없소.” “알겠어요. 어쩐지 딱하기도 하고, 낭만적이야.”

《타카하시 류미코/서현아 옮김-경계의 린네 2》(학산문화사,2010) 17쪽


 낭만적이야

→ 멋있어

→ 아름다워

 …



  아득한 옛날에 싸움이 잦았다고 합니다. 땅을 일구던 수수한 사람은 싸움을 일으키지 않으나, 땅을 일구는 사람을 다스린다는 권력자는 으레 이웃 나라나 겨레를 넘보면서 쳐들어가 싸움을 벌였습니다. 이때에 억지로 싸움터로 끌려가서 칼을 휘두르거나 활을 쏘면서 애꿎게 죽어야 한 사람이 많았고, 이 싸움터에서 죽은 사내 한 사람이 끝끝내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고 유령으로 남았답니다. 이 유령은 ‘넋 혼인’을 해 주면 아쉬움을 털고 저승으로 가겠다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은 아이는 “어쩐지 딱하기도 하고, 낭만적이야.” 하고 말합니다.


  사랑을 찾거나 바라면서 저승으로 못 가고 이승에서 떠도는 무사 유령입니다. 이녁 삶이란 슬프다 할 만하고 애틋하다 할 만합니다. 이렇게 슬프다 할 만하거나 애틋하다 할 만한 이야기는 으레 소설이라든지 영화에 나오며, 이렇게 소설이나 영화로 꾸며서 내놓은 이야기를 보는 사람들은 ‘아름답다’라든지 ‘멋있다’라든지 ‘애처로우면서 꿈 같다’고 여기곤 합니다.


  아름다운 사랑을 찾아 온삶을 바치니, 어느 모로 보자면 어리석지만 다르게 보자면 이 몸짓 그대로 아름답습니다. 고운 사랑을 바라며 온마음을 기울이니, 어느 구석으로 보자면 어리숙하지만, 다른 구석으로 살피자면 이 몸짓이 고스란히 곱습니다.


  “어쩐지 딱하기도 하고, 아름다워.”입니다. “어쩐지 딱하기도 하고, 고운 사랑이야.”입니다. “어쩐지 딱하기도 하고, 꿈결 같은 이야기야.”입니다. 4343.12.6.달/4348.3.1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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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 무사 유령이 이승에 남긴 마지막 아쉬움이야. 그것만 하면 곱게 저승에 갈 수 있겠지.” “참말 그것만 하면?” “그러면 더 앙금이 없소.” “알겠어요. 어쩐지 딱하기도 하고, 멋있어.”


‘미련(未練)’은 ‘아쉬움’으로 다듬습니다. ‘성불(成佛)’이란 부처가 되는 일을 뜻하는데, 이 자리에서는 “곱게 저승으로 갈”로 손질합니다. ‘정(正)말’은 ‘참말’로 손보고, ‘더 이상(以上)’은 ‘더는’으로 손보며, ‘여한(餘恨)’은 ‘남은 아쉬움’이나 ‘아쉬움’이나 ‘앙금’으로 손봅니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1707) 낭만적 3


넝쿨 집이라고 하면 왠지 아주 특별하고 비밀스러운 느낌이 든다. ‘그 집’이나 ‘거기’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낭만적이다

《황선미-나온의 숨어 있는 방》(창비,2006) 204쪽


 훨씬 낭만적이다

→ 훨씬 따스하다

→ 훨씬 포근하다

→ 훨씬 사랑스럽다

→ 훨씬 살갑다

→ 훨씬 좋다

→ 훨씬 낫다

→ 훨씬 듣기 좋다

 …



  즐겁게 지내는 집이라 하면 아무래도 즐거움이 환하게 드러나는 이름을 붙여야 즐겁습니다. 기쁘게 웃고 노래하는 보금자리라 하면 참으로 기쁘게 웃고 노래하는 느낌이 살아날 만한 이름을 붙여야 기쁘면서 사랑스럽습니다. 서로 아끼며 돌보는 사이라면, 서로 아름답거나 살가운 이름을 부르리라 생각합니다. 함께 좋아하며 보살피는 이웃이라면, 함께 반가우면서 좋은 이름을 부르리라 생각해요. 4348.3.1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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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 집이라고 하면 왠지 아주 새롭고 숨겨진 느낌이 든다. ‘그 집’이나 ‘거기’라고 할 때보다 훨씬 사랑스럽다


‘특별(特別)하고’는 ‘남다르고’나 ‘다르고’나 ‘새롭고’로 손보고, ‘비밀(秘密)스러운’은 ‘숨겨진’으로 손봅니다. “하는 것보다”는 “할 때보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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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57) 통하다通 83


해마다 바다에서 직접 잡는 해산물은 9500만 톤이나 되고, 양식을 통해 얻는 해산물도 4500만 톤이나 됩니다

《얀 리고/이충호 옮김-바다가 아파요》(두레아이들,2015) 13쪽


 양식을 통해

→ 양식을 해서

→ 양식으로

→ 길러서

 …



  낚아서 물고기를 얻는다면 ‘낚아’서 얻습니다. “낚시를 통하”거나 “고기잡이를 통하”지 않습니다. 물고기를 길러서 얻는다면 ‘길러’서 얻습니다. “기르기를 통하”거나 “양식을 통하”지 않습니다. 한자말 ‘양식’을 그대로 쓰려 한다면 “양식을 해서”나 “양식으로”로 고쳐쓰고, 이 한자말을 굳이 안 써도 된다면 “길러서”로 고쳐씁니다. 4348.3.13.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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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바다에서 낚거나 캐서 9500만 톤이나 얻고, 길러서 4500만 톤이나 얻습니다

고기와 조개와 바닷말을 해마다 바다에서 9500만 톤이나 낚거나 캐서 얻고, 4500만 톤이나 길러서 얻습니다


“직접(直接) 잡는”은 “바로 잡는”으로 손질해야 할 텐데, 고기를 낚는 일은 ‘잡다’가 아닌 ‘낚다’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해산물(海産物)’은 ‘바닷고기’나 ‘고기’나 ‘고기와 조개’나 ‘고기와 조개와 바닷말’로 손봅니다. ‘양식(養殖)’은 ‘기르는’ 일을 가리키니 “양식을 통해”는 “길러서”로 다듬습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60) 통하다通 84


할머닌 실수가 없는 분이야. 그런데도 모르셔. 우리끼리는 통하는데, 할머니는 아냐. 우리만큼은 아닌 것 같아

《황선미-나온의 숨어 있는 방》(창비,2006) 204쪽


 우리끼리는 통하는데

→ 우리끼리는 되는데

→ 우리끼리는 이어지는데

→ 우리끼리는 아는데

 …



  끼리끼리 이어지는 사이가 있습니다. 끼리끼리 이어진다면, 서로 잘 안다고 할 만합니다. 이때에는 서로 어떤 일이나 말을 하든 잘 된다고도 할 만합니다. “마음이 맞다”나 “죽이 맞다”라고도 합니다. “한마음이 된다”거나 “같은 마음”이라고도 할 테지요. 이 보기글에서는 바로 앞에 ‘모르셔’라는 낱말을 썼으니, “우리끼리는 ‘아는데’”로 손보면 앞뒤가 잘 맞으리라 느낍니다. 4348.3.13.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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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닌 빈틈이 없는 분이야. 그런데도 모르셔. 우리끼리는 아는데, 할머니는 아냐. 우리만큼은 아닌 듯해


‘실수(失手)’는 ‘잘못’으로 바로잡을 낱말인데, 이 자리에서는 “빈틈이 없는”이나 “허술하지 않은”으로 손봅니다. “아닌 것 같아”는 “아닌 듯해”로 손질합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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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찰을 전하는 아이 푸른숲 역사 동화 1
한윤섭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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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84



역사를 다루는 ‘동화’와 ‘이야기’

― 서찰을 전하는 아이

 한윤섭 글

 백대승 그림

 푸른숲주니어 펴냄, 2011.10.31.



  한윤섭 님이 쓴 《서찰을 전하는 아이》(푸른숲주니어,2011)를 읽습니다. 이 책은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나던 조선 사회 가운데 봇짐장수가 바라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양반이나 임금이나 지식인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도 아니고, 농민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여러 신분과 계급을 이루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쪽 물건을 저쪽으로 잇고, 저쪽 물건을 이쪽으로 잇는 사람 이야기가 천천히 흐릅니다.


  봇짐장수는 조선 사회에서 무엇을 바라보았을까요. 봇짐장수가 봇짐에 넣어 이쪽과 저쪽을 이은 글월에는 어떤 생각이 깃들었을까요. 글월을 주고받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품으면서 어떤 뜻을 펼치려 할까요.



.. “피노리에서 잡히지 않았어도 아마 다른 곳에서 잡혔겠지. 내 운이 다한 것뿐이다.” “좋은 세상 만들겠다고 하셨잖아요! 양반 천민 없는 평등하고 살기 좋은 세상, 행복한 세상을 만드셔야지요.” “그 말이 듣기 좋구나. 아이야, 고맙다. 이제 가거라.” “장군님을 만나러 오는 동안 처음으로 행복했어요.” “그래, 나도 널 만나서 행복하구나.” ..  (155쪽)



  글월을 나르던 봇짐장수는 그만 길에서 죽습니다. 봇짐장수가 건사하는 아이가 제 아버지가 못 다한 일을 마무리지으려 합니다. 아이는 거칠고 고단한 길을 걷고 걸어서 비로소 뜻을 이룹니다. 그런데, 봇짐장수 아이가 건넨 글월을 받은 ‘전봉준’은 글월에 적힌 이야기를 따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함께 일하는 동무(동지)를 믿지 않으면 어떡하느냐고 말했다고 적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느낍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을 안 믿으면 누구를 믿을까요? 그러나, 함께 일하는 사람 가운데 거짓쟁이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 눈길이 닿지 않도록 조용히 글월을 띄우고 받’지요. 함께 일하는 동무를 믿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을 제대로 다스리라는 뜻으로 글월을 주고받아요.



.. “아버지, 산에는 왜 다녀온 건가요?” “스님이 눈이 침침해져 책을 못 보신다는 소식을 듣고, 안경을 드리러 온 것이다.” “정말 안경을 드리러 온 것뿐이에요?” 내가 믿지 못하겠다는 투로 말하자, 아버지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보았다. “그래, 네 짐작이 맞다. 또 다른 할 일이 있어서 온 것이다. 스님의 서찰을 어떤 분에게 전해야 하는 일이다.” ..  (16쪽)



  한윤섭 님이 쓴 책은 《서찰을 전하는 아이》입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글월(서찰)’은 아주 커다란 고빗사위라고 할 만합니다. 아이가 목숨과 똑같이 여기면서 건사한 글월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아닌 아이 아버지가 이 글월을 건넸을 적에도 늘 목숨을 걸고 건넸을 테지요. 다시 말하자면, 글월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목숨을 겁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만 대수로이 여길 대목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한윤섭 님은 바로 이 대목, 아이가 전봉준한테 글월을 건네서 전봉준이 글월에 따라 움직이는 얼거리를 더 깊게 차근차근 다루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저 한 줄로 “내가 나와 함께한 동지도 믿지 못한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155쪽)” 하고 적으며 끝낼 만한 이야기책은 아니라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글월을 띄운 스님도, 글월을 건네는 봇짐장수도 ‘함께하는 동지’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사람은 믿고 다른 한 사람은 못 믿은 셈인데, 이렇게 어영부영 끝을 맺는다면, 이 책을 읽을 아이들은 무엇을 느끼거나 생각할까 아리송합니다.


  역사를 다룬 동화라고 해서 ‘역사에 기록된 대로 끝을 맺어’야 하지 않습니다. 역사를 다룬 동화이든 생활을 다룬 동화이든, ‘생각’을 넓혀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전봉준이 거짓쟁이(배신자)를 시골로 돌려보내고 새로운 뜻을 품으며 동학혁명을 다시 일으키는 얼거리’로 이 이야기를 끝맺을 수 있습니다. 거짓쟁이 한 사람은 찾아내어 시골로 돌려보냈으나, 다른 거짓쟁이가 또 있다는 얼거리로 이야기를 짤 수 있습니다.



.. “나이가 열셋이면 나와 동갑이다. 동갑이면 다른 사람들은 친구라고 한다. 다음에 만나거든 그때는 친구로 지내자.” 그 말에 놀라 내가 말했다. “도련님은 양반입니다.” “아니다, 나도 친구가 생겨서 좋다. 이제 차츰 세상도 그렇게 바뀔 거라고 하더라.” … “이 세상이 어찌 되려고 관군이 일본군과 합세해 조선 사람을 그렇게 죽인다는 말이냐?” 주막 아주머니의 말에 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주막 아주머니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주막 아주머니가 손사래를 쳤다 ..  (100, 124쪽)



  《서찰을 전하는 아이》를 더 살펴보면, 이 책을 이루는 뼈대는 ‘걸어서 삼천리강산을 돌아다니는 봇짐장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봇짐장수가 이 땅을 두루 밟고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으며 ‘무엇을 생각하는’가 하는 대목은 거의 안 드러납니다. 어느 철에 돌아다니고, 철마다 어떤 날씨요 들빛이며 마을살이인가 하는 모습을 하나도 안 그립니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오직 ‘주막’ 언저리입니다. 주막에서 하룻밤 묵는 이야기만 잇달아 나옵니다.


  봇짐장수가 주막에서 잠을 자기도 했을 테지만, 주막 아닌 데에서 한뎃잠도 으레 잤을 테고, 여느 시골집에서도 잠을 잤을 테지요. 봇짐장수 삶이 이 책에 제대로 드러나지도 못했고, 옛날에는 모두 시골 흙길이었을 테고, 숲도 우거졌을 텐데, 숲길과 시골길을 걸어서 다니면서 ‘아이가 삶을 새롭게 읽고 생각하는 이야기’도 한 줄조차 담지 못합니다.



.. “알고 싶은 것이 글자 두 자라고 했으니, 한 자에 한 냥을 쳐서, 나에게 두 냥을 주면 알려주겠다. 결정은 네 몫이다.” 두 냥을 달라니 노인은 도둑이 분명했다. 두 냥이면 이틀 동안 편히 자고, 밥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 “네가 여기 이렇게 온 것도 그분이 이끄신 거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나 스스로 온 것이다. 춘천으로 가지 않고 아버지가 전하지 못한 서찰을 전달하러 내 발로 온 것이었다 ..  (43, 73쪽)



  아무래도 ‘동학혁명 역사’를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얽매인 탓이지 싶습니다. 역사동화이니 역사를 다루면 되지만, 역사는 ‘한문 지식을 익힌 지식인이 적은 책에 적힌 이야기’만 역사이지 않습니다. 사람들 입과 입으로 오르내리면서 흐르는 이야기도 역사입니다. ‘기록된 역사’를 다루어야 한다면, 아이들이 굳이 이 책을 읽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기록된 역사’를 잘 갈무리한 다른 책을 읽으면 돼요. 굳이 ‘역사동화’라는 이야기를 쓰는 까닭은 ‘기록되지 않은 역사’와 ‘기록되지 않은 삶’을 새롭게 살피고 살려서, 이를 아름다운 꿈과 사랑으로 들려주면서 아이들한테 마음밥으로 삼도록 할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학 짜임새’로 본다면 《서찰을 전하는 아이》는 나쁘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훌륭하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봇짐장수 삶이 거의 드러나지 못했고, 1800년대 끝자락 시골사람 삶이 하나도 나타나지 못했으며, 그무렵 삼천리강산 숲과 들이 어떠한가를 그리지 못했으며, 열세 살 아이가 누리면서 느낀 넋을 제대로 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1800년대 끝자락을 살던 ‘양반 아닌 사람이 쓰던 말씨’를 거의 못 살렸습니다. 이 책을 보면 ‘행복’이라는 한자말이 끝에서 자꾸 나오는데, 이런 한자말은 요새나 쓰는 한자말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기쁨’이라는 한국말을 썼을 테지요. 역사를 다루는 동화라면, ‘오늘날 쓰는 말투’가 아니라 ‘예전에 살던 사람이 쓰던 말투’도 잘 헤아려서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4348.3.1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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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터놀이 26 - 물그림 그리기



  빨래터 물이끼를 거의 다 걷고 살짝 숨을 돌린다. 이즈음 큰아이는 플라스틱 그릇에 물을 받아서 시멘트벽에 쫙쫙 뿌린다. 무엇을 하는지 가만히 지켜보니, 물을 벽에 끼얹으면서 나타나는 무늬가 재미있어서 물그림을 그린다. 그러네. 쫙쫙 끼얹으면서 물그림이 나오는구나. 처음에는 가볍게 붓다가 이내 춤을 추듯이 쫙쫙 뿌리고 던지다가 날린다. 4348.3.1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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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의다락방 2015-03-13 22:00   좋아요 0 | URL
빨래터가 이렇게 생겼네요? 동네에 저렇게 있는건가요? 신기해요.^.^

파란놀 2015-03-13 22:16   좋아요 0 | URL
마을 어귀에 하나 있고, 마을 안쪽에 하나 더 있어요.
큰마을은 빨래터와 샘터가 서너 군데 있기도 해요.

저희 식구는 마을 어귀 빨래터만 치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