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말 넋 삶 (2015.3.4.)



  요즈음 ‘말 넋 삶’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쓰는 글이 있다. 내가 참으로 어릴 적부터 하려고 하던 일 가운데 하나인데, ‘한국말로 생각을 북돋아 삶을 이야기하기’를 다루는 글이다. 오늘날 지식인이 쓰는 말대로 하자면 ‘한국말로 철학하기’인 셈이다. 이 글을 날마다 즐겁게 쓰려는 뜻으로 그림을 그린다. 말과 넋과 삶이 어떤 숨결이고 바람인가를 떠올리면서 그림을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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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표 한자말 206 : 낙토樂土



이제야말로 나는 시가 내 생의 구원이 될 것이라는 예감에 오늘 하루도 즐거이 진흙밭을 낙토(樂土)로 여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하기만 하다

《임동확-나는 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실천문학사,2005) 159쪽


 낙토(樂土)

→ 즐거운 땅

→ 기쁨누리

→ 멋진 나라

→ 하늘나라

→ 아름다운 곳

 …



  한자말 ‘낙토’는 “즐거운 땅”을 가리킵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땅을 가리킨다고 뜻풀이를 하는데, ‘행복’이라는 한자말은 ‘기쁨’을 누려서 흐뭇한 마음을 가리켜요. 그러니까, “즐겁고 행복하게”는 “즐겁고 기쁘게”를 가리키는 셈이고, 뜻이 같은 낱말을 나란히 적은 셈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즐거운 땅”이나 “기쁜 터전”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기쁨누리’나 ‘기쁨나라’ 같은 낱말을 새롭게 지어서 써도 잘 어울립니다. ‘하늘나라’ 같은 낱말을 예부터 썼고, ‘하늘기쁨나라’라든지 ‘기쁜하늘나라’ 같은 낱말을 그야말로 기쁘게 써 볼 만합니다.


 황무지를 일구어 낙토로 꾸미다

→ 거친 땅을 일구어 좋은 땅으로 꾸미다

→ 거친 땅을 일구어 기름지게 꾸미다

 살기 좋은 낙토를 떠나

→ 살기 좋은 땅을 떠나

→ 살기 좋은 곳을 떠나


  한자말 ‘낙토’는 “살기 좋은 땅”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한국말사전에 나온 보기글 가운데 “살기 좋은 낙토”는 겹말입니다. 그냥 “살기 좋은 땅”이라고 적으면 됩니다. 우리는 ‘낙토’라는 낱말을 안 써도 될 뿐 아니라, 이런 낱말에 한자를 붙여서 써야 할 일도 없습니다. 4348.3.16.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제야말로 나는 시가 내 삶을 수렁에서 건져 주리라는 느낌에 오늘 하루도 즐거이 진흙밭을 꿈누리로 여길 수 있는 느긋한 마음이어서 기쁘기만 하다


“내 생(生)의 구원(救援)이 될 것이라는”은 “내 삶을 살릴 수 있다는”이나 “내 삶을 수렁에서 견져 주리라는”으로 손보고, ‘예감(豫感)에’는 ‘느낌에’나 ‘미리 느껴’로 손봅니다. “여길 수 있는 여유(餘裕)를 가질 수 있어서”는 “여길 수 있는 느긋한 마음이어서”나 “여길 수 있도록 느긋해서”로 손질하고, ‘행복(幸福)하기만’은 ‘즐겁기만’이나 ‘기쁘기만’으로 손질합니다.



낙토(樂土) : 늘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좋은 땅

   - 황무지를 일구어 낙토로 꾸미다 / 살기 좋은 낙토를 떠나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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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58
임동확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시를 말하는 시 81



시와 꽃님

― 나는 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

 임동확 글

 실천문학사 펴냄, 2005.11.25.



  매화꽃이 가득 핀 나무 옆에 서면 매화꽃내음이 훅 퍼집니다. 온몸으로 매화꽃내음이 스며듭니다. 동백꽃이 잔뜩 핀 나무 곁에 서면 동백꽃내음이 확 퍼집니다. 온몸으로 동백꽃내음이 감겨듭니다. 꽃내음은 바람을 타고 멀리 퍼집니다. 봄에 피어나는 수많은 꽃은 겨울을 고요히 잠들다 일어난 모든 숨결을 살살 간질입니다. 봄꽃이 봄노래를 부르고, 봄바람이 봄노래를 실어 나르며, 봄볕이 봄노래를 듣고 더 기쁘게 웃습니다.



.. 불꽃을 피울 수 없다는 것보다 다시 그 순간을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 우릴 더 초조하게 만든다. 단 한순간에 영원히 정지한 불꽃, 그때 이후 늘 한결같은 그 불꽃이 ..  (불꽃에게 바치는 송가)



  뒤꼍에서 함께 쑥을 뜯은 큰아이가 손바닥을 펼칩니다. 쑥을 뜯느라 손바닥과 손가락에 쑥내음이 듬뿍 배었다고 말합니다. 그래, 네 손에 쑥내가 배었구나. 그러면 네 아버지 손에도 쑥내가 배었을 테지? 우리 손에도 몸에도 마음에도 눈에도 귀에도 가슴에도 온통 쑥내가 배었어. 오늘은 이 쑥으로 쑥국을 끓였으니, 쑥국을 기쁘게 먹으면 몸 구석구석으로 쑥물이 고루 퍼진단다.



.. 다 옳다, 흠도 손댈 곳도 없다 / 경주 남산에 무더기로 목 없이 서 있는 / 석불도 석불은 석불이다 ..  (온몸을 들어올려)



  임동확 님이 쓴 시집 《나는 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실천문학사,2005)를 읽습니다. 시를 읽는 동안 봄꽃과 봄풀을 가만히 떠올립니다. 아이들과 함께 새로 맞이한 봄을 그리고, 올해에 새롭게 맞이한 봄은 지난해와 어떻게 다른가를 그리며, 올해에 새로 누리는 봄은 앞으로 찾아올 수많은 봄하고 어떻게 다를까 하고 가만히 그립니다.


  내 그림은 먼저 마음에 그립니다. 마음에 그린 그림은 어느새 눈을 거쳐 머릿속으로 스미고, 머릿속으로 스민 그림은 가슴을 지나 온몸으로 퍼집니다.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얼굴을 비빕니다. 물 묻은 손으로 얼굴을 비비는데 찬물이 찬기운을 짜르르 퍼뜨리면서도 상큼하고 시원한 기운을 함께 퍼뜨립니다. 그야말로 봄내요 봄기운입니다. 설거지를 마쳤어도 쑥내는 손에서 안 가십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아이들을 재우는 잠자리에서도 쑥내는 안 가셔요. 이불깃을 여미는 손에도 쑥내가 퍼지고, 아이들이 덮은 이불에도 쑥내가 흐릅니다.



.. 미루고 미루다가 / 연세대 구내 안경점에서 돋보기를 맞추고 / 잠시 기다리는 동안 / 여직 다 읽지 못한 세상과 책, / 그리고 부르다 만 노래와 / 여전히 미로일 뿐인 사랑의 길을 생각한다 ..  (노안)



  사람한테는 몇 가지 몸이 있을까 하고 가만히 생각합니다. 내 몸은 눈으로 보는 몸만 있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때때로 우리 아이들을 마음으로 쓰다듬을 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도 제 어버이를 마음으로 어루만져 주기 때문입니다.


  눈을 감고 두 손을 가슴에 포개면서 잠이 들 때에 조용히 꿈을 꿉니다. 이 아이들과 누리는 삶을 꿈꾸고, 내가 이 아이들한테서 받는 사랑을 꿈꿉니다. 함께 짓는 삶을 꿈꾸고, 함께 가꾸면서 온누리로 퍼뜨리는 이야기를 꿈꿉니다.



.. 어느새 커튼 자락에 숨어 있는 청개구리 한 마리 / 파리채로 등 떠밀어 서둘러 밖으로 내보낸다 ..  (파리채와 더불어)



  꽃님은 어디에서나 꽃님입니다. 별님은 언제나 별님입니다. 오줌그릇을 비우러 뒤꼍을 다녀오면서 별빛을 바라봅니다. 바야흐로 저녁에도 포근하게 스미는 바람결을 천천히 느낍니다. 우리 집 나무한테 인사를 하고, 이튿날에도 다 함께 즐겁게 놀자는 마음을 남기면서 마루로 올라섭니다.



.. 저도 모르게 왼손이 편하고 좋아 / 왼손으로 밥 먹고 글씨를 쓰다가 / 오른손은 늘 바르고 옳으니 / 오른손만 사용하라며 어릴 때부터 / 엄마한테 사랑의 회초리 맞고 자란 / 내 귀여운 왼손잡이 애인은 이제 / 왼손 오른손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 양손잡이가 되어 있지요 ..  (내 애인은 왼손잡이)



  내 님은 언제나 내 님입니다. 내 마음속에서 숨쉬는 하느님은 늘 내 하느님입니다. 아이들 마음속에도 하느님이 있고, 곁님 마음속에도 하느님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마음속에 하느님을 품습니다. 이 하느님은 봄이 되면 꽃이 피어나는 바람을 타고 꽃님으로 거듭납니다. 이 하느님은 여름이 되면 하얀 꽃이 지고 빨간 열매를 매다는 딸기처럼 새님이 됩니다. 이 하느님은 가을이 되면 논자락을 누렇게 덮으면서 물결치는 샛노란 나락처럼 고운 들님이 됩니다. 이 하느님은 겨울이 되면 더욱 새파란 하늘빛처럼 싱그럽게 춤추다가 고요히 잠드는 꿈님이 되어요.


  시 한 줄에 담는 이야기는 꽃님이면서 새님이요 들님이면서 꿈님입니다. 시 한 줄로 나누는 이야기는 삶이면서 사랑이고 노래입니다. 시집 《나는 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는 우리한테 어떤 삶과 사랑과 노래를 들려주려 할까요. 우리는 저마다 먼먼 옛날에도 이곳에 있었을 텐데, 어떤 넋을 품은 숨결로 서로 이웃이 되어 삶을 지었을까요. 쑥내가 물씬 풍기는 손으로 시집을 잘 읽고 조용히 덮습니다. 4348.3.16.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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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5.3.4. 큰아이―바다로 갑니다



  그림순이한테 ‘우리 자전거’를 그려 볼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림순이는 언제나처럼 “응!” 하고 말한 뒤 신나게 자전거를 그린다. 아버지가 앞에서 끄는 자전거를 먼저 그리고, 그림순이가 타는 샛자전거를 그리며, 동생이 타는 수레를 그린다. 이제 한 사람씩 자전거에 앉힌다. 마지막으로 “바다에 갑니다”라는 글을 적어 넣는다. 우리 자전거는 바다로 가는 자전거로구나.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그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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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5.3.4. 큰아이―웃는 얼굴



  큰아이가 문득 ‘웃는 얼굴’을 그린다. 온갖 빛깔 사람들이 나타나서 온갖 웃음을 터뜨린다. 문득 그림이 더없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서 한참 보고 또 보면서 자꾸자꾸 들여다본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그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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