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별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1
파블로 네루다 지음, 남진희 옮김, 엘레나 오드리오솔라 그림 / 살림어린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92



별은 저 하늘에 있어

― 안녕, 나의 별

 파블로 네루다 글

 엘레나 오드리오솔라 그림

 살림어린이 펴냄, 2010.7.15.



  해가 기울면 별이 돋습니다. 해가 있어도 별은 늘 그곳에 있었지만, 우리한테는 햇빛이 대단히 밝기에 여느 별빛은 햇빛에 가려 낮에 잘 안 보입니다. 밤에 별이 돋을 무렵, 아이들이 외칩니다. 저기 별 있어! 그런데 하나밖에 없네! 아이들을 바라보며 빙긋 웃다가 한 마디 들려줍니다. 네가 별을 보고 싶다고 불러야 별이 나오지. 별이 없다고 여기니까 별이 안 나와. 별더러 얼른 나와서 우리 함께 놀자 하고 부르면 별이 네 목소리를 듣고 하나씩 둘씩 차근차근 반짝반짝 빛나면서 찾아온단다.



.. 높이 솟은 높다란 빌딩 꼭대기 그곳에서 고요한 어두움을 향해 몸을 기울이면 꼭 밤하늘을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아요 ..  (2쪽)



  파랗던 하늘이 보랏빛이 되다가 차츰 까맣게 물들어 온통 새까만 빛이 되면, 바야흐로 별잔치입니다. 낮에는 해님이 알록달록 무지개빛으로 온누리를 밝히고, 밤에는 별님이 반짝반짝 신나는 웃음빛으로 온누리를 적십니다.


  밤에는 별자리를 헤아립니다. 별자리에는 가없고 끝없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서양에서도 동양에서도 저마다 별자리를 그리면서 이야기를 빚습니다. 나는 나대로 내 별자리를 그리면서 내 이야기를 담습니다. 언제나 새로우면서 즐거운 이야기가 천천히 솟습니다.




.. 수정을 닮은 투명한 별은 수줍게 떨고 있어요. 그런데 이상해요. 갑자기 허리춤에서 얼음보다 서늘한 기운을 느꼈어요. 하늘의 천사가 내게 벌이라도 내리려는 걸까요 ..  (7쪽)



  파블로 네루다 님이 쓴 글에 엘레나 오드리오솔라 님이 그림을 넣은 《안녕, 나의 별》(살림어린이,2010)이라는 그림책을 읽습니다. 단출하면서 정갈하게 쓴 시에 붙이는 그림은 어떤 숨결이 되어 훨훨 날갯짓을 할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노래가 되어 흐르는 싯말에 얹는 그림은 어떤 바람이 되어 하늘을 가를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나의 별”이 아닌 “내 별”이나 “우리 별”로 책이름을 붙였어야지 싶어요. “나의 별”이라는 한국말은 없습니다. 어린이와 함께 읽는 그림책인데, 이런 번역이라면 좀 얄궂습니다. “잘 가렴, 내 별아”라든지 “잘 가, 우리 별”처럼 책이름을 다시 헤아려 볼 만합니다.



.. 별은 내게 마치 밤하늘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처럼 깜빡였어요. 별이 내뿜는 맑고 찬란한 빛은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생활을 뒤흔들었죠 ..  (12쪽)




  《안녕, 나의 별》은 내 곁에 두고 싶던 별을 하늘로 돌려주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에 눈길도 마음도 온통 사로잡혀서 그만 별 한 송이를 몰래 따서 우리 집에 두었다고 해요. 별빛을 오직 나 혼자 누리려는 마음이었겠지요.


  별은 너른 누리를 골고루 비춥니다. 별은 어느 한 사람한테만 빛을 비추지 않습니다. 해도 별과 같아요. 어느 한두 사람한테만 빛이나 볕을 베풀지 않아요. 모든 사람한테 골고루 빛과 볕을 베풀어요.


  모든 사람과 나무와 풀과 벌레와 짐승한테 따사로우면서 눈부신 숨결로 찾아가던 별은 어느새 풀이 죽습니다. 차가워지고 맙니다. 그러나, 별은 새롭게 기운을 차립니다. 별을 가두면 가둘수록 별은 더욱 밝게 빛납니다. 별은 홀가분하게 하늘을 날고 싶으니 어둡고 외로운 곳에서 훨씬 밝게 빛납니다.



.. 나는 얼음처럼 차가워진 별을 집어 물속에 살며시 놓아 주었어요 ..  (21쪽)



  별 한 송이를 몰래 데려와서 집에 두려던 사람은 부끄럽습니다. 남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습니다. 스스로 부끄럽습니다. 다시 몰래 별을 데리고 집에서 나옵니다. 숲으로 갑니다. 숲에 가서 못에 별을 놓아 줍니다. 별은 못에서 다시 삶을 찾고, 못을 환하게 비춘 뒤 하늘로 돌아갑니다. 이제 별빛은 다시 모든 사람한테 새롭게 빛줄기를 베풉니다. 부끄러웠던 사람한테도 다른 이웃한테도, 풀 한 포기와 벌레 한 마리한테도 별빛이 포근하면서 부드럽게 흐릅니다. 4348.3.2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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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자꾸 버스 창밖으로



  산들보라는 키가 작아서 버스 걸상에 앉으면 창밖이 안 보인다. 서든지 무릎으로 앉아서 손을 창턱에 대고 내다보아야 한다. 군내버스 창밖으로 흐르는 모습 가운데 무엇이 보고 싶은지 알 수 없지만, 그저 흐르는 모든 모습이 새롭게 스며들리라 본다. 그저 보고 그냥 보면서, 집과 마을에서는 못 느끼던 다른 이야기를 스스로 생각하겠지. 4348.3.2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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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신발끈 묶었으니



  신발끈이 풀렸단다. 허리만 폭 숙여서 신발끈을 다시 묶는다. 사름벼리는 혼자 신발끈을 잘 묶는다. 훨씬 어릴 적부터 혼자 끈을 묶고 풀면서 놀았으니까. 곧 신발끈을 다 묶은 사름벼리는 “자, 가 볼까!” 하면서 다시 달린다. 누나한테 돌아와서 신발끈 묶기를 구경하던 산들보라도 누나와 함께 “가자!” 하고 외친다. 4348.3.2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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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놀이 7 - 배 만들었어



  우리 놀이돌이가 배를 만들었다. “아버지, 내가 배 만들었어. 어서 와 봐.” 하고 부른다. “어때, 예쁘지?” 하고 덧붙인다. 작은 조각을 이리저리 맞추어서 아침저녁으로 배를 만들고, 이 배를 다시 풀어서 새로운 배로 만든다. 흩어진 조각은 아이 마음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게 맞출 수 있다. 무엇이든 손끝에서 태어난다. 4348.3.2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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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자는 동안 영화를



  다른 세 식구가 자는 동안 영화를 본다. 나중에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무엇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본다. 내가 고른 영화는 〈늑대와 함께 춤을〉이다. 이 영화는 내가 중학교 3학년이던 해에 나왔는데, 그해에는 이 영화를 못 보았다.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중학교를 다닐 적에도 새벽 여섯 시부터 밤 열한 시까지 학교에 있었으니 극장에 갈 겨를이 없었다.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주말이나 휴일조차 없었기에, ‘학교 바깥’에서 이 영화를 놓고 수많은 말이 많았어도, 어찌 볼 틈이 없었다. 올해가 2015년이니 스물다섯 해가 지난 뒤에야 이 영화를 본다. 나는 지난 스물다섯 해 동안 무엇을 보았을까. 우리 사회는 지난 스물다섯 해 동안 어떻게 흘렀을까. 〈늑대와 함께 춤을〉은 어린 두 아이하고 보기에는 아직 쉽지 않은 영화로구나 싶은데, 두 아이가 더 자라면 이 영화를 볼 수 있겠지. 조용히 생각에 잠기고, 가만히 구름과 하늘과 들이 어우러지는 빛깔을 헤아려 본다. 4348.3.21.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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