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신 여러 켤레 빨래



  아이들 신을 여러 켤레 빤다. 아이들 신은 한꺼번에 여러 켤레를 빨아도 힘들지 않을 뿐더러 얼마 안 걸린다. 요새는 어른들 신을 빨 적에도 그리 안 힘들고 곧 끝난다. 그러나 내가 어릴 적을 생각해 보면, 내 신 한 켤레를 빠느라 삼십 분쯤 걸렸고, 실내화와 운동화를 함께 빨자면 한 시간은 넉넉히 걸렸다. 어릴 적에는 신을 한 켤레 빨 적에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아마 몸이 작고 힘이 여렸으니 오래 걸릴 만했겠지. 어른이 되고 나서는 이쯤 되는 빨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낀다. 우리 아이들은 어떠할까?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언제쯤 신 빨래를 손수 해 볼 만할까. 조물조물 비비고 헹구면서 즐겁게 빨래놀이를 함께할 날을 기다린다. 4348.3.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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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레몽 드파르동) 포토넷 펴냄, 2015.3.15.



  사진책 《방랑》을 읽는다. 모처럼 눈과 머리를 쉴 만한 사진책을 읽는구나 하고 느낀다. 오늘날 수없이 쏟아지는 웬만한 사진은 ‘억지로 짜맞춘 예술품’이다. 요즈음은 ‘사진을 찍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고, ‘예술을 하’거나 ‘새로운 미술·회화 영역을 개척하’려는 사람만 넘친다. 왜 ‘그냥 사진을 찍’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운가? 왜 젊은이는 사진학과라는 곳을 다니기만 하면 ‘예술쟁이’가 되려 하는가? 왜 젊은이는 나라밖으로 사진공부를 다녀오기만 하면 ‘아티스트’로 몸을 바꾸려 하는가? 그저 내 삶을 사랑하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사진을 찍을 수는 없을까? ‘그냥 찍는 사진’은 멋이 없거나 맛이 없을까? ‘사진기로 그냥 찍어서 그냥 이웃과 나누는 사진’은 아무런 이야기가 안 깃들까? 프랑스사람 레몽 드파르동 님이 선보이는 《방랑》은 무척 아늑하게 읽고 누릴 만한 사진책이다. 아니, 사진책이라면 모름지기 이쯤 되어야 사진책이라는 이름이 걸맞으리라. 4348.3.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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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레몽 드파르동 지음, 정진국 옮김 / 포토넷 / 2015년 3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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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ve Land: Stop Eject (Paperback)
Raymond Depardon / Thames & Hudson / 2009년 1월
122,680원 → 100,590원(18%할인) / 마일리지 5,03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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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mond Depardon: Adieu Saigon (Hardcover)
레이몽 드파르동 / Steidl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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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은 파는 것 (루스 크라우스·모리스 샌닥) 시공주니어 펴냄, 2013.11.25.



  그림책 《구멍은 파는 것》은 어린이 눈길로 바라보면서 말을 생각하는 재미난 이야기꾸러미이다. 참말로 재미난 말놀이 그림책이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영어를 물려받으면서 노는 아이’ 눈높이에서 처음 태어났다. 그러니까, 이 그림책을 한국말로 옮기려 한다면 ‘한국에서 한국말을 물려받으면서 노는 아이’ 눈높이를 헤아려야 한다. 한국말로 “구멍은 파는 것”이라는 말이 맞을까? 아니다. 아이들은 “구멍은 판다”처럼 말한다. “손은 서로 꼭 잡는 것”이 아니라 “손은 서로 꼭 잡는다”라든지 “손은 서로 꼭 잡지”처럼 말한다. “구멍은 쏙 들어가 앉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 이때에는 ‘구멍’이 아닌 ‘구덩이’라 해야 하며 “구덩이는 쏙 들어가 앉는 데”나 “구덩이는 쏙 들어가 앉는 자리”라 해야 한다. 아기자기하면서 예쁜 그림이 가득한 사랑스러운 그림책인데, 번역 좀 제발 어떻게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번역으로 이 나라 아이들한테 어떻게 말놀이를 시킬 수 있을까. 4348.3.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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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은 파는 것- 어린이의 시선을 담은 재밌는 낱말 책
루스 크라우스 글, 모리스 샌닥 그림,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11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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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ole Is to Dig (Paperback)- A First Book of First Definitions
Krauss, Ruth / Harpercollins Childrens Books / 1989년 9월
8,300원 → 6,640원(20%할인) / 마일리지 3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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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ole Is to Dig (Hardcover)
Krauss, Ruth / Harpercollins Childrens Books / 1952년 6월
32,060원 → 26,280원(18%할인) / 마일리지 1,3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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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 (이세 히데코) 청어람미디어 펴냄, 2010.5.5.



  나무 같은 사람이 있고, 사람 같은 나무가 있다. 나무 같은 사람은 짙푸른 잎사귀로 싱그러운 그늘을 드리울 뿐 아니라,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베풀면서, 푸른 바람을 나누어 주는 사람이겠지. 사람 같은 나무는 슬기롭고 사랑스러우면서 포근한 숨결을 언제나 두루 나누어 주는 나무이겠지. 그림책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을 읽는다. 보드라운 붓끝으로 살가이 빚은 그림을 읽는다. 프랑스에 있다는 어느 식물원을 날마다 찾아가서 그림을 그리는 아이가 나온다. 문득 생각한다. 한국에도 이런 멋진 식물원이 있을까. 식물원이 아니더라도 오백 해나 오천 해를 넉넉히 사는 나무가 마을마다 있을까. 나무 한 그루를 아끼고 풀 한 포기를 사랑하는 슬기로운 어른은 얼마나 될까. 아이들이 나무 같은 마음을 품으면서 무럭무럭 자랄 수 있기를 빈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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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나무같은 사람- 식물을 사랑하는 소녀와 식물학자의 이야기
이세 히데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5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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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선셋 코다마 유키 단편집 2
코다마 유키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87



저물녘에 고운 해를 보다

― 뷰티풀 선셋

 코다마 유키 글·그림

 이정원 옮김

 애니북스 펴냄, 2011.7.8.



  여덟 살 어린이가 휘파람을 불려고 합니다. 여덟 살이어도 휘파람을 솜씨있게 잘 부는 아이가 있고, 아직 휘파람을 어떻게 내는지 알아채지 못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마흔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휘파람을 부는 어른이 있고, 여든 살이 되어도 도무지 휘파람을 못 부는 어른이 있습니다.


  휘파람을 불 수 없는 사람이 있을는지 모릅니다. 나도 마흔 살까지는 내 혀와 입술과 입으로는 휘파람을 못 불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마흔 줄을 넘어선 뒤 숨쉬기를 새롭게 가다듬던 어느 날, 내 입에서 휘파람 소리가 터졌습니다. 휘파람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마흔 해 넘게 휘파람하고 담을 쌓았는데, 나는 어떻게 하루아침에 휘파람을 불 수 있을까요? 이제껏 내 혀와 입술과 입으로는 휘파람을 불 수 없겠거니 여겼는데, 나는 어떻게 이 혀와 입술과 입으로 휘파람을 불 수 있을까요?



- ‘아아, 안 되겠어. 눈길이, 눈길이 자꾸 그쪽으로 가 버리는걸.’ (13쪽)

- ‘어느 순간부터 무척이나 냉정해져 있었다. 평소에 짝사랑했던 선생님과 느닷없이 드라이브를 하게 되었으니 정신없이 떨렸었지만, 그것은 끓는점에 닿아 있던 내 마음을 단번에 영하로 떨어뜨렸다. 내가 타기 전부터 컵 거치대에 놓여 있던 빈 음료수 캔. 거기에 남아 있는 붉은 립스틱 자국.’ (47∼48쪽)





  다섯 살 어린이가 춤을 추려고 합니다. 누구한테서 배운 춤이 아니라 저절로 나오는 춤입니다. 텔레비전에서 본 춤이 아니라 스스로 우러나오는 춤입니다. 우리는 연예인이나 춤꾼이 보여주는 어떤 ‘틀에 박힌’ 몸짓을 따라해야 하지 않습니다. 이런 춤 저런 춤을 학원을 다니면서 배워야 하지 않습니다.


  춤은 늘 우리 몸에서 흐릅니다. 우리가 스스로 춤을 안 느끼려고 하니 춤을 못 춥니다. 우리가 스스로 춤을 생각하려 하지 않으니 춤을 안 춥니다.


  남이 하는 몸짓을 따라할 때에 춤이 되지 않습니다. 이때에는 시늉이나 흉내일 뿐입니다. 춤은 시늉도 아니고 흉내도 아닙니다. 춤은 그저 춤입니다. 내 몸에서 흐르는 기운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받아들여 살릴 때에 춤이 됩니다.


  노래도 이와 같습니다. 말도 이와 같습니다. 생각과 사랑도 모두 이와 같습니다. 언제나 나한테 있어서 고요히 흐르는 결을 읽을 수 있어야, 휘파람을 불고 춤을 춥니다. 내 숨결을 차분히 헤아릴 수 있어야, 꿈을 꾸고 사랑을 합니다.



- ‘아이들은 낮에 어른들은 밤에 노인들은 아침에 논다. 그럼 중학생은? 그들이 가장 빛나는 시간은 언제일까.’ (5쪽)

- “그, 그 정도 키스가 뭐 어떠냐고 생각했겠지만! 중학생이라고 얕보는 거 아냐!” (80∼81쪽)




  코다마 유키 님 만화책 《뷰티풀 선셋》(애니북스,2011)을 읽습니다. 일본에서 나온 책이름이 영어로 ‘뷰티풀 선셋’이었으면, 한국에서도 이를 그대로 영어로 적을 수 있을 테지만, ‘아름다운 저녁놀’이라든지 ‘해질녘 고운 빛’ 같은 이름으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사람은 이곳저곳에 아무렇게나 툭툭 영어를 쓰거든요.


  그런데, 한국말을 쓰려고 해도 한국말사전이 몹시 얄궂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물녘’ 한 마디는 한국말사전에 나오지만, ‘해질녘’과 ‘동틀녘’은 안 나옵니다. 더군다나 ‘해지다’라는 낱말은 한국말사전에 없고, ‘동트다’와 ‘저물다’ 두 가지만 한국말사전에 나와요. 그렇지만 ‘동트다 + 녘’은 ‘동틀 녘’으로 띄어서 적으라 하고, ‘저물다 + 녘’은 ‘저물녘’처럼 붙여서 쓰라고 하는 정부 맞춤법이에요. 아주 뒤죽박죽인 한국말사전이라서, 정부 맞춤법대로 하자면 ‘해 질 녘, 동틀 녘, 저물녘’처럼 적어야 하는데, 참으로 말이 안 되는 맞춤법입니다.


  아무튼, 바보스러운 한국말사전은 덮고, 우리는 아름다운 ‘해질녘’과 ‘동틀녘’과 ‘저물녘’을 누리면 됩니다.




- ‘똑같이 살아 있는 인간인데도 이렇게나 감촉이 다르다니. 할아버지도 예전엔 아키토처럼 뜨겁고 믿음직한 몸으로 살아갔겠지.’ (114쪽)

- ‘아담과 이브 사이에, 깊디깊은 틈이 있을까?’ (148쪽)



  해질녘에 붉게 물드는 하늘빛이 아름답습니다. 동틀녘에 붉게 물드는 하늘빛도 아름답습니다. 저물녘에 차츰 붉게 물들면서 수없이 새로운 빛깔로 달라지는 하늘빛은 그지없이 아름답습니다.


  그러면, 이 빛은 왜 우리한테 아름다울까요. 해가 뜨고 지는 빛은 왜 우리한테 뜨겁게 파고들까요. 햇빛은 우리한테 어떤 숨결로 스며들어서 새로운 느낌을 자아낼까요.


  만화책 《뷰티풀 선셋》에 나오는 사람들이 웃거나 웁니다. 기쁨에 웃고 슬픔에 웁니다. 한창 웃다가도 아주 조그마한 일에 걸려서 그만 웁니다. 한창 낯을 찡그리면서 슬프다가도 아주 조그마한 일을 겪으며 갑자기 웃습니다.




- ‘이 아이도 저 아저씨도 저 사람도 모두 저마다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누군가가 있겠지. 입 냄새 나는 이 사람조차? 이 전철에는 수많은 사랑이 들어차 있는지도 몰라.’ (158∼159쪽)

- ‘켄이 혼자 노는 모습은 지금 봐도 무척이나 즐거워 보여서, 나도 모르게 …….’ (179쪽)



  웃음과 울음 사이에는 아무것이 없습니다. 어떤 실마리가 있어야 웃지 않고, 어떤 실타래가 엉켜서 울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웃고 싶기에 웃습니다. 나 스스로 울고 싶기에 웁니다. 아무리 기쁜 일이 있어도 웃지 않으면서 기쁨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어요.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울지 않으면서 슬픔을 삭이는 사람이 있어요. 왜냐하면, 기쁨도 슬픔도 모두 우리 삶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을 그대로 맞아들이니 따로 웃음이나 울음이 아니더라도 기쁨을 기쁨대로 누리고, 슬픔을 슬픔대로 맛봅니다. 이러면서 찬찬히 사랑으로 나아갑니다. 어느 흐름에도 들뜨지 않으면서 흐르는 사랑으로 나아갑니다.


  이리저리 뭇느낌에 휘둘리다가 어느덧 사랑길로 접어드는 사람은 고요하면서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립니다. 고요하면서 차분한 마음이 되면, 웃음짓는 낯이나 눈물짓는 낯이 아니면서 아름다운 몸짓이 되어요.


  네 사랑과 내 사랑이 만나고, 내 사랑이 네 사랑한테 갑니다. 우리 사랑은 이곳에서 손을 맞잡습니다. 붉게 물들면서 아름답게 지는 해를 바라보듯이, 우리는 고요하고 차분하게 사랑을 짓는 아름다운 사람이 됩니다. 4348.3.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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