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162. 2015.3.7. 뜨거워서 나무숟가락



  국물이 뜨거울 적에 나무숟가락을 쓰면 안 뜨겁다며 아이들이 나무숟가락으로 바꾸어서 쓰겠단다. 그러렴. 그렇지만 입술을 댈 적에 숟가락이 안 뜨거울 뿐, 국물은 똑같이 뜨겁겠지. 후후 불면서 천천히 먹으렴.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책돌이가 되는 길 (사진책도서관 2015.3.2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큰아이에 이어 작은아이도 책아이가 될까. 아버지가 앞으로도 책을 붙잡으면서 산다면 책돌이가 되리라. 아버지가 앞으로 책만 붙잡지 않고 다른 것을 헤아린다면, 작은아이도 다른 것을 함께 헤아리면서 새로운 길로 나설 수 있으리라.


  도서관 둘레에 나뒹구는 나무 옆을 콩콩콩 달린다. 쑥이 무럭무럭 돋는다. 도서관 둘레 쑥은 곧 뜯어서 먹을 만큼 자라리라. 나무와 함께 딸기넝쿨도 모조리 파헤쳐졌으나, 군데군데 새 넝쿨이 돋는다. 풀줄기는 더없이 씩씩하다. 아이들도 이 풀줄기처럼 씩씩하다. 해마다 찾아오는 봄을 맞이해서 이 땅에는 새롭게 싹이 트고, 새롭게 트는 싹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


  사람은 책을 읽어야 하는가? 아무렴, 읽어야 한다. 그러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삶을 아로새긴 책을 읽어야 한다. 종이에 아로새긴 책이 아니라, 우리 가슴에 사랑으로 아로새긴 책을 읽어야 한다. 풀 한 포기를 아끼고, 나무 한 그루를 사랑하며, 흙 한 줌을 돌볼 줄 아는 삶책을 읽어야 한다.


  풀을 함부로 뜯는 사람한테는 사랑이 없다. 나무를 함부로 베어 넘기는 사람한테는 꿈이 없다. 흙을 함부로 짓밟는 사람한테는 삶이 없다. 나는 이 고흥 시골자락에서 다섯 해째 도서관을 꾸리면서 바로 이 세 가지를 또렷하게 느끼고 배운다. 풀과 나무와 흙을 배우려 하지 않고서는 책을 알 수 없고, 풀과 나무와 흙을 정갈히 건사하려 하지 않고서는 사람 되는 길을 걸을 수 없다. 풀과 나무와 흙을 제대로 바라보아서 알려고 하지 않고서는 어른이나 어버이가 될 수 없다. 작은아이가 앞으로 책돌이가 된다면, 바로 이러한 삶책을 읽을 줄 아는 씩씩한 아이로 태어난다는 뜻이다. ㅎㄲㅅㄱ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아기여우와 털장갑
니이미 난키치 지음, 손경란 옮김, 구로이켄 그림 / 한림출판사 / 199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94



네 따뜻한 손으로

― 아기 여우의 털장갑

 니이미 난키치 글

 구로이 켄 그림

 손경란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1998.10.30.



  아이들은 따뜻한 손으로 어루만져 주면 아주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저희 손으로 동무나 동생을 쓰다듬어 주기를 좋아하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똑같이 어루만져 주고 싶습니다.


  어버이가 아이를 어루만지는 손길은 늘 따뜻합니다. 아이가 어버이를 어루만지는 손길도 늘 따뜻합니다. 서로서로 따뜻한 숨결이 되어 만나고, 다 함께 사랑스러운 노래를 부릅니다.


  예부터 이러한 손길을 가리켜 ‘약손’이라 했는데, ‘藥’이라고 하는 한자가 한겨레 삶에 스며들기 앞서는 누구나 ‘사랑손’이라 말했으리라 느낍니다. 사랑으로 어루만지기에 아픈 데가 낫고, 사랑으로 쓰다듬기에 기쁜 웃음이 넘칩니다.



.. “엄마, 손이 꽁꽁 얼어버린 것 같아요. 손이 너무 시려워요.” 하며, 젖어서 빨개진 작은 두 손을 엄마 여우에게 내밀었습니다. 엄마 여우는 “호, 호.” 하고 입김을 불어 주고, 따뜻한 엄마의 손으로 살포시 감싸서 녹여 주었습니다..  (8쪽)




  곰곰이 따지면 ‘약손’은 그리 미덥지 못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아픈 사람은 ‘약’만 써서는 낫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거나 훌륭한 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랑이라고 하는 기운을 담지 않으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값지거나 멋진 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랑스러운 숨결을 넣지 않으면 보람이 없어요.


  말 한 마디로 아픈 데를 씻을 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인데, 말 한 마디로 아픈 데가 도질 수 있습니다. 말 한 마디 때문에 아픈 데가 생기고, 말 한 마디를 듣고 나서 모든 앙금을 말끔히 씻습니다.


  우리는 ‘약’으로 살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삽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한테 ‘약손’이라는 말은 안 씁니다.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우리는 모두 ‘사랑손’이라고 말합니다.



.. “사람들은 네가 여우라는 것을 알면 장갑을 팔려고 하지 않을 거란다. 오히려 너를 잡아서 우리에 가두어 버릴 거야. 사람이란 정말로 무섭거든.” “흐음.” ..  (14쪽)




  니이미 난키치 님이 글을 쓰고, 구로이 켄 님이 그림을 그린 《아기 여우의 털장갑》(한림출판사,1998)을 읽습니다. 번역이 여러모로 아쉽지만, 이야기는 따사롭습니다. 겨울을 처음으로 맞이한 아기 여우가 손이 시려워서 쩔쩔매니, 어미 여우는 아기 여우를 데리고 아기 여우 손(발)에 꼭 맞을 만한 장갑을 ‘사람 마을’에서 얻어 주고 싶습니다. 어미 여우가 손수 가게에 가면 걱정스럽지 않을 테지만, 어미 여우가 가면 어미 여우 손(발)에 맞는 장갑을 얻을 테지요. 그래서 조마조마한 마음을 누르면서 아기 여우가 스스로 제 장갑을 얻도록 심부름을 시킵니다.



.. 아기 여우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저건 분명히 사람 엄마의 목소리임에 틀림없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구요? 아기 여우가 잠을 청할 때도 늘 엄마 여우는 지금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장가를 불러 주셨기 때문입니다 ..  (24쪽)



  어미 여우는 그동안 겪은 일이 많아서 두렵습니다. 아기 여우는 아직 겪은 일이 없어서 안 두렵습니다. 어미 여우는 아기 여우가 사람한테 사로잡힐까 봐 걱정스럽습니다. 아기 여우는 사람이 무엇을 하는 어떤 목숨인지 모르기에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아기 여우는 모든 것이 궁금합니다. 아기 여우는 모두 다 새롭습니다. 아기 여우는 모든 것을 새롭게 알려고 합니다. 씩씩하게 나서고, 즐겁게 돌아봅니다. 다부지게 움직이고, 기쁘게 헤아립니다.




.. 엄마 여우는 걱정이 된 나머지 마을 어귀까지 나와서 아기 여우가 돌아오기를 이제나 저제나 하고 마음 졸이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힘차게 달려오는 아기 여우를 본 엄마 여우는, 따뜻한 품에 꼬옥 끌어안아 주며 눈물이 날 만큼 기뻐했습니다 ..  (29쪽)



  아기 여우는 어떻게 어미 여우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어미 여우가 언제나 따사롭게 나누어 주는 사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아기 여우한테는 오롯이 사랑이 흘러요. 사람을 나쁘게 여기지 않고, 사람한테 나쁜 짓을 할 뜻이 없습니다. 그저 사람이라고 하는 ‘새로운 이웃이나 동무’가 궁금할 뿐 아니라, 사람한테서 장갑을 얻고 싶습니다.


  아기 여우는 ‘사람 어른’이 ‘사람 아기’한테 자장노래를 들려주는 소리를 들으면서 문득 어미 여우를 떠올립니다. 그렇구나, 장갑을 얻었으니 얼른 돌아가야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여우 발바닥이 추위를 느끼는지 못 느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림책에 나오는 아기 여우는 새로운 빛을 보았습니다. 이러면서 새로운 보금자리로 돌아갑니다. 가슴속에 새로운 빛을 고즈넉하게 심을 테고, 이 빛은 천천히 아기 여우 품에서 자라면서 고요한 숨결을 이어받아 새로운 사랑으로 타오르겠지요.


  따뜻한 손길로 물려주는 사랑이 오래도록 흐르고 흘러서 새로운 사랑이 됩니다. 먼 옛날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물려주는 사랑이요, 오늘날 내가 내 아이한테 새로 물려주는 사랑입니다. 우리는 늘 이 사랑을 먹고 나누면서 기쁘게 웃습니다. 4348.3.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흔히 보는 동백꽃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동백꽃이 있다. 새빨간 꽃잎이 동그랗게 수술을 감싼 동백꽃이다. 이 동백꽃은 꽃잎이 몇 장 안 된다. 동백꽃을 사진으로 찍거나 그림으로 그리는 이들은 으레 이 동백꽃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 집 동백나무는 이 꽃이 아니다. 우리 도서관이 있는 옛 초등학교 한켠에 이 동백나무가 있는데, 우리 마을을 비롯해서 다른 마을을 두루 돌아보면 이 동백나무와 꽃잎이 장미처럼 겹겹이 소복하게 포개는 동백나무가 골고루 있다. 아주 마땅한 노릇인데, 동백나무도 여러 갈래가 있을 테지. 한 가지 동백나무만 있지 않을 테니까. 푸른 잎사귀가 무척 맑고 밝은 동백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바람 따라 살몃살몃 아주 가늘게 흔들리는 몸짓을 바라본다. 4348.3.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이언 자이언트 SE
브래드 버드 감독, 제니퍼 애니스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아이언 자이언트

The Iron Giant, 1999



  만화영화 〈아이언 자이언트〉를 본다. 지구별에 무시무시한 로봇이 하나 떨어진다. 이 로봇이 맡은 일은 아마 ‘지구 궤멸’이었지 싶다. 그런데, 이 로봇은 지구별에 떨어지면서 머리를 다친 듯하다. 그래서 그냥 쇠붙이만 먹어댄다. ‘지구궤멸 같은 일’을 하도록 프로그램이 짜인 로봇은 제 일을 잊으면서 ‘착한둥이’가 된다. 그럴밖에 없지. 아무리 무시무시한 주먹힘을 휘두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남을 때려!’나 ‘남을 죽여!’ 같은 말을 잊어버리면, 착한 길로 접어든다.


  지구별에서 무시무시한 로봇을 본 아이는 처음에는 무섭게 여기지만 이내 무서움을 떨치고 커다란 로봇을 동무로 삼는다. 로봇이 얼마나 착한지 알기에 로봇을 믿고 아끼며 좋아한다. 이와 달리, 다른 수많은 어른은 로봇을 ‘나쁜 녀석’으로 밀어붙인다. 로봇이 무시무시한 힘을 쓰는 줄 알아챈 어른은 로봇을 믿으려 하지 않고, 로봇을 동무로 삼으려 하지 않는다. 어른은 언제나 전쟁무기를 새로 만들 뿐이고, 새로운 전쟁무기로 새로운 ‘나쁜 녀석’을 찾아내어 다스려야 한다고 여긴다. 가만히 보면, 어른들부터 전쟁무기를 끔찍하게 만들어서 ‘동무 사귀기’나 ‘이웃 사랑’은 처음부터 하나도 안 생각한 삶이 아닌가?


  〈아이언 자이언트〉를 보던 여덟 살 어린이가 눈물을 뚝뚝 흘린다. 어른들이 온갖 미사일과 무기를 로봇한테 쏘아대는 모습을 보더니 “멈춰!” 하고 소리를 지른다. 아이와 함께 만화영화를 보는 내 마음도 똑같다. 왜 어른들은 자꾸자꾸 남을 괴롭히려고 할까. 왜 어른들은 그들 스스로 전쟁무기 만드는 짓을 멈추려 하지 않으면서, ‘다른 데에서 온 전쟁무기’만 나쁘다고 여기려 할까. ‘내 손에 쥔 전쟁무기’는 평화를 지키는 데에 쓰고, ‘네 손에 쥔 전쟁무기’는 그악스럽다고 여기는 눈길은 얼마나 올바른가.


  로봇은 죽는다. 미사일을 얻어맞은 로봇은 죽는다. 전쟁무기로 태어난 로봇은 죽는다. 그런데, 이렇게 죽은 몸이기에 다시 태어난다. 전쟁이 아닌 사랑을 생각하는 로봇으로 다시 태어난다. 싸우지 않고 즐겁게 뛰놀 동무가 되려는 로봇으로 다시 태어난다. ‘새로 태어난 로봇’은 머잖아 동무를 찾아 먼길을 나설 테지. 오랜 동무를 오랫만에 만날 아이는 ‘새로 태어난 로봇’과 함께 조용한 곳으로 떠나서 여느 어른들이 없는 곳에서 새 보금자리를 일굴는지 모른다. 오직 사랑만 숨쉬고 자라는 곳에서, 두 삶지기가 기쁘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4348.3.2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영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