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면 봄까지꽃은 2



  바람이 드세게 부는 봄날에는 봄꽃도 꽃잎을 닫는다. 봄꽃이라고 해서 봄에 마냥 꽃잎을 활짝 벌리지 않는다. 해가 나지 않으면 봄꽃은 꽃잎을 열지 않고, 해가 나더라도 바람이 드세면 봄꽃은 꽃잎을 앙다문다. 제아무리 봄이라 하더라도 바람이 고요하고 햇볕이 내리죄어야 비로소 봄꽃은 꽃잎을 활짝 연다.


  봄까지꽃이 꽃잎을 앙다물어 옹크릴 적에는 다른 봄꽃도 꽃잎을 꼭 다문다. 이런 날은 벌이 돌아다니지 못한다. 어디를 가도 꽃가루도 꿀도 나누어 주지 않으니까. 구름이 걷혀 해가 나고 바람이 사그라들어 꽃잎이 벌어져야, 비로소 벌도 기쁘게 춤을 추고 노래하면서 꽃가루마실을 다닌다. 4348.3.27.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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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3-27 17:18   좋아요 0 | URL
봄은 확실히 봄~^^*

파란놀 2015-03-28 06:39   좋아요 0 | URL
고운 봄입니다~

민들레처럼 2015-03-27 21:39   좋아요 0 | URL
봄까지꽃 처럼 이쁜 이름이 있는데 왜 개불알꽃으로 불렸을까요? 참 안타까워요~

파란놀 2015-03-28 06:39   좋아요 0 | URL
며느리밑씻개나 며느리밥풀 같은 `일본 풀이름`도 버젓이 쓰는걸요. `개불알`이라는 이름을 좋아하는 바보스러운 한국사람이 많아서, 이런 이름이 사라지지 못합니다...
 

뒤꼍 매화꽃이 모두 터진 날



  우리 집 뒤꼍 매화꽃이 모두 터진 날 아침에 한참 꽃내음을 맡는다. 가지마다 곱게 터진 꽃잎에서 나누어 주는 향긋한 냄새를 코로도 살갗으로도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받아들인다. 꽃잎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면 냄새가 한결 짙다. 손끝으로도 꽃내음이 번진다. 꽃을 바라보는 동안 배고픔을 씻는다. 냄새를 맡아도 배가 부를 수 있다. 이제 이 꽃잎이 하늘거리다가 쑥밭으로 지면, 꽃잎을 주워서 꽃부침개를 먹어야지. 4348.3.27.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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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3-27 17:19   좋아요 0 | URL
아름다워요_ :)

파란놀 2015-03-28 07:08   좋아요 0 | URL
가만히 바라보면
꽃은 아름다운 숨결을
우리한테 넉넉히 나누어 주는구나 싶어요
 
참 맑은 물살 창비시선 137
곽재구 지음 / 창비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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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85



시와 피리

― 참 맑은 물살

 곽재구 글

 창작과비평사 펴냄, 1995.11.10.



  아침저녁으로 멧새 노랫소리가 싱그럽습니다. 겨울에 듣는 멧새 노랫소리는 추위에 떠는 숨결이로구나 싶다면, 봄에 듣는 멧새 노랫소리는 산뜻하고 상큼한 숨결이로구나 싶습니다.


  이레쯤 앞서부터 우리 집 뒤꼍에서 매화꽃이 터졌고, 엊그제부터 매화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집니다. 아이들은 매화꽃잎을 손바닥 가득 주워서 입김으로 후후 날립니다. 이러더니 다시 꽃잎을 주워 손바닥에 얹어서 또 후후 날립니다.


  떨어진 꽃잎이 많으나 대롱대롱 달린 꽃잎도 많습니다. 이 꽃잎이 모두 지면 천천히 매화알이 익을 테지요.  



.. 무꽃들이 바람에 나부끼면 / 북채 잡은 손끝에서 절로 흰 나비 난다 / 가시내야 속썩는다고 봉초 말지 말아라 / 앞산 숲그늘 뻐꾹새 울음 피 쏟던 바로 그 자리 / 산벚꽃나무 한 그루 속불 지폈으니 ..  (흥타령-남동리 김생임 할아버지가 안성단 할머니에게)



  어제부터 몽실몽실 부풀던 앵두나무 겨울눈도 터집니다. 앵두나무도 나뭇잎보다 꽃송이가 먼저 터집니다. 오늘 아침에 우리 집 앵두나무에서 꽃송이 하나가 활짝 터지고, 꽃송이 둘이 곧 터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합니다.


  가까이 다가서서 앵두나무 곁에 서면, 참말 앵두내음이 납니다. 매화나무 곁에 서면 매화내음이 나지요. 살구나무 곁에 서면 살구내음이 나고, 복숭아나무 곁에 서면 복숭아내음이 나요.


  열매를 따서 먹어야 그 열매내음이 나지 않습니다. 나무에서도, 잎사귀에서도, 꽃잎에서도 똑같은 냄새가 훅 끼칩니다. 그러면, 감나무에서는 감내음이 나겠지요? 무화과나무에서는 무화과내음이 날 테고요. 참으로 모든 나무는 저마다 다른 냄새를 훅훅 끼칩니다. 바람결에 제 상그러운 냄새를 그득 담고서 봄날을 환하게 밝혀 줍니다.



.. 산으로 들어간 당숙의 외아들과 / 나는 국민학교 동창 / 늘 혼자 보리피리를 불던 그를 / 동네사람들은 꼭 애비 닮았노라 얘기했지 / 밀입국 십년 만에 영주권을 얻었다던가 ..  (캘리포니아는 따뜻해)



  곽재구 님 시집 《참 맑은 물살》(창작과비평사,1995)을 읽습니다. 조그맣고 조그마한 마을을 찬찬히 돌면서 누린 발자국을 싯말 하나로 갈무리한 이야기로 읽습니다. 싯말 한 마디에는 할머니 목소리가 흐르고, 할아버지 노래가 흐릅니다. 싯말 두 마디에는 뱃사람 노래가 흐르고, 다방에서 물을 파는 아가씨 노래가 흐릅니다. 골골샅샅 어디에나 마을이 있고 집이 있습니다. 이 마을에는 이 사람이 보금자리를 이루고, 저 섬에는 저 사람이 살림을 꾸립니다.



.. 서울 하고도 종로 한복판에 자리한 / 조계사 총무원 건물은 / 다 아시다시피 5층 철근 콘크리트 건물입니다 / 1층 출입구는 교도소 철문보다 더 튼튼한 / 쇠문으로 가려 있구요 / 선방 스님들은 이 건물 안에서 목련이 피는지 / 보리수나무가 썩는지 도무지 알 길 없습니다 ..  (자목련)



  시골에는 조그마한 마을이 있습니다. 조그마한 마을은 띄엄띄엄 있습니다. 마을과 마을 사이에는 논밭도 있지만, 골짜기나 숲이나 봉오리가 있습니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들길에는 들노래가 흐릅니다. 들녘에는 작은 새가 둥지를 틀어 새끼를 까고, 풀벌레가 해와 바람을 등에 업고 풀노래를 부릅니다.


  서울에는 동네가 커다랗습니다. 서울에서는 커다란 동네와 동네가 다닥다닥 맞붙기만 합니다. 동네와 동네 사이에 찻길이 널따랗게 있기는 하지만, 자동차만 지나다닐 수 있고, 딱히 노래가 없습니다. 싱싱 가로지르는 자동차는 사람이 이 땅에서 더는 두 다리로 걷지 못하게 막습니다.



.. 아침 저녁 / 방을 닦습니다 / 강바람이 쌓인 구석구석이며 / 흙냄새가 솔솔 풍기는 벽도 닦습니다 ..  (마음)



  시멘트를 부어서 만든 층집에도 사람이 삽니다. 층집 둘레에도 꽃밭이 있습니다. 층집 둘레에 심은 나무는 층집을 허물어 새로 만들려 할 적에 뿌리가 뽑히거나 줄기가 잘리지만, 스무 해나 서른 해쯤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마흔 해나 쉰 해쯤 도시에서 살아남는 나무가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거리나무 목숨과 도시사람 목숨이 엇비슷합니다. 도시에서 쉰 해나 예순 해를 용케 살아남는 사람처럼, 도시에서 쉰 해나 예순 해를 용케 한길을 파며 일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웬만한 거리나무는 스무 해를 씩씩하게 버티기 어렵습니다. 스무 해나 서른 해를 거리나무로 씩씩하게 버티더라도 해마가 가지치기에 몸살을 앓아요. 도시에서 스무 해나 서른 해쯤 씩씩하게 버티는 사람도 해마다 연봉조정이라든지 구조조정이라든지 정리해고라든지 정년퇴직을 생각하면서 끙끙 앓습니다.



.. 산으로 가는 길에 / 산나리꽃 피었다 / 사내들아 사내들아 / 남녘 사내들아 / 웃통 벗고 나오너라 / 땅덩이 같은 너의 가슴 한복판 / 꽃등 한 송이 꺾어 들고 / 산 넘어 물 건너 / 북녘땅으로 가자 ..  (북춤)



  노래가 없는 곳은 없습니다. 조그마한 마을에도 노래가 있지만, 커다란 도시에도 노래가 있습니다. 다만, 커다란 도시에서는 자동차 소리에 막히고, 텔레비전 소리에 스러지며, 오늘날에는 손전화 소리에 잦아들 뿐입니다.


  곽재구 님은 남녘에서 마을을 두루 돌면서 싯말을 길어올리고 싶다는 꿈을 피웠다는데, 얼마쯤 돌았을까요. 이 나라 모든 마을에서 하룻밤씩 묵었을까요. 그러면, 이 나라 도시는 동네마다 두루 돌았을까요.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도 사람이 살고, 이야기가 있으며, 노래가 있는데, 이러한 꿈과 사랑은 싯말로 어느 만큼 삭일 만할까요.



.. 어로작업 중에 해양 순시선이 다가오면 / 비닐봉지에 싼 돈봉투 하나 바다에 던진다 / 날치다! 날치가 날아오른다! / 순시선의 박경장이 뜰채로 날치를 채 올린다 / 점에 백원짜리 고스톱 어울려 치며 / 파도보다 작은 섬 꽃섬 간다 ..  (꽃섬 사람들)



  하룻밤을 머무는 곳에서는 하룻밤만 한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이틀을 지내는 곳에서는 이틀만 한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열흘을 묵는 곳에서는 열흘만 한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하룻밤 묵은 이야기라서 열흘 묵은 이야기보다 덜떨어지지 않습니다. 이틀을 지낸 이야기라서 이태를 묵은 이야기보다 모자라지 않습니다. 다만, 어떤 이야기이든, 우리가 마음을 붙여서 사랑으로 마주한다면 모두 아름답게 태어납니다. 시집 《참 맑은 물살》이 들려주는 ‘참 맑은 사람들’ 이야기는 이 나라 어디에도 고요하게 흐릅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저 먼 나라가 아닌, 바로 내 곁에 있습니다. 사랑스러운 사람은 저 먼 데에 있지 않고, 바로 내 둘레에 있습니다. 네가 아름답고 내가 아름답습니다. 네가 사랑스럽고 내가 사랑스럽습니다. 어디에서나 피리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삶노래가 태어납니다. 4348.3.27.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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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찬물만 쓰는 빨래



  철이 바뀌면 바람이 바뀐다. 바람이 바뀌면서 철이 바뀐다고 할 수 있다. 여름이 저물고 가을로 접어들어 겨울이 다가올 즈음에는 뭍바람이 되고, 겨울이 저물며 봄이 다가올 즈음에는 바닷바람이 된다. 들풀은 한겨울에도 여러 날 볕이 포근하면 싹을 틔우고, 들꽃은 겨울 한복판에도 여러 날 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면 꽃송이를 벌린다. 그러나 들풀이나 들꽃만 보아서는 겨울이 지나갔다고 느낄 수 없다. 꽃은 볕에 따라 피고 지기 때문이다. 철이 아주 바뀌었구나 하고 느끼려면 바람을 읽어야 한다. 바람이 바뀌면 비로소 철이 확 바뀌네 하고 알아채는데, 이때에는 온 들에 새로운 싹이 트고 나무마다 겨울눈이 터지려고 한다.


  철바람이 바뀐 지 한 달 즈음 되는 오늘은 오직 찬물로만 몸을 씻고 빨래를 한다. 찬물이 몸에 닿으면 오들오들 떨리지만, 이내 가라앉는다. 찬물로 개운하고 씻은 뒤 알몸으로 빨래를 한다. 복복 비비고 죽죽 짜서 탁탁 턴다. 새옷을 입은 뒤 빨래를 들고 마당으로 나가서 하나씩 넌다. 봄볕이 따뜻해서 빨래는 일찍 마른다. 아이들과 풀을 뜯고, 밥을 지은 뒤, 다시 기지개를 켜고 해바라기를 한다. 바야흐로 삼월이 저물고 사월이 다가오는구나. 4348.3.27.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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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살기 12호 (사진책도서관 2015.3.24.)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책도서관 이야기책 ‘함께살기’ 12호를 찍었다. 지난 토요일에 택배로 집에 닿았고, 월요일부터 조금씩 부친다. 날마다 조금씩 봉투에 주소와 이름을 적은 뒤, 아이들을 이끌고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들이를 간다. 우체국 나들이는 자전거 나들이요, 이야기책을 띄우는 나들이가 되면서, 봄나들이도 된다.


  봉투에 주소와 이름을 적으면, 큰아이는 뭔가 옆에서 거들고 싶어서 이것저것 묻는다. 그래서 봉투에 이야기책 넣는 일을 맡기고, 테이프로 뒤쪽을 붙인 뒤 손톱으로 누르는 일을 맡긴다. 짐을 꾸려 우체국으로 가려는데, 큰아이가 마룻바닥에 봉투를 죽 늘어놓는다. 하나씩 깔면서 숫자를 센다. 네 나름대로 숫자놀이를 하는구나. 언제나 재미나게 놀고, 늘 신나게 뛸 수 있는 마음으로 지내면 아름답다. ‘함께살기’ 12호는 《어린이문학 생각》이다. 어린이문학을 읽으면서 삶과 넋과 말을 함께 읽도록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빈다. 어린이문학을 읽으면서 사진과 책과 도서관도 함께 읽도록 길동무가 된다면 기쁘겠다.


  사진책도서관에는 사진책뿐 아니라 온갖 책이 있다. 왜 온갖 책이 있는가 하면, 온갖 책을 두루 읽으면서 사진을 깊이 읽을 수 있기 때문이요, 사진책을 읽으면서 온갖 삶을 두루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ㅎㄲㅅㄱ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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