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기름나물이라는 풀



  “자, 벼리야, 잘 봐. 여기 얘는 갯기름나물이라는 풀이야.” “갯기름나물? 먹어도 돼?” “응, 그런데 기다려. 아직 얼마 안 돋았어. 더 기다렸다가 먹으면 돼. 오늘 먹어도 되기는 한데, 오늘 먹으면 더 퍼지지 못해.” 우리 집 뒤꼍에서 해마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싱그럽게 돋는 갯기름나물을 바라본다. 쑥을 뜯을 적마다 살며시 쓰다듬고, 나무한테 인사하면서 꼭 어루만진다. 올해에도 우리한테 고운 잎사귀를 넉넉히 나누어 주렴. 올해에도 네 씨앗을 우리 뒤꼍에 널리 퍼뜨려 주렴. 4348.3.29.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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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82. 2015.3.15. 쑥밭순이



  우리 집 쑥밭에서 함께 쑥을 뜯는다. 날마다 새롭게 돋으면서 쑥쑥 자라는 쑥을 뜯는다. 뿌리째 캐도 새로 돋을 쑥이 많지만, 우리는 뿌리까지 캐지 않고 줄기까지만 뜯는다. 이렇게 하면 몇 차례 더 뜯을 수 있다. 쑥을 뜯는 동안 손과 몸에 쑥내음이 배어 기쁘다고 하는 쑥순이하고 조용히 멧새 노래를 듣고 바람을 싱그러이 맞으면서 뒤꼍에서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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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몽우리는 단단하지



  곧 터지려고 하는 동백꽃 몽우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으로 감싸 본다. 힘을 잘못 주면 그만 몽우리가 떨어질 수 있으니 살그마니 쥐어 보는데, 몽우리에는 꽃잎이 겹겹이 포개어졌으니 몹시 단단하다. 크게 활짝 벌어질 몽우리인 터라 속에 빈틈이 하나도 없다고 할 만하다.


  활짝 벌어진 꽃송이는 눈부시다. 천천히 벌어지는 꽃송이는 곱다. 예부터 사람들은 꽃송이가 천천히 벌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춤이 저절로 나왔으리라 느낀다. 춤사위는 바로 꽃이다. 아직 단단하게 앙다문 몸짓부터 조금씩 터지는 몸짓과 활짝 터뜨린 몸짓이 고루 어우러지는 춤사위이다.


  꽃을 보면서 춤을 춘다. 춤을 추면서 꽃이 된다. 일을 하면서 춤을 추고, 아이들을 놀리면서 춤을 춘다. 밥을 지으면서 춤을 추고, 빨래를 하면서 춤을 춘다. 언제나 춤마당이고, 어디에서나 춤잔치이다. 새봄에 피어나는 꽃송이는 우리한테 기쁜 웃음을 베풀어 누구나 춤꾼이 되도록 이끈다. 4348.3.29.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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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258. 2014.10.7. 책방돌이야



  아이는 바닥을 가리지 않는다. 흙바닥이든 시멘트바닥이든 굳이 가릴 까닭이 없다. 어디이든 기쁘게 앉고, 어디에서든 신나게 논다. 책방바닥에 살포시 앉아서 책을 두 손에 들고 무릎에 얹는다. 가만히 책을 만지작거리면서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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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으로 이룬 골목



  책방으로 이룬 골목에 들어서면 여기를 보아도 책방이고 저기를 보아도 책방입니다. 책방골목에 책물결이 흐릅니다. 어느 책방에 깃들어도 책내음이 가득 번집니다. 이곳에서는 책 한 권을 만날 수 있고, 저곳에서는 책 열 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읽을 책을 손에 쥘 수 있고, 앞으로 보름이나 한 달쯤 넉넉히 즐길 만한 책을 가슴 가득 안을 수 있습니다. 날마다 책방골목으로 찾아가서 바지런히 온갖 책을 그러모을 수 있습니다. 책은 바로 오늘 이곳에서 읽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읽을 테니까요. 오늘 읽을 책과 함께 먼 모레에 느긋하게 읽을 책을 알뜰살뜰 장만합니다. 새로 나오는 책도 장만하고, 판이 끊어져서 새책방에서는 자취를 감춘 책도 장만합니다.


  작은 책방에서는 책꽂이 앞에 서서 가만히 책을 바라봅니다. 큰 책방에서는 골마루를 천천히 거닐면서 책을 바라봅니다. 작은 책방에서 작은 책꽂이에 알차게 간추려서 꽂은 책을 바라봅니다. 큰 책장에서 너른 책꽂이에 넉넉하게 건사한 책을 바라봅니다. 어느 책이든 내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내 마음길을 따사로이 비추어 줍니다. 4348.3.29.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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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5-03-3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수동인가요?? 이제 웬만한곳은 헌책방 골목이 없어지는것 같다군요ㅜ.ㅜ

파란놀 2015-03-31 00:09   좋아요 0 | URL
헌책방골목은 부산에만 있어요.
다른 곳은 `골목`이 아니고 `거리`인데,
책방거리가 `출사지`는 되어도 `책나들이터`로는
좀처럼 거듭나지 못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