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제스처, 그리고 색 (제이 마이젤) 시그마북스 펴냄, 2015.3.2.



  제이 마이젤이라고 하는 이가 쓴 사진책 《빛, 제스처, 그리고 색》을 읽는다. 이 책은 책이름 번역부터 엉뚱하다. ‘제스처’를 ‘제스처’로 번역하면 뭐가 될까? ‘컬러’를 ‘색’으로 번역하면 뭐가 되나? 사진을 도무지 모르는 채 번역했고, 한국말 또한 제대로 모르는 채 번역했구나 싶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는 세 가지는 “빛살과 몸짓과 빛깔”이다. 이 세 가지를 제대로 가누면서 바라보지 못한다면, 이 책을 번역했다고 할 수 없을 뿐더러, 애써 이 책을 장만했어도 이 이야기를 읽어내지 못하리라. ‘色’이라는 한자는 “빛 색”이다. 한국말을 좀 제대로 알아야 한다. 사진은, 빛살이 드리우는 지구별에서 우리가 짓는 몸짓을 사람마다 기쁘게 여기는 빛깔로 새롭게 담아내어 빚는 춤사위와 노래라고 할 수 있다. 4348.4.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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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Gesture, and Color (Paperback)
Jay Maisel / New Riders Pub / 2014년 10월
103,790원 → 85,100원(18%할인) / 마일리지 4,26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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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빛, 제스처, 그리고 색
제이 마이젤 지음, 박윤혜 옮김 / 시그마북스 / 2015년 3월
27,000원 → 27,000원(0%할인) / 마일리지 1,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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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제스처, 그리고 색
제이 마이젤 지음, 박윤혜 옮김 / 시그마북스 / 2015년 3월
39,000원 → 35,100원(10%할인) / 마일리지 1,9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3월 2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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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깊은 당신 편지 (김윤배) 문학과지성사 펴냄, 1991.10.30.



  시집 《강 깊은 당신 편지》를 읽는데, 참으로 깝깝하면서 어질어질하다. 시 한 줄 읽기 몹시 벅차다. 왜 이런가 하면서도 끝까지 다 읽은 뒤, 책앞에 실은 글쓴이 말을 읽으니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이다”와 같은 말로 첫머리를 연다. 그렇구나. 스스로 ‘막막함’을 생각하면서 쓴 글이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까마득함이나 깝깝함이나 어질어질함을 느낄 수밖에 없구나. 시인 스스로 너른 마음이 되어 님을 그리는 노래를 부른다면, 이러한 노래를 읽는 이도 너른 마음이 되고, 시인 스스로 따순 숨결이 되어 님을 사랑하는 노래를 짓는다면, 이러한 노래를 읽는 이도 따순 숨결이 된다. 시인은 이 대목을 알까? 설마 모르지는 않겠지? 4348.4.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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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깊은 당신 편지
김윤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1년 10월
5,000원 → 4,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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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조님과 나 1 (이마 이치코) 시공사 펴냄, 2003.6.20.



  집에 새를 두고 지내는 사람은 어떤 마음이 될까 헤아려 본다. 귀여운 새가 언제나 노래하면서 고운 날갯짓을 보여준다면, 이 새와 함께 맑으면서 기쁜 숨결이 흐르리라 본다. 그러니 예부터 지구별 사람들 누구나 새와 함께 있는 삶을 지었다. 사람이 살 만한 곳에는 꼭 새가 있기 마련이요, 사람이 삶을 짓는 곳에는 어김없이 새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새가 살지 못하는 데에 마을이나 동네를 만들려 한다면 바보짓이라는 소리이고, 마을이나 동네를 새로 만들려 하면 이곳에 새가 찾아와서 깃들 수 있게끔 가꾸어야 한다는 뜻이다. 만화책 《문조님과 나》를 읽는다. 아이들도 재미나게 본다. 다만, 우리 집은 시골집이라 우리 집 처마 밑에도 제비가 깃들고, 우리 집 물받이통에는 참새가 살며, 겨우내 빈 제비집에는 딱새가 깃들어 지낸다. 까치도 까마귀도 물까치도 직박구리도 박새도 우리 집을 자주 찾는 손님이고, 마을 뒤꼍에는 휘파람새가 찾아오는데, 여름이면 꾀꼬리 노래를 듣고, 가을에는 고즈넉하게 뻐꾸기 노래를 듣는다. 조금만 둘러보아도 우리는 우리 둘레에서 수많은 새가 우리를 지켜보는 줄 알아챌 수 있다. 4348.4.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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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鳥樣と私 (9) (コミック)
이마 이치코 / グリ-ンアロ-出版社 / 2009년 1월
9,170원 → 8,520원(7%할인) / 마일리지 26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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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조님과 나 1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6월
3,500원 → 3,150원(10%할인) / 마일리지 1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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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딜레마
레스터 브라운 지음, 고은주 옮김 / 도요새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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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66



경제성장을 그치지 않을 때에는

― 지구의 딜레마

 레스터 브라운 글

 고은주 옮김

 도요새 펴냄, 2005.10.5.



  레스터 브라운 님이 쓴 《지구의 딜레마》(도요새,2005)는 이 지구별에서 경제개발을 그치지 않으면, 지구사람 누구나 수렁에 빠져서 더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지구별 어느 나라이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더 눈부신 경제와 문명과 문화’가 아니라 ‘스스로 삶을 지어서 누리는 하루’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많은 자료와 통계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지구별 모든 나라는 경제개발과 도시문명으로 치닫기만 합니다. 도시를 줄여 시골로 가려는 나라는 없습니다. 시골을 깎아내어 도시로 키우려는 나라만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젖혀놓고 한국만 생각해도 잘 알 만합니다. 한국에서 도시는 커지고 자꾸 커집니다. 새로운 도시를 만든다면서 애쓰지만, 시골마을을 아름답고 정갈하게 가꾸려고 하는 정책은 하나도 없습니다.



.. 불과 몇 십 년 만에 각 국가들은 곡물의 자급자족에서 총 곡물 수요의 70%를 수입하는 수입국으로 탈바꿈했다 … 한 국가가 산업화·현대화되면 경작지는 산업 개발과 주택 개발에 이용된다. 자가용이 늘어나면서 귀중한 경작지에는 도로, 고속도로, 주차장 부지 등이 들어선다. 농부들은 자신의 땅이 경제성을 갖기에는 너무 좁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떠난다 … 중국이 농산물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외부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 세계시장은 전멸할지도 모른다 ..  (30∼31, 35쪽)



  중국이 온통 도시문명 사회가 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봅니다. 중국에 있는 시골이 모조리 도시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 헤아려 봅니다. 그러면 중국은 먹을거리를 다른 나라에서 사들이려 할 텐데, 중국은 진작부터 다른 나라에서 먹을거리를 사들입니다. 중국에서 새로 만든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과 쓰레기는 어마어마합니다. 그렇지만 중국이 나아가려는 길은 오직 경제개발입니다. 이러면서 중국은 핵무기를 더 만들려 하고, 이웃 작은 나라를 함부로 쳐들어가서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미국도 도시문명 사회입니다. 미국은 시골살이를 북돋우지 않습니다. 미국에 있는 시골은 거의 모두 커다란 기계와 비행기를 앞세워 농약과 비료를 퍼붓는 땅뙈기입니다. 기계가 없으면 지을 수 없는 땅이요, 시골살이는 공장과 똑같은 산업입니다. 문화나 예술이나 정치나 경제 따위를 헤아리는 이들이 으레 미국으로 가서 배운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미국에 가서 무엇인가 배우려는 이들은 도시와 문명을 배웁니다. 미국에 가서 무엇인가 보려는 이들은 어마어마한 기계와 전쟁무기를 봅니다.



.. 경작지에 엄청난 압력을 가하고 있는 또 다른 요소는 자동차다. 전 세계적으로 40만 헥타르에 달하는 땅이 해마다 도로와 고속도로, 주차장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렇게 전환된 토지가 대부분 경작지에 속한다 …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집, 사무실, 공장, 쇼핑몰, 도로, 주차장을 농업에 부적합한 땅에 건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사람들은 양질의 경작지가 위치한 곳에 몰려 있다. 이는 작물의 재배에 적합한 평평하고 배수가 잘 되는 땅이 도시나 도로 건설에도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  (106, 122쪽)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거의 다 도시에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른들도 거의 다 도시에 있습니다. ‘도시사람’을 가리키는 한자말 ‘시민’은 이제 여느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처럼 삼습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90퍼센트를 훨씬 웃도는 사람들이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어서 지내니까요. 시골이라는 곳은 어쩌다가 들르는 관광지이거나 여행지이기 일쑤입니다. 도시에서 지내는 이 가운테 텃밭이나 마당을 누리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도시에서 ‘내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많되, ‘내 땅’이나 ‘내 밭’이나 ‘내 나무’를 가진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도시에서 ‘씨앗을 심어서 손수 열매를 얻는 길’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고, 학교에서는 이러한 삶을 안 보여주고 안 가르칩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학교가 하는 몫은 아이들이 그저 도시내기가 되서 도시 노동자로 돈을 벌다가 도시에서 삶을 마치는 쳇바퀴입니다.



.. 중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96%를 차지하는 밀, 쌀, 옥수수의 양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2004년 호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비량보다 1200만 톤이 부족했으며, 이는 아르헨티나의 총 밀 수확량과 맞먹었다 … 소작인이 토지 소유주가 된다면 생산량은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 농부들에게 토지 소유 권한을 주면 울타리 치기나 저수 시설과 같이 장기적인 생산성에 이익이 되는 투자를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생산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다. 다음으로 할 일은 중국의 침체된 농업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지방 관리들이 막대한 정치 수단인 토지에 대한 권한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  (177, 183쪽)



  경제성장을 그치지 않을 적에는 우리 모두 종(노예)이 됩니다. 경제성장만 바라볼 적에는 우리 모두 숫자와 경쟁과 전쟁에 종으로 얽매입니다. 입시지옥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입시지옥도 경제성장과 똑같이 숫자놀음이요 숫자싸움입니다. 회사원과 공무원이 받는 연봉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성과와 성적이 나와야 하는 회사원과 공무원은 언제나 전쟁과 경쟁이면서 숫자놀음에 숫자싸움입니다.


  그런데, 삶을 이루는 기쁨은 숫자로 안 따집니다. 100원이 있기에 안 기쁘지 않습니다. 100억 원이 있기에 기쁘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는 기쁨과 아이를 돌보는 기쁨은 돈이나 숫자로 헤아리지 못합니다. 새봄에 마주하는 앵두꽃이나 딸기꽃은 돈이나 숫자로 살 수 없습니다. 한겨울에 쏟아지는 함박눈은 돈값으로 따지지 않습니다. 가문 날을 촉촉히 적시는 빗방울은 숫자로 어림할 수 없습니다. 서로 아끼는 사랑은 돈으로 매기지 않습니다.



.. 과연 브라질은 1950년대 구소련이 미개척지 개발로 얻은 생태적 재앙을 피하여 빠르게 경작지를 늘려갈 수 있을까? 과연 브라질은 증가하는 세계 식량 수요에 부응하여 식량 생산을 늘림과 동시에 아마존 열대우림과 세라도의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보호할 수 있을까 … 브라질의 콩 생산자들은 아시아 대두녹병과 씨름하고 있다. 녹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살균제 살포 비용으로 2003년과 2004년에 총 12억 달러가 소비되었고, 이마저도 잦은 강우로 씻겨 내려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때가 많다 ..  (189, 195쪽)



  삶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삶을 찾지 못합니다. 사랑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사랑을 찾지 못합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사람들이 경제성장에 목을 매다는 까닭은 그저 경제성장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아이들이 입시지옥에 목을 매야 하는 까닭은 어른과 아이 모두 입시지옥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삶을 바라본다면 경제성장이 아닌 삶을 가꾸는 데에 온힘을 들이기 마련입니다. 사랑을 바라본다면 입시지옥이 아니라 ‘참답게 가르치고 배우면서 기쁜 삶’에 사랑을 바치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아주 쉽습니다. 손수 삶을 지으면 됩니다. 우리가 갈 길은 아주 환합니다. 서로 사랑하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을 걸으면 됩니다. 《지구의 딜레마》라는 책은 갖가지 자료와 통계를 들어서 ‘경제성장’은 ‘전쟁’과 같은 바보짓인 줄 잘 보여줍니다. 눈이 밝은 사람이라면 이런 자료와 통계를 보면서 이제부터 삶을 바꾸려고 힘을 기울일 테지요. 눈이 안 밝은 사람이라면 이런 자료와 통계를 보면서도 도시문명과 사회제도와 정치경제에 발목을 붙잡힌 채 삶과 사랑과 꿈이 없는 하루를 보내겠지요. 4348.4.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숲책.환경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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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넋·삶 44 쓰다



  햇볕이 뜨겁거나 바람이 차서 모자를 씁니다. 돌이나 나무를 다루어 연장으로 갈고닦으면, 이 연장을 써서 새로운 것을 즐겁게 지을 수 있습니다. 하루를 써서 재미난 일을 하고 신나는 놀이를 합니다. 기운을 써서 짐을 나르고 지게를 지며 장작을 팹니다. 마음을 써서 서로 아끼고 헤아리면서 따사롭게 사랑합니다. 애를 쓰고 힘을 쓰니 두레와 울력이 기쁩니다. 나는 너한테 아름다운 말을 쓰고, 너는 나한테 고운 말을 씁니다. 먼저 떠난 이를 기리거나 그리면서 무덤을 쓰고, 몸에 새로운 기운을 북돋우려고 쓴 나물을 캐서 알뜰살뜰 밥을 짓습니다.


  한곳에 쌓은 돈은 쓰면 쓸수록 줄어듭니다. 한곳에 쌓지 않고 차곡차곡 살림을 가꿀 적에는 돈을 쓰고 또 쓰더라도 살림이 줄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마음은 쓰면 쓸수록 따스해집니다. 사랑은 쓰면 쓸수록 깊어집니다. 꿈은 쓰면 쓸수록 새롭게 자랍니다. 내 몫(밥그릇)만 따지면서 ‘덜기’를 하듯이 쓴다면, 내 몫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내 몫을 따지지 않으면서 즐겁게 어깨동무하는 삶을 헤아린다면, 나는 언제나 쓰고 또 쓰지만 내 몫(밥그릇)이 줄어들지 않아요. 내가 덜어서 너한테 주는 만큼(또는 더 크게) 내 다른 이웃이 나한테 마음을 써서 내 밥그릇(몫)을 채워 줍니다.


  몸이 닳아서 늙는 까닭은 몸을 함부로 쓰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즐거울 일을 찾아서 하지 않을 때에는 몸이 닳아서 늙습니다. 스스로 즐거울 일을 찾는 사람은 삶을 누리는 동안 언제나 모든 일을 홀가분하게 잘 합니다. 나이 여든이나 아흔에도 고깃배를 몰아서 바다에서 그물을 던져서 올릴 수 있어요. 나이 아흔이나 백에도 호미를 쥐거나 괭이를 잡고 흙을 갈아 씨앗을 심을 수 있어요.


  억지로 쥐어짜내려고 한다면 몸이 닳습니다. 억지를 쓰니까 몸이 닳습니다. 마음을 쓰고 사랑을 써서 일을 하고 놀이를 누리면, 내 몸은 닳는 일이 없습니다. 함부로 쓰기에 닳고, 기쁘게 쓰기에 안 닳습니다. 아니, 기쁘게 쓰면 새롭게 태어납니다. 새로운 웃음과 노래로 삶을 지으려고 하는 사람은 한결같이 새로운 마음이니, 한결같이 새로운 생각을 길어올려서, 한결같이 새로운 몸으로 하루를 열고 닫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머리를 잘 쓸 수 있습니다. 어리석거나 어처구니없거나 바보스럽거나 멍청한 짓에 머리를 쓰지 말아요. 검은 꿍꿍이에 머리를 쓰지 말아요. 남을 괴롭히거나 등치거나 들볶는 일에는 머리를 쓰지 말아요. 이웃을 아끼고 동무를 사랑하며 곁님을 어루만지는 몸짓으로 머리를 써요.


  몸은 닳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닳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내 마음이 한결같은 샘물처럼 늘 싱그러이 솟는, 푸르며 맑고 새파란 숨결로 가득한 물줄기와 같다면, 내 몸은 닳지 않습니다. 맑은 생각을 품어서 맑은 마음으로 가꾸면 맑은 몸짓이 되어 맑은 삶으로 드러납니다.


  잘 써야 합니다. 슬기롭게 써야 합니다. 알맞게 써야 합니다. 기쁘게 써야 합니다. 놀라우면서 새롭게 써야 합니다. 웃음과 노래로 써야 합니다. 춤과 이야기로 써야 합니다. 말 한 마디를 글 한 줄로 쓸 적에는 언제나 ‘삶노래’를 쓸 노릇입니다. 삶을 노래하는 이야기를 쓸 때에 비로소 글이고, 이러한 글을 엮어서 책을 짓습니다.


  사랑을 쓰는 사람은 이내 사랑을 얻어서 즐겁게 나누고는, 이윽고 새로운 사랑을 쓸 수 있습니다. 꿈을 쓰는 사람은 바로바로 꿈을 이루어서, 시나브로 새로운 꿈을 쓸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삶쓰기입니다. 돈쓰기도 삶쓰기입니다. 마음쓰기도 삶쓰기입니다. 모든 ‘삶쓰기’는 ‘사랑쓰기’요, ‘마음쓰기’이면서, ‘생각쓰기’입니다. 4348.3.2.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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