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85. 2015.3.29. 흰민들레 노래순이



  앵두나무 곁에 흰민들레 두 포기를 옮겨심는다. 우리 집 마당이며 뒤꼍이며 어디이고 흰민들레가 넉넉히 돋아서 민들레잎도 맛나게 먹고, 흰꽃이 나누어 주는 숨결을 기쁘게 누리려는 뜻이다. 옮겨심은 민들레는 첫날에는 기운이 살짝 처지는가 싶더니, 물 한 바가지를 주니 싱그럽게 살아나고, 사흘에 걸쳐 내린 봄비를 마시면서 이제 제대로 뿌리를 내린다. 흰민들레한테 아침저녁으로 꽃순이가 노래를 불러 준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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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앵두꽃을



  마당 한쪽에 앵두나무가 있으니 날마다 앵두꽃을 바라볼 수 있다. 뒤꼍에 매화나무가 있으니 날마다 매화꽃을 바라볼 수 있었다. 매화꽃이 질 무렵 앵두꽃이 피니, 앵두꽃을 날마다 들여다본다. 이 앵두꽃이 질 무렵에는 모과꽃이 피어나서 모과꽃을 날마다 들여다볼 수 있을 테지.


  꽃은 한꺼번에 활짝 피어나기도 하지만, 천천히 때를 맞추어 피어나기도 한다. 동백나무는 동백꽃을 여러 달에 걸쳐 꾸준히 보여주는데, 열매를 굵고 단단하게 맺는 나무는 꽃이 한꺼번에 피어나고는 어느새 한꺼번에 진다. 꽃으로 보는 꽃은 꽃으로 오래가고, 열매와 꽃을 함께 보는 꽃은 꽃이 일찍 져도 열매가 오래도록 남는다. 4348.4.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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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2
라즈웰 호소키 지음, 김동욱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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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495



마음으로 마시는 숨결

― 술 한 잔 인생 한 입 2

 라즈웰 호소키 글·그림

 김동욱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1.11.20.



  라즈웰 호소키 님이 빚은 만화책 《술 한 잔 인생 한 입》(AK커뮤니케이션즈,2011) 둘재 권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술 한 잔에 삶을 헤아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만화책은 예쁩니다. 회사원으로 지내면서 마시는 술 한 잔으로 시름을 잊거나 근심걱정을 텁니다. 술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가 즐겁고, 술 한 잔을 마실 수 없는 날에는 어쩐지 기운이 축 처지거나 늘어집니다.


  술이란 무엇이기에 이토록 날마다 술을 찾아야 할까 궁금합니다. 꽃놀이를 가서도 꽃보다 술을 찾는 마음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살가운 이를 곁에 두고도 술잔에 입을 맞추는 마음은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요.


  술이 없다면 삶이 없을 만할까요. 술이 있기에 삶이 빛난다고 할 만할까요. 그러면, 이 술이란 무엇일까요. 술이 무엇인지 어느 만큼 알면서 술을 마시는 셈일까요.



- ‘대놓고 피서객 등쳐먹으려 드는 이 장삿속! 개떡 같은 맛! 게다가 생각 없이 실실 웃고만 있는 얼빠진 손님들! 우리 나라 피서지는 왜 다 이 모양이냐고?’ (19쪽)

- ‘싱가포르에 가서 싱가포르 슬링을 마시겠다, 정말 이와마 선배다운 발상이긴 한데, 무진장 촌시러!’ (27쪽)



  오늘날 술은 공장에서 척척 찍듯이 뽑아냅니다. 사람이 손으로 빚는 술은 퍽 드뭅니다. 소주이든 맥주이든 막걸리이든 맑은술이든, 가게에 놓인 거의 모든 술은 공장에서 찍은 상품입니다.


  그런데, 손수 빚는 술이든 공장에서 찍는 술이든, 도시에서는 ‘만들지’ 못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모든 술은 ‘풀열매(곡식)’가 있어야 하고, 맑은 물이 있어야 하며, 싱그러운 바람이 있어야 해요. 여기에 해님이 있어야 하고 비님이 있어야 합니다. 풀이 자라는 흙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사람들 손길이 따사롭게 있어야 합니다.



- “술이라고 다 가게에서만 마시란 법 없네요.” (68쪽)

- ‘한턱 내는 상사로서 자기 혼자 하나 더 먹는 추태를 부릴 수야 없지.’ ‘끄응, 이런 상황 정말 싫더라. 남자보다 더 먹을 수야 없지.’ ‘마지막 남은 거 하나 꿀꺽하는 것쯤 난 사실 별로 신경 안 쓰지만, 워낙 맛있다 보니 역시 좀 켕기네.’ (76쪽)



  포도술 맛을 따지는 사람은 ‘술병에 붙은 이름값’으로 맛을 따지지 않습니다. 포도술 마개를 따면서 풍기는 냄새를 살피고, 포도술 한 모금을 혀에 대는 맛을 살핍니다. 냄새와 맛이 어우러지는 느낌을 살펴요. 그러면, 술맛은 어디에서 비롯할까요? 바로 흙맛이고, 풀맛(풀열매맛)이며, 물맛(비맛)인데다가, 볕맛(해맛)입니다. 무엇보다, 바람맛입니다. 포도나무가 자라는 밭자락을 흐르는 바람결에 따라 포도송이가 다르게 영글어요. 볕이 좋아도 바람이 안 좋으면 포도송이가 시들합니다. 가장 대수로운 숨결은 바로 바람입니다.



- ‘추운 겨울날, 코타츠에 들어가 술잔을 홀짝.’ (122쪽)

- “선배, 마늘 못 먹어요?” “아니. 실은, 내일 과장님이랑 같이 거래처 가기로 했는데 말이야, 내가 그 자리에서 마늘 냄새를 풍겨 봐. 크흑! 가다랭이는! 생마늘이랑 같이 먹는 게 최곤데 말이야!” (159쪽)



  바람 한 줄기를 쐬지 못하면 모든 목숨이 죽습니다. 햇볕 한 줄기를 쬐지 못해도 모든 목숨이 죽겠지요. 물 한 모금을 마시지 못해도 모든 목숨이 죽을 테고요. 그러니까, 술 한 잔이든 밥 한 그릇이든, 우리는 언제나 바람과 햇볕과 빗물을 받아들이는 셈입니다. 흙과 풀을 함께 받아들이는 셈입니다.


  술 한 잔에서 삶을 느낀다면, 술뿐 아니라 밥 한 그릇에서도 삶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술과 밥이 아니어도 빗방울에서도 삶을 느낄 수 있습니다. 흙알갱이 하나에서도 삶을 느낄 수 있으며, 풀 한 포기와 꽃 한 송이에서도 삶을 느낄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은 도시에서 회사원으로 지내면서 삶맛을 읽습니다. 어떤 사람은 시골에서 흙을 만지면서 삶맛을 읽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지구별에서 바람을 노래하면서 삶맛을 읽습니다. 4348.4.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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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까지꽃 그림자



  조그맣디조그마한 봄꽃 가운데 하나인 봄까지꽃이 우리 집 갓풀밭 사이에서 돋는다. 갓풀은 잎사귀도 넓적하고 키도 크다. 봄까지꽃은 갓풀 사이에서 용을 쓰지만, 좀처럼 갓풀 틈에서 제 자리를 넓히기 어렵다. 그래도, 갓풀이 퍼지지 않은 자리에서 앞으로 고개를 내밀면서 마당 귀퉁이에 조그마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작은 꽃잎만큼 작은 그림자이고, 작은 풀잎만큼 작은 그림자이다. 이 작은 그림자를 보려고 봄을 기다렸구나. 4348.4.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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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43. 봄을 부르는 빛



  봄을 부르는 빛이란 무엇일까요. 봄빛은 어디에 어떻게 묻어날까요. 봄비를 바라보면서 봄내음을 맡고, 봄내음을 맡으면서 봄기운을 느끼며, 봄기운을 느끼면서 봄빛을 바라봅니다. 이 땅을 따스하게 덮는 빗방울은 추위를 잠재웁니다. 이 땅을 포근하게 어루만지는 빗물은 새싹을 북돋웁니다. 새봄에 새롭게 깨어나는 풀잎과 나뭇잎처럼 내 마음에 푸른 이야기를 심을 수 있으면, 내가 바라보는 모든 곳에 봄빛이 번집니다. 새봄이어도 봄내음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면, 삼월이건 사월이건 오월이건 봄빛을 흩뿌리는 이야기를 느낄 수 없습니다.


  봄철에 찍기에 봄빛이 드러나는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가을에 찍으니 봄빛을 찾아볼 수 없는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바로 이곳’에 ‘오늘’ ‘내’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 오늘 내가 있어도 ‘왜 무엇을 하러’ 바로 이곳에 오늘 내가 있는가를 헤아리지 못한다면, 나는 아무것도 못 찍습니다.


  ‘왜?’ 하고 묻습니다. ‘무엇을?’ 하고 묻습니다. 스스로 수수께끼를 내고, 스스로 실마리를 풉니다. 봄이니까 봄을 찍으려 한다는 수수께끼와 실마리를 스스로 얽다가 맺습니다. 봄이기에 봄을 노래하면서 이 기쁨을 사진으로 드러내려 한다는 웃음과 꿈을 차근차근 엮습니다.


  봄을 부르는 빛은 내 가슴에서 싹틉니다. 봄은 늘 내 가슴에 있습니다.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모든 빛은 언제나 내 가슴에서 내가 부르기를 기다립니다. 4348.4.3.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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