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22. 아침을 여는 피아노



  2010년이었지 싶은데, 곁님이 피아노를 사자고 했을 적에 ‘피아노 살 돈’이 없었다. 백오십만 원쯤 되는 돈도 없었지만, 살림집도 좁았다. 그러나 피아노를 샀다. 피아노를 생각하고 생각하니 피아노를 장만할 살림으로 바뀌었다. 우리 집 아이들은 피아노를 그냥 친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건반을 아이들 마음껏 두들기거나 누른다. 스스로 누르거나 치면서 스스로 가락을 헤아린다. 언제이든 칠 수 있고, 소리를 줄이거나 가릴 일조차 없다. 꼭 피아노여야 하지 않으나, 피아노처럼 느긋하게 앉아서 마음껏 손가락을 놀릴 만한 악기가 집에 있을 때에 집안에 새로운 숨결이 흐르는구나 하고 늘 느낀다. 헌 피아노로 백오십만 원을 쓴 셈이라 할 텐데, 돈으로 치면 앞으로 백쉰 해 동안 잘 건사해서 쓰면 한 해에 만 원을 쓰면서 피아노를 누리는 셈이다. 한 달에 만 원씩 쳐도 열 해 동안 잘 건사하면 백오십만 원 같은 돈은 그야말로 아무것이 아니다. 어떤 삶으로 나아가려 하는가를 생각한다면, 살림살이를 어떻게 건사할 때에 스스로 즐겁고 아름다운가를 기쁘게 배울 수 있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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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처럼 2015-04-05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보다 훨씬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겠죠. 새로운 악기를 하나 배울때 동무가 하나 생기는 마음이 들어요. ^^

파란놀 2015-04-06 02:34   좋아요 0 | URL
아이한테도 어른한테도
손길을 타는
고운 악기가 하나씩 있을 때에
참 아름답구나 싶어요
 

초피나무 새잎에 빗방울



  초피나무에 새잎이 돋으면서 초피내음이 확 퍼진다. 초피나무란 참 놀라우면서 대단한 아이라고 느낀다. 요로코롬 조그마한 잎으로도 초피내음을 훅 끼치면서 ‘나도 봄에 깨어나는데 왜 나는 안 들여다봐요?’ 하고 묻는다. ‘내가 언제 너희를 안 들여다보았니? 날마다 들여다보는걸.’ ‘날마다 들여다보더라도 다른 아이들은 사진으로도 찍으면서 왜 나는 사진으로 안 찍어요?’ ‘그러고 보니 그렇구나. 내가 잘못했어.’ 빗방울을 대롱대롱 매달면서 어여쁜 모습을 보여준다. 코를 내밀어 큼큼 냄새를 맡는다. 풀에서는 풀내음이 흐르고, 나무에서는 나무내음이 흐른다. 온갖 내음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사랑스러운 봄내음이 된다. 4348.4.5.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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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꽃봉오리 터지려 하는



  모과꽃봉오리가 터지려 한다. 매화꽃이 모두 진 이즈음, 모과꽃은 날마다 기운을 내어 봉오리마다 차츰 벌어진다.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가 하고 노래하면서 바라본다. 먼저 나뭇잎이 나오고, 나뭇잎이 햇볕과 바람과 빗물을 듬뿍 받아들인 뒤, 이 기운으로 꽃봉오리가 조금씩 굵어진다. 처음에는 붉은 기운이 하나도 없지만, 이내 붉은 기운이 감돌고, 붉은 봉오리는 차츰 부풀어오르니, 하루가 가면 이틀이 가면 사흘이 가면 바야흐로 한꺼번에 활짝 터지리라.


  모과나무를 쓰다듬는다. 애쓰는구나. 더 힘을 내렴. 네 꽃으로 우리 집과 마을을 곱게 밝혀 주렴. 봄이 한껏 무르익는다고 알려주렴. 멧새를 불러 네 나뭇가지에 앉혀 이 꽃을 노래하라고 이르렴. 4348.4.5.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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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의 우주선 상상 1호 웅진 세계그림책 130
에즈라 잭 키츠 지음, 서애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07



네 꿈을 지어서 펼치렴

― 루이의 우주선 상상 1호

 에즈라 잭 키츠 글·그림

 서애경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2009.8.28.



  아이들은 아주 손쉽게 놉니다. 맨손으로도 놉니다. 맨손에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배고플 적에도 맨손에 짠 하면서 과자나 사탕이나 빵이나 떡을 지어 냅니다. 아이들과 나들이를 다니다 보면, 이 아이들은 으레 손바닥을 쫙 펼치면서 “자, 아버지도 먹어!” 하고 말합니다. 손바닥에 온갖 것이 다 있으니 골라서 먹으라고 합니다. 그러면 나도 손바닥을 낼름 펼치면서 너한테 사탕을 이만큼 주지 하고 말합니다.



.. “고물이라니? 애들이 뭘 몰라서 하는 말이란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상상을 할 줄 알아야 하는 법! 상상을 하면, 저 고물을 타고 우주여행을 할 수도 있단다. 어떠냐, 루이? 한번 해 보고 싶지 않니?” ..  (3쪽)





  우리 놀이는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놀잇감으로 놀지 않기 때문에 아름답습니다. 우리 삶은 언제나 사랑스럽습니다. 우리는 늘 서로 아끼고 돌보면서 지내니 사랑스럽습니다.


  꽃씨를 심으면서 꽃을 생각하니 참말 꽃이 핍니다. 나무씨를 심으면서 나무를 꿈꾸니 참말 나무가 자랍니다. 꺾이거나 잘린 나뭇가지가 있으면, 이 나무가 씩씩하게 되살아나는 꿈을 꾸면서 심습니다. 이리하여, 꺾이거나 잘린 나뭇가지는 새로운 나무로 무럭무럭 자랄 수 있습니다.


  꺾일 만한 꿈이 없습니다. 무너질 만한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싱그럽게 꿈꿉니다. 우리는 늘 해맑게 생각하고 춤추면서 노래합니다.



.. “루이, 너 혼자 갈 거야? 같이 가도 돼?” “그건 너한테 달렸어. 상상을 해야 우주선이 움직이거든.” ..  (6쪽)





  에즈라 잭 키츠 님 그림책 《루이의 우주선 상상 1호》(웅진주니어,2009)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생각으로 짓는 놀이를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꿈으로 나누는 놀이를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에서는 ‘상상 1호’라는 이름을 쓰는데, 영어로 나온 그림책은 “regards to the man in the moon”입니다. 한국말로 옮기면 “달사람한테 띄우는 말”쯤 됩니다. 한국말로 옮기며 붙인 이름이 한결 재미있다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아이들이 달사람한테 띄우는 말은 ‘생각’이나 ‘꿈’입니다.



.. 둘은 가만히 지구를 내려다보았지요. “사람들은 모두 저 아래에 있는데…… 우리만 이 위에 있어, 무섭다!” “나도 무서워!” 루이가 속삭였어요 ..  (13쪽)




  아이들은 ‘낡은 것’으로 지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나기로 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꿈을 지어서 우주선을 우주로 날립니다. 아이들은 알아요. 그리고 이 아이들을 돌보는 어버이도 알아요. 우주선은 ‘과학기술’로 우주에 날릴 수 있지 않습니다. 과학기술을 쓰려면 아주 무거운 쇳덩어리를 만들 뿐입니다. 과학기술이 아닌 꿈을 지을 수 있으면,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홀가분하게 우주를 훨훨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만으로 우주에 가려 하면 우주선을 타고 우주옷을 입어야 하며 산소통이니 뭐니 자질구레하게 잔뜩 챙겨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꿈으로 우주마실을 하려 하면, 아무것이 없어도 홀가분하게 우주를 날아요. 산소통이 있어야 할 까닭이 없어요. 무겁고 커다란 쇳덩이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 “한 번 더 만나면 본때를 보여 줘야지!” 루이가 말했어요. “괴물들은 자기들 상상력이 다 떨어져서 돌아간 거야!” ..  (29쪽)




  꿈은 바로 생각이요 삶입니다. 생각은 언제나 삶이면서 꿈입니다. 아름답게 짓는 꿈으로 삶을 아름답게 짓습니다. 아름답게 품는 생각으로 사랑을 아름답게 품습니다.


  루이라는 아이는 제 꿈으로 우주선을 날립니다. 루이라는 아이는 제 생각으로 먼먼 우주를 마음껏 돌아다닌 뒤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왜 집으로 돌아올까요? 집에는 바로 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거든요. 우주마실도 재미있지만, 집으로 돌아와서 따스한 사랑을 받으면서 저녁밥도 맛나게 먹고 싶습니다.


  꿈으로 놀고, 사랑으로 하루를 지냅니다. 생각으로 이야기하고, 삶이 꽃처럼 맑게 피어납니다. 4348.4.5.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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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73) 그리고 5


버찌와 수박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케이크에 터널을 뚫어 안쪽에서부터 먹었습니다 … 겨울잠쥐는 제일 큰 화분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나서

《후쿠자와 유미코/엄기원 옮김-숲 속의 단짝 친구》(한림출판사,2004) 13, 15쪽


 그리고 나서

→ 그리고

→ 그러고 나서

→ 그리하고 나서

→ 그렇게 하고 나서

 …



  “그리고 나서” 꼴로 잘못 쓰는 사람이 대단히 많습니다. ‘그리고’라는 이음씨 뒤에는 ‘나서’를 붙일 수 없으나, 이렇게 잘못 쓰는 사람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나서”나 “그러나 나서”처럼 쓸 수 없는 줄 안다면, “그리고 나서”처럼 쓸 수 없는 줄 알 테지요. 이 보기글에서는 ‘나서’를 덜고 ‘그리고’만 적으면 됩니다.


  그리고, 이 글월을 다르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러고 나서”인가 하면, ‘그러고’는 ‘그리하고’를 줄인 낱말입니다. ‘이리하다’를 줄이면 ‘이러다’이고, ‘저리하다’를 줄이면 ‘저러다’예요. 그러니, “그러고 나서·이러고 나서·저러고 나서”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다만, “그림을 그리다”를 말하려 한다면, “그림을 그리고 나서”처럼 쓸 수 있습니다. 이런 자리가 아니라면 ‘그리고’나 ‘그러다’를 알맞게 살펴서 써야 합니다. 4348.4.5.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버찌와 수박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케이크에 구멍을 뚫어 안쪽부터 먹었습니다 … 겨울잠쥐는 가장 큰 꽃그릇을 골랐습니다. 그러고 나서


‘터널(tunnel)’은 ‘구멍’으로 손질하고, ‘제일(第一)’은 ‘가장’으로 손질하며, ‘화분(花盆)’은 ‘꽃그릇’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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