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짝 친구 - 친구를 위한 배려 내 친구는 그림책
후쿠자와 유미코 글.그림,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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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08



마음을 읽어 함께 어울린다

― 숲 속의 단짝 친구

 후쿠자와 유미코 글·그림

 엄기원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2004.2.20.



  아이들한테 또래동무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어른들이 으레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또래동무는 나이가 비슷한 아이를 억지로 묶는다고 해서 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아이들을 억지로 학교에 몰아세워서 똑같은 나이인 아이를 같은 교실에 묶어야 또래동무가 되지 않습니다.


  똑같은 교과서에 똑같은 차림새에 똑같은 지식으로 아이들을 다그치는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서로 아끼고 보살피지 못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학교에서는 성적과 시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교과서를 둘러싸고 오직 교과서 지식으로 시험을 치를 뿐이니, 아이들은 시험점수를 놓고 서로서로 틀을 지웁니다. 다 다른 아이들이 다 다른 숨결로 즐겁게 어울리도록 하지 못하는 학교이니, 이런 곳에서는 따돌림과 괴롭힘이 끊일 수 없습니다.



.. 둘이 처음 만났을 때 “겨울잠쥐는 작아서 귀여워.” 하고 곰은 생각했습니다. “곰은 크고 듬직해서 멋있어.” 하고 겨울잠쥐는 생각했습니다 ..  (5쪽)





  학교라는 곳에서 마음동무가 있을 수 있을까요? 없을 수 없다고 느낍니다만, 제도권학교에서 마음동무가 나타나기란 참으로 어렵다고 느낍니다. 교과서와 시험점수만 흐르는 제도권학교인 터라, 이 메마른 곳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지 못해요. 마음껏 소리치거나 노래하지도 못합니다. 조금만 소리를 높여서 수다를 떨어도 모든 교사가 아이들을 윽박지르거나 조용히 하라며 꾸짖습니다.


  아이들이 교과서를 배우면서 웃는 일이 없어요. 아이들이 수업을 받으면서 하하호호 깔깔낄낄 웃을 수 없습니다. 모두 멍하니 칠판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모두 ‘성적 향상’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모든 아이들이 ‘100점’을 받아야 한다고 몰아세우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이 아이들이 ‘100점을 못 받게’끔 ‘변별력’을 키워야 한다고 내세우면서 ‘시험점수 줄세우기’를 시킵니다.


  또래 아이들을 몰아놓은 곳에서 한다는 일이 고작 이런 짓이니, 이 메마른 교실에서 또래 아이들은 ‘동무’가 아니라 ‘맞수’가 될 뿐입니다.



.. 곰은 좋아하는 벌꿀이 듬뿍 들어 있는 벌꿀 몽블랑을 주문했습니다. 겨울잠쥐는 과일이 듬뿍 올려져 있는 3단 생크림 케이크를 주문했습니다 ..  (10∼11쪽)





  후쿠자와 유미코 님이 빚은 그림책 《숲 속의 단짝 친구》(한림출판사,2004)는 아주 사랑스럽습니다. 숲동무로 지내는 큰곰과 겨울잠쥐는 서로 아끼고 보듬는 숨결로 언제나 즐겁게 노래하면서 삶을 지어요. 큰곰은 상냥한 품으로 겨울잠쥐를 아끼고, 겨울잠쥐는 너그러운 품으로 큰곰을 아낍니다. 몸집이 커다란 곰은 상냥하면서 귀여운 몸짓이요, 몸집이 자그마한 겨울잠쥐는 넉넉하면서 씩씩한 몸짓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책이 《우리는 단짝 친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책이름을 왜 바꾸었을까요? ‘숲 속’과 ‘우리’라는 말은 사뭇 다른데, 왜 ‘우리’로 바꾸어야 했을까요?


  그림책에 나오는 큰곰과 겨울잠쥐는 ‘숲’에서 동무가 됩니다. 아무 곳에서나 흔히 보는 동무가 아니라 숲동무입니다.


  더 생각해 보면, 요새는 ‘단(單)짝 친구(親舊)’라는 말을 흔히 쓰지만, 지난날에는 ‘짝꿍’이라는 말만 썼습니다. 한국사람이 ‘친구’라는 한자말을 쓴 지는 얼마 안 됩니다. 그리고, 이 그림책 얼거리를 본다면 ‘단짝 친구’라는 말보다도 ‘짝꿍’이라든지 ‘어깨동무’ 같은 이름이 한결 잘 어울릴 만합니다.



.. “나는 곰의 밭이 부러워.” 겨울잠쥐가 말했습니다. “그럼, 우리 서로 밭을 바꿔 볼까?” 곰이 겨울잠쥐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나 겨울잠쥐는 “싫어, 내 밭도 한번 열심히 가꾸어 볼 거야.” ..  (23쪽)




  예쁜 그림책을 넘기면서 가만히 생각에 잠깁니다. 예부터 이 땅에서 수수한 사람들이 늘 쓰던 ‘동무’라는 낱말은 새마을운동과 함께 짓밟혔습니다. ‘동무’는 마치 북녘에서만 쓰는 낱말인 듯 여기면서 억지스레 ‘친구’라는 한자말로 바꿔서 쓰도록 몰아세웠습니다. 이런 그악스러운 독재정권 짓거리가 춤을 추었어도 아이들은 ‘소꿉동무’와 ‘놀이동무’와 ‘어깨동무’와 ‘불알동무’ 같은 이름을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책동무’나 ‘글동무’ 같은 이름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림책 《숲 속의 단짝 친구》에 나오는 두 아이를 보면, 처음에는 ‘숲동무’이고, 다음에는 ‘마실동무’이며, 다음에는 ‘밥동무’이고, 다음에는 ‘꽃동무’이자 ‘일동무’요, 마지막에는 ‘잔치동무’이면서 ‘삶동무’인 ‘길동무’가 됩니다. 차츰차츰 살가이 지내면서 ‘어깨동무’를 이루는 ‘짝꿍’이 되어요.



.. “이렇게 많은 고구마와 호박을 우리들끼리 다 먹을 수야 없지.” 곰이 말했습니다 ..  (35쪽)




  기쁨을 나누는 동무라면 ‘기쁨동무’입니다. 사랑을 속삭이는 동무라면 ‘사랑동무’입니다. 여기에서 ‘사랑’은 남녀나 남남이나 녀녀 사이에 살갗을 부비는 몸짓이 아닙니다. ‘사랑’은 서로 아끼고 보살필 줄 아는 넉넉하면서 포근한 숨결을 가리킵니다. 함께 꿈을 키우는 ‘꿈동무’가 있고, 언제나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야기동무’가 있습니다. 같이 배우면서 ‘배움동무’이고, ‘마을동무’나 ‘시골동무’나 ‘편지동무’가 있어요.


  동무는 서로 얼굴을 보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동무는 다른 일을 하지 않고 그저 함께 있기만 해도 흐뭇합니다. 마음으로 사귀기에 동무입니다. 마음으로 함께하기에 동무입니다. 서로 헤아릴 줄 알고, 서로 생각할 줄 알며, 서로 손을 맞잡고 이 길을 걸을 수 있으니 동무입니다. 숲에서 지내는 두 아이는 멋진 동무입니다. 4348.4.6.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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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하루하루 달라지는 꽃빛, 동백나무 떨꽃



  봄에는 아침저녁으로 꽃빛이 달라진다. 이른봄에는 아직 들빛이 새롭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꽃빛은 그야말로 아침저녁으로 새롭다. 하루가 지나면 어제와 사뭇 다른 새로운 빛결이 흐른다. 게다가, 한 가지 꽃이 모두 지면 다른 꽃이 모두 핀다. 다른 꽃이 모두 필 적에는 또 다른 꽃이 새롭게 피려고 하고, 그야말로 어느 하루도 꽃구경을 쉴 겨를이 없다. 온갖 꽃이 저마다 ‘나를 좀 보렴’ 하고 부른다. ‘쟤만 꽃이 아니라 나도 꽃인걸’ 하면서 이곳저곳에서 부른다.


  여러 달에 걸쳐서 곱고 소담스러운 꽃송이를 베푸는 동백나무는 한봄에 무르익는 꽃송이로 나무가 짙붉을 무렵, 나무 둘레에 새로운 봄빛을 보여준다. 바로 ‘떨꽃(떨어진 꽃)빛’이다.


  다른 꽃은 꽃잎이 낱낱으로 떨어져서 흩어지는데, 동백꽃은 송이째 떨어지기 일쑤이다. 나무도 꽃송이로 붉고, 나무 둘레도 꽃송이로 붉다. 떨꽃이 이루는 빛깔은 사람들한테 ‘지는 꽃도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말 없는 말로 상냥하면서 부드럽게 들려준다. 4348.4.6.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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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차례와 봄까지꽃을



  매화꽃이 모두 졌다. 매화꽃이 지면서 꽃차례도 떨어진다. 봄까지꽃 옆에 떨어진 짙붉은 아이는 뭔 꽃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들여다보니 꽃차례이다. 꽃차례였구나. 게다가 매화꽃차례였구나.


  매화나무는 옅발그스름하면서 새하얗게 꽃을 베풀더니, 꽃차례로도 새로운 빛깔을 베푼다. 옅은 보라빛이 도는 봄까지꽃 둘레에 떨어진 매화꽃차례는 서로 사랑스레 어우러지는 빛깔이 된다. 우리한테 사진이 있어서 이 빛깔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으니 참으로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런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는 사람이 있을까? 높은 골짜기나 봉우리를 그리는 사람은 많은데, 이 조그마한 ‘그림’을 그야말로 ‘그림’으로 담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렴, 있으리라 믿는다. 작은 꽃들이 작은누리에서 새롭게 빛나는 싱그러운 넋을 사랑으로 마주하면서 그림으로 새삼스레 빚는 예쁜 이웃이 있으리라 믿는다. 4348.4.6.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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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을 보면 별꽃



  별꽃을 처음 보던 날을 늘 떠올린다. 별꽃을 처음 보고서 ‘아, 이 아이는 별꽃이로구나.’ 하고 떠올랐다. 누가 알려주지 않았어도 이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하늘에는 반짝이는 밤별이 있으면, 땅에는 아기자기하게 눈부신 작은 꽃별이 있다. 하늘에 뜬 밤별은 지구와 사뭇 멀리 떨어졌기에 아주 작게 보이지만 무척 큰 숨결이요, 땅에서 돋는 꽃별은 사람 몸크기에 대면 더없이 작아 보이지만 사람 목숨과 똑같이 소담스러운 숨결이다.


  우리 집 큰아이한테 별꽃을 처음 이야기하던 날도 늘 떠올린다. 큰아이는 “별처럼 생겨서 별꽃이야?” 하고 물었다. 누구라도 별꽃은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들꽃이요 골목꽃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이 별꽃은 스스로 씨앗을 잘 퍼뜨려서 해마다 신나게 누릴 수 있는 멋진 봄나물이 되기도 한다. 꽃이 안 필 적에도 보드라운 나물이고, 꽃이 필 적에도 보드라운 나물이다. 꽃이 필 적에도 꽃까지 사랑스레 즐기는 나물 가운데 하나이다. 4348.4.6.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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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민들레 바라보기


  ‘우리 집’ 흰민들레를 바라본다. 길이나 들이나 숲에서 만난 흰민들레라면 얼핏 한 번 보고 스쳐 지나갈 테지만, ‘우리 집’ 흰민들레이기 때문에 날마다 다시 보고 새로 볼 수 있다. 어떻게 꽃송이가 터지는지를 지켜보고, 이 아이들을 어떻게 아낄 수 있는가를 헤아린다. 가만히 지켜보노라면 이 아이들이 꽃을 활짝 피운 뒤 꽃을 닫고 씨앗을 맺는 모습까지 만날 수 있다. 우리 집이 흰민들레로 어여쁜 꽃잔치를 이루도록 할 수 있다. 보드랍고 고운 꽃잎을 살살 쓰다듬는다. 4348.4.5.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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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4-06 00:01   좋아요 0 | URL
흰민들레는 함께살기님 서재에서만 볼수 있는것 같아요. 올봄에도 만나니 참 좋네요. ^^

파란놀 2015-04-06 02:06   좋아요 0 | URL
해마다 씨앗을 잘 건사해서 둘레에 묻고,
봉투에도 모아요.
이곳저곳이 온통 흰민들레밭이 되도록 한달까요.
<미스 럼피우스>에 나오는 럼피우스 할머님처럼
저도 꽃씨를 퍼뜨립니다~ ^^

책방꽃방 2015-04-06 09:47   좋아요 0 | URL
어머 귀한 흰민들레를 여기서 보내요. 감사해요!^^

파란놀 2015-04-06 11:52   좋아요 1 | URL
이 고운 꽃이 널리 퍼질 수 있기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