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이야 푸른숲 작은 나무 6
김향이 지음, 김유대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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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93



‘이야기’를 담을 때에 책이다

― 나는 책이야

 김향이 글

 김유대 그림

 푸른숲 펴냄, 2001.8.28.



  김향이 님이 쓴 동화책 《나는 책이야》(푸른숲,2001)를 읽습니다. 《나는 책이야》라고 하는 동화책은, 도서관에서 사람들 손길을 아직 한 번도 못 받은 책이 슬퍼하는 이야기로 첫머리를 엽니다. 아이들은 아무도 이 책을 안 건드렸고, 이 책은 참으로 오랫동안 제 몸을 활짝 펼치지 못한 채 잠들어야 했는데, 어느 날 아주머니 한 분이 이 책을 처음으로 책꽂이에서 끄집어 내어 빌려간다고 합니다.



.. 기가 막혀서! 내 얼굴만 보고, 내 이름만 보고 내가 재미없다니, 말도 안 돼 ..  (11쪽)



  ‘나는 책이야’라는 이름이 붙은 책을 끄집어 낸 아주머니는 이녁이 이 책이 읽을 마음이 아닙니다. 이녁 아이한테 읽히려는 마음입니다. 아주머니는 아이한테 책을 안기지 않습니다. 그저 밥상맡에 놓을 뿐입니다. 이러고 나서 텔레비전을 켜서 멀거니 들여다본다고 합니다. 이때에 밥상맡에서 신문을 찾던 아저씨가 신문을 뒤적이려다가 이 책을 알아보았고, 신문읽기나 밥먹기를 잊은 채 이 책을 먼저 펼쳤다고 합니다. 이러자, 이 집 아이가 아버지가 푹 빠진 책에 비로소 눈길을 두면서, ‘그 책은 내가 읽을 책이야’ 하고 말하면서 가져갔다고 해요.


  여러모로 살피면, 이런 모습은 오늘날 흔히 엿볼 만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모로 좀 아리송합니다. 아저씨가 부를 적에 고개도 안 돌리고 텔레비전만 멀거니 들여다보는 아주머니가 책을 얼마나 즐기는 사람인지 궁금합니다. 한집에서 서로 말도 안 섞는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텔레비전과 신문과 책에서 얼마나 재미난 이야기를 길어올릴는지 궁금합니다. 한집 사람하고 말도 안 섞고 신문부터 찾으면서 밥을 먹으려 하는 아저씨가 어떻게 책을 알아채고는 신문을 내려놓고 책을 읽는다고 하는지 궁금합니다.



.. 나는 아줌마가 좋아. 첫 번째로 나를 데리고 나오기도 했지만, 마치 아기를 안듯 우리를 가슴에 안아 줬기 때문이야 ..  (17쪽)



  ‘이야기’를 담을 때에 책입니다. 이야기를 담은 책이 재미있습니다. 이야기를 담지 않고 왁자지껄 떠들기만 하는 책은 재미없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서도 이와 같아요. 서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눌 적에 재미있습니다. 한두 사람이 목소리를 높여서 떠든다면 재미없습니다.


  이야기는 서로 생각을 주고받을 적에 피어납니다. 한두 사람만 목소리를 외치는 자리에서는 외곬생각이 뻗을 뿐입니다.


  어떤 책이든 이야기를 담기 마련인데, 어떤 책이든 외곬생각을 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책을 읽는 사람이 스스로 이야기를 헤아립니다. 책은 첫 쪽부터 끝 쪽까지 그저 이야기를 품습니다. 책이 품은 이야기를 가리거나 고르거나 추려서 ‘새로운 이야기’로 짓는 사람이 ‘읽는이’입니다. 읽는이는 제 삶에 비추어 이야기 한 타래를 새롭게 엮습니다.



.. “오늘 저녁 신문 어디 있지?” 아빠가 엄마에게 물었어. “거기 테이블에 있잖아요.” 엄마가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어. 신문을 찾던 아빠가 나를 집어들고 말했어. “나는 책이야? 이거 하얀이 책이구나.” ..  (29쪽)



  우리는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요? 삶을 아름답게 북돋울 기운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기쁘게 읽어야 할 테지요. 몇 권을 읽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한 해에 한 권을 읽든, 열해에 한 권을 읽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꼭 도서관에 가야 하지 않습니다. 모든 책을 스스로 장만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많이 읽더라도, 집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면, 이러한 삶은 사람다운 삶이 되기 어렵습니다. 《나는 책이야》에 나오는 ‘하얀이네 집’은 책읽기보다 ‘말섞기’부터 해야 할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집안일만 하는 어머니와 바깥일만 하는 아버지 모습이 ‘오늘날 흔한 모습’일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흔한 모습을 깨고서, 아이들이 새롭게 거듭나도록 이끌 만한 이야기를 이러한 동화책에서 담을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다른 말 없이 신문부터 찾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을 ‘아주머니’이든 ‘아이’이든 와장창 깰 수 있는 줄거리를 보여줄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 나는 혼자 있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나가는 바람에게 부탁을 했어요. “바람아, 이곳에서 떠나게 해 줘. 아무 데나 좋아. 제발 부탁이야.” … 참 이상한 일이지요. 어린 씨앗들이 내 몸에 뿌리를 내린 다음부터 나는 아픈 줄도 몰랐고요, 내 처지를 슬퍼하지도 않았어요. 그 대신 온몸의 힘을 모아 어린 씨앗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마음을 썼어요 ..  (78, 113쪽)



  《나는 책이야》라는 동화책은 이른바 ‘틀에 틀이 있는 얼거리’입니다. ‘이야기 하나에 다른 이야기가 깃든 얼거리’입니다. 그런데, ‘다른 이야기’는 ‘이야기 하나’와 그리 잇닿지 않습니다. 이야기에 깃든 다른 이야기가 ‘바탕 이야기’를 꾸리는 밑힘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곰곰이 살피면, 이 책은 《나는 책이야》인데, ‘나는 책이야’라는 이름이 붙은 책은 ‘책’을 말하지 않아요. 그냥 이런저런 여러 이야기를 뒤섞어 놓았습니다.


  책이름이 ‘나는 책이야’라고 한다면, ‘이야기’를 푸는 실마리나 실타래를 ‘책’으로 엮어서, ‘책 이야기’로도 얼마든지 넉넉하고 깊으면서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조각맞추기를 할 때에 잘 어울리리라 느낍니다. 4348.4.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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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5-04-08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파란놀 2015-04-08 09:0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시로 읽는 책 206] 편지 한 통



  손으로 써도

  발로 써도

  다 사랑스럽지



  글월 한 통은 손으로 쓰든 발로 쓰든 컴퓨터로 쓰든 타자기로 쓰든 다 사랑스럽습니다. 이 글월을 받는 사람한테 따사로운 사랑이 흐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글월이라면 늘 사랑스럽습니다. 그러나, 손으로 쓰든 발로 쓰든 입으로 쓰든, 아무런 사랑을 담지 않고 쓰는 글월이라면, 이러한 글월을 받는 사람은 사랑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손으로 쓴 글이기에 더 살갑지 않습니다. 살가운 숨결을 담아서 쓴 글이어야 비로소 살갑습니다. 4348.4.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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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 (박영근) 창작과비평사 펴냄, 1997.11.20.



  이제 이승이 없는 시인을 곰곰이 헤아린다. 저승으로 떠난 시인이 이승에 두 발을 디디고 서면서 노래하던 이야기를 가만히 읽는다. 먼저 저승길로 간 동무를 그리던 시를 찬찬히 돌아본다. 박영근이라고 하는 시인은 이승길에 두 발을 디딘 동안 어떤 사랑으로 어떤 삶을 노랫마디에 담으려 했을까. 시집 하나로 이웃과 동무한테 들려주려던 꿈은 무엇이었을까.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와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은 누구인가. 별이 눈뜨는지, 아니면 아직 눈을 감았는지 궁금해 하는 마음에 어떤 바람이 부는지 생각해 본다. 가슴을 열어 서로 따스히 안을 수 있으면, 밤이고 낮이고 우리는 눈뜨는 별을 볼 수 있다. 4348.4.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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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
박영근 지음 / 창비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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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야 안녕? (뻬뜨르 호라체크) 시공주니어 펴냄, 2005.9.1.



  두툼한 종이로 댄 《작은 새야 안녕?》 같은 그림책은 우리 아이들이 태어난 뒤 비로소 본다. 많이 어린 아이들한테는 이처럼 두툼한 종이로 댄 책이 알맞다. 아이를 돌보면서 지내다 보니 이런 그림책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를 몸으로 깨닫는다. 그런데, 아이들이 제법 자라도 이 그림책은 아이들한테 재미있다. 나이가 들어도 곧잘 이 그림책을 펼쳐서 다시 보고 또 본다. 어른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다른 그림책도 새롭게 들여다보고, 몇 쪽 안 된다 할 《작은 새야 안녕?》 같은 그림책도 아주 천천히 새롭게 넘긴다. 짤막하면서 온힘이 깃든 말 몇 줄, 단출하면서 사랑스러운 숨결이 서린 그림 몇 점이 새로운 이야기로 자란다. 4348.4.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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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야 안녕?
뻬뜨르 호라체크 지음 / 시공주니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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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아름다운 책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면 아름다운 책이다. 아이한테 물려주면서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수 있으면 아름다운 책이다. 아이가 기쁘게 보면서 어버이를 불러 “여기 봐요, 참 아름다워요.” 하고 외칠 수 있으면 아름다운 책이다. 이웃과 동무한테 빙그레 웃음지으며 선물할 수 있으면 아름다운 책이다.


  내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는 길에서 벗님으로 삼으려고 고르는 책이니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책을 아이와 함께 누릴 수 있으니 하루가 아름답다. 어버이가 고이 물려주는 책을 신나게 읽으면서 웃는 아이가 아름답다. 따사로운 기운이 흐르면서 푸른 숨결이 자라고 파란 바람이 넘실거리는 보금자리가 아름답다. 4348.4.7.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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