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쁜 꽃씨 하나 (서홍관) 창작과비평사 펴냄, 1989.9.15.



  우리 마음에는 씨앗이 있다. 아직 씨앗을 안 심은 사람이 있고, 일찍 씨앗을 심은 사람이 있다. 씨앗을 심고 잊은 사람이 있고, 씨앗을 심은 뒤 언제나 따사로이 돌보는 사람이 있다. 씨앗은 꿈씨일 수 있고 사랑씨일 수 있다. 노래씨나 글씨나 그림씨일 수 있다. 흙씨나 풀씨나 나무씨일 수 있다. 어떤 씨앗이든 심는다. 기쁘게 심고, 즐겁게 돌보며, 아름답게 갈무리한다. 시집 《어여쁜 꽃씨 하나》에 흐르는 씨앗 이야기를 헤아린다. 내가 나를 아끼면서 심는 씨앗을 헤아리고, 내가 너와 어깨동무를 하려는 마음으로 나누는 씨앗을 돌아본다. 4348.4.10.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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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꽃씨 하나
서홍관 지음 / 창비 / 198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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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소원 (하이디 홀더) 마루벌 펴냄, 1996.2.25.



  까마귀가 꿈을 꾼다. 어떤 꿈을 꿀까? 젊어지는 꿈을 꾼다. 왜 젊어지는 꿈을 꿀까? 언제까지나 하늘을 시원하게 가르면서 삶을 아름답게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하늘을 시원하게 가르면서 삶을 아름답게 누리고 싶을까? 삶은 바로 사랑인 줄 알기 때문이다. 그림책 《까마귀의 소원》은 까마귀 마음속에 어떤 사랑과 꿈이 깃들었는가를 차근차근 보여준다. 까마귀는 이웃과 동무를 사랑하려는 마음이면서 스스로 새롭게 살고 싶은 꿈으로 하루하루 보낸다. 오직 이 두 가지 마음으로 하루를 누린다. 놀랍거나 새로운 것을 긁어모으는 재미가 아니라, 사랑과 꿈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저녁을 닫고 싶다. 그림책에는 까마귀가 나오지만, 까마귀를 사람으로 바꾸면, 사람인 우리는 어떤 마음이 되어 하루를 열고 닫는다고 할 만할까? 4348.4.10.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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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소원
하이디 홀더 글.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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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5.3.28. 큰아이―도서관과 놀이터



  ‘오늘은 어떤 그림을 그릴까’ 하고 큰아이가 묻는다. “오늘? 오늘 도서관하고 놀이터에 다녀왔으니까 그 이야기를 그려 봐.” 그림순이는 넉 장에 걸쳐 도서관 나들이와 놀이터 마실을 그림으로 그린다. 연필로 쓱쓱 재미있고 멋지게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그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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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넋·삶 47 즐겁거나 괴롭거나



  ‘즐거움’과 ‘기쁨’은 거의 같은 마음을 나타냅니다. 즐거움은 마음이 가벼우면서 좋은 느낌을 ‘내 몸으로 품는’ 모습이고, 기쁨은 마음이 가벼우면서 좋은 느낌을 ‘내 몸 바깥으로 드러내는’ 모습입니다. 즐거움은 남한테 드러내지 않으면서 가벼운 모습이라면, 기쁨은 남한테 드러나도록 가벼운 모습입니다.


  ‘괴로움’은 마음이 가볍지 못하면서 이곳저곳에 마구 휩쓸리는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즐거움·기쁨’은 마음이 가벼운 모습이요, ‘괴로움’은 마음이 무거운 모습입니다. 마음이 가볍기에 ‘홀가분한’ 삶이 되어 즐겁거나 기쁩니다. 마음이 무겁기에 내가 마음을 기울여야 할 곳을 모르는 채 그저 짓눌리기만 하면서 삶이 메마르거나 주눅이 듭니다.


  즐겁거나 기쁠 적에는 몸과 마음이 모두 홀가분하기에, 마치 나비나 새처럼 하늘을 신나게 가르면서 바람을 타고 훨훨 날 수 있습니다. 괴로울 적에는 어느 일이나 놀이를 하든 그저 무거우니까, 힘이 들고 쉽게 지칩니다. 나른하거나 찌뿌둥하면서 짜증이나 골이나 성이 자꾸 찾아들기 마련입니다. 괴로우면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하고 바람을 느끼지 못합니다.


  즐거운 사람은 늘 하늘을 새롭게 올려다봅니다. 기쁜 사람은 언제나 바람을 새롭게 마십니다. 하늘을 새롭게 올려다보면서 늘 하늘빛으로 물듭니다. 바람을 새롭게 마시면서 언제나 고운 숨결로 젖어듭니다. 하늘바람으로 몸을 다스릴 적에는 한결같이 하늘바람으로 지냅니다. 이와 달리,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하는 사람은 언제까지나 하늘을 그예 올려다보지 못할 뿐 아니라, 새로움이란 없다고 여깁니다. 새로움은 남이 나한테 주는 선물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속에서 길어올려야 하지만, 이를 바라보지 못합니다. 괴로운 나머지 ‘늘 마시는 바람(숨)’을 느끼지 못해, 바람결도 숨결도 내 것으로 가누지 못해요. 이때에는 내 ‘마음결’이 제대로 설 자리를 잃습니다. 아무것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눈길(눈결)이 됩니다.


  그런데, 즐거움과 괴로움은 ‘한 사람한테 함께 있는 앞모습과 뒷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주 조그마한 실마리 때문에 즐겁고, 아주 조그마한 실타래 때문에 괴롭습니다. 아주 작은 눈짓 하나로 즐거우면서, 아주 작은 몸짓 하나 때문에 괴롭습니다. 왜 그러할까요? 왜 어느 일을 놓고는 즐겁게 받아들이고, 어느 일을 놓고는 괴롭게 여길까요?


  기쁨은 기쁨을 끌어들입니다. 괴로움은 괴로움을 끌어들입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시샘은 시샘으로 이어집니다. 걸음마다 새로우니 자꾸 새걸음을 걷고, 걸음마다 무거우니 자꾸 제자리걸음입니다.


  ‘즐겁고 싶다’고 생각한대서 즐거운 삶이 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안 즐거운’ 사람은 없습니다. 즐거운 줄 모를 뿐입니다. 즐거움을 바라보지 않기에 즐거운 줄 모릅니다. 즐거움을 바라볼 수 있거나 기쁨을 마주할 수 있으면, 사랑과 꿈을 그대로 바라보면서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괴로움이 나한테 끔찍하거나 싫은 것이 아니라, ‘괴로움’은 내가 이 삶에서 누리거나 겪는 여러 가지 징검돌 가운데 하나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이러면서, ‘즐거움·기쁨’도 내가 이 삶에서 찾거나 만나는 여러 가지 징검돌 가운데 하나인 줄 알아차립니다.


  사랑으로 나아가는 사람은 나중에 ‘즐거움’이나 ‘괴로움’이 따로 없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사랑 그대로입니다. ‘조건 없는 사랑’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사랑이기에 사랑은 늘 아무런 토(조건)를 달지 않’습니다. 아무것에 얽매이지 않는 사랑일 때에 삶을 제대로 바라봅니다. 어느 것에도 휘둘리지 않는 사랑일 때에 삶을 제대로 마주하면서, 내가 나답게 섭니다. 다시 말하자면, 즐거움이라서 더 좋거나 낫지 않고, 괴로움이라서 더 나쁘거나 덜떨어지지 않습니다. 두 가지는 모두 삶을 이루는 조각입니다. 이 조각을 곱게 여겨 녹일 수 있으면, 우리는 찬찬히 가없는 사랑으로 나아갑니다. 4348.3.4.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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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속에서 잠자다 창비시선 143
김진경 지음 / 창비 /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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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를 말하는 시 90



시와 꿈노래

― 별빛 속에서 잠자다

 김진경 글

 창작과비평사 펴냄, 1996.2.28.



  잠이 들 적에 즐겁지 않은 날이 없는 채 삽니다. 고작 십 분이나 오 분만 눈을 붙여야 하더라도, 잠이 들 적에는 늘 즐겁다고 여깁니다. 이 일을 마치지 못했건, 저 일을 마무리짓지 못했건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잠이 들 적에는 이곳에 있는 모든 일을 내려놓습니다. 오직 잠 하나만 생각하면서 눈을 감습니다.



.. 밤새도록 소쩍새 울음이 창호지문에 젖는데 불도저 소리가 어둠의 한켠을 꺼내리고 있다 ..  (밤나무를 본다)



  내 삶이 기쁨이면 잠자리에 들면서 기쁜 이야기가 꿈으로 찾아옵니다. 내 삶이 기쁨이 아니라면 잠자리에 들 적에 기쁘지 않은 이야기가 꿈으로 찾아오거나 아무 꿈을 꾸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은 어떠한지 모릅니다. 나는 이렇습니다.


  이러다 보니, 잠자리에 들 적에 아이들과 즐거이 노래합니다. 나로서는 가장 보드라우면서 따스한 목소리가 되어 노래를 부르려 합니다. 잠자리에서 두 아이를 왼쪽과 오른쪽에 누여서 늘 자장노래를 부르는데, 내 목소리가 이토록 곱고 맑으며 싱그러운가 하고 놀랍니다.


  이리하여 아이들이 한 해 두 해 자라는 사이 내 목소리는 자장노래가 아닌 다른 노래를 부를 적에도 제법 들어 줄 만합니다. 다만, 들어 줄 만하다 하더라도 훌륭하거나 멋있다고는 여기지 않아요. 나도 이만큼 노래를 부르면서 아이들과 웃고 놀 수 있구나 하고 느낍니다.



.. 가을이 와서 / 노랗게 물들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  (은행나무)



  삶은 늘 꿈대로 이룬다고 느낍니다. 스스로 꿈을 꾸는 대로 내 삶이 나아가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그러니까, 나 스스로 꿈을 꾸지 않는다면, 내 삶은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합니다. 나 스스로 꿈을 지으려 하지 않으면, 나로서는 내 일을 스스로 찾지 못해요.


  꿈을 꿀 수 있을 때에 내 길을 걷습니다. 꿈을 꿀 수 있기에 내 노래를 불러요. 꿈을 꿀 수 있는 하루이기에 내 사랑을 내 마음속에서 길어올립니다.


  다른 사람 탓을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 핑계를 댈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내 자랑을 할 까닭이 없습니다. 내가 나를 추켜세울 일도 없습니다. 나는 그저 내 꿈을 꾸면서 내 삶을 짓고 내 하루를 누립니다.



.. 억지로 술을 마신 날 / 담벼락 밑에 헛구역질을 하다가 / 담장 위로 보랏빛 눈을 뜬 수수꽃다리 ..  (낙타, 수수꽃다리 핀 골목에서)



  김진경 님 시집 《별빛 속에서 잠자다》(창작과비평사,1996)를 읽습니다. 김진경 님은 별을 우러르면서 어떤 꿈을 빌었을까 하고 헤아립니다. 김진경 님이 스스로 바란 꿈은 어느 만큼 김진경 님 삶으로 드러났을까 하고 돌아봅니다.


  빚잔치로 허덕이던 아픔을 이제는 씻으셨을까요. 아이와 놀지 못한 채 아이를 시무룩한 얼굴로 유치원에 보내던 앙금을 이제는 씻으셨을까요. 가난도 사회운동도 이제는 이럭저럭 말끔하게 털거나 씻으셨을까요.



.. 어릴 적 빚 받으려는 아주머니들 학교로 찾아와, 수업 대신에 등나무 아래서,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어머니의 행방을 모른다거니, 맹랑한 놈이라거니, 사람의 소음에 지쳐 귀를 닫으면 멀리서 뻐꾹새소리 들렸다 ..  (칡꽃)



  아픔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픔은 좋지 않습니다. 앙금이나 얼룩이나 생채기는 나쁘지 않아요. 그렇다고 앙금이나 얼룩이나 생채기가 있어야 좋지 않습니다.


  아픔은 아픔일 뿐입니다. 앙금은 앙금일 뿐이에요. 내가 걸어가려는 길에서 겪거나 부딪히거나 만나는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멀리할 까닭도 가까이할 까닭도 없습니다. 그저 가만히 바라보면서 내 꿈을 짓고 내 삶을 가꾸면서 내 넋을 사랑하면 됩니다.



.. 따뜻한 봄날 아침 철책 따라 길을 걷다가 병사에게 지명의 유래를 물으니 모른다 한다. 담배를 비벼 끄고 다시 찔러총을 하는 병사들의 군홧발에 밟히는 노란 민들레 ..  (안인포구)



  밥을 짓고 빨래를 합니다. 이불을 말리고 아이들 손발을 씻깁니다. 밥을 차려서 아이들과 곁님을 먹이고, 부엌과 마루를 치웁니다. 온갖 일을 건사하느라 하루가 바쁩니다. 모든 일을 돌보느라 눈알이 빙그르르 돕니다. 그러나, 이런 일과 저런 살림을 맡으면서 노래를 하고 웃으며 춤을 춥니다. 참말 나는 밥을 짓고 국을 끓이면서 춤을 추어요.


  우리 아이들은 아버지가 춤추고 노래하면서 밥짓는 모습을 늘 지켜봅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버지가 빨래하면서 노래하는 모습을 언제나 바라봅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버지가 잠자리뿐 아니라 자전거마실을 할 적에도 으레 노래하는 모습을 노상 봅니다.


  이리하여, 아이들은 늘 노래를 불러요. 놀면서도 부르고, 잠자리에서 아버지가 목이 아파서 노래를 그만 부르면 아이들이 뒤이어서 부릅니다. 나는 아이들을 재우려고 자장노래를 부르지만, 요새는 내가 아이들 노래를 들으면서 먼저 곯아떨어지기 일쑤입니다.



.. 봉천동 가파른 계단 / 유치원 종일반에 가기 싫어 칭얼대는 / 아이를 업고 내려간다 ..  (한울이 도깨비 이야기)



  삶은 재미있습니다. 스스로 재미있다고 여기는 마음이 되기에 재미있습니다. 삶은 슬픕니다. 스스로 슬프다고 여기는 마음이 되기 때문에 슬픕니다.


  어떤 삶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스스로 생각해야 해요. 어떤 사랑으로 삶을 짓고 싶은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해요. 어떤 생각을 마음에 심으면서 삶을 사랑스레 노래하고 싶은지 스스로 헤아려야 합니다.


  꿈이 되고 노래가 되는 삶입니다. 꿈과 노래를 고스란히 삶으로 드러내는 하루입니다. 우리 함께 시를 써요. 내 이야기를 시로 쓰고, 내 이야기를 이웃과 나누어요. 내 이야기를 노랫가락에 담아서 아이들한테 물려주어요.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이 땅에 까만 씨앗으로 심어요. 4348.4.10.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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