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5.4.15. 작은아이―내 버스는



  버스 장난감을 갖고 싶다는 작은아이더러 버스를 스스로 그리라 하니까, 못 그리겠노라 한다. 먼저 바퀴부터 그리라 하니 동글동글 바퀴는 그린다. 몸통을 그리려는데 흔들흔들하다가 금을 죽죽죽 그으면서 버스가 이렇고 사람이 이렇고 창문이 이렇다고 한다. 보라야, 천천히 하나씩 그리면 돼. 빨리 그리려고 하지 말아라.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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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5.4.15. 큰아이―파란거미줄



  그림순이가 문득 파란거미줄을 그린다. 파란거미줄은 우리 몸을 이루는 얼거리이면서 모든 숨결이 저마다 이루는 얼거리이다. 우리 몸에 깃든 파란거미줄을 헤아리고, 너와 나 사이에 있는 파란거미줄을 바라본다. 이 파란거미줄을 늘 떠올리기에 네 몸도 내 몸도 눈부시게 튼튼하지.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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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5-04-19 09:01   좋아요 0 | URL
우와 거미줄이 제대로 표현되었네요.

파란놀 2015-04-19 09:28   좋아요 1 | URL
거미줄은 늘 함께 그리는데
이제 아주 멋지게 그렸어요~
 
[수입] Song Of The Sea (바다의 노래)(한글무자막)(Blu-ray)
Universal Studios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바닷노래 (바다의 노래)

Song of the Sea, 2014



  바닷가에 서면 오직 ‘바닷노래’만 흐른다. 바닷물은 끝없이 물결치면서 다른 모든 소리를 잠재운다. 드넓은 바다가 함께 일으키는 파란 노래를 들려준다. 들에 서면 오직 들노래만 흐른다. 들풀은 가없이 한들거리면서 다른 모든 소리를 녹인다. 푸르게 퍼지는 들녘을 가로지르는 바람은 푸른 노래를 베푼다. 멧골에서는 멧노래를 듣는다. 시골에서는 시골노래를 듣는다. 그리고, 도시에서는 도시노래를 듣는다.


  도시노래는 무엇일까? 도시에서 어우러지는 모든 소리가 터뜨리는 노래이다.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공장과 자동차와 온갖 기계가 들려주는 노래가 가장 클 테지. 이 모든 노래가 노래 같지 않다고 여겨서 귀를 막는 사람도 막을 테고.


  노래는 어디에나 있다. 지구별 어디에나 노래가 있다. 더 나은 노래나 멋진 노래는 없다. 덜떨어지거나 나쁜 노래는 없다. 그저 ‘노래를 듣는 사람’ 마음에 따라서 달라지는 노래일 뿐이다.


  만화영화 〈바닷노래(Song of the Sea)〉는 아일랜드에서 바다를 가로질러 한국에도 찾아왔다. 언제나 바다와 함께 삶을 짓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노래가 고이 흐르는 만화영화이다. 줄거리를 살짝 살피면, ‘셀키’라고 하는 ‘바다님’은 뭍사람과 함께 살면서 아이를 둘 낳고는 바다로 돌아간다. 셀키가 낳은 아이 가운데 큰아이는 여느 뭍사람하고 같으나, 작은아이는 여느 뭍사람하고 사뭇 다르다. 사람 피도 흐르지만 셀키 피도 흐르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바닷내음이 그리워서 뭍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무 말을 안 한다. 이 아이는 노래를 부르면서 살고 싶지만, 도무지 노래를 터뜨리지 못한다.


  셀키하고 마음을 섞은 등대지기는 셀키가 바다로 떠난 뒤 왜 ‘뭍에 남은 두 아이’는 바라보지 못하면서 술만 마실까. 셀키가 바다로 돌아갔다고 하더라도, 둘이 사랑으로 맺은 새로운 두 아이가 있는데, 왜 아이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까. 곰곰이 돌아보면, 이 사회에서 아이를 낳는 수많은 여느 어버이도 만화영화 등대지기하고 비슷한 모습이다. 아이들을 낳아서 학교와 학원에 보내기는 하지만, 막상 아이들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겨를이 없이 하루를 보내기 일쑤이다. 그나마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는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보더라도 중학교 문턱만 들어서면 얼굴 보기도 어렵고, 아이들이 대학교에 들어가면 이제부터 얼굴 아닌 목소리 듣기조차 어렵다.


  삶은 어떻게 해서 삶이 되겠는가. 사랑은 어떻게 해서 사랑이 이루어지겠는가. 마냥 그리워해서는 삶도 사랑도 되지 않는다. 바로 오늘 여기에서 스스로 웃고 노래할 때에 삶도 되고 사랑도 된다. 셀키가 낳은 아이가 ‘어머니를 따라 바다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에 남겠다’고 말한다. ‘여기’는 어디인가? 뭍이든 바다이든 똑같은 지구인데, ‘여기’는 참말 어디인가? 작은아이가 말하는 ‘여기’를 등대지기는 뒤늦게 깨달을 수 있을까? 오빠인 큰아이도 이제 동생이 말하는 ‘여기’를 따사롭게 바라볼 수 있을까?


  귀를 기울이면 바닷노래를 언제 어디에서나 듣는다. 귀를 기울이면 들노래와 멧노래와 숲노래뿐 아니라, 하늘노래와 바람노래와 꽃노래도 언제 어디에서나 듣는다. 무엇보다, 우리가 서로서로 부르는 사랑노래와 삶노래를 우리가 스스로 터뜨리면서 서로 따사롭게 어깨동무를 할 수 있다. 4348.4.19.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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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와 권총왕 이원수 문학 시리즈 3
이원수 지음 / 웅진주니어 / 1999년 8월
평점 :
품절


어린이책 읽는 삶 97



봄꽃 같은 아이, 봄나무 같은 어른

― 도깨비와 권총왕

 이원수 글

 권사우·설은영·이준섭 그림

 웅진주니어 펴냄, 1999.7.30.



  봄에 피는 꽃은 모두 봄꽃입니다. 이월에 피건 삼월에 피건 사월에 피건 모두 봄꽃입니다. 아직 봄이라 할 수 없는 이월에 피더라도, 이 봄꽃은 삼월과 사월에도 나란히 피어요. 볕바른 자리에서 아주 일찍 피는 봄꽃이 있고, 응달진 곳에서 느즈막하게 피는 봄꽃이 있어요. 그리고, 볕바른 곳에서도 느즈막하게 올라오는 봄꽃이 있습니다.


  냉이꽃은 이월에도 보지만 사월에도 봅니다. 민들레꽃은 삼월에도 보지만 오월에도 봐요. 어느 씨앗은 겨우내 봄을 기다렸다가 아주 빠르게 싹이 트고 뿌리를 내려서 꽃대까지 올려요. 어느 씨앗은 다른 들풀과 봄꽃이 한껏 터져서 들과 밭과 숲을 가득 메우고 나서야 비로소 기지개를 켭니다.


  가장 먼저 돋는 봄풀을 반기거나 가장 먼저 피는 봄꽃을 반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느즈막하게 돋는 봄풀이나 느즈막하게 피는 봄꽃을 반기는 사람은 드물 수 있어요. 그렇지만 풀과 꽃은 투정을 부리지 않습니다. 풀과 꽃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투지 않습니다. 저마다 제때에 찬찬히 온힘을 다해서 이 땅에서 깨어납니다.



.. 경칠이는 재미만 났어요. 누가 야단을 쳐도 히히히 웃으며 도망을 치고는 또 짓궂은 장난만 쳤답니다 … 어머니는 경칠이에게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토끼가 얼마나 착한 짐승인데 그걸 때리고 찌르고 그러니? 아기 토끼의 눈까지 멀게 해 놓았으니 가엾어서 볼 수가 없구나.” 경칠이는 시무룩하니 앉아 있다가 말했습니다. “때려 줘도 아프단 말도 안 하고 날 놀려 주지 않아?” “꼭 아프다고 소릴 쳐야만 하니? 토끼의 말소리는 네 귀에 안 들리니까 그렇지. 너도 토끼 노래를 불렀었지?” ..  (7, 9쪽)



  일월에 태어나는 아이가 있고 십이월에 태어나는 아이가 있습니다. 먼저 태어난다 싶은 아이가 있을 테지만, 먼저라고 해 본들 더 앞서 태어나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면서 누가 먼저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이와 같습니다. 먼저 태어난 어른은 없습니다. 저마다 제때에 맞게 즐겁게 태어난 숨결입니다.


  나이가 더 어리기에 철이 안 들지 않습니다. 나이가 더 많기에 철이 일찍 들지 않습니다. 저마다 제때에 철이 듭니다. 누군가는 열 살에 철이 들 테고, 누군가는 쉰 살에 철이 들 테지요. 누군가는 일흔 살이 되어도 철이 안 들었다 할 만하고, 누군가는 열 살이 채 안 되어 애늙은이 같은 모습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사람을 마주할 적에는 나이가 아닌 숨결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아이를 마주하든 어른을 마주하든 겉모습이나 겉차림이 아니라 속모습과 속마음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해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휘둘리지 말고, 속에서 환하게 터져오르는 숨결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 ‘엄마가 날마다 고된 일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구나. 집을 뛰쳐나가서 혼자 힘으로 살 수 없는 소의 신세는 가엾은 거다.’ … “그래도 난 수근이가 좋았어요. 밤에도 나와서 날 쓸어 주고 그랬어.” “그래, 수근이는 참 착한 아이였어. 그런 아이한테서 사랑을 받으니까 얼마나 좋더냐?” ..  (33, 34∼35쪽)



  이원수 님이 빚은 동화를 엮은 《도깨비와 권총왕》(웅진주니어,1999)을 읽습니다. 이 책에는 〈도깨비와 권총왕〉을 비롯해서 모두 열 가지 짧은동화를 싣습니다. 〈토끼와 경칠이〉는 힘여린 짐승을 괴롭히던 경칠이가 꿈에서 토끼를 만난 이야기를 다루고, 〈떠나는 송아지〉는 가난한 시골집에서 송아지를 팔아야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수탉〉은 암탉을 늘 괴롭히는 수탉을 지켜보는 아이 이야기를 다루고, 〈바둑이의 사랑〉은 고양이와 한집에서 지내다가 새끼를 남기고 일찍 숨을 거둔 고양이를 마주하는 개 이야기를 다룹니다. 책이름에 붙은 〈도깨비와 권총왕〉은 아이들이 보는 책에 나오는 ‘도깨비’와 ‘권총왕’이 맞서는 이야기를 다뤄요.


  짧은동화 열 꼭지는 모두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이야기입니다. 어린이가 이 땅에서 태어나 자라는 동안 아름다운 마음밥을 받아먹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웃과 동무를 사랑할 뿐 아니라, 풀과 나무도 사랑하기를 바라는 숨결이 깃든 이야기입니다. 작은 벌레와 짐승도 내 몸과 같이 보살피거나 아낄 수 있기를 바라는 숨결이 깃든 이야기예요.



.. 언젠가 나비의 얄미운 꼴을 보다못해 “저놈의 짐승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린 일이 있고, ‘쥐약 먹은 쥐라도 먹고 거꾸러져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던 걸 바둑이는 다시 생각했습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에 죽은 건 아니겠지.’ … “불쌍한 것들아, 내가 네 엄마가 돼 줄게.” 바둑이는 새끼들 옆에 누워서 몸을 핥아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새끼들이 모두 바둑이의 품안으로 기어들었습니다. “이것들아, 나는 지금 젖이 안 나니까 먹일 수 없다만, 따뜻이 품어 주니까 울지 마라.” ..  (56, 60쪽)



  언니이거나 오빠이거나 형이거나 누나라는 자리에 있는 아이라면, 제 동생을 아끼고 보살피면서 흐뭇합니다. 언제나 동생을 챙기거나 돌봐야 해서 고단하거나 힘들 일이란 없어요. 나보다 여리거나 어린 동생을 아끼면서 찬찬히 사랑이 샘솟습니다. 나보다 여리거나 어린 동생을 보듬으면서 찬찬히 어버이 사랑을 깨닫습니다. 내가 어린 동생을 돌보듯이 어버이도 나를 돌보았을 테니까요. 아니, 내가 투정을 부리거나 골을 부리더라도 어버이는 나를 가없는 사랑으로 따스하게 품었을 테니까요.


  나는 어버이한테서 받은 사랑을 동생한테 물려줍니다. 동생은 어버이와 언니한테서 받은 사랑을 동무와 이웃한테 물려줍니다. 동무와 이웃은 저마다 받은 사랑은 둘레에 고이 물려주겠지요.


  사랑이 흐르고 흘러서 아름답게 빛납니다. 사랑을 물려주고 물려받으면서 다 함께 아름답게 깨어납니다. 작은 사랑도 큰 사랑도 따로 없이 모든 사랑은 똑같이 따사로운 바람이 됩니다.



.. “야,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대낮에 도깨비가 다 나와? 총알 맛을 보고 얘길 해.” 하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대낮에 아이들에게 총을 겨누는 놈을 그냥 둘 줄 아나?” 하고 도깨비는 요술 방망이로 벤치를 탕탕 치며 말했습니다. “총알아, 없어져라!” … 용이는 제 눈에 눈물이 핑 도는 걸 알았습니다. 가지도 않는 고장난 시계를 가지고 그나마 어머니 아버지 몰래 훔쳐 가지고 산타 할아버지하네서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싫어졌습니다 ..  (98, 133쪽)



  요즈음에는 ‘팔려 가는 송아지’를 보며 눈물에 젖을 만한 어린이는 한국에 거의 없다고 할 만합니다. 요즈음에는 ‘도깨비’를 생각하면서 살가운 놀이동무로 여길 어린이도 거의 없다고 할 만합니다. 요즈음에는 ‘권총왕’이 아니라 ‘핵잠수함’이나 ‘우주선’을 떠올리면서, 어마어마한 전쟁무기를 아주 손쉽게 떠올릴 만합니다. 1911년에 태어나 1981년에 돌아가신 이원수 님이 예전에 쓰신 동화는 오늘날 문화나 문명으로 돌아보자면 아무래도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동화책 《도깨비와 권총왕》에는 어제와 오늘을 가로지르는 ‘다른 숨결’이 있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어린이가 가슴에 품을 사랑을 다루는 동화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짝을 짓는 마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서로 아끼고 돌보는 마음으로 다가서는 사랑을 보여주는 동화입니다. 지치거나 힘들 때마다 새롭게 일어서는 기운이 되는 사랑을 들려주는 동화입니다. 아프거나 괴로울 적마다 훌훌 털고 일어나서 새삼스레 빙그레 웃을 수 있는 사랑을 밝히는 동화입니다.


  겨울을 씩씩하게 난 씨앗이 봄에 활짝 웃습니다. 겨우내 옹크리던 풀씨가 새봄에 기지개를 켜면서 야무지게 잎을 틔우고 꽃을 터뜨립니다.


  봄꽃 같은 아이들입니다. 겨울에 손과 발이 꽁꽁 얼더라도 눈놀이를 하면서 봄을 부르는 아이들입니다.


  자, 어깨를 펴요. 시험성적이나 학원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는 끄고 바깥으로 나가요. 봄바람을 쐬고 봄비를 맞아요. 봄뼡을 쬐고 봄꽃내음을 맡아요. 이 땅에서 새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이 맑은 꿈을 스스로 지어서 사랑스레 일굴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곁에서 든든한 숲이 되어 주기를 빌어요. 봄꽃 같은 아이들 곁에서 봄나무 같은 어른이 될 수 있기를 빌어요. 4348.4.18.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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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버스야 (2015.4.15.)



  작은아이가 읍내 문방구 버스 장난감을 갖고 싶다는 노래를 부른 뒤 ‘집에서 그림을 그리자’고 했다. 작은아이가 먼저 스스로 버스를 그릴 생각을 안 한다. 그래서 아버지가 버스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구름 타고 하늘을 나는 버스가 제비와 함께 기쁘게 춤추고 꽃방귀를 뀐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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