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럼놀이 6 - 맨발로 거꾸로



  놀이돌이는 몸이 차츰 자라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놀이를 누린다. 그동안 구경만 하던 놀이를 재미나게 누린다. 누나가 보여주던 놀이를 놀이돌이도 얼마든지 따라할 수 있다. 신을 벗고 맨발로 미끄럼을 오른다. 그러고 나서 다시 미끄럼을 내려온다. 미끄럼을 엉덩이로 타고 슈욱 미끄러져도 재미있고, 이렇게 맨발로 척척 오르락내리락해도 재미있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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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놀이 10 - 서로서로 모래를 모아서



  면소재지 초등학교 놀이터에 있는 모래밭에서 둘이 따로 모래를 파면서 논다. 놀이순이는 놀이순이대로 모래를 파면서 모으고, 놀이돌이는 놀이돌이대로 모래를 파면서 모은다. 따끈따끈 내리쬐는 볕을 받으면서 따끈따끈 보드라운 모래를 만지며 시간 흐르는 줄 모른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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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7
오시미 슈조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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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503



다시 책을 파먹으려는 버러지

― 악의 꽃 7

 오시미 슈조 글·그림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3. 3.25.



  사람들은 ‘벌레’나 ‘버러지’라는 낱말을 서로 깎아내리거나 깔보거나 비아냥거리는 자리에서 흔히 씁니다. “버러지 같은 놈”이나 ‘밥벌레·돈벌레’라고 말해요. 그러나, ‘벌레·버러지’라는 낱말은 ‘책벌레·공부벌레·연습벌레’처럼 쓰면서, 어느 한 가지 일에 푹 파묻히는 사람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가만히 보면, 벌레나 버러지를 바라보는 사람은 두 가지 마음입니다. 첫째, 풀잎과 나뭇잎과 열매를 갉아먹는 녀석입니다. 둘째, 나비로 깨어나서 꽃가루받이를 해 주고, 아름다운 춤사위를 보여주는 님입니다.


  나비로 깨어나기 앞서, 모든 애벌레는 풀잎과 열매를 갉아먹습니다. 꽤 오랫동안 잎사귀와 열매를 갉아먹으면서 몸에 새로운 기운을 북돋아야 나비로 깨어날 수 있어요. 그러니, 잎과 열매를 갉아먹는 모습만 바라본다면, 벌레는 사람한테 나쁜 녀석이 됩니다. 잎과 열매를 실컷 갉아먹은 뒤 아름다운 나비로 깨어나서 모든 꽃이 열매를 맺도록 꽃가루받이를 해 주고 멋진 춤사위를 보여주는 나비 모습을 함께 바라본다면, 벌레는 사람한테 반가운 이웃이요 동무가 됩니다.



- “이 마을의 버러지들아! … 죽어! 죽어! 죽어! 이 마을은 지옥이다! 여기서 사는 건 지옥이다! 아무도 듣지 않아! 저 멀리! 산 너머에서 울리는! 그 꽃이 피는 소리를 아무도 듣지 않아!” (5, 15쪽)

- “나도 버러지다! 버러지들의 시궁창 속에서, 다른 녀석들과 다른 쪽을 향하고 있었을 뿐, 나야말로 버러지다!” (18∼19쪽)





  오시미 슈조 님이 빚은 만화책 《악의 꽃》(학산문화사,2013) 일곱째 권을 보면, 첫머리에서 “너는 버러지!” 하고 외치면서 “나도 버러지!” 하고 외치는 두 아이가 나옵니다. 두 아이는 더는 ‘살 마음’이 없습니다. 둘레 사람들한테서 아무런 꿈이나 사랑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리하여 온몸에 기름을 붓고는 스스로 몸에 불을 당겨서 죽으려고 해요. 다른 사람을 바라보면서 “너는 버러지!” 하고 외친 아이들은 “나도 버러지!” 하고 다시 외치면서, 버러지인 이 삶을 끝장내고 싶어 합니다.



- ‘틀렸어, 난. 틀렸어. 아무리, 아무리 애써도, 평범하게도, 그렇다고 튀지도 못하고, 결심했잖아? 전부 다 바꾸기로.’ (72쪽)

- “재밌어 보인다, 너희들. 고민이 없나 봐. 사는 데. 부러워. 난, 모르겠어. 난 그때 죽었어. 전부, 모든 것을 다 잃고. 하지만 아직도 살아 있어, 난. 추하게 숨을 쉬고 있지. 아무 이유도 없는데, 하하. 이건 완전히 좀비야, 좀비. 이봐, 가르쳐 주지 않을래? 어떻게 살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그래, 부끄럼 없이 살 수 있을까?” (98∼99쪽)





  만화책에 나오는 말이 아니더라도, 너와 나는 참말 모두 ‘버러지’입니다. 우리는 모두 밥버러지입니다. 밥을 먹고 사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밥만 먹지 않습니다. 우리는 밥과 함께 꿈을 먹어요. 스스로 새롭게 깨어나고 싶은 꿈을 먹습니다.


  다만, 꿈을 먹더라도 하루아침에 이 꿈이 환하게 피어나지 않습니다. 때를 기다립니다. 꿈이 꽃으로 피어날 때를 기다리면서 즐겁게 밥을 먹습니다. 새로운 나비로 깨어나기 앞서까지 우리는 모두 밥버러지일 수밖에 없어요. 먹고 또 먹고 다시 먹으면서 몸과 마음을 살찌웁니다. 이 일을 겪고 저 일을 겪으면서 새로운 앞날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오늘 이곳에서는 아직 밥버러지로만 있지만, 앞으로 저곳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나비가 되려고 해요. 온통 무지개빛으로 환한 새로운 숨결로 다시 태어나려고 하지요.


  그러니까, 오늘 이곳에서 ‘밥버러지 모습으로 있으면서 쓸모없다 싶은 내 삶’으로 느낀다고 하더라도 주눅들 까닭은 없습니다. 오늘은 이곳에서 밥을 신나게 먹으면 될 뿐입니다. 모든 애벌레가 고치에 들어가는 번데기가 되기 앞서 잎사귀를 잔뜩 먹듯이, 우리는 ‘철이 들기까지’ 수많은 일을 겪고 치르면서 차츰 자랍니다. 자라고 다시 자라면서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 ‘헌책방, 이런 곳에 있었던가. 핫! 책이라.’ (105쪽)

- “그런데 버렸어. 다른 책도. 이쪽으로 이사 오면서 전부 버렸어. 그 후로, 책은 한 페이지도 읽지 않았어. 그런데, 다시 읽어 보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방금 들었어.” (115∼116쪽)





  만화책 《악의 꽃》에 나오는 아이는 동무하고 함께 목숨을 놓으려고 하던 때부터 ‘죽었다’고 느낍니다. 두 아이가 함께 죽으려고 하던 그날부터 책은 한 줄도 안 읽었다고 합니다. 모든 책을 버렸고, 모든 마음(자존심이라든지 감정이라든지)을 버렸다고 합니다. 그냥 숨을 쉴 뿐, 이곳에서 살아야 하는 뜻이 아무것도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뜻밖에 헌책방을 봅니다. 그리고, 헌책방에서 책을 찾아서 읽는 ‘같은 학교 동무’를 만납니다.



- “아주, 재밌었어! 깜짝 놀랐어! 손이 멈추질 않더라! 다음엔 어떻게 될까, 다음엔 어떻게 되지, 하며. 이런 책은 처음 읽어 봐! 나, 중학생 때는 무슨 고행처럼 책을 읽었거든. 〈악의 꽃〉도, 억지로 집어삼키듯 읽었고.” (152∼153쪽)

- “굉장하다. 이거, 이 정도 모으는 데 얼마나 걸렸어?” “응? 얼마냐니. 저기! 너무 그렇게 뚫어지게 보지 마!” (183쪽)





  모든 꿈도 사랑도 잃었다고 여기면서 ‘죽은 듯이 살던’ 아이는, 늘 지나다니는 동네 골목에 헌책방이 있는 줄 여태 몰랐다고 합니다. 늘 그 자리에 그 책방이 있었을 테지만, 모든 책을 버리고 멍하니 하루하루 보냈으니, 둘레에 어떤 가게가 있는지 제대로 모를밖에 없습니다. 아마 빵집이 어디에 있는지도, 옷집이 어디에 있는지도, 동무네 집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리라 느껴요. ‘사는 뜻’이 마음속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이러다가 오랜만에 책에 눈을 뜹니다. ‘다른 사람한테 책벌레인지 눈에 안 띄면서 책벌레인 동무’를 만납니다.


  새롭게 책에 눈을 뜬 아이는 앞으로 삶을 새롭게 찾을 수 있을까요? 이제껏 스스로 온통 시커먼 어둠이요 잿빛이라고만 여기던 아이는 이제부터 삶과 사랑과 꿈을 다시 가슴에 품을 수 있을까요?


  책은 늘 내가 스스로 읽습니다. 남이 억지로 책을 읽힐 수 없습니다. 즐겁지 않다면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즐겁고 기쁠 때에 비로소 책을 읽습니다. 내 삶도 바로 내가 짓습니다. 스스로 즐겁게 웃어야 삶이 이루어집니다. 스스로 기쁘게 노래해야 꿈과 사랑을 지어요.


  만화책 《악의 꽃》에 나오는 ‘아픈 아이들’이 생채기를 씻을 수 있기를 빕니다. 이 나라에 있는 모든 아픈 아이들도 가슴팍에 아로새긴 슬픈 생채기를 고이 씻을 수 있기를 빕니다. 4348.4.19.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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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크레파스와 괴물 소동 (나카야 미와) 웅진주니어 펴냄, 2010.10.1.



  나카야 미와 님 그림책은 으레 ‘이야기꾸러미’로 나온다. 그루터기 이야기라든지, 깡통유령 이야기라든지, 아기곰 쿠피 이야기라든지, 또 도토리마을 이야기라든지, 모두 이야기꾸러미이다. 이 가운데 ‘까만 크레파스’ 이야기꾸러미가 있는데, 열 가지 빛깔 크레파스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에서 언제나 ‘까만 빛깔’이 주인공을 맡는다. 다만, 다른 아홉 빛깔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다. 모두 주인공인데, ‘까만 빛깔’을 남다르게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이끈다. 곰곰이 생각하면, 그림을 그리면서 ‘까만 빛깔’을 눈부시게 쓰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지만 까만 빛깔이 없으면 다른 빛깔이 살아나지 못한다. 까만 빛깔이 바탕을 이루기에 다른 빛깔이 곱게 피어날 수 있다. 《까만 크레파스와 괴물 소동》에서도 이 같은 이야기가 드러난다. 아홉 가지 알록달록 멋진 크레파스가 아무리 그림을 그려도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이 되지 못한다. 여기에 까망이가 한 가지 생각을 내놓아서 함께 그리니, 드디어 아름다운 그림이 태어난다. 그러나, 까망이 혼자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열 가지 크레파스가 저마다 제 빛을 살리면서 동무 빛깔하고 어우러지기에 사랑스러운 그림이 태어난다. 4348.4.19.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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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크레파스와 괴물 소동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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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으면서 읽는다



  집에서 밥을 지으면서 책을 읽습니다. 도마질을 할 적에는 손에서 책을 내려놓아야 하지만, 손에 물이 묻는 부엌일을 모두 마친 뒤, 이제 국물 간만 보아도 되면 드디어 손에 책을 쥘 만합니다. 밥내음을 느끼고 국내음을 맡으면서 책을 한 줄 두 줄 읽습니다.


  밥과 국이 거의 다 될 무렵, 입에서 저절로 노래가 흐릅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책을 석 줄 넉 줄 읽습니다. 이제 밥과 국이 다 됩니다. 살짝 뜸을 들이면서 춤을 춥니다. 발바닥을 구르고, 부엌에서 콩콩 뜁니다. 밥을 다 짓고 나서도 손에는 책이 있고, 책을 손에 쥔 채 폴짝폴짝 춤을 추면서 다섯 줄 여섯 줄 읽습니다.


  혼자서 도시로 볼일을 보러 나가면, 버스나 전철에서뿐 아니라 길에서도 책을 펼쳐서 읽습니다. 이렇게 하면 둘레에서 흐르는 모든 시끄럽거나 어수선한 소리가 가뭇없이 사라져요. 나부터 스스로 즐겁고 내 둘레로도 기쁜 기운을 퍼뜨릴 수 있구나 싶어서, 손에 책을 쥐며 걷는 일은 아름답구나 하고 느껴요. 4348.4.19.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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