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아이들과 읍내로

장보러 가려 한다.

읍내로 장보러 다녀온 지 열흘이 넘은 듯하다.

집안에 쌀도 거의 떨어지고

배추와 감자와 달걀에다가

마당과 뒤꼍 풀로 이럭저럭 버티는데

작은아이 통장에 남은 돈을 헐어서

장을 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다음주에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낼 공모원고를

이제 드디어 마무리지었기에

인쇄해서 보내야 할 텐데,

우리 집 인쇄기는 잉크가 떨어진 채 몇 달이 지났기에

집에서 뽑을 수 없어

누군가한테 맡겨야 하는데

누구한테 맡겨야 할는지 갈팡질팡한다.

아무튼, 오늘 맡겨서 택배로 토요일에 받아야

월요일에 우체국에 가서 이 원고를 보낼 수 있겠지.


'우리 말'을 다룬 이야기책이 지난 석 달 동안

얼마 안 팔려서, 지난 석 달치 글삯이

20만 원이 채 안 된다.

20만 원으로 다음 석 달 살림살이를 어떻게 가꿀까?

실마리를 풀려면 더 마음을 기쁘게 써야 하리라 느낀다.


아무튼, 아직까지도 '우리 말' 이야기책은

한국에서 팔리지 않지만,

앞으로는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슬기롭게 쓰도록 이끌

예쁜 이야기를 잘 써서 책으로 빚자고 꿈꾼다.

이제까지 가시밭길이었으니 앞으로도 가시밭길이어야 하지 않다.

이제부터는 아름다운 숲길이 될 수 있다.


어쨌든, 인천에 사는 형한테는

서울에 있는 출판사로든

이 원고를 출력해서 보내 달라고 얼른 전화를 걸어 보아야지.


그리고 형한테는 장볼 돈을 좀 보태어 달라고 여쭈어야겠다.

아무래도 혼자서는 이달 살림돈이 안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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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5.4.16.

 : 날마다 다른 들빛



- 여름과 가을과 겨울에도 들빛은 날마다 다르다. 여름에는 더 푸르게 달라지는 들빛이고, 가을에는 더 노랗게 달라지는 들빛이며, 겨울에는 더 누르스름하게 달라지는 들빛이다. 봄에는 옅푸르게 달라지는 들빛인데, 요즈음은 논마다 유채씨를 뿌리기에 가을과 다른 노란 물결이 춤을 춘다. 유채꽃송이가 차츰 벌어지면서 노란 빛물결은 날마다 더 눈부시다. 그런데, 이 노란 빛물결이 가장 흐드러질 무렵 모두 밀어 버린다. 왜냐하면, 유채꽃물결이 가장 넘실거릴 무렵 경관사업은 끝이 나고, 논마다 트랙터로 갈아엎어서 논삶이를 해야 하니까.


- 봄에는 날마다 다른 마실길이 된다. 우리 집 마당에 서도 날마다 다른 기운을 느낀다. 이웃마을을 자전거로 지나갈 적에도 늘 다른 기운을 느낀다. 아침과 낮과 저녁 사이에도 달라지는 기운을 느낀다. 그렇구나. 이제 해가 날마다 차츰 길어지지. 새벽동도 더 일찍 밝고, 저녁햇살도 오래도록 뻗는다.


- 논둑길을 천천히 달리다가도 자주 멈춘다. 노란 꽃물결이 눈부신 곳에서는 아예 자전거를 세우고 꽃바람을 듬뿍 마신다. 꽃바람을 마시는 아이들 가슴에 꽃노래가 흐르기를 빈다. 아이들과 함께 내 가슴에서도 꽃노래가 피어나기를 빈다. 아주 천천히 자전거 발판을 밟으면서 노래를 부른다.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는 아버지가 자전거에서 부르는 노래를 즐겁게 귀여겨듣는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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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40. 나무야, 큰나무야 (15.4.22.)



  시골아이가 나무한테 달려간다. 우리 도서관 큰나무한테 달려간다. 큰나무 곁에 서서 말을 건다. “나무야 잘 있었니?” 큰나무에 올라타고 싶으나 아직 팔힘이 모자라서 매미처럼 착 달라붙을 수만 있다. 조금도 힘이 붙고 몸이 자라면 나무타기도 신나게 하겠지. 큰나무 끝가지에 달린 잎을 하나 뜯는다. 나뭇잎으로 ‘잎순이’가 되는 놀이를 할 생각이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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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꽃잎 하나둘 떨어지면서 살포시



  모과꽃잎이 진다. 그러나 모과꽃이 모두 지지는 않는다. 매화나무를 보면 꽃잎이 하나둘 질 무렵 다른 매화꽃도 나란히 우수수 떨어지는데, 모과나무는 매화나무와 달라서, 떨어질 아이들만 몇몇 조금 떨어진다. 매화꽃잎이 질 무렵 매화나무 둘레 풀포기에는 매화꽃잎이 눈부시게 잔뜩 내려앉는다면, 모과꽃잎은 꽤 긴 나날을 두고 천천히 지니까 모과꽃잎 하나둘 살포시 얹히는 모습이 된다.


  어떤 손길이 모과꽃잎을 하나둘 다른 잎사귀에 살포시 올려놓았을까. 바람일 테지. 장난꾸러기 바람일 테지. 개구쟁이 바람이 이렇게 해 놓았겠지. 빙그레 웃으면서 바람한테 말한다. 얘, 바람아, 네가 나뭇잎과 풀잎에 올려놓은 모과꽃잎을 들여다볼 테니 한동안 꼼짝 말고 고요히 있어 주렴. 4348.4.24.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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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피는 꽃 (이재무) 창작과비평사 펴냄, 1996.2.15.



  우리가 늘 읊는 말 한 마디가 시로 거듭나고 노래로 다시 태어난다. 우리가 늘 마주하는 이웃과 시롤 나누고 춤을 춘다. 우리가 늘 먹는 밥으로 몸이 자라고 마음이 일어선다. 우리가 늘 바라보는 하늘과 땅에 따라 생각이 흐르고 사랑이 솟는다. 시집 《몸에 피는 꽃》을 읽는다. 삶이 피고 지고 흐르면서 얼크러지는 자리를 돌아본다. 오늘 아침도 새봄에 걸맞게 꽃내음이 흐르고, 제비와 숱한 들새랑 멧새가 바지런히 날아다닌다. 곧 아이들도 잠에서 깨어 새로운 놀이를 하는 하루가 되겠지.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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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피는 꽃
이재무 지음 / 창비 /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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