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29. 설거지 맡기기



  큰아이는 곧잘 “내가 설거지 할게요.” 하고 말한다. 설거지를 손수 해 보고 싶은 마음이니 기꺼이 설거지를 맡긴다. 어른이 설거지를 하면 이내 끝나지만, 아이가 설거지를 하면 한참 걸린다. 그러나, 손에 찬찬히 익히는 설거지이니, 오래 걸릴밖에 없다. 때때로 큰아이더러 “설거지 해 볼래?” 하고 묻는다. 그러면 큰아이는 서글서글하게 “네!” 하고 말한다. 설거지를 마친 그릇과 수저를 예쁘게 널어 놓는다. 개수대를 말끔히 치우는 손길까지는 안 되지만, 앞으로는 여기까지도 하리라 느낀다. 아귀힘이 늘면 행주도 빨아서 널 수 있겠지.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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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고 말해 줘 문학동네 동시집 30
이상교 지음, 허구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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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56



우리는 누구나 사랑스러운 넋

― 예쁘다고 말해 줘

 이상교 글

 허구 그림

 문학동네 펴냄, 2014.7.28.



  나무는 푸르게 우거집니다. 그래서, 나무를 바라보면서 ‘이야, 푸르구나.’ 하고 말합니다. 작은 들꽃도 커다란 나무꽃도 곱게 피어납니다. 그래서, 꽃을 바라보면서 ‘이야, 곱구나.’ 하고 말합니다. 소나기를 이끌고 찾아오는 뭉게구름은 새하얗습니다. 그래서, 구름을 바라보면서 ‘이야, 하얗구나.’ 하고 말합니다. 새파랗게 빛나는 하늘과 맞닿은 바다가 파랗습니다. 그래서, 너른 바다를 바라보면서 ‘이야, 파랗구나.’ 하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사랑스러운 어버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늘 말합니다. ‘이야, 참으로 사랑스럽구나.’ 따사로운 손길로 늘 정갈하게 어루만지는 어버이가 반가운 아이들이 어버이를 바라보며 언제나 말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해요.’



.. 어딘지 모르지만 / 난 아파 // 내일 학교에 / 못 갈 것 같아 // (참, 내일은 토요일!) ..  (난 아파)



  모든 꽃은 곱습니다. 모든 사람은 사랑스럽습니다. 모든 나무는 푸릅니다. 모든 별은 아름답게 반짝입니다. 내가 어느 꽃 한 송이를 바라보면서 ‘참으로 곱네.’ 하고 말하기에 꽃이 고울 수도 있고, 내가 굳이 꽃더러 ‘너 곱구나.’ 하고 말하지 않아도 꽃은 늘 그곳에서 곱게 피고 집니다. 내가 누군가를 마주하면서 ‘참으로 사랑스럽네요.’ 하고 말하기에 그 사람이 사랑스럽게 웃을 수도 있고, 내가 굳이 어느 한 사람더러 ‘그대는 몹시 사랑스럽습니다.’ 하고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스러운 숨결로 하루를 삽니다.



.. “네 동생 참 이쁘던데.” / 김밥집 아줌마가 말했다 // 그 사람들은 / 내가 진짜 / 이쁠 때를 못 봐서 / 그런다 ..  (내가 이쁠 때)



  이상교 님이 빚은 동시집 《예쁘다고 말해 줘》(문학동네,2014)를 읽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예쁘니 예쁘다고 말할 만하고, 아이들은 늘 예쁘기에 굳이 예쁘다고 말하지 않아도 될 만합니다.


  아이들은 모두 아이다운 숨결이기에 곱고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들이 하는 짓이나 목소리나 낯빛 때문에 곱거나 사랑스럽다고 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 가슴에 깃든 넋을 바라보면서 곱거나 사랑스럽다고 말합니다.


  어른은 누구나 아기로 태어나서 아이로 자랍니다. 그러니까, 어른들 가슴에도 곱고 사랑스러운 넋이 있습니다. 다만, 아기에서 아이를 지나 어른이 되는 사이에 ‘내 가슴속 곱고 사랑스러운 넋’을 잊는 사람이 많을 뿐입니다. 스스로 곱고 사랑스러운 넋인 줄 잊지 않는 어른은 늘 웃고 노래하면서 밝은 숨결입니다. 스스로 곱고 사랑스러운 넋인 줄 잊고 마는 어른은 자꾸 바보스러운 짓을 일삼으면서 웃음을 잊고 노래를 잃으며 밝은 숨결마저 팽개칩니다.



.. 쌀만 먹어 / 하얗고 / 쌀만 먹어 / 통통 살 오른 / 꼬물꼬물 쌀벌레 / 한 마리 ..  (쌀벌레)



  곰곰이 돌아본다면, ‘예쁘다’는 말은 아이보다 어른이 들어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예쁘다’ 같은 말을 듣지 않아도 서운해 하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어른들은 ‘예쁘다’ 같은 말을 들은 지 너무 오래되었습니다. 스스로 예쁜 줄 잊고, 스스로 고운 줄 잊으며, 스스로 사랑스러운 줄 잊은 어른이에요. 그러니까, 어른들은 자꾸자꾸 ‘예쁘다’는 말을 들어야 합니다. 예쁘고 고우며 사랑스럽다는 말을 들으면서, 차근차근 ‘어린이 마음’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따사로운 넋을 되찾고, 사랑스러운 숨결을 되찾아서, 언제나 아름다운 길을 씩씩하게 걷는 사람으로 우뚝 설 수 있어야 합니다.



.. 새가 / 똥을 / 뽀지직! // 풀씨 한 톨 든 / 똥을 / 뽀지직! ..  (새똥)



  새 한 마리가 하늘을 가릅니다. 아이들은 새처럼 하늘을 날면서 놀고 싶습니다. 어른들은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을까요? 어른들은 비행기를 타면 된다고 여길까요? 비행기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하늘을 가르면서 새와 동무가 되어 놀고 싶은 마음은 어느새 사라졌을까요? 어른이 된 탓에 ‘사람도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생각을 잊었을까요?



.. 새 한 마리 /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 내려와 앉는다 ..  (휘청)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새는 제 몸에 씨앗을 품습니다. 새끼 새를 낳을 씨앗도 몸에 품지만, 이곳저곳에 새로운 풀과 나무가 자라도록 이끌 풀씨와 나무씨도 품습니다.


  가만히 따지면, 사람도 예부터 풀씨와 나무씨를 옮기며 살았습니다. 옷에 풀씨를 붙이면서 돌아다니니, 사람이 걷는 길에 따라 풀이 옮겨서 자랄 수 있습니다. 나무 열매를 따서 먹고는 씨앗을 흙한테 돌려주면, 나무씨는 씩씩하게 새로운 곳에서 천천히 자랄 수 있습니다.


  사람은 풀씨나 나무씨를 옮기는 줄 알아채지 못해요. 새도 풀씨나 나무씨를 옮기는 줄 알아채지 않습니다. 그저 수수하게 씨앗을 옮깁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나무씨가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서 줄기를 올리기까지 퍽 긴 해가 걸립니다. 사람이 열매를 먹고 씨앗을 흙한테 돌려주고 나서 제법 긴 해가 흘러야 비로소 나무 한 그루가 새로 오릅니다. 그러니, 그 나무가 ‘사람이 먹고 흘한테 돌려준 씨앗’에서 비롯한 줄 알기는 어렵습니다.



.. 봉오리 속에 / 흰 새 한 마리씩 / 감추고 있다가 // 호르륵호르륵― / 다 놓아주었다 ..  (목련)



  동시 한 줄에 고운 마음이 깃듭니다. 동시 두 줄에 사랑스러운 숨결이 서립니다. 아이들과 함께 동시를 읽는 어른은 ‘몸은 어른’이되 ‘마음은 아이’다운 넋으로 하루를 새롭게 열고 싶은 뜻이리라 느낍니다. 아이들한테 들려줄 동시를 쓰는 어른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 맑은 눈빛으로 거듭나면서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서 노래로 부르고 싶은 뜻이리라 느낍니다.


  봉오리에 새를 한 마리씩 품은 꽃나무처럼, 가슴에 사랑을 가득 품은 사람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 예쁘고 고우며 사랑스럽습니다. 이 예쁜 마음을 알뜰히 북돋웁니다. 이 고운 숨결을 살뜰히 가꿉니다. 이 사랑스러운 넋을 따사롭게 보듬으면서 오늘 아침도 새롭게 엽니다. 4348.5.3.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동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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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꽃이 진다



  모과꽃이 진다. 꽃이 진 자리에는 수술만 남는다. 곧 수술도 떨어지고 씨앗이 맺히려고 할 테지. 나무 한 그루에 수없이 핀 꽃 가운데 열매는 어느 만큼 맺힐까. 모든 꽃에 열매가 달린다면 나무는 너무 무거워서 가지가 축축 처지리라. 감나무에 맺는 감꽃도 대단히 많은데, 감꽃은 아주 많이 떨어지고, 감알이 맺힐 적에도 바람 따라 풋감이 잔뜩 떨어진다. 모든 감꽃에 감알이 맺히면 나무가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아주 자그마한 꽃에 아주 커다란 열매를 다는 모과나무는 씩씩하게 자란다. 해마다 더 많은 열매를 매달 수 있을 만큼 굵은 줄기로 거듭난다. 하늘을 바라보며 곧게 뻗는다. 지는 꽃도, 지기 앞서 마지막으로 해님과 손을 맞잡는 꽃도, 모두 이 삶을 아름답게 노래하면서 오월로 접어든다. 4348.5.3.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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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꽃과 무화과잎



  무화과나무에 무화과꽃과 무화과잎이 맺는다. 보드랍게 돋는 잎은 갓 돋은 잎이든 넓게 퍼진 잎이든, 언제나 손바닥과 손가락 같다. 주머니처럼 대롱거리는 꽃은 언제 보아도 몽글몽글 귀엽다.


  무화과나무도 여느 나무와 똑같이 흙빛 줄기와 가지에서 푸른 잎이 돋는다. 그런데 무화과나무는 가지 끝부터 잎이 돋는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새잎이 살짝 나온 셈이다. 줄기와 가지 곳곳에서 새싹이 돋는 여느 나무와 다르기에 무화과나무는 퍽 앙상하거나 가냘파 보이기도 한다.


  해를 바라보면서 솟는 무화과나무야, 봄비를 먹고 봄바람을 마시면서 무럭무럭 자라렴. 네 잎으로 그늘을 넓게 드리우고 여름과 가을에 나긋나긋 멋진 노래를 들려주렴. 이 마을을 오가는 뭇새와 제비가 네 나뭇가지에 앉아서 쉬도록 더 튼튼히 자라렴. 4348.5.3.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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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넋·삶 56 타오르는 눈



  언덕길을 타고 오르니 어느새 고갯마루에 닿습니다. 오르느냐 마느냐 하는 생각을 하지 않고, 내 길을 가는구나 하고 여기면서 내 발바닥과 몸뚱이에 가벼운 마음을 싣고 걸으니, 나는 어느새 고갯마루를 올라 타고 서서 멧봉우리를 둘러싼 구름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새는 늘 스스로 날갯짓을 하면서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그런데 하늘로 날아오를 적에 새는 으레 바람을 살짝 타고 오릅니다. 스스로 날갯짓을 하기에 바람을 가볍게 탈 수 있고, 어느 만큼 날갯짓에 힘이 붙어 높디높이 치솟으면, 이제는 높은 하늘에서 새로운 바람을 다시금 타고는 날개를 곧게 폅니다. 첫 날갯짓은 가벼우면서 기운찬 날갯짓이라면, 새로운 날갯짓은 온몸에 힘을 모두 뺀 뒤 바람한테 그대로 맡기는 홀가분한 날갯짓입니다.


  불길이 오릅니다. 불길이 타고 오릅니다. 불길은 바람을 먹고 풀과 나무를 먹으면서 타고 오릅니다. 불길은 옆으로 번지는 듯하면서도 늘 하늘을 바라보면서 치솟습니다. 어느 만큼 위로 솟구칠 수 있을까 하고 꿈을 꾸면서 불길이 타오릅니다.


  눈이 이글이글 타오릅니다. 내 눈에서 뜨거운 기운이 활활 타오릅니다. 내 눈은 무엇을 볼까요? 설렘을 볼까요, 두려움을 볼까요, 새로움을 볼까요, 미움을 볼까요? 부딪히려고 하는 울타리를 볼까요, 뛰어넘으려는 담을 볼까요?


  나는 타올라야 합니다. 먼저, 바람을 타고 올라야 합니다. 바람을 타지 않고서야 어디로도 가지 못합니다. 다음으로, 불길을 타고 올라야 합니다. 내 몸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치솟도록 불을 지펴야 합니다. 나는 ‘바람으로 타오르’고 ‘불로 타오르’는 숨결이 되어, 비로소 이 몸을 움직이는 새로운 마음이 됩니다.


  나는 네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나는 이 지구별 곳곳에서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나는 너른 별누리에서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냇물과 바닷물에서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고, 하늘과 구름과 무지개에서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온 기운을 받아들여 새롭게 태어납니다. 온 기운을 맞아들여 바람을 타고 불길을 탑니다. 바람과 불길이 하나로 되어 새로운 몸으로 타오릅니다.


  내 숨결은 바람이요 불길인 마음에 씨앗을 심고 천천히 눈을 뜹니다. 온것(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온눈’으로 거듭납니다. 온것을 보는 온눈이 될 때에, 온몸에서 온힘이 솟고, 팔과 다리와 가슴과 머리에 온불이 켜집니다.


  넋은 바람처럼 가벼우면서 기운차고, 넋은 불길처럼 뜨거우면서 따뜻합니다. 타오르는 넋은 ‘바람불’입니다. 바람불은 이곳에 새싹이 터서 자라도록 흙을 어루만지고, 바람불은 이곳에 숲이 이루어지도록 나무를 쓰다듬으며, 바람불은 이곳에 보금자리가 열리도록 사람을 보살핍니다.


  타오릅니다. 내가 스스로 타오릅니다. 바람씨를 심어 높이 타오르고, 불씨를 심어 깊이 타오릅니다. 내 숨결은 바람씨와 불씨를 함께 품에 안으면서 타오릅니다. 가없는 곳에 끝없이 가려고 천천히, 그렇지만 빠르게 타오릅니다. 뜨겁게 타오르다가 따뜻하게 타오르고, 시원하게 타오르다가 넉넉하게 타오릅니다. 땅바닥에 살포시 내려앉는 나뭇잎처럼 가만히, 이러면서도 씩씩한 소리를 내면서 타오릅니다. 4348.3.9.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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