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270. 2015.5.2. 씻고 나서 함께



  신나게 씻고 나서 두 아이는 책아이가 된다. 책순이가 무릎에 그림책을 펼친 뒤 책돌이한테 조곤조곤 읽어 준다. 작은아이는 머리숱이 적어 곧 머리카락이 마를 테고, 머리숱이 많은 큰아이는 마른천을 목덜미에 두른다. 이제 잠옷으로 갈아입었으니 그림책을 조금만 읽고 촛불을 본 뒤 고요하게 잠자리에 들자.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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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78. 뒤꼍을 오르내리는 꽃길 (2014.4.24.)



  뒤꼍을 오르내리는 꽃길이 생긴다. 집과 뒤꼍 사이를 튼 뒤 뒤꼍을 지난해까지 그대로 묵히기만 하다가, 지난가을부터 바지런히 밟고 디뎌서 ‘걸어서 지나다니는 길’을 냈다. 걸어서 지나다니는 길에는 풀이 돋지 않고, 비가 와도 흙이 얼마 안 쓸린다. 밟고 디디기를 되풀이했기에 이 길만 단단해지지 싶다. 이 길이 더 단단해지도록 마른 풀도 틈틈이 깔아 놓으려 한다. 갓꽃과 유채꽃이 찬찬히 오르면서 꽃길이 된다. 처음에는 갓꽃이 꽃대를 길 쪽으로 올리더니, 자꾸 이 길을 오르내리니 꽃대가 구부정하게 옆으로 틀어진다. 우리가 이 길을 다니기 수월하도록 꽃대가 휘어서 자라는구나. 고맙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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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11] 만화 그리는 사람



  만화를 그리는 손길이

  이웃을 아끼는 손길과

  꽃잎처럼 만난다



  글과 그림으로 이야기를 엮기에 만화가 태어납니다. 글만 있는 만화는 없고, 그림만 있는 만화는 없습니다. ‘대사 없는’ 만화도 더러 있지만, 이때에는 ‘말 없는 말’을 쓴 셈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만화는 글과 그림으로 엮습니다. 글과 그림을 한자리에 그러모아서 새로운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글은 문학이라 하고, 그림은 예술이라 하는데, 만화는 문학과 예술이 만난 이야기꽃이니, 만화를 두고 어떤 숨결이나 넋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어울릴까요? 4348.5.3.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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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 5
스즈에 미우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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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511



‘잘난 재주’를 구경하지 않는다

― 유리가면 5

 미우치 스즈에 글·그림

 해외단행본팀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0.4.30.



  나뭇잎을 보면 똑같은 잎이 하나도 없습니다. 나무 한 그루에 달리는 나뭇잎도 모두 다르고, 이웃한 다른 나무에 달리는 나뭇잎도 모조리 다릅니다. 그래서 나무도감을 그린다고 할 적에, 떡갈나무 잎사귀조차 만 가지 억 가지가 됩니다. 어느 한 가지를 ‘표준’으로 삼지 못합니다. 은행나무 잎사귀도 똑같은 생김새가 아닙니다. 모두 다른 잎사귀입니다. 토끼풀잎도 다 달라요. 네잎이 아닌 세잎 토끼풀도 모두 다른 모습입니다.


  연극은 사람들이 바로 이곳에서 보여줍니다. 똑같은 무대가 나올 수 없습니다. 무대에 설 적마다 늘 다른 모습이 되면서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가 흐릅니다. 대본은 하나이지만, 대본을 읽고 삭여서 무대에 서는 사람들마다 다 다른 숨결과 노래를 들려주는 무대가 됩니다. 대본에 나오는 그대로 똑같이 틀에 맞추는 ‘잘난 재주’를 보여준다면, 이는 무대도 아니고 연극도 아닙니다.





- “자, 마야. 셀로판 테이프 얻어 왔어. 심한 꼴을 당했네. 무대세트랑 소도구를 몽땅 부수다니.” (12쪽)

- “안에서 기다리지. 감기 들 텐데.” “내버려 두세요. 여기서 단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왜 이렇게 돼 버린 건지 모르겠어요. 무대세트가 망가지고 의상이 찢겨지고, 그걸 빌리러 간 단원들은 돌아오지도 않고,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건지, 모두들 전국대회에 참가하려고, 그것만을 목표로 노력해 왔는데.” (23쪽)



  미우치 스즈에 님 만화책 《유리가면》(대원씨아이,2010) 다섯째 권을 보면, 마야가 혼자서 연극 무대에 서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다른 단원은 그만 나쁜 사람들 꾀임에 빠져서 연극 무대에 서지 못합니다. 마야가 몸담은 연극단원 사람들이 애써 마련한 소품과 옷은 모두 엉망진창이 되었고, 용케 소품과 옷을 어느 학교 연극부에서 빌리기로 했는데, 소품과 옷을 빌리러 간 단원은 깊은 숲에 갇혀서 오도 가도 못하고 맙니다. 마야를 이끄는 츠기카게 님은 전국 연극대회 무대에서 기권을 해야 할 판인데, 마야가 기권하지 말라고 얘기해요. 혼자서 무대에 오르겠다고 말합니다.



- “기권해 주십시오, 츠기카게 선생!” “알겠습니다, 할 수 없.” “잠깐, 잠깐만요.” “마야!” “저 할 거예요. 무대로 나가겠어요.” (27쪽)

- “등장인물이 주역 이외에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는데, 저 소녀의 연기 하나로 왠지 주변의 등장인물이 보이는 것 같지 않소?” (59쪽)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를 혼자 이끄는 무대로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여러 사람이 나와서 몸싸움도 벌여야 하는 무대인데 어떻게 혼자서 무대를 꾸밀 수 있을까요?


  여느 눈길로 본다면, 도무지 할 수 없는 연극입니다. 그러나, 오직 연극만 생각하고, 오직 무대만 생각한다면, 이리하여 모진 가시밭길을 잊고 오늘 이곳에서 펼칠 연극만 생각한다면, 혼자서라도 못 할 일이란 없습니다. 마야는 모든 기운을 쏟아부어서 혼자 무대를 이끌려고 합니다. 마야는 ‘빈틈없는 연기 솜씨’를 사람들한테 보여줄 마음이 아닙니다. 마야라고 하는 아이는 ‘아름다운 연극 무대를 저버릴 수 없는 마음’입니다. 단원 모두가 오늘 이곳까지 걸어온 길을 멈출 수 없기에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고서 ‘씩씩하게 웃고 노래하는 연극 무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어떻게 된 거지? 홀로 적과 싸우던 ‘지나’가, 무대를 내려오는 순간 울보가 되다니.” “다, 당신 손수건 따위 누가 빌린대요? 아무리 다이토 기획의 높으신 분이라 해도 난 굽실거리지 않으니까!” (109쪽)

- “대중을 감동시키려면 뛰어난 연기력 이외의 뭔가가 있어야 해. 설사 그것이 연극정신에 위배된다 하더라도. 관객은 자신의 감정에 정직하지. 그리고 관객은 일반투표에서 저 애를 뽑았어. 다른 연기가 전원 결장이라는 핸디캡을 짊어지고 혼자서 무대에 선 저 애를 말야. 우리들은 저 애한테 진 거야.” (112쪽)





  마야와 맞서는 아유미는 언제나 빈틈없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아유미가 보여주는 연기 솜씨와 재주는 대단히 빼어납니다. 눈부신 연기요, 나무랄 데 없는 연기입니다. 그런데, 아유미가 늘 잊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눈부시면서 나무랄 데 없는 연기에 사로잡히면서 ‘연극을 보는 사람들 마음’은 어떠한가를 제대로 살피지 못합니다.


  곰곰이 따지면, 마야도 아직 ‘연극을 보는 사람들 마음’을 잘 모르고, 이 대목을 제대로 못 살핍니다. 그러나, 마야는 ‘눈부신 연기’나 ‘빈틈없는 연기’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연극을 사랑하는 가없는 마음’ 하나만으로 연극을 하고 싶습니다. 아유미는 어버이한테서 타고난 재주에다가 스스로 갈고닦은 솜씨를 버무려서 멋지면서 빈틈없는 연기를 보여주지만, 아직 ‘연극을 사랑하는 티없는 마음’을 깨닫지 못합니다.


  그러니, 아유미가 연기를 보여줄 때에 사람들은 ‘참으로 빈틈없으니 놀랍구나’ 하고 생각할 뿐, 가슴이 찡하거나 마음이 울리는 일이 드뭅니다. 멋지다고는 느껴도 아름답다고는 느끼지 못해요.



- ‘어제 일은 잊어버리자. 언제까지나 어제 일로 괴로워해 봤자 어제가 되돌아올 리도 없고, 그보다 내일 일을 생각해야지. 내일은 어떻게 살아갈까, 그것을 생각하자. 설혹 그 내일이 괴롭다 해도 또 다른 내일이 있으니까, 그 내일이 괴로워도 또 그 다음 내일이! 난 꼭 훌륭한 배우가 될 거야!’ (124∼125쪽)

- “마야, 지금의 너로서는 아직 멀었어. 노력해라. 가능한 한 많은 연기 경험을 쌓아서, 천 가지 만 가지 역을 다 연기해 본 뒤가 아니면 홍천녀는 도저히.” “선생님! 가르쳐 주세요. 홍천녀는 도대체 어떤 인간이었나요?” “홍천녀는 인간이 아니야. 붉은 매화, 매화나무지.” (167쪽)





  마야라는 아이가 나아갈 수 있는 밑힘은 ‘오늘’을 바라보고 ‘모레’를 내다보는 마음입니다. 마야가 걸어온 ‘어제’는 언제나 괴롭고 힘겨우며 아픕니다. 그런데, 마야가 걸어온 어제는 꼭 나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야는 학과공부도 어수룩하고 가난하면서 아버지조차 모르는 채 살아온 나날이지만, 언제나 연극을 생각하고 꿈꾸면서 가슴 가득 부푸는 사랑을 키웠거든요.


  마야한테는 ‘가없이 사랑하는 연극’을 마음에 품으면서 오늘을 누릴 줄 알았고, ‘가없이 사랑하는 연극’을 가슴에 심으면서 모레를 그릴 줄 알았습니다.


  이리하여, 마야가 보여주는 연극 무대를 보는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리거나 눈물을 흘립니다. 가슴을 적시는 몸짓이요 말이기 때문입니다. 마야는 연극이나 영화나 연속극을 ‘구경’하지 않습니다. 마야는 다른 사람들이 보여주는 무대를 지켜볼 적에 ‘이토록 아름다운 무대를 선보이는 사랑스러운 숨결’이 반갑고 고맙다고 여깁니다. 그리고, 이러한 반가움과 고마움을 마야 스스로 펼쳐 보이려는 꿈을 키우지요.


  꿈을 키우면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꿈을 품으면서 사랑하는 마음이 됩니다. 꿈을 노래하면서 오늘 이곳에서 웃습니다. 꿈을 가꾸면서 어제 하루는 그리운 발자국으로 거듭나고, 꿈을 보살피면서 내 모레는 새로운 빛살로 환하게 퍼집니다. 4348.5.3.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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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15) 개 5


왼쪽에 한 개 / 오른쪽에 한 개 // 주머니에 귤 넣고

《유희윤-참, 엄마도 참》(문학과지성사,2007) 44쪽


 왼쪽에 한 개

→ 왼쪽에 한 알

→ 왼쪽에 하나



  열매를 세는 이름은 모두 다릅니다. 섣불리 ‘개’를 쓰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여느 어버이도 열매를 옳게 세지 못하고, 어린이책이나 어린이문학에도 ‘개’라는 낱말을 함부로 씁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귤을 왼쪽 주머니와 오른쪽 주머니에 “한 개”씩 넣는다고 적습니다. “왼쪽에 한 알 / 오른쪽에 한 알”처럼 손질하거나, “왼쪽에 하나 / 오른쪽에 하나”처럼 손질해야 올바릅니다. 또는, “왼쪽에 한 알 / 오른쪽에 또 한 알”처럼 손보거나 “왼쪽에 하나 / 오른쪽에 또 하나”처럼 손볼 수 있습니다. 4348.5.3.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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