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물첨벙 재미있어



  산들보라는 웅덩이에 첨벙거리면서 놀면 재미있지. 웅덩이만 있으면 하루 내내 지치지 않고 놀 수 있지. 긴신을 꿰고 첨벙거리면서 물을 튀기고, 발이 속속 빠지는 웅덩이를 거닐면서 어떤 놀이라도 할 수 있지. 4348.5.6.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린이날



  어린이날에 음성 할머니가 십만 원을 부쳐 주셨다. 이 돈으로 먹을거리를 조금 장만하고 아이들 과자도 몇 점 산다. 음성 어머니한테 언제나 어린이가 되어 해마다 어린이날 선물을 받는다. 나는 음성 어머니한테 아이들 목소리를 까르르 보낸다. 날이 좋아 이불이 잘 마른다. 오늘은 온 집안을 한 차례 쓸고 닦은 뒤 아이들과 면소재지 초등학교 놀이터에 다녀온다. 4348.5.5.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87) 몰살


몇 살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10대였던 것은 틀림없어. 하여튼 온 가족이 몰살되었지

《로리스 로우리/최덕식 옮김-있잖아, 꼭 말을 해야 돼?》(산하,1992) 25쪽


 온 가족이 몰살되었지

→ 온 식구가 몽땅 죽었지

→ 온 식구가 함께 죽었지

→ 온 식구가 떼죽음했지

 …



  한자말 ‘몰살’은 “모조리 죽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죽는 모습을 가리켜 ‘몰살’이라 한다는데, 한국말로 ‘떼죽음·떼죽음하다’가 있습니다. 한 낱말로 ‘떼죽음’을 써도 되고, “몽땅 죽다”나 “모조리 죽다”나 “모두 죽다”처럼 써도 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온 식구’라는 말마디가 임자말로 나오니 “함께 죽다”로 써도 잘 어울립니다. 4348.5.5.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몇 살이었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지만, 아마 열 몇 살 때가 틀림었어. 아무튼 온 식구가 함께 죽었지


“정확(正確)히 기억(記憶)나지”는 “제대로 떠오르지”나 “잘 떠오르지”로 손봅니다. “10대(十代)였던 것은 틀림없어”는 “10대 때가 틀림없어”나 “열 몇 살 때가 틀림없어”로 손질하고, ‘하여튼(何如-)’은 ‘아무튼’으로 손질하며, ‘온 가족(家族)’은 ‘온 식구’나 ‘한집 사람들’로 손질합니다.



몰살(沒殺) : 모조리 다 죽거나 죽임

   - 그들은 몰살 직전에 살아났다 / 일시에 백수십 명의 생명이 몰살된 것을 본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85) 애로


포장 두부와 다른 두부를 만들려면 포장 두부의 특성인 보존성을 포기해야만 했다. 박치득 씨는 이 과정에서 겪은 애로를 이렇게 말한다

《박재동·김이준수-마을을 상상하는 20가지 방법》(샨티,2015) 212쪽


 이 과정에서 겪은 애로를

→ 이 일에서 겪은 어려움을

→ 이때에 겪은 어려움을

→ 이동안 겪은 걸림돌을

→ 이러면서 겪은 가시밭길을

 …



  한국말사전을 보면 ‘애로’라는 한자말을 세 가지 싣습니다. 이 가운데 ‘艾老’ 같은 한자말이나 ‘崖路’ 같은 한자말은 쓸 일이 없습니다. ‘艾老’는 쑥처럼 머리가 하얗게 센 모습을 가리킨다는데, 아마 쑥잎 뒤쪽을 보면서 쓰는 말이로구나 싶고, ‘흰머리’나 ‘흰바구니’처럼 써야 쉽게 잘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벼랑에 있는 길이면 ‘벼랑길’이고, 멧기슭에 난 길이면 ‘멧기슭길’이나 ‘멧길’이나 ‘기슭길’입니다. ‘崖路’이든 ‘애로’이든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암벽으로 이루어진 애로

→ 바위로 이루어진 좁고 거친 길


  ‘隘路’라는 한자말도 뜻을 알기 어렵습니다. 한글로 적든 한자를 밝히든 어떤 모습을 가리키는지 헤아리기 어렵지요. 한국말사전에는 이런 낱말을 실었으나, 한국사람이 쓸 만한 낱말이 아닙니다. 한국말로 쉽고 바르게 고쳐써야 합니다.


 애로 사항 → 힘든 일 / 힘든 대목

 애로가 많다 → 많이 힘들다

 적잖은 애로가 있었다 → 적잖이 힘들었다


  힘들 때에는 ‘힘들다’고 하면 됩니다. 고단할 때에는 ‘고단하다’고 하면 됩니다. 어려울 때에는 ‘어렵다’고 하면 돼요. 쉽게 쓰니 쉬운 말이요, 어렵게 쓰니 어려운 말입니다. 4348.5.5.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포장 두부와 다른 두부를 쑤려면 포장 두부처럼 오래 두고 먹도록 할 수 없었다. 박치득 씨는 이 일에서 겪은 어려움을 이렇게 말한다


“두부를 만들려면”은 “두부를 쑤려면”으로 바로잡습니다. 공장에서 척척 찍는다면 ‘만들다’ 같은 낱말을 넣을 수 있으나, 사람이 먹는 밥을 마련할 적에는 “두부를 쑤다”처럼 써야 올바릅니다. “포장 두부의 특성(特性)인 보존성(保存性)을 포기(抛棄)해야만 했다”는 “포장 두부처럼 오래 두고 먹도록 할 수 없었다”나 “포장 두부처럼 오래 건사하도록 할 수 없었다”로 손봅니다. “이 과정(課程)에서”는 “이 일에서”나 “이러는 동안”이나 “이동안”으로 손질합니다.



애로(艾老) : 쑥처럼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는 뜻으로, 쉰 살이 넘음 또는 그런 사람을 이르는 말

애로(崖路) : 절벽 위나 산허리의 험한 길

애로(隘路)

1. 좁고 험한 길

   - 그 도로의 남쪽 끝은 암벽으로 이루어진 애로가 되어

2. 어떤 일을 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

   - 애로 사항 / 애로가 많다 / 적잖은 애로가 있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yureka01 2015-05-05 11:13   좋아요 0 | URL
특히 번역서들의 단어들.ㅠ.ㅠ

파란놀 2015-05-05 15:24   좋아요 0 | URL
모두들 한국말을 슬기롭게 새로 배울 수 있기를 비는 마음이에요
 
유리가면 6
스즈에 미우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 즐겨읽기 511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된다

― 유리가면 6

 미우치 스즈에 글·그림

 해외단행본팀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0.4.30.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데, 왜가리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펼치고 바람을 가르며 날아갑니다. 왜가리는 날갯짓을 하지 않고 날아갑니다. 높은 하늘에서 바람을 살며시 타고 물처럼 가볍게 흐르듯이 납니다.


  바람을 타는 맛이란 어떠할까 궁금합니다. 바람을 가만히 타고서 몸에 힘을 모두 빼고 하늘을 나는 기쁨이란 어떠할까 궁금합니다. 바람을 타고 하늘을 가르는 동안 몸에는 아무 힘이 안 들어갈 테고, 어디로든 바람과 함께 부드럽게 갈 테지요.


  내 몸은 이 땅에 있습니다. 내 마음은 이 땅에도 있고 하늘에도 있습니다. 살며시 눈을 감고 저 왜가리처럼 하늘을 온몸으로 맞아들이는 모습을 그립니다. 내 숨결이 바람과 하나가 되어 흐르는 모습을 헤아립니다.




- ‘해 봐라, 마야. 네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자신이 생각하고 고통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새로운 역이 탄생하는 거란다.’ (8쪽)

- “얘, 넌 그저 엑스트라일 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니?” “하지만, 난, 연기하는 걸 좋아하니까. 그밖엔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거든. 좋아하는 것만큼은 열심히 하고 싶어. 어릴 때부터 엄마가 늘 말했어. 아무 쓸모없는 못난 것이라고. 하지만 연기하고 있을 때만큼은 어쩐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 (21∼22쪽)



  미우치 스즈에 님 만화책 《유리가면》(대원씨아이,2010) 여섯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유리가면》 여섯째 권에서 ‘마야’는 저 스스로 걷는 연극길이 어떠한 삶인가를 차분히 돌아봅니다. 주연이건 조연이건 단역이건, 무대에 설 수 있는 보람이 무엇인가를 가만히 되새깁니다.


  연극과 숨결이 다른 영화에도 나와 보면서, 무대는 달라도 사람들한테 다가서는 마음이 같다는 대목을 읽습니다. 연기와 무대로 보여주려는 이야기는 바로 사람들 가슴에 아름다운 노래로구나 하고 찬찬히 깨닫습니다.





- ‘난 할 거야!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내일을 향한 첫걸음. 내일을 위한 시작. 내일을 향한!’ (32∼33쪽)

- ‘기쁘다. 내 연기가 돈이 되다니. 다행이다. 이걸로 교재비를 낼 수 있게 됐어.’ (38쪽)

- “어떤 인물이냐고? 행인이야, 행인!” “예, 하지만 노인인지 젊은이인지 어린애인지, 부자인지 가난한지 귀족인지 상인인지, 거기에 따라 삶의 방식도 상당히 다를 텐데.” (54쪽)



  언제나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됩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됩니다.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니 아름답게 됩니다. 스스로 밉다고 생각하니 밉게 됩니다. 그러니까, 마야는 마야 스스로 여왕이라고 생각하니 여왕이 됩니다. 마야는 마야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연극을 하니까 ‘살아서 숨쉬는 느낌’이 들면서 기쁘게 웃고 노래할 수 있습니다.


  제자리걸음을 걷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 발짝 내딛습니다. 뒷걸음을 치지 않으려고 힘을 냅니다. 오늘 이곳에서 모레로 차근차근 나아가려고 온힘을 모읍니다.


  살아서 숨을 쉬는 사람인 줄 알려고 이 길을 걷습니다. 살아서 숨을 쉴 뿐 아니라, 웃고 노래하면서 사랑을 짓는 아름다운 사람인 줄 알려고 이 길을 갑니다. 살아서 숨을 쉬는 동안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삶을 지으려고 이 길에 섭니다.




- ‘여왕님! 아아, 나 여왕님이 되는 거야. 멍청하고 열등생인 내가 여왕님으로. 거짓말 같아. 연극이라서 할 수 있는 거야. 아무리 본모습은 볼품없어도 여왕의 가면을 쓰고 여왕의 인생을 살아가는 거야. 그리고 그 가면을 쓰고 있는 동안만은, 나는 내가 아니야. 난 지금 여왕님이 되는 거야.’ (60∼61쪽)

- “왜 그러니, 아유미? 그 다음은.” “죄송합니다. 선생님, 여러분. 지금 것을 다시 한 번 하게 해 주세요. 안 돼요. 왠지 진짜가 아냐. 역에 동화되지 않아요. 그저 거지 역을 연기하고 있는 것 같아서.” (93쪽)



  꿈을 생각하는 사람은 꿈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꿈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는지 알지 못합니다. 꿈을 생각하는 사람은 꿈으로 나아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찾고 살핍니다. 꿈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는지 모르니, 이리저리 헤매거나 부딪힙니다.


  꿈을 생각하기에 가시밭길을 가시밭길로 여기지 않고 씩씩하게 나아갑니다. 꿈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멍하니 걸어가니, 가시밭길이 나오면 짜증스럽고 걸림돌이 보이면 갑갑합니다.


  스스로 가꾸는 마음에 따라 하루가 달라집니다. 내 마음에 즐거운 노래를 실으면 어떤 일을 겪든 그저 즐겁게 맞아들이면서 새롭게 추스릅니다. 내 마음에 즐거운 노래를 싣지 못하면 아무리 놀랍거나 멋지거나 고마운 일을 겪더라도 제대로 즐기거나 누리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 ‘해야 해. 할 거야, 연극을! 단 한 사람이라도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는걸. 기다려 주고 있어. 내 연극을. 아무것도 아닌 나를.’ (107쪽)

- “지금의 그 애로서는 멀었다고, 츠기카게 씨가 그렇게 말했다고? 지금 그 애로서는 멀었다고.” “예, 예, 분명 그렇게 말했다고. 그렇지?” “그래? 그렇다면 그 애가 미래의 〈홍천녀〉라는 거군.” (119쪽)



  연극을 하는 마야는 스스로 생각합니다.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합니다. 연극을 하면서 마야는 스스로 생각합니다. 여러 사람들한테 나누어 줄 수 있는 빛과 고요를 생각하고, 이웃하고 나눌 수 있는 웃음과 눈물을 생각하며, 동무와 함께 나누는 사랑과 꿈을 생각합니다.


  연기를 하려고 하는 연기가 아닙니다. 연극을 하려고 하는 연극이 아닙니다. 무대에 서려고 세우는 무대가 아닙니다. 꿈이 있기에 연기를 하고, 꿈을 이루는 길에서 즐겁기에 연극을 합니다. 꿈으로 나아가면서 무대에 서고, 꿈을 활짝 피우려고 무대에서 춤을 추고 노래합니다. 4348.5.5.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없는 책, 있는 책



  우리 집에 없는 책이 있고, 우리 집에 있는 책이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 즐길 만한 책이 우리 집에 있고, 우리 집에서 즐길 만하지 않은 책이 우리 집에 없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우리 집에 있는 책을 펼쳐서 읽습니다. 우리 집에 없는 책은 읽지도 못하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바로 내 곁에 있는 책에 손을 뻗고, 언제나 내 둘레에 있는 책을 가만히 읽습니다.


  어떤 책을 우리 집에 둘까요? 우리 집을 가꾸는 고운 사람들이 기쁘게 웃도록 이끌 아름다운 책을 우리 집에 둡니다. 우리 집을 보듬는 착한 사람들이 맑게 노래하도록 북돋우는 멋진 책을 우리 집에 둡니다. 4348.5.5.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책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