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176. 2015.4.16. 맛있니?



  볶음밥을 차리면서 고구마를 반 토막을 쓰고, 남은 반 토막은 알맞게 썰어서 잎접시에 담아 보았다. 그러니 두 아이 모두 다른 밥보다 날고구마를 맛있게 먹으면서 논다. 오늘 밥상에서는 날고구마가 가장 맛있니? 그런데 너희들 아니? 너희가 날고구마를 처음부터 즐겨 먹지는 않았어. 날고구마맛을 알게 하려고 무던히도 용을 썼단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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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살펴보기

 (122) 침묵의 봄


그녀가 쓴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은 감수성 깊은 문학적 수사를 통해 살충제와 농약 등의 피해를 통렬히 경고한 책으로 환경운동의 시발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책이다

《달렌 스틸/김형근 옮김-시대를 뛰어넘은 여성과학자들》(양문,2008) 53쪽


침묵(沈默)

1.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있음

2. 정적(靜寂)이 흐름

정적(靜寂) : 고요하여 괴괴함



  레이첼 카슨 님은 1962년에 벌써 “입을 다문 채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 봄” 이야기를 책으로 남겼습니다. 이무렵 아직 한국에는 “조용한 봄”이 없었습니다. 얼어붙던 냇물이 와지끈 소리를 내면서 녹고 풀리기 마련이었습니다. 눈이 녹는 소리도, 눈이 펑펑 쏟아지는 소리도 또렷하게 찾아왔습니다. 봄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맑고 밝게 사람들 몸과 마음으로 퍼졌습니다. 그무렵에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봄이나 가을이란 없었습니다. 제비가 아직 서울에도 찾아가던 1950∼60년대이고, 박쥐도 함께 살며, 개구리가 노래하던 한국이었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니까, 미국에서는 “조용한 봄”이나 “고요한 봄”이 찾아왔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시끌벅적한 봄이나 왁자지껄한 봄을 맞이했다고 할 만합니다.


 조용한 봄

 고요한 봄


  경제성장율을 따지고 국민소득을 헤아리는 오늘날에는 새나 개구리나 풀벌레가 들려주는 노래에는 마음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문화와 예술이 흐드러진다는 오늘날에는 냇물이나 바람이나 구름이 들려주는 소리에는 마음을 쓰지 않습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조용한 봄”이거나 “고요한 봄”입니다. 봄을 맞이해서 봄노래를 부르거나 봄잔치를 즐기겠노라 외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봄꽃마실을 다니더라도 봄노래잔치를 새랑 개구리랑 풀벌레하고 누리려는 사람을 만나기란 아주 어렵습니다.


  물도 사다가 마시고, 옷은 사다가 입으며, 밥도 사다가 먹습니다. 집도 돈으로 사서 잠을 잡니다.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아주 오랫동안 있으며, 삶을 손수 짓는 길하고는 자꾸 멀어집니다. 바야흐로 “말 없는 봄”이요 “노래 없는 봄”이자 “소리 없는 봄”입니다.


 소리 없는 봄

 소리 죽은 봄

 소리가 사라진 봄

 소리가 잠든 봄


  손이 아닌 돈이 빨래를 합니다. 손이 아닌 돈이 밥을 합니다. 발이 아닌 돈이 우리를 움직이게 합니다. 몸이 아닌 돈이 가방을 나르고 짐을 나릅니다. 


  소리가 없고, 소리가 죽으며, 소리가 사라집니다. 노래가 없고, 노래가 죽으며, 노래가 사라져요. 노랫소리가 잠들고, 노랫소리가 자취를 감추며, 노랫소리가 가뭇없이 메마릅니다.


  새벽나절 이슬이나 서리를 보면서 하루를 여는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요. 아침저녁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사랑을 속삭이는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요. 별자리 움직임을 가늠하면서 철을 헤아리거나 날씨를 느끼던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요.


  봄소리를 잊고 여름소리를 버리고 가을소리를 멀리하며 겨울소리를 잃습니다. 찻소리를 얻고 기곗소리를 듣습니다. 전화기 울리는 소리가 가득하며, 광고노래가 퍼지는 소리가 넘실거립니다.


 죽은 봄

 싸늘한 봄

 깨어나지 않는 봄

 사라진 봄

 자취를 감춘 봄


  1962년에 미국에서 처음 나온 《침묵의 봄》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1970년대에 ‘탐구당 손바닥책’으로 한 번 옮겨졌으나 거의 안 읽혔습니다. 이러다가 1990년대 첫무렵에 다시 한 번 나왔는데, 이때에도 안 읽혔습니다. 비로소 2000년대로 접어들어서 새로운 옮김판이 나오니 그제서야 조금 읽힙니다만, 깨작깨작입니다.


  이웃 여러 나라에서는 《침묵의 봄》을 일찌감치 읽으면서 삶과 삶터를 새롭게 가꾸려는 몸짓이 일어났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책을 읽어도 삶과 삶터를 새롭게 다스리려는 몸짓이 좀처럼 안 일어납니다. ‘침묵(沈默)’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일까요? 책이름에 붙은 “침묵의 봄”에서 ‘침묵’은 ‘정적’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자말 ‘정적(靜寂)’을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고요하여 괴괴함”을 뜻한다고 하는데, ‘괴괴하다’라는 한국말은 “쓸쓸한 느낌이 들 만큼 아주 고요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사전 낱말풀이는 엉터리입니다. ‘괴괴하다 = 아주 고요하다’라는데, “고요하여 괴괴함”이라는 낱말풀이라면 “고요하여 아주 고요하다”라는 소리가 되니, 그야말로 엉터리예요.


  아무튼, ‘정적’이라는 한자말은 ‘고요하다’를 뜻합니다. 그리고, ‘침묵’이라는 한자말도 한국말로 옮기면 ‘고요’입니다.


  그러면, ‘고요·고요하다’는 어떤 모습을 가리칼까요? 소리도 몸짓도 없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으며 나타나지 않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살아서 움직이는 숨결이 없고, 힘차게 움직이는 목숨이 없으며, 싱그럽거나 맑은 바람조차 없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그래, “입 다문 봄”입니다. 아니, “입 닥친 봄”입니다. “입이 꿰매어진 봄”입니다. “입을 잃은 봄”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입을 다문 사람입니다. 아니, 입 닥치는 사람입니다. 아니, 입이 꿰매어진 사람입니다. 아니, 입을 잃은 사람입니다. 4341.11.2.해/4348.5.6.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책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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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름'과 얽힌 이야기를 일곱 해 만에 쓴다.

그동안 이 글을 안 썼다.

책이름을 다루는 글이

좀 부질없다고 느꼈다.


이런 글을 쓴대서

책이름을 붙이는 사람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쩐지 이 글을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없고

이런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도 없다.


아무튼, 쓴다.

책이름이 아름답게 붙기를 꿈꾸면서

차근차근 하나씩 쓰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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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살펴보기

 (123) 두더지의 고민


“우리 이제 뭐하고 놀까?” 두더지와 친구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어

《김상근-두더지의 고민》(사계절,2015) 36쪽


고민(苦悶) : 마음속으로 괴로워하고 애를 태움



  어린이와 함께 보는 그림책 《두더지의 고민》을 읽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우리 집 아이는 책에 적힌 말을 그대로 읽다가 묻습니다. “아버지, ‘고민’이 뭐야?” 이 그림책을 빚은 어른은 ‘고민’이라는 한자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그림책을 읽을 어린이는 이 한자말을 모르기 마련입니다. 둘레에서 어른들이 이런 낱말을 흔히 쓰더라도 느낌으로 어렴풋하게 헤아릴 뿐,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한국말로는 ‘걱정’이거나 ‘근심’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어릴 적부터 ‘걱정’이나 ‘근심’이라는 한국말은 거의 들은 적 없이 ‘고민’이라는 한자말만 들었다면, 아이는 거꾸로 한국말은 모르는 채 한자말로 제 생각이나 마음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바이바이’ 같은 인사말을 떠올릴 수 있어요. 오늘날 어른들은 누구나 흔히 ‘바이바이’ 같은 인사말을 이야기합니다. 이제 ‘바이바이’는 영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사람들 입에 굳었습니다. 그러면, ‘바이바이’는 한국말일까요? ‘들온말(외래어)’로 삼을 한국말일까요? ‘땡큐’는 한국말일까요, 영어일까요?


  곰곰이 따지면, 한국말과 영어를 굳이 가르거나 나누지 않아도 될 수 있습니다. 한국사람이니 마땅히 한국말을 쓸 일이지만, 한국사람이어도 영어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몇 가지 영어를 섞어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근심하는 두더지 . 걱정 많은 두더지

 근심쟁이 두더지 . 걱정꾸러기 두더지


  책이름 ‘두더지의 고민’을 살펴봅니다. 이 책이름은 그대로 쓸 만한지 가만히 살펴봅니다. 요즈음은 이런 말마디가 널리 퍼졌습니다. ‘무엇의 무엇’이라는 꼴이고, 이 말꼴은 일본 말투입니다. 일본사람이 일본말로 ‘무엇の 무엇’이라고 아주 흔히 말하지요.


  한국사람이 쓰는 한국 말투는 무엇일까요? 한자말 ‘고민’을 한국말 ‘근심’이나 ‘걱정’으로 바로잡는다고 하더라도, “두더지의 근심”이나 “두더지의 걱정”으로 적으면, 아직 ‘한국말이 아닙’니다. 말투가 한국말이 되자면, 더 생각해야 합니다.


  한국 말투대로 적자면, “근심하는 두더지”나 “걱정하는 두더지”입니다. 또는 “근심 많은 두더지”나 “걱정 많은 두더지”예요. 그리고, 근심이나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을 두고 ‘-쟁이’나 ‘-꾸러기’를 붙여서 “근심쟁이 두더지”나 “걱정꾸러기 두더지”처럼 쓰기도 합니다.


  한국사람이 영어를 쓰든 일본 말투를 쓰든 그리 대수롭지 않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어떤 말투를 쓰든 대수롭지 않으나, 제 말투를 잃으면 생각날개를 잃기 마련입니다. 제 말투를 잊으면서 생각날개도 잊어요. 이러면서 마음껏 생각을 키우거나 북돋우는 말투하고 멀어지지요. ‘무엇의 무엇’ 같은 말투를 쓰면서,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르게 생각을 가꾸어 펼치던 말마디가 사라지거나 없어집니다.


 두더지와 친구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어

→ 두더지와 동무들은 이제 즐겁습니다

→ 두더지와 동무들은 이제 기쁘게 놀아요

→ 두더지와 동무들은 다 함께 신나게 놀아요

 …


  한자말 ‘행복(幸福)’은 한국말로 ‘기쁨’이나 ‘즐거움’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행복한 고민”이란 “기쁜 근심”이나 “즐거운 걱정”인 셈입니다. 이와 같이 말할 수도 있을 테니, “기쁜 근심에 빠졌어”나 “즐거운 걱정에 빠졌어”로 글을 써도 됩니다. 다만, 더 생각해 보면, 걱정이나 근심은 기쁨이나 즐거움하고 동떨어집니다. 그래서, “이제 즐겁습니다”라든지 “기쁘게 놀아요”라든지 “신나게 놀아요”처럼 고쳐쓸 수 있습니다. 근심쟁이 두더지이거나 걱정꾸러기 두더지는 이제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고는 한껏 즐겁고 기쁘게 논다고 말할 만합니다. 4348.5.6.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책이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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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도 말해도 (카츠타 번·사토 타카코) 시리얼 펴냄, 2011.6.25.



  소설을 만화로 새롭게 빚었다고 하는 《말해도 말해도》를 읽는다. 이 만화를 그린 분은 소설책을 읽고 더없이 좋다고 느껴서 만화로 새롭게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소설을 쓴 분은 만화로 다시 태어난 이녁 작품을 보면서 무척 기뻤다고 한다. 소설이 만화가 되듯이, 만화도 소설이 될 수 있겠지. 《말해도 말해도》는 낱권으로 빚은 조촐한 만화책이고, 말해도 말해도 마음을 보여주거나 드러내지 못하던 사람들이 나온다. 그렇지만 다시금 씩씩하게 또 말하고 새롭게 말한다. 말을 잘 못하면서 언제나 어수룩하거나 바보스럽게 지냈지만, 이 같은 어제를 잊고 새롭게 거듭나고 싶어서 또 일어나고 다시 일어나려 한다. 그러니까, ‘일어나면서 웃는’ 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이다. 쓰러지고 넘어져도 다시 웃으면서 일어나려고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이다.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일어서는 사람이 사랑스럽고, 웃는 사람이 아름답다. 4348.5.6.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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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도 말해도
카츠타 번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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