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43. 물첨벙 재미있어서 (15.5.3.)



  웅덩이에 다가선다. 찰박찰박 천천히 걷는다. 때때로 첨벙첨벙 뛰기도 한다. 재미있지? 다 알아. 네 아버지도 어릴 적에 그러고 놀았어. 아마 네 어머니도 그러고 놀지 않았겠니? 다들 그렇게 놀면서 큰단다. 멋지게 놀면서 멋진 사람이 되지.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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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 도서관에 회오리바람 (사진책도서관 2015.5.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가 인천에 있을 적에 서울에서 인천으로 찾아오는 손님한테 그리 가까운 마실은 아니었으리라 느낍니다. 그런데, 우리 도서관이 인천을 떠나 시골에 자리를 잡은 뒤부터는 ‘서울에서 인천으로 찾아가는 발길’은 참으로 가볍고 짧은 마실이 되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사진책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책쉼터를 연 지 아홉 해째입니다. 올해에는 여러모로 커다란 일이 많이 찾아온다고 느낍니다. 이 가운데 하나로, 우리 사진책도서관이 ‘도서관’에서 그치지 않고 ‘숲집’과 ‘육영혜기념관’으로 거듭나는 길목에 섭니다.


  ‘숲집’이란, 도서관지기인 제가 보살피는 두 아이하고 시골에서 ‘삶노래’를 부르는 이야기를 가꾸면서 이룹니다. 저희 식구는 아직 ‘우리 땅’이라고 할 만한 넉넉한 땅은 없습니다. 조그마한 마당과 뒤꼍이 있으며, 마당과 뒤꼍도 아직 잘 건사하지는 못합니다. 도서관이 깃든 자리와 살림집이 있는 자리를 바탕으로 ‘숲’을 어떻게 짓는가 하는 대목을 헤아리면서, 아이하고 함께 누릴 삶을 가르치고 배우는 길을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집 큰아이는 여덟 살이 된 올해에 초등학교에 안 갑니다. 집에서 놀며 삶을 배우고 가르칩니다.


  ‘육영혜기념관’이란, 사진편집자와 문화기획자로 한삶을 짓다가 너무 이른 나이에 하늘나라로 떠난 육영혜 님을 기리는 조촐한 자리입니다. 어떤 이름을 써야 잘 어울리면서 ‘하늘로 떠난 님’을 헤아리는 자리가 될까 하고 생각하다가 ‘육영혜기념관’이라는 이름이 가장 수수하면서 빛나리라 생각해 봅니다. 육영혜기념관으로 도서관이 거듭나자면, 도서관이 깃든 건물을 ‘매입’해야 합니다. 건물을 손질하고 새롭게 꾸며야 비로소 이러한 기념관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5년 올해에,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가 깃든 폐교(전남 고흥 흥양초등학교)에 갑작스런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저희보다 먼저 이곳을 빌려서 임대사업을 하던 분이, 우리가 이곳에서 ‘떠나’ 주기를 바랍니다. 아니, ‘떠나 주기를 바란다’기보다 ‘빨리 나가라고 다그칩’니다.


  폐교를 빌리는 일이라든지, 폐교에 도서관을 두는 일이라든지, 여러 가지 행정사항을 고흥군청과 전남도청과 고흥교육지원청 들에 알아보고 여쭈어 보았는데, 폐교에서 문화예술로 일을 한다면 매입뿐 아니라 임대에 우선순위가 있다고 하지만, 정작 이러한 일이 전라남도와 고흥군에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는 고흥을 떠나서 새로운 터전을 찾아보아야 할는지 모릅니다. 폐교를 매입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를 교육청에 여쭈어도 아무런 행정지원도 행정절차도 없고, 전라남도와 고흥군에서는 사진책도서관이라고 하는 시설에도 아무 마음을 두지 않습니다. 전라남도와 고흥군에서 우리 도서관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법에 적힌 행정사항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조용한 시골에서 뿌리를 내려 다른 고장으로 옮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고흥이라는 시골로 왔습니다만, 어쩌면 이러한 마음은 덧없는 생각이었는지 모릅니다. 곁님과 아이들하고 아름다운 숲집을 가꾸면서 사진책도서관을 제대로 꾸리자면, 고흥이 아닌 다른 고장으로 떠나서 아주 새롭게 보금자리와 도서관을 처음부터 다시 꾸며야 할는지 모릅니다. 다른 고장으로 떠나서 보금자리와 도서관을 처음부터 다시 짓고 가꾸어야, 비로소 육영혜기념관도 우리 도서관에 마련할 수 있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앞날은 모르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으니, 이렇게 일이 되는구나 하고도 느낍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는 ‘사진책과 여러 책을 만나러 찾아올 수 있는 책쉼터’이면서, 인천에서든 고흥에서든 책손님이 쉽게 찾아오기 벅찬 곳일 수 있기에 ‘도서관지기가 글을 바지런히 쓰는 이야기터’ 구실을 해 왔다고 느낍니다. 어느 모로 보면 ‘글을 쓰는 도서관’ 구실을 더 크게 했다고 느낍니다.


  한국에 있는 다른 도서관은 ‘책만 있는 도서관’이기 일쑤입니다. 강의라든지 강좌를 마련하는 도서관은 많아요. 그러나, 도서관 스스로 이야기를 길어올려서 글이나 책이나 소식지로 이야기꽃잔치를 이루려는 곳은 매우 드뭅니다.


  저희 식구가 ‘사진책도서관’을 꾸리는 바탕도 ‘다른 곳에서 다 하는 일’을 굳이 할 마음이 아닙니다. 아무 곳에서도 하지 않지만, 뜻이 있으면서 즐겁고 아름답게 할 만한 일이라고 여기는 일을 합니다. 그런 뜻에서 문학도서관도 어린이책도서관도 만화도서관도 고서도서관도 사전연구도서관도 아닌 ‘사진책도서관’으로 2007년부터 2015년 올해까지 씩씩하게 살아 왔다고 느껴요.


  사진책도서관을 도와주는 지킴이 이웃님이 있기에, 이웃님 힘을 얻어서 사진책을 꾸준하게 새로 장만해서 차근차근 갖추었고, 이렇게 장만한 사진책을 놓고 참말 바지런히 글(사진비평)을 썼습니다. 2007년부터는 ‘새로 장만한 사진책’을 놓고 웬만하면 비평을 다 써 보았습니다. 아직 미처 못 쓴 사진비평이 많지만, 앞으로 하나하나 마무리를 지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사진책도서관을 꾸리면서 ‘책만 모아 놓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 도서관에 갖춘 책이 어떤 책인지 이웃님한테 알려주는 일’을 했다고 할 만합니다. 그래서, 우리 도서관으로 먼걸음을 하지 못하는 이웃님이라 하더라도, 인터넷으로 글을 읽거나 소식지를 받아보면서 ‘새로운 사진책을 읽는 눈길과 숨결’을 나누어 받을 수 있었다고 느껴요. 지난 아홉 해 동안 꾸준히 사진비평을 쓰면서 저 스스로도 사진을 보는 눈을 한결 넓히거나 깊이 가꿀 수 있기도 했으며, 이동안 포토넷 출판사에서 《사진책과 함께 살기》라고 하는 아주 멋진 책도 엮어 주셨고, 호미 출판사에서는 우리 도서관이 인천을 떠날 무렵에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이라고 하는 대단히 예쁜 책도 엮어 주셨습니다.


  저희 식구가 인천을 떠나고 충북 충주에 한 해를 머물다가 전남 고흥으로 왔습니다. 앞으로도 전남 고흥에 그대로 머물면서 도서관을 이을 수 있을는지, 아니면 다른 고장으로 옮겨서 새롭게 도서관과 숲집과 기념관을 선보일 수 있을는지, 아직 아무것도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꿋꿋하게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글로 빚어서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책’을 짓는 길을 걸어갈 생각입니다. 이 길을 기쁘게 바라보아 주시는 이웃님을 마음으로 사랑하면서 도서관과 숲집과 기념관을 곱게 여미려는 생각입니다.


  즐겁게 지켜보아 주시기를 빌어요. 그리고, 고마운 손길로 도와주시기를 빌어요. 이러면서, 이웃님들이 저마다 이녁 보금자리에서 아름다운 삶을 길어올리는 노랫가락으로 환한 웃음꽃을 피우실 수 있기를 빌어요.


  전남 고흥에서 도서관+숲집+기념관을 지키든, 다른 고장으로 옮겨서 새 살림을 가꾸든, 품을 많이 들여야 하고 돈도 많이 들 테지요. 그러나, 해 볼 일이라고 생각해요. 해 봐야 될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길을 다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갈 수 있으면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웁겠지요? ㅎㄲㅅㄱ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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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55. 발길이 머무는 곳



  언제 어디에서나 바로 오늘 찍는 사진이기에, 오늘 내 발길이 머무는 곳에서 사진이 태어납니다. 오늘 태어난 사진은 앞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날 곳으로 내딛는 첫걸음이 됩니다.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이루는 삶처럼, 한 장을 찍고 다시 한 장을 찍으면서 새로운 노랫가락이 울려퍼집니다.


  내 발길이 머무는 곳을 사랑하기에, 내 사진에 사랑스러운 기운을 담을 수 있습니다. 내 눈길이 닿는 곳을 아끼기에, 내 사진에 고운 숨결을 실을 수 있습니다. 내 마음길이 흐르는 곳을 보살피기에, 내 사진에 기쁜 마음을 아로새길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발걸음이 다릅니다. 빠르기도 다르고 몸짓도 다릅니다. 저마다 즐겁게 누리는 하루에 맞추어 재미나거나 아기자기하거나 슬프거나 괴롭거나 놀랍거나 신나거나 설레거나 갑갑한 이야기가 하나둘 피어납니다. 재미나기에 더 좋은 사진이 아니고, 아프기에 더 나쁜 사진이 아닙니다. 모두 다른 사진이면서, 저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품는 사진입니다.


  발길이 머무는 곳을 바라봅니다. 내 발길을 돌아보고, 네 발길을 헤아립니다. 내 손길을 다시 보고, 네 손길을 지긋이 지켜봅니다. 내 마음길을 되새기고, 네 마음길과 어깨동무할 수 있도록 빙그레 웃습니다.


  한 걸음을 내딛고 다시 한 걸음을 내딛기에 내 길을 갈 수 있습니다. 한 장을 찍고 다시 한 장을 찍기에 내 사진을 이룰 수 있습니다. 4348.5.7.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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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가 비질하는 곳에서



  사름벼리한테 빗자루를 건네었다. 빼앗겼다고 해야 할까. 비질을 하는 살림순이 곁에 서서 가만히 지켜본다. 꽃송이를 쓸 적마다 꽃내음이 물씬 풍긴다. 꽃밭에서는 찬찬히 오르는 붓꽃잎이 푸른 잎내음을 가만히 퍼뜨린다. 후박나무도 우리 곁에서 새봄내음을 조용히 나누어 준다. 비질 소리를 듣고,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다. 사름벼리가 비질하는 곳에서 즐거운 노랫소리를 누린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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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23. 꽃송이 비질 (2015.4.8.)



  한 달 남짓 동백꽃송이를 치우며 지냈다. 아침저녁으로 꽃송이를 줍고 또 주웠다. 흩어지는 꽃잎은 비질을 하며 모았다. 살림순이는 언제나 손수 일을 거들고 싶다. 이리하여 웬만한 비질은 살림순이한테 맡길 만하다. 씩씩하게 손을 놀리고, 힘차게 쓰레받이에 담는다. 일을 마치면, 살림순이는 “아이고, 힘들어!” 하고 외친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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