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노래 75. 꽃도



해가 지는 저녁에는

꽃도

잎을 살며시 닫고는 잠자지.

동이 트는 새벽 지나

어스름이 사라지고

아침이 새롭게 밝으면

꽃도

맑게 웃으면서 즐겁게

잎을 활짝 벌리면서 노래해.

이제 다 함께 놀자고

모두 모여 노래하자고



2015.4.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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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45) 무병의 1


우물이 키운 무병의 아이들은 자라

《이재무-몸에 피는 꽃》(창비,1996) 65쪽


 무병의 아이들은

→ 튼튼한 아이들은

→ 씩씩한 아이들은

→ 아픈 데 없는 아이들

 …



  한국말사전에서 ‘무병(無病)’이라는 한자말을 찾아보니 “병이 없이 건강함”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이와 맞물려 ‘유병(有病)’이라는 낱말이 한국말사전에 나오고, 이 한자말은 “몸에 병이 있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한자말을 쓰는 사람은 없으리라 느낍니다. 어르신한테 ‘무병장수(無病長壽)’하시라고 인사말을 올리기도 하는데, 이때에는 “아프지 마시고 오래 사시라”는 뜻입니다.


 아픈 아이들 ← 유병의 아이들


  아프지 않은 아이는 “안 아픈 아이”입니다. “무병의 아이”가 아닙니다. 그리고, 아픈 아이는 “아픈 아이”입니다. “유병의 아이”가 아닙니다. 한자말을 쓰고 말고를 떠나, 한국말이 되도록 말을 할 노릇입니다. 4348.5.14.나무.ㅅㄴㄹ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39) 너의 10


너의 부모님이 아는 사람이나 택시 운전사가 아는 사람이 살고 있었나 보지, 아니면 너네 아빠가 무슨 기사를 쓰려고 찾아갔던가 … 나도 너의 엄마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어

《카롤린 필립스/유혜자 옮김-황허에 떨어진 꽃잎》(뜨인돌,2008) 23, 171쪽


 너의 부모님이

→ 너희 부모님이

→ 네 부모님이

→ 너네 부모님이

 너의 엄마

→ 너희 엄마

→ 네 엄마

→ 너네 엄마



  보기글을 보면 “너네 아빠”라고 적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른 자리에서는 “너의 부모님”하고 “너의 엄마”처럼 적습니다. ‘너네’라고 적으면 되고, ‘너희’나 ‘네’라고 적으면 됩니다. 4348.5.14.나무.ㅅㄴㄹ



* 보기글 새로 쓰기

너네 부모님이 아는 사람이나 택시 운전사가 아는 사람이 살았나 보지. 아니면 너네 아버지가 무슨 글을 쓰려고 찾아갔던가 … 나도 너네 어머니 말을 듣고 크게 놀랐어


“살고 있었나”는 “살았나”로 손질하고, “무슨 기사(記事)”는 “무슨 글”로 손질합니다. “큰 충격(衝擊)을 받았어”는 “크게 놀랐어”로 손봅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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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능구렁이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마실을 다녀오는 길에는, 큰자전거와 샛자전거와 수레를 한몸에 붙인 자전거를 탄다. 큰아이 자전거는 집에 두는데, 덮개로 씌워 놓고 나간다. 이렇게 해야 햇볕에 자전거가 삭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서 큰아이 자전거를 처마 밑으로 옮기려 하는데, 능구렁이 한 마리가 떡 하니 나타난다. 아아, 그렇구나. 엊그제 비가 억수로 쏟아져서 풀밭이 너한테는 안 좋았겠구나. 그러니 네가 여기에서 몸을 말리면서 쉬었구나. 시멘트바닥이 따끈따끈하고, 덮개까지 위에 있으니 햇볕이 이곳에 내리쬘 적에 몹시 따스했겠구나.


  능구렁이를 한참 바라본다. 가까이 다가서도 가만히 있는다. 너도 여기에 우리가 사는지 알지? 너를 만나서 반갑구나. 너는 우리 집에서 개구리도 지네도 쥐도 다 잡아먹을 테지? 다른 데 가지 말고 우리 집 둘레에서 살렴. 다른 데로 나가면 농약 때문에 죽는단다. 괜히 다른 논에 있는 개구리를 잡아먹지 마. 논개구리는 농약에 찌들어서 곧 죽을 목숨이니까, 그런 아이는 먹지 말렴. 4348.5.1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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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5-14 11:49   좋아요 0 | URL
무서워요

파란놀 2015-05-14 14:20   좋아요 0 | URL
능구렁이는 안 무섭습니다. 독도 없고. 귀여운 아이입니다.
 

흙도랑이 사라지는 시골에서



  해마다 흙도랑이 아주 빠르게 사라진다. 흙도랑이 죄 시멘트도랑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시멘트도랑 사업을 하는 건설업자한테는 일감이 끊어질 일이 없다. 아직도 흙도랑인 곳이 제법 많으며, 이 일을 도청과 군청에서 돈을 대어 하니, 해마다 쏠쏠하게 돈을 번다. 더욱이, 시멘트도랑은 어느 만큼 햇수를 먹으면 새것으로 갈아 주어야 한다.


  도랑에서 가재를 잡는다는 말은 그야말로 아스라한 옛말이다. 이제 가재를 잡을 만한 흙도랑을 찾아보기는 몹시 힘들다. 논마다 시멘트도랑으로 바뀌면서 흙은 빗물을 타고 아주 무섭게 씻겨 흐르면서 사라진다. 4348.5.1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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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얼굴 랜덤 시선 12
한영옥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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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말하는 시 94



시와 입술

― 아늑한 얼굴

 한영옥 글

 랜덤하우스 펴냄, 2006.4.10.



  아이가 어버이 볼에 입을 맞춥니다. 어버이도 아이도 볼이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릅니다. 기쁨이 넘칩니다. 어른과 어른이 입을 맞춥니다. 두 어른은 새로운 마음이 되어 볼이 발갛게 달아오릅니다. 입술은 그냥 입술일 뿐이지만, 이 입술과 저 입술이 만나서 새로운 숨결이 흐릅니다. 바람을 받아들이는 입은 언제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서 둘레에 따사롭거나 차갑거나 포근하거나 매몰찬 기운을 퍼뜨립니다.



.. 들나물꽃은 봄에 피네 / 산나물꽃은 여름에 피네 // 더러는 늦어져 / 여름에도 들나물꽃은 피지 / 가을에도 산나물꽃은 피지 ..  (꽃피는데)



  사랑을 노래할 수 있는 입술이요, 미움을 외칠 수 있는 입술입니다. 꿈을 노래할 수 있는 입술이요, 아픔을 터뜨릴 수 있는 입술입니다. 참말을 할 수 있는 입술이면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입술입니다.


  어떤 입술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저마다 어떤 입술이 되어 하루를 여는가요? 서로서로 어떤 입술로 마주할 때에 기쁘거나 즐겁거나 서운하거나 섭섭할까요?



.. 보슬비 마알갛게 얼비치고서 / 국수나무 순 소복소복해지면 / 국수나무 순 삶아 먹고 / 내처 장대비 쏟아지고서 / 국수버섯 소복소복해지면 / 버섯국 끓여 먹으며 ..  (봄비로, 가을비로)



  한영옥 님 시집 《아늑한 얼굴》(랜덤하우스,2006)을 읽습니다. 조곤조곤 흐르는 삶노래를 읽으면서 내 얼굴은 내가 보기에 어떠한가 하고 헤아립니다. 집에 거울을 두지 않고, 어디 가서도 거울을 보지 않기에 내 낯빛이 어떠한지 잘 모릅니다. 다만, 거울을 보지 않더라도 나 스스로 내 낯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쁠 때에는 기쁜 낯빛이 될 테고 슬플 때에는 슬픈 낯빛이 되겠지요. 아플 때에는 아픈 낯빛이 되다가는 고단할 때에는 고단한 낯빛이 될 테고요.


  반가운 사람하고 있으면 반가운 낯빛이 됩니다. 거북한 사람이랑 있으면 거북한 낯빛이 됩니다.


  문득 다시 생각합니다. 내가 반갑게 여길 사람은 나를 반갑게 맞이할까요? 내가 거북하게 여길 사람도 나를 거북하게 마주할까요? 나를 마주해야 하는 이웃이나 동무는 내가 반가울까요, 거북할까요?



.. 목화 송이인 양 굴뚝에 들어가서 / 저녁 연기로 보송보송 다시 피는 / 그런 마알간 날은 만나는 얼굴마다 / 볼수록 목화솜처럼 푸근하여라 ..  (그런 마알간 날)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기에 낯빛을 잘 알지 않습니다. 낯빛은 ‘살갗 빛깔’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낯빛은 ‘마음 빛깔’을 나타냅니다.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한 사람은 환한 낯빛입니다. 마음이 아픔으로 얼룩진 사람은 파리한 낯빛입니다. 마음이 사랑으로 넘치는 사람은 발그스름하게 따스한 낯빛입니다. 마음이 어둠으로 그득한 사람은 새까만 낯빛입니다.


  어느 곳에 깃들든 따사로운 보금자리라고 느끼는 마음이라면, 어느 곳에 깃들더라도 환한 낯빛이 됩니다. 어느 곳에 머물든 갑갑한 감옥이라고 여기는 마음이라면, 어느 곳에 머물든 새까만 낯빛이 됩니다.


  우리 낯빛은 마음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 낯빛은 마음을 스스로 바꾸면서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습니다.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기에 감추거나 숨기거나 바꾸는 낯빛이 아니라, 마음을 바꾸려 할 때에 비로소 바꿀 수 있는 낯빛입니다.



.. 눈 비비며 일어나 몇 걸음 하면 / 큰엄마 계시고 작은엄마 계셨다 / 사촌 언니랑 메뿌리 캐어가면 / 큰엄마 메떡 쪄주시고 / 사촌 동생이랑 소루쟁이 뜯어가면 / 작은엄마 소루쟁잇국 끓여주셨다 / 큰집 사시는 할머니는 쇠죽가마에서 / 뜨끈한 감자알 수북이 골라주셨다 ..  (홍초 잎사귀)



  시집 《아늑한 얼굴》을 생각합니다. 시를 쓴 한영옥 님은 이녁한테 아름답거나 즐거웠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포근한 말씨로 삶을 노래합니다. 시를 쓴 한영옥 님 스스로 아프거나 고되거나 벅차거나 까마득한 이야기를 되새길 적에는 그야말로 아프거나 고되거나 벅차거나 까마득한 말씨로 바뀌어 삶을 풀어놓습니다.


  싯말 하나는 억지로 꾸밀 수 없습니다. 이런 낱말과 저런 말투로 싯말을 엮더라도 속내를 감출 수 없습니다. 시는 문장기교나 수사법이 아닙니다. 시는 문예사조나 유행이나 흐름이 아닙니다. 시는 오로지 마음입니다. 싯말 한 마디는 언제나 마음빛이요 마음결이며 마음씨입니다.



.. 그가 없는 지금, /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는다 / 아랫입술과 윗입술이 / 서로를 말아들이며 / 얼굴 속에 집어넣으려 애쓰고 있다 ..  (아슬아슬한 몸)



  그를 만나는 나는 그이 때문에 시를 쓰지 않습니다. 그를 만나는 ‘내’가 있기에, 나 스스로 생각을 가다듬고 마음을 추슬러서 시를 씁니다. 그를 만나기에 새롭게 노래하는 몸과 머리와 마음이 될 테지만, 그를 만나든 만나지 않든, 바뀌거나 달라지는 것은 바로 ‘내’ 몸이요 머리요 마음입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내 시를 바꾸어 주지 않습니다. 그 사람을 마주하는 ‘내(글쓴이)’가 스스로 시를 바꿉니다. 그 사람을 떠올리거나 되새기는 ‘내(글쓴이)’가 바로 시를 새롭게 쓰는 숨결이고 손길입니다.


  사랑에 입을 맞추고, 삶에 입을 맞춥니다. 꿈자락에 입을 맞추고, 노랫가락에 입을 맞춥니다. ‘내(글쓴이)’ 입술은 사랑과 삶과 꿈을 노래와 같이 맞추면서 춤을 추고 싶은 마음입니다. 4348.5.1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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