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붓꽃길 걷는다



  마을 어귀에 붓꽃길이 생긴다. 오월 한 달 동안 살짝 생기는 붓꽃길이다. 노란붓꽃이 노랗게 퍼뜨리는 고운 냄새를 맡으면서 이 길을 걷는다. 한가득 맡는 꽃내음은 몸과 마음을 새롭게 북돋아 준다. 자, 이 길을 걸어가자.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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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93] 다 함께 걸으면서 본다

― 바람과 볕과 나무하고 어깨동무



  바다로 갈 생각을 하면서 논둑길을 걷습니다. 자가용을 거느리지 않는 우리 집 사람들은 다 함께 씩씩하게 걸어서 바람을 가르고 햇볕을 쬡니다. 자가용이 있으면 십 분 남짓 달리면 닿는 바닷가이고, 두 다리로 걸어서 가자면 여러 시간이 걸리는 바닷가입니다. 마을 어귀를 벗어납니다. 논둑길을 노래하면서 걷습니다. 삼십 분 남짓 걸어서 이웃마을에 닿습니다. 이웃마을 앞은 큰길입니다. 이 큰길에는 바다와 맞닿은 마을까지 가는 시골버스가 두 시간에 한 차례 지나갑니다. 다만, 포구가 있는 바닷마을로 달리는 버스일 뿐, 모래밭이 있는 바닷가로 가는 버스는 아닙니다. 그래서, 포구마을 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숲길 어귀에서 내려야 합니다. 숲길 어귀에서 오십 분쯤 더 걸어가면 드디어 바다입니다.


  걸어가면서 땅을 밟습니다. 걸어가면서 하늘을 봅니다. 걸어가면서 바람을 마십니다. 걸어가면서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걸어가면서 왜가리를 만납니다. 걸어가면서 논꽃과 들꽃과 숲꽃을 마주칩니다. 걸어가면서 이웃마을 할매와 할배한테 인사합니다. 걸어가면서 두 아이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기 놀이를 합니다.


  다 함께 걸어가면서 오월바람을 한결 짙게 마십니다. 다 함께 걸어가면서 오월볕을 한결 따뜻하게 누립니다. 다 함께 걸어가면서 찔레꽃내음과 국수꽃내음을 온몸으로 받아들입니다. 한 시간 남짓 걸으면 아이들은 슬슬 다리가 아픕니다. 이즈음부터 아이들을 하나씩 업거나 안습니다. 아이들은 어느 만큼 업히거나 안겨서 걸으면 다시 기운을 차립니다. 새로운 몸과 마음이 되어 또 신나게 걷거나 달리면서 놉니다.


  자가용이 있어서 십 몇 분 만에 바닷가까지 씽 하고 달릴 적에도 찔레꽃내음이나 국수꽃내음을 맡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자가용으로 씽 하고 달리면, 찔레꽃내음이나 국수꽃내음을 고작 몇 초쯤 마시고 맙니다. 두 다리로 천천히 걸어서 가면, 찔레꽃내음도 국수꽃내음도 몇 분 동안 마실 수 있고, 걷는 내내 마실 수 있으며, 때로는 아예 눌러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꽃내음에 폭 안길 수 있습니다.


  걷는 까닭은 더 빨리 갈 마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걷는 까닭은 일부러 늦게 가려는 마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걷는 까닭은 다 함께 이 길을 걸으면서 모든 아름다운 숨결을 맞아들이고 모든 사랑스러운 바람과 볕과 흙과 나무와 꽃과 풀과 벌레와 개구리를 이웃으로 어깨동무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4348.5.1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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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13] 핵발전소



  핵발전소가 있으니

  핵쓰레기를

  핵무기로 만들지



  전기를 써야 하면, 전기를 얻는 시설을 갖추면 됩니다. 그런데, 전기를 얻는 시설은 여러 가지 있고, 이 가운데 쓰레기를 많이 빚는 시설이 있습니다. 정치권력이 구태여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시설을 갖추려 한다면, 틀림없이 속내가 있기 마련입니다. 핵무기는 핵쓰레기로 만들고, 핵쓰레기는 핵발전소에서 나옵니다. 핵발전소라는 시설을 그대로 두려고 한다는 뜻은, 앞으로 핵무기를 만들겠다는 뜻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구별에 핵발전소가 모두 사려져야 핵무기도 더 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참다운 평화를 바란다면, 참다운 평화가 될 수 있는 길로 생각을 그러모아서 기쁘게 나아갈 노릇입니다. 4348.5.19.불.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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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여우 7 (오치아이 사요리) 대원씨아이 펴냄, 2015.4.30.



  만화책 《은여우》는 어른이나 아이 모두 재미있게 읽을 만하다. 이 만화책을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까닭은, 어른이나 아이 모두 스스로 아름답게 즐기는 삶이 어디에 있는가를 짚기 때문이다. 즐거운 삶은 바로 오늘 이곳에 있다는 얼거리를 보여주고, 삶을 이루는 바탕이 어떠한가를 보여주며, 넋과 얼과 숨과 삶이 어우러지는 실마리를 찬찬히 보여준다. 철학으로 머리만 써서 ‘참(진리)이란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하면 막상 참(진리)을 찾아내지 못한다. 날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짓고 옷을 갈아입고 씻고 살림을 꾸리고 이웃하고 만나면서 보내는 하루를 수수하게 누리면, 마음이 차분하게 일어나면서 ‘참삶’과 ‘참사랑’으로 홀가분하게 나아간다. 굳이 머리를 쓰지 않아도 삶과 사랑을 참답게 바라볼 수 있다. 머리를 써야 할 곳이 있다면, ‘눈에 보이는 겉모습’이 아닌 ‘마음으로 읽을 사랑’을 헤아릴 때이다. 《은여우》 일곱째 권을 놓고 느낌글까지 마무리지은 이즈막에 여덟째 권을 기다린다. 4348.5.1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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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여우 7
오치아이 사요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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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1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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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빨래를 안 했으니



  아침부터 내내 비가 와서 오늘은 빨래를 안 했다. 하루쯤 빨래를 미루자고 생각했다. 팔과 다리가 결리기도 했다. 밤이 되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이 모두 걷히고 별이 돋는다. 이튿날에는 볕이 몹시 좋겠구나. 오늘은 쉬기에 좋은 날이고, 이튿날은 빨래하기에 좋은 날이 되겠네. 푹 자자. 밤새 기운을 잘 모아서 이튿날 아침에 씩씩하게 빨래를 하자. 4348.5.1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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