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까무룩 잠들었을까



  어제 하루는 몹시 고단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찌뿌둥한 몸이 미처 다 안 풀린다. 여러 날 고단했기에 이렇게 찌뿌둥한 몸이 될까. 엊저녁에는 그야말로 몸에서 기운이 다 빠져서 아이들을 눕히기 무섭게, 나도 아이들 사이에서 곯아떨어졌고, 오래도록 꿈에 시달렸는지 꿈나라를 누볐는지, 그렇게 꿈길을 걷다가, 얼떨떨한 몸으로 깨어났다.


  몸은 아직 덜 풀렸으나, 아침이 되어 일어났으니 아침도 짓고, 아침에 아이들하고 놀기도 하면서, 오늘 하루 일을 해야지. 기운을 새롭게 차리자. 힘을 새로 길어올리자. 오늘 하루 너른 사랑이 되어 아름답게 하루를 즐기자. 작은아이가 맞이할 다섯째 돌에 맞추어 뭔가 맛난 밥을 하나 마련해 보기도 하자. 4348.5.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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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게 일어서는 문학



  저녁 늦게까지 뛰논 아이들을 잠자리에 누이면 어느새 곯아떨어집니다. 밤 늦도록 힘들게 일한 어른도 잠자리에 누우면 어느덧 곯아떨어지지요. 아이는 아이대로 몸에 새로운 기운을 담아야 하고, 어른도 어른대로 몸에 새로운 힘을 길어올려야 합니다.


  아침이 됩니다. 아이가 먼저 일어날 수 있고, 어른이 더 일찍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기지개를 하는 아이는 오늘 하루도 새롭게 놀자면서 빙그레 웃습니다. 어제 하루 그렇게 신나게 뛰어놀면서 기운을 다 쓴 아이는, 오늘 하루 새롭게 뛰어놀면서 새 기운을 그야말로 마음껏 다 씁니다.


  어른도 새 하루에 새로운 힘을 몽땅 씁니다. 아이하고 함께 누리는 하루는 서로서로 온힘을 내고 온마음을 기울이면서 온몸으로 가꾸는 삶으로 거듭납니다.


  어린이문학은 언제나 씩씩합니다. 전쟁이 불거져서 아픔과 슬픔이 가득한 곳에서도 어린이문학은 참으로 씩씩합니다. 배가 가라앉고 비행기가 떨어진 곳에서도 어린이문학은 그야말로 씩씩합니다. 입시지옥이 서슬 퍼렇고 핵무기는 좀처럼 사라질 줄 모르는 지구별에서 어린이문학은 더없이 씩씩합니다.


  어린이문학은 무릎을 꺾지 않습니다. 어린이문학은 등을 돌리거나 고개를 젓지 않습니다. 어린이문학은 씩씩하게 모든 바람을 똑바로 바라보는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어린이문학은 이 땅에 씩씩하게 서서 아름다운 삶을 이루고자 하는 꿈으로 나아가는 똘망똘망한 이야기꽃입니다. 어린이문학은 모든 아픔과 슬픔을 삭여서 사랑스러운 숨결로 다시 태어나도록 북돋우려는 이야기밭입니다. 어린이문학은 눈물을 씻어 주고 웃음을 다시 짓도록 곁에서 어깨동무를 하는 이야기숲입니다. 어린이문학은 너와 내가 사이좋게 얼크러져서 춤추고 노래하는 길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이야기잔치입니다.


  어린이문학을 쓰는 어른은 한결같이 푸른 마음이 됩니다. 어린이문학을 읽는 어른은 언제까지나 어린이하고 삶벗이자 길동무가 되려는 파란 넋이 됩니다. 어린이문학을 이루는 바탕은 바로 ‘씩씩한 숨결’입니다. 4348.5.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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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를 다루는 문학



  어른문학이든 어린이문학이든 모든 이야기를 다룰 수 있습니다. 문학에서 다룰 수 없는 이야기란 없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다루든, 사람으로 이 땅에 태어나서 삶을 짓는 사랑을 짚거나 건드리면서 슬기로운 생각을 스스로 짓도록 북돋울 수 있으면 됩니다.


  그런데 요즈음 어린이문학을 살펴보면, 신문이나 방송에서 흔히 떠도는 이야기를 으레 ‘문학이라는 틀’에 담거나 다루기는 하지만, 막상 ‘삶을 짓는 사랑’을 짚거나 건드리지 못할 뿐 아니라, ‘슬기로운 생각을 스스로 짓도록 북돋우는’ 몫도 못 하기 일쑤입니다. 글을 쓰는 짜임새에 맞추어 ‘머리말·몸말·맺음말’이라든지 ‘기승전결’이라는 얼거리에 따라서 가벼운 재미만 들려주려고 하기 일쑤입니다.


  굳이 사건이나 사고를 어린이문학으로도 다루려 한다면, 글을 쓰는 어른은 깊고 넓게 생각을 기울여야 합니다. 수수한 이야기이든 떠들썩한 사건이나 사고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떠한 이야기나 수수께끼이든 슬기롭게 바라보면서 글로 담아야 합니다. 슬기롭게 바라보면서 사랑으로 녹이는 글이 되어야 합니다.


  요즈막에 ‘이혼한 집’이 늘고 ‘가정폭력·학교폭력·사회폭력’이 떠들썩하다고 하더라도, 이런 사건과 사고만 짚거나 건드릴 뿐이라면, 문학도 못 되고 어린이문학도 아닙니다.


  어린이문학은 짐더미나 숙제가 아닙니다. 어린이문학은 오직 사랑입니다. 어린이문학은 삶을 사랑하는 슬기로운 숨결을 북돋울 수 있는 이야기꾸러미가 되어야 합니다. 4348.5.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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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5-05-20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어린이문학의 소재나 인물을 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어두운 면을 애써 밝게 표현한 것도 불편합니다.

파란놀 2015-05-20 08:29   좋아요 1 | URL
하양물감 님 말씀처럼
애써 밝게 그리려 한다고 해서 읽을 만하지 않아요.

모든 문학은 바탕이 `사랑`이 되어야 해요.
소재는 대수롭지 않아요.
소재에만 파묻혀서 반짝하고 인기를 끌어서
책을 팔고 이름을 얻으려 하다 보니...
요즈음 수많은 어린이문학이... 불편하고 재미조차 없기도 하구나 하고 느껴요..
 

빨래하는 책읽기



  마루야마 겐지라고 하는 분이 이녁 꽃밭을 가꾸면서 ‘꽃’과 ‘나무’와 ‘흙’과 ‘바람’과 ‘해’와 ‘빗물’을 바라보는 동안 수천 권이나 수만 권에 이르는 책을 읽은 셈이라고 글을 썼다. 그 글을 읽으면서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나는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면서 수천 권이나 수만 권에 이르는 책을 읽은 셈이라고 느낀다. 먼먼 옛날부터 집에서 살림을 지은 사람들 누구나 어마어마하구나 싶은 책을 읽은 셈이지 싶다.


  한문을 익혀서 중국책을 읽을 때에만 ‘책읽기’가 되지 않는다. 임금님 곁에서 나랏일을 보아야 ‘지식’이 되지 않는다. 집일을 하고 집살림을 돌보는 모든 몸짓이 책읽기이면서 지식이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모든 하루가 삶이자 사랑이면서 배움이고 책이요 지식이다.


  우리는 언제나 ‘책을 읽는’다. 왜 그러한가 하면,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 삶을 누리고 즐기고 짓고 가꾸고 일구고 가다듬고 거느리면서 다스리기 때문이다. 종이책도 책이지만, 종이에 얹지 않고 마음에 얹어서 나누는 삶책도 책이다. 삶책을 슬기롭게 읽을 때에 철이 들고, 철이 들 때에 아름다운 숨결로 거듭난다. 4348.5.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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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마음 (하이타니 겐지로) 양철북 펴냄, 2004.1.30.



  우리는 서로 마음을 나누면서 산다. 우리가 주고받는 말마디에는 삶을 사랑하려는 마음이 깃든다. 마음이 없으면 만나지 못하고, 마음이 없는 채 만나는 사이라면 몹시 괴로운 나머지 삶이 갈기갈기 찢기리라. 아름다운 사랑은 언제나 ‘열린 마음’일 때에 이루어진다. 모든 슬프거나 쓸쓸한 일은 ‘닫힌 마음’일 때에 나타난다. 즐겁게 노래하듯이 마음을 가꾸면서 차근차근 삶을 짓는다. 청소년문학 《소녀의 마음》은 이 같은 ‘마음’을 살가우면서 따사롭게 보듬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마음을 읽기에 한솥밥을 먹는 사이가 되고, 마음을 읽지 못하기에 서로 헤어진다. 마음을 나누기에 빙그레 웃음을 지으면서 삶을 이루고, 마음을 나누려는 숨결이 사라지기에 그만 미움만 남아서 서로 생채기를 남긴다. 4348.5.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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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마음- 개정판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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