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는 자동차가 있어서 좋아


  누나는 그림판에 꽂혀서 그림놀이를 한다. 산들보라는 자동차에 온마음을 담아서 기쁘게 논다. 김밥집에 있는 거울에 제 모습과 자동차를 함께 비추면서 하하하 웃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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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5.5.20. 큰아이―작은 그림판



  사름벼리가 ‘작은 그림판’을 하나 얻는다. 문방구에 들른 사름벼리는 “나도 뭐 하나 고를래.” 하면서 이모저모 살피더니 그림판을 손에 쥐었다. 그림판 값은 천 원. 그림판이 이렇게 값이 싼가? 작은 그림판을 손에 넣은 사름벼리는 김밥집에서 그림그리기에 폭 빠진다. 천천히 손을 놀린다. 그림이 부드럽게 흐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그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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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5.15.

 : 우리가 선 곳



자동차가 거의 안 다니는 시골길이니 큰길로 다녀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자동차가 거의 안 다니는 시골길인 터라, 어쩌다가 지나가는 자동차가 대단히 거칠다. 길에 다른 자동차가 없으니, 웬만한 자동차는 무시무시하게 내달리기 일쑤이다. 곧은길이건 굽이길이건 빠르기를 줄이지 않고 달리면서 건너편 찻길로 넘어가는 자동차가 아주 많다. 자전거를 길섶에 붙여서 달리다가도 큰길로 접어든 뒤 이런 자동차를 만나면 갑갑하다. 이들은 길섶에 붙어서 달리는 자전거를 살피지 않기 일쑤이고, 길섶을 걷는 사람도 살피지 않기 마련이다.


시골길을 달릴 적에 되도록 큰길로 나오지 않는다. 시골마을이지만, 큰길에는 나무도 없고 길섶도 좁으니, 자전거를 달리거나 걷는 즐거움을 누리기 어렵다. 요즈음 관광지마다 ‘걷는 길’을 새로 마련한다면서 애쓰는데, ‘걸을 만한 길’은 길그림에 금을 죽 그어서 이곳은 문화이고 저곳은 예술이고 그곳은 벽그림이고 꾸미기에 생기지 않는다. 꽃내음과 풀내음이 흐르면서 나무그늘이 있는 데가 걸을 만한 길이다. 걷다가 풀숲에 앉아서 다리를 쉬면서 풀벌레 노랫소리를 듣고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데가 걸을 만한 길이다.


논둑길로 에돌아서 면소재지를 다녀온다. 마을과 면소재지를 잇는 자리는 큰길이다. 논둑길 가운데 아스팔트를 깐 곳도 있다. 이런 곳을 지날 때면 쓸쓸하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데, 오늘은 때죽나무에 핀 고운 꽃을 보고, 논둑 한쪽에서 노랑괴불주머니꽃을 잔뜩 본다. 꽃내음이 물씬 퍼지는 곳에서 자전거를 한동안 세운다. 오월에 흐드러지는 꽃내음을 넉넉히 들이마신다. 나무가 자라는 곳이 늘어날 수 있기를 빈다. 우리가 서는 곳이 나무가 우거지는 자리가 되고, 우리가 사는 곳이 나무내음과 나무노래로 넘실거리는 보금자리가 되기를 꿈꾼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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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실 이야기 (귄터 그라스) 민음사 펴냄, 2015.5.1.



  《암실 이야기》라는 소설책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귄터 그라스 님은 ‘글을 쓰려고 태어난 숨결’일 수 있겠구나 하고 느낀다. 나치 친위대원으로 일한 적이 있고, 전쟁 뒤 독일에서 사회정의와 진보에 몸을 바친 일도, 곰곰이 살피면 모두 ‘글을 쓸 바탕’이 되었구나 하고 느낀다. 글을 쓰려고 태어난 숨결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아마 ‘전쟁 미치광이 독일’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깊은 두멧시골로 들어가서 흙을 일구었으리라. 또는 독일군과 맞서 싸우다가 어느 싸움터에서 이슬처럼 사라졌으리라. 이 끌과 저 끝을 달리면서 긴 나날을 누린 발자국은 모두 소설로 태어난다. 그렇다고, 귄터 그라스 님이 ‘나치 친위대원’으로 있던 나날을 나무라려는 생각이 아니다. 나치 친위대원으로 지낸 나날이 있었기에 전쟁 뒤에 ‘내 바보스러움과 멍청함’을 뉘우치거나 깨달으면서 ‘아름다운 삶’으로 나아가겠노라 다짐할 수 있다. 나치 친위대원으로 지낸 나날이 있었기에 전쟁이 얼마나 바보스러우면서 멍청한가를 온몸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군대에서 뒹굴며 폭력에 시달리다가 ‘고참이 된 뒤 나도 그만 후임병한테 폭력을 휘두르는 바보짓을 저지르’고는, 나중에 이 철없고 딱한 짓에 얼굴이 붉어져서 다시는 그 같은 잘못을 안 저지르겠다 다짐하면서 삶을 곧게 추스르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모든 군대는 바보짓이다. 모든 전쟁무기는 멍청한 수렁이다. 《암실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는 따로 다루지 않고 ‘귄터 그라스 님이 낳은 여덟 아이’가 보낸 발자국을 다룬다. 귄터 그라스 님은 왜 여러 ‘아이 어머니’를 두어야 했을까? 왜 여덟 아이를 낳아야 했을까? 얼마나 흔들리면서 가녀린 나날을 겨우겨우 걸어왔을까? 4348.5.22.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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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실 이야기- 귄터 그라스 자전 소설
귄터 그라스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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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967) -회會 1


밤에는 부모회를 만들어 활동했다 … 차츰 신뢰가 쌓여 주민자치회가 만들어질 때는

《하종강-길에서 만난 사람들》(후마니타스,2007) 323쪽


 부모회

→ 부모모임

 주민자치회

→ 주민자치모임



  부모가 모이면 ‘부모모임’입니다. 아주머니가 모이면 ‘아주머니모임’이에요. 모이니까 ‘모임’입니다. 때로는 ‘동아리’를 써서 ‘할아버지 동아리’나 ‘할머니 동아리’라 할 수 있습니다.


  한자말을 그대로 살려서 ‘송별모임’이나 ‘환영모임’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송별(送別)’은 떠나 보내는 일을 가리키고, ‘환영(歡迎)’은 반가이 맞이하는 일을 가리킵니다. 이러한 뜻과 느낌을 살려서 ‘끝모임’이나 ‘첫모임’ 같은 이름을 새롭게 쓸 수 있고, ‘보내는 모임’이나 ‘맞이하는 모임’처럼 말뜻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떠나 보내거나 반가이 맞이하거나 ‘새걸음 모임’ 같은 이름을 붙여도 잘 어울립니다. 4340.9.23.해/4348.5.22.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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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부모모임을 열었다 … 차츰 믿음이 쌓여 주민자치모임이 생길 때에는


‘활동(活動)했다’는 ‘일했다’나 ‘함께했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신뢰(信賴)’는 ‘믿음’으로 다듬습니다. 모임은 ‘만들다’로 나타내지 않습니다. “모임을 열다”나 “모임을 꾸리다”라 말하고, “모임이 생기다”나 “모임이 되다”처럼 적습니다.



-회(會)

1. ‘단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 부인회 / 청년회 / 노인회

2. ‘모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 송별회 / 환송회 / 환영회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091) -회會 2


그밖에도 여러 가지 새 소리가 뒤섞여서 숲속의 아침은 마치 음악회라도 열린 듯했지요

《이마이즈미 미네코,안네테 마이자/은미경 옮김-숲에서 크는 아이들》(파란자전거,2007) 113쪽


 음악회라도 열린 듯

→ 노래잔치라도 열린 듯

→ 노래마당이라도 열린 듯

→ 노래판이라도 벌어진 듯

→ 노래놀이라도 하는 듯

 …



  ‘음악회(音樂會)’는 “음악을 연주하여 청중이 음악을 감상하게 하는 모임”이라고 해요. 그런데, ‘음악’은 한자말입니다. 한국말은 ‘노래’예요. 영어로는 ‘뮤직’입니다. ‘음악회’를 영어로 ‘콘서트’라고도 하는데,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로 짓는 ‘노래마당’이나 ‘노래잔치’나 ‘노래판’ 같은 낱말을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사진잔치 . 사진마당 . 사진판 . 사진놀이

 그림잔치 . 그림마당 . 그림판 . 그림놀이


  사진을 즐기면 ‘사진잔치’입니다. 그림을 즐기면 ‘글마당’입니다. 글을 즐기면 ‘글판’이나 ‘글놀이’가 됩니다. 자전거를 즐기면 ‘자전거잔치’이며 꽃을 즐기면 ‘꽃잔치’입니다. 4341.4.18.쇠/4348.5.22.쇠.ㅅㄴㄹ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밖에도 여러 가지 새소리가 뒤섞여서 숲속 아침은 마치 노래잔치라도 열린 듯했지요


“숲속의 아침”은 “숲속 아침”으로 다듬어 줍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73) -회會 3


개구리 음악회라, 그것 정말 좋은 구경이겠는걸

《임혜령-이야기 할아버지의 이상한 밤》(한림출판사,2012) 30쪽


 음악회

→ 노래모임

→ 노래잔치

→ 노래마당

→ 노래 큰잔치

→ 노래 한마당

 …



  개구리는 노래를 합니다. 개구리가 들려주는 소리는 ‘노래’입니다. 그러니, 개구리가 모여서 노래를 부른다면 ‘노래모임’이 될 테고, ‘노래잔치’나 ‘노래마당’이 됩니다. 때로는 ‘노래 큰잔치’나 ‘노래 한마당’이 될 테지요. ‘노래마을’이라든지 ‘노래꾸러미’ 같은 이름도 재미나게 써 볼 수 있습니다. 4348.5.22.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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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노래잔치라, 그것 참 좋은 구경이겠는걸


‘정(正)말’은 ‘참’이나 ‘참말’로 다듬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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