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62.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사진을 찍을 적에는 흔한 모습을 담으면 됩니다. 적잖은 분들은 사진을 찍을 적에 ‘흔하지 않은 모습’을 찍으려고 애쓰는데, 막상 ‘흔하지 않은 모습’을 찍어 본들, 이러한 사진은 ‘흔하지 않은 모습’이 아니라 ‘흔한 모습’이 되고 맙니다. 왜 그러할까요? 한국에서 사진을 찍는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흔하지 않다고 여기는 모습’만 사진으로 찍으려고 하다 보니까, 한국에서 나오는 수많은 사진은 ‘흔한 모습’이 됩니다.


  그러니까, 굳이 ‘흔하지 않다고 여기는 모습’을 찾아서 사진을 찍으면 언제나 ‘흔한 모습’만 찍는 셈이요, 여기저기에 흔히 떠도는 모습만 자꾸 사진으로 찍어서 ‘내 마음을 담은 이야기’는 사진에 안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사진으로 찍을 모습은 언제나 ‘흔한 모습’입니다. 늘 보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노릇입니다. 늘 마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일이요, 남이 아닌 내가 늘 보고 마주하면서 겪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 됩니다.


  나한테 흔한 삶이라고 해서 남한테도 흔하지 않습니다. 나한테 흔하고 익숙한 모습은 오로지 나한테만 흔하고 익숙한 모습입니다. 이리하여, 내 삶에서 나한테 ‘흔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 이 ‘흔한 모습’은 언제나 ‘흔하지 않은 모습’을 들려주는 사진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내 마음을 담은 이야기’를 ‘흔한 모습’에 얹은 사진은, 언제 어디에서나 ‘흔하지 않은 모습’일 뿐 아니라, 남들한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오직 하나 있는 즐겁거나 기쁜 삶노래가 됩니다. 4348.5.2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노란 마음



  노란 꽃을 보면 노란 마음이 됩니다. 빨간 꽃을 보면 빨간 마음이 됩니다. 하얀 꽃을 보면 하얀 마음이 됩니다. 마음이 어수선하거나 어지러울 때여도, 꽃을 바라보는 동안 어쩐지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온갖 빛깔로 거듭나듯이 새롭게 흐릅니다.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집안에 꽃그릇을 두면서 꽃을 바라보려고 하는 까닭을 가만히 헤아립니다. 시골에 보금자리를 가꾸면서 둘레에서 온갖 풀꽃과 나무꽃을 잔뜩 보면서도 애써서 마당에 꽃밭을 따로 돌보려고 하는 까닭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눈으로만 바라보는 꽃이라면 입으로 먹지 못합니다. 먹지 못하는 꽃을 왜 키우느냐 하고 물을 수 있지만, 먹지 않기 때문에 꽃을 키우는구나 싶어요. 먹을 뜻이 아니라 보려는 뜻이요, 마음을 살찌우고 북돋우면서 언제나 고운 숨결로 하루를 열려는 뜻이기에, 즐겁게 꽃밭을 일구면서 사랑을 속삭이려고 하는구나 싶습니다. 4348.5.2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걷는 마음



  혼자 걷기도 하고, 함께 걷기도 합니다. 혼자 걸을 적에는 고요히 생각에 잠기면서 온누리를 홀가분하게 둘러봅니다. 함께 걸을 적에는 기쁘게 노래하고 춤추면서 온누리에 우리 웃음을 흩뿌립니다.


  우리가 이곳을 걷기에 이곳에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우리가 이곳을 걸으면서 이곳을 새로운 보금자리로 가꿉니다. 우리가 이곳을 걷는 동안 이곳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함께 걷는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볼 수 있습니다. 나란히 걷는 사람은 서로 숨소리와 목소리와 마음소리를 모두 헤아릴 수 있습니다. 구름을 올려다보고, 흙을 내려다보며 앞을 바라다봅니다. 함께 기쁜 숲바람을 쐬면서 걷습니다. 4348.5.2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야기할아버지의 이상한 밤 이야기할아버지 시리즈
임혜령 지음, 류재수 그림 / 한림출판사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이책 읽는 삶 103



이야기를 나누며 사랑스러운 우리들

― 이야기 할아버지의 이상한 밤

 임혜령 글

 류재수 그림

 한림출판사 펴냄, 2012.2.6.



  누구나 이야기를 받아먹으면서 하루를 지냅니다. 이야기가 없는 하루라면 무척 심심하거나 따분하기 마련입니다.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면 그예 하루 내내 입 한 번 벙긋하지 못한 채 지낼 수 있고, 이런 날은 내 삶에 무슨 뜻이나 보람이 있을까 하고 돌아보겠지요.


  삶이 있으면 이야기가 있습니다. 살아서 움직이는 하루가 흐르기에 이야기가 자랍니다. 신문이나 방송이나 책에 나와야 이야기가 아닙니다. 멋지거나 훌륭하거나 놀랍거나 거룩한 사람한테서만 엿보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수하게 삶을 가꾸는 내 하루가 바로 나한테 즐거운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여느 때에 읊는 말을 찬찬히 듣습니다. 어른들은 여느 때에 온갖 말을 하면서 아이들한테 삶을 물려줍니다. 노래를 부르는 어른은 아이한테 노래를 물려줍니다. 웃음꽃을 피우면서 말하는 어른은 아이한테 웃음꽃과 웃음말을 물려줍니다. 거친 말을 함부로 내쏘는 어른이라면 아이한테 거친 말을 고스란히 물려줍니다.



.. 어느 날, 까치 한 마리가 (개) 진순이 밥그릇으로 포르르 날아오더니 진순이가 남긴 밥을 먹었습니다 … 진이는 마당 한구석에 미역국 그릇을 놓고, 까치가 앉아 있는 가죽나무를 쳐다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런 진아를 보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오늘 할아버지는 진아에게 뒤뜰에 마련한 작은 꽃밭을 선물로 주실 거랍니다  ..  (9, 22쪽)



  임혜령 님이 글을 쓰고 류재수 님이 그림을 그린 《이야기 할아버지의 이상한 밤》(한림출판사,2012)을 읽습니다. 임혜령 님은 어릴 적부터 이녁 할아버지한테서 온갖 이야기밥을 받아먹었다고 합니다. 한겨레가 살아오면서 수수하게 도란도란 주고받은 옛이야기를 찬찬히 살펴서 그러모은 임석재 님은 손수 그러모은 이야기도 아이한테 들려주고, 스스로 재미나게 엮은 이야기도 아이한테 들려주었을 테지요. 이런 이야기도 듣고 저런 이야기도 들으면서 자란 임혜령 님한테 할아버지는 그냥 할아버지가 아닌 ‘이야기 할아버지’입니다. 임혜령 님은 어릴 적에 ‘이야기 아이’였을 테고, 이제는 씩씩하게 ‘이야기 어른’입니다.



.. “오늘 밤 연못에서 개구리 음악회가 열리거든요. 개구리들이 할아버지를 초대했으면 해서, 제가 대신 모시러 왔어요.” … 베짱이는 제 집에서 작은 베틀을 꺼내어 풀잎 위에 놓았습니다. 그러고는 별이 총총한 밤하늘 위로 다리 하나를 번쩍 들었습니다. 그러자 별빛들이 모여 가느다란 실 모양으로 합쳐졌습니다 … 베짱이는 별빛으로 날을 날고, 꽃빛으로 씨를 삼아 부지런히 베를 짰습니다. 베짱베짱 베틀이 분주히 움직일 때마다 베는 한 자 한 자 길어졌습니다 ..  (30, 48, 49쪽)



  아침저녁으로 서로 빙그레 웃음지으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한식구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이웃이랑 동무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 집 나무’가 있으면, 아침저녁으로 나무한테 조곤조곤 말을 겁니다. ‘우리 집 꽃’이 있으면, 아침저녁으로 꽃한테 속닥속닥 말을 걸어요.


  우리 집에 찾아드는 벌이랑 나비랑 잠자리가 있으면, 이들한테도 말을 겁니다. 참새와 박새와 딱새한테도 말을 걸고, 제비와 까치와 까마귀한테도 말을 걸지요. 구름한테도 말을 겁니다. 빗물과 눈송이한테도 말을 겁니다. 모두 우리를 둘러싼 고운 이웃이에요.


  아이들은 자동차나 구름다리한테도 말을 걸 수 있어요. 우체통이나 전봇대한테도 말을 걸 만합니다. 집한테도 말을 걸고, 문과 숟가락한테도 말을 걸 만하지요.



.. “으스름 달밤에 모두 잠들었다. 모두 모두 나와서 놀아 보자.” 달맞이꽃들의 노래에 맞춰 다른 꽃들이 줄기를 가만가만 흔들어댔습니다. 점잖게 서 있던 나무들도 나뭇가지를 사그락사그락 흔들었습니다 ..  (82쪽)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욱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자랍니다. 마음 가득 따스한 사랑을 담아서 이야기를 건네기에, 내 말을 듣는 이웃이 환하게 웃습니다. 마음이 넉넉하도록 고운 사랑을 실어서 이야기가 흐르기에, 서로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기쁘게 노래합니다.


  이리하여 예부터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말을 씁니다. ‘이야기꽃’이요 ‘이야기마당’이며 ‘이야기잔치’라 해요. 이야기가 꽃처럼 피어나면서 곱습니다. 이야기를 함께 누리는 너른 마당입니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잔치를 기쁘게 벌이는 셈입니다.


  이야기밥을 먹으면서 아이들이 자랍니다. 아이들한테 이야기밥을 물려주면서 어른도 튼튼하게 섭니다. 이야기노래를 듣는 아이들이 맑은 넋으로 거듭납니다. 이야기를 노래와 춤으로 빚어서 들려주는 어른도 밝은 숨결로 다시 태어납니다. 4348.5.2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저녁으로 무화과알한테



  아침저녁으로 뒤꼍에 올라 무화과나무를 바라볼 적마다 말을 건다. 얘, 무화과야, 네 고운 알을 너무 높은 곳에 매달지 말아 주렴. 그러면 아이들하고 따먹기 힘들어. 이렇게 말하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무화과나무로서는 우듬지에 꽃알을 매달고 싶은 마음일 수 있겠다고 느낀다. 말을 고친다. 얘, 무화과야, 높은 곳에 네 고운 알을 매달아도 돼. 얼마든지 따서 먹을 테니까. 낮은 자리에 매달면 아이들이 손수 따고, 높은 곳에 매달면 내가 너를 타고 올라서 따지.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한결 주렁주렁 잘 맺히는 무화과알을 아침저녁으로 기쁘게 마주한다.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도 무화과알은 토실토실 잘 맺는다. 4348.5.2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