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느긋하게 빨래



  두 아이 저녁을 먹인다. 그러고 나서 씻긴다. 시원하지? 오늘 하루만 입은 옷이지만 모두 갈아입힌다. 새로운 철에 새롭게 꺼내 입은 옷이니, 하루만 입고 새로 빨아서 이튿날 햇볕에 보송보송 말리면 더욱 즐거울 테지. 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몸을 씻고 빨래를 한다. 저녁 내내 바지런히 움직이며 팔힘이 좀 빠지지만 시원하고 상큼하다. 4348.5.2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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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80) 얄궂은 말투 102 : 야생 채소


그 전까지는 동물 사냥에 의존하거나 야생 채소, 과일을 주워 먹었다

《정혜경-밥의 인문학》(따비,2015) 27쪽


야생(野生) : 산이나 들에서 저절로 나서 자람

채소(菜蔬) : 밭에서 기르는 농작물


 야생 채소

→ 들나물

→ 나물

→ 들풀

 …



  한자말 ‘채소’는 한국말로 ‘남새’를 가리킵니다. 남새나 채소는 사람이 따로 씨앗을 심어서 기르는 풀입니다. 길러서 먹는 풀을 가리켜 남새나 채소라고 하는 만큼, ‘야생 채소’처럼 적은 보기글은 좀 엉뚱합니다. ‘채소’는 ‘야생’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들에서 풀을 뜯어서 먹었다면 ‘나물’을 먹은 셈입니다. ‘나물’은 들에서 스스로 씨앗을 퍼뜨려서 돋는 풀 가운데 사람이 먹는 풀을 가리킵니다. ‘들나물’이라 적든지 ‘나물’이라 적어야 올바릅니다. 4348.5.25.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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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는 짐승을 사냥하거나 나물하고 열매를 주워 먹었다


“그 전(前)”은 “그때”나 “그에 앞서”로 손보고, ‘동물(動物)’은 ‘짐승’으로 손봅니다. “사냥에 의존(依存)하거나”는 “사냥만 하거나”나 “사냥을 하거나”로 손질하고, ‘과일(果實)’은 ‘열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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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358 : 새벽 여명


새벽 여명과 함께 구름이 엷어지면서 비행기 창 아래로 대륙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희은-어디에도 없던 곳》(호미,2013) 15쪽


여명(黎明) : 희미하게 날이 밝아 오는 빛

새벽 : 먼동이 트려 할 무렵

먼동 : 날이 밝아 올 무렵 동쪽

새벽빛 : 날이 새려고 먼동이 트는 빛


 새벽 여명과 함께

→ 새벽빛과 함께

→ 새벽에 찾아드는 빛과 함께

→ 새벽을 밝히는 빛과 함께

→ 새벽녘 빛과 함께

 …



  ‘새벽 여명’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이 글월에서는 이러한 모습으로 나오지만, ‘새벽 여명’은 말이 안 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한자말 ‘여명’은 ‘새벽빛’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월대로 말을 한다면 ‘새벽 여명’은 “새벽 새벽빛”이라고 하는 셈입니다.


  한국말은 ‘새벽빛’입니다. 이를 한자말로 옮기면 ‘黎明’입니다. 한자말을 쓰고 싶다면 “여명과 함께”처럼 글을 쓸 노릇이고, 한국말로 쓰고 싶다면 “새벽빛과 함께”처럼 글을 쓸 노릇입니다. 꾸밈말을 넣고 싶다면 “새벽에 찾아드는 빛과 함께”라든지 “새벽을 밝히는 빛과 함께”처럼 쓸 수 있습니다. 4348.5.25.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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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과 함께 구름이 엷어지면서 비행기 창 아래로 넓은 땅이 천천히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대륙(大陸)’은 ‘뭍’이나 ‘넓은 땅’으로 손보고, ‘서서(徐徐)히’는 ‘천천히’로 손봅니다. “그 모습”에서 ‘그’는 ‘대륙’을 받는 대이름씨 구실을 하는데, 한국말에서는 이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그’ 없이 “대륙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처럼 쓰거나 “대륙이 천천히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처럼 씁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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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산진 평전 (신한균·박영봉) 아우라 펴냄, 2015.5.15.



  맛있는 밥을 맛있게 먹기는 쉽다. 즐거운 마음이 되면 된다. 맛없는 밥을 맛없게 먹기도 쉽다. 안 즐거운 마음이 되면 된다. 그러면, 맛없는 밥을 맛있게 먹으려면? 즐거운 마음이 되면 된다. 맛있는 밥을 맛없게 먹으려면? 그야말로 안 즐거운 마음이 되면 된다. 마음이 즐거움으로 가득하면 어떤 밥을 먹어도 맛이 있다. 마음에 즐거움이 없으면 어떤 밥을 먹어도 맛이 없다. 온힘을 기울여서 지은 밥을 어떤 그릇에 담으려 하는가? 마땅히 가장 고우면서도 가장 알맞다 싶은 그릇에 담아야 할 테지. 이렇게 할 때에 맛있는 밥이 그야말로 맛있게 살아난다. 맛없다 싶은 밥이라 할지라도 마음을 따사롭게 담으면 맛이 날 뿐 아니라, 조금만 손을 대어 바꾸어 주어도 새로운 맛이 흐른다. 글을 쓸 적에도 살짝 손질할 뿐인데 글맛이 사뭇 달라진다. 사진을 찍을 적에도 살짝 옆으로 움직이거나 마음을 새롭게 할 뿐인데, 사진결이 훨씬 나아진다. 로산진이라고 하는 사람이 빚은 숨결은 바로 ‘마음’이라고 느낀다. 4348.5.2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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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산진 평전
신한균.박영봉 지음 / 아우라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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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 (이희인) 호미 펴냄, 2013.3.9.



  인도양하고 맞닿은 여러 나라를 돌아본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엮은 《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를 읽는다. 시골집에 앉아서 인도양 여러 나라 이야기를 가만히 바라본다. 이 책을 쓴 분이 바라본 여러 나라는 ‘어디에도 없던 곳’이다. 오직 그곳에 가야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 여행 이야기를 쓴 분이 즐겁게 누리는 곳은 복닥거리는 도시 한복판이 아니다. 사람내음이 물씬 살가이 흐르는 고즈넉한 곳이다. 오월 첫무렵부터 한껏 흐드러지던 찔레꽃이 유월을 앞두고 차츰 수그러든다. 그래도 찔레꽃내음은 짙다. 찔레꽃내음과 붓꽃내음을 함께 맡으면서, 온갖 풀꽃내음을 골고루 누리며 생각에 잠겨 본다. 한국에서 다른 나라로 나들이를 다니는 사람이 무척 많이 늘었다. 한국 곳곳을 여행하는 사람도 제법 많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동네마실을 하는 사람은 그닥 많지 않다. 아무래도 동네는 너무 시끌벅적하거나 어수선하기 때문일 테지. 이 나라 삶자리가 어디에서나 호젓하면서 맑고 밝으며 싱그러울 수 있으면, 오늘 이곳에서 삶을 누리는 기쁨하고 이웃을 찾아 길을 나서는 즐거움이 한결 넉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만히 따지면, 스리랑카나 인도가 아니어도, 얼마 앞서까지 한국에서도 누구나 ‘외국 여행객 사진기 앞에서’ 환하게 웃음짓는 수수하고 투박한 사람들이었다. 4348.5.2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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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
이희인 지음 / 호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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