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독 (홍영우) 보리 펴냄, 2010.10.14.



  무엇이든 넣으면 둘도 셋도 넷도 나오는 독이 있다. 이 독에 호미를 넣으면 호미가 나오고, 쌀을 넣으면 쌀이 나오며, 돈을 넣으면 돈이 나온다. 자, 그러면 우리는 이 독에 무엇을 넣으면 즐거울까? 이 독을 누가 누리면서 살림을 가꾸면 아름다울까? 이 독을 어디에 놓으면서 마을과 지구별을 살찌우면 사랑스러울까? 혼자만 차지하려고 하면 말썽이 생긴다. 함께 즐기면서 어깨동무를 하려고 하면 모두 웃고 노래하면서 춤추는 기쁜 삶이 된다. 아주 쉽고 마땅한 노릇이다. 옛이야기를 살가운 그림으로 빚어서 새롭게 꾸민 《신기한 독》을 가만히 읽고 또 읽는다. 4348.5.29.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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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독
홍영우 글.그림 / 보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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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96] 우리는 마을 빨래터에서 논다

― 새 여름에 즐거운 물놀이터



  마을 빨래터를 쓰는 분이 없으나, 마을 할매는 그동안 이 빨래터에 낀 물이끼를 으레 치우셨습니다. 마을 할매는 집안일이랑 들일을 모두 건사하면서 빨래터까지 치워야 했으니 여러모로 힘드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식구가 이 마을에 들어오기 앞서까지 마을 할매는 한겨울에도 마을 빨래터에 낀 물이끼를 걷으셔야 했어요.


  빨래터 물이끼는 한겨울에도 낍니다. 겨울에는 여름보다 천천히 끼지만, 겨울에도 물은 흐르고, 맑은 물에는 온갖 목숨붙이가 깃들기에, 물이끼도 조금씩 낍니다. 빨래터가 아닌 여느 냇물이라면 물이끼가 끼지 않았으리라 느껴요. 여느 냇물에서는 물고기와 다슬기가 바지런히 물이끼를 훑어서 먹었을 테니까요.


  빨래터를 치우다 보면 미꾸라지나 민물새우를 봅니다. 다슬기는 미리 주워서 그릇에 옮깁니다. 미꾸라지나 민물새우도 그릇에 옮긴 다음, 빨래터를 다 치우고 아이들하고 다 논 다음 물에 도로 풀어놓습니다.


  한겨울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빨래터를 치웁니다. 겨울이 저물어 봄이 되면 보름에 한 번씩 빨래터를 치웁니다. 그리고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들면 열흘마다 빨래터를 치우고, 틈틈이 빨래터에 가서 물놀이를 누립니다. 자전거를 몰거나 걸어서 골짜기로도 마실을 가지만, 마을 어귀로 걸어가기만 하면 멋진 물놀이터가 있어요.


  우리 집 아이들은 아직 몸이 작고 아귀힘이 여리니, 물이끼 걷는 일을 크게 거들지 못합니다. 그래도 옆에서 막대솔질을 지켜보니까, 한 해 두 해 몸이 자라는 동안 어깨너머로 솔질을 익힐 테고, 머잖아 아버지하고 함께 씩씩하게 물이끼를 걷으리라 생각합니다.


  빨래터에 갈 적에는 ‘갈아입을 옷’하고 ‘마른천’을 챙깁니다. 어른인 나는 옷을 따로 챙기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옷을 입은 채 놀고, 나는 웃옷을 벗고 빨래터 바닥에서 뒹굽니다. 물이끼를 모두 걷어낸 빨래터 바닥에 드러누워서 새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빨래터 바닥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싱그러운 노랫소리로 스며들고, 바람이 흐르는 소리하고 나뭇잎이 살랑이는 소리에다가 들새랑 멧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골고루 어우러져서 온몸으로 스며듭니다.


  우리한테는 어느 곳이든 놀이터입니다. 들판이나 밭둑도 놀이터요, 숲이나 골짜기도 놀이터입니다. 마당이나 뒤꼍도 놀이터이고, 빨래터와 샘터도 놀이터예요. 즐겁게 웃고 뛰놀 수 있기에 놀이터입니다. 마을 빨래터는 겨울에는 물이 따스하게 흐르고 여름에는 물이 시원하게 흘러서 더없이 멋진 놀이터입니다.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 물이끼를 다 걷고 참방참방 물놀이를 하면, 어느새 이 소리를 듣고 마을 할매가 빨래터 둘레로 모여서 “고마워서 으쩐다.” “치운데(추운데) 옷 적시지 말아.” “예가 아들(아이들)한테 놀기 좋지.” “오매 저 이쁜 것 좀 봐.” 같은 이야기를 도란도란 들려줍니다. 4348.5.29.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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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9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5-05-29 12:25   좋아요 0 | URL
네, 말씀 고맙습니다.
곧 편지를 띄우겠습니다 ^^
 

산들보라는 물노래를 들으려고



  누나가 빨래터 바닥에 엎드려서 물노래를 들으니, 산들보라도 빨래터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물노래를 듣는다. 아이들은 어디에서 놀든 거리끼지 않는다. 옷이야 젖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모습이 놀이돌이와 놀이순이 모습이면서, 모든 아이들한테 스스럼없이 귀여운 모습일 테지. 어때? 빨래터 물결이 너한테 어떤 노래를 들려주니?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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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흥군청에 편지를 쓰다 (사진책도서관 2015.5.2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우리 사진책도서관 앞날을 헤아리면서 고흥군수님 앞으로 편지를 썼다. 곰곰이 돌아보니, 2011년에 고흥으로 처음 들어올 적에도 고흥군수님 앞으로 편지를 썼다. 그때에 고흥군에서 도와주어 이곳 고흥군 도화면 흥양초등학교(폐교) 건물 한쪽에 사진책도서관을 옮길 수 있었다. 다만, 고흥군에서 도와준 손길은 이 건물 한쪽에 사진책도서관을 옮겨서 짐을 풀 수 있는 데에서 끝났다.


  편지는 5월 25일에 썼고, 이튿날인 5월 26일에 군청에서 전화가 한 통 온다. 우리 도서관으로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한다. 고흥군립도서관에 계신 분이 세 사람 찾아온다. 군청과 교육청은 서로 다른 곳이라서 업무협조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군에서는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고, 다른 폐교를 알아보려고 하면 군 교육청에서 도와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를 마무리지을 즈음, 군립도서관에 계신 분이 불쑥 ‘여기에서 이렇게 도서관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스치듯이 한 마디를 한다. ‘정식임대’를 하지 않고 ‘임대한 사람한테 다시 임대하는 일’은 불법이라고 덧붙인다. 이 말을 듣고 한동안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이분들이 군청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자리에 누웠다. 자리에 누워 한숨 자고 일어났다. 몸도 마음도 많이 아프다. 예전 일이 떠오른다. ‘다른 사람이 임대한 폐교에 들어와서 사진책도서관을 하도록 도운 곳’은 바로 고흥군청이다. 우리가 ‘불법으로 이곳에 사진책도서관 시설을 꾸며서 다섯 해를 지낸 일’은 ‘고흥군청에서 시킨(?)’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것을 따진들 무엇할까. 전남도청과 전남교육청과 고흥교육청과 고흥군청, 네 군데에 모두 민원을 넣으면서 길을 알아보았는데, 네 군데 모두 ‘도울 수 있는 길이 없다’는 말만 들려주었다.

  우리 사진책도서관이 있는 흥양초등학교 건물과 터를 오늘 곧바로 사들여서 쓸 수 있다든지(그러나 이 일은 군청도 교육청도 폐교재산활용법에 따른 행정으로 도와줄 수 없다고 하니까 까마득하기는 한데), 고흥에서 다른 폐교나 너른 터를 얻어서 쓸 수 있다면 모르되, 우리 도서관과 살림집을 고흥에서 버티거나 지킬 수 있는 길은 없구나 하고 깨닫는다.


  지난 다섯 해 동안 무엇을 했을까 하고 돌아본다. 여러모로 많이 배웠다. 무엇보다 숲이 사람한테 얼마나 고마우면서 대단한가 하는 대목을 배웠다. 숲을 돌보고 들을 가꾸며 마당을 누리고 집을 손질하는 즐거움을 누릴 때에 아이들이 맑고 밝게 노래하면서 자랄 수 있구나 하고 배웠다.


  책은 종이책에도 있으나, 삶에 아름답게 있구나 하고 배웠다. 모든 책은 나무한테서 오지만, 꼭 종이에 얹어야 책이 아니요,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가 모두 따스한 책이라고 배웠다. 구름도 무지개도 빗물도 눈송이도 너른 책이요, 호미를 쥔 손과 나물을 뜯는 손도 모두 예쁜 책이라고 배웠다. 흙을 쪼고 마을 빨래터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몸짓도 모두 멋진 책이라고 배웠다. 사진도 이와 같다. 삶이 책이자 사진이요, 사랑이 사진이면서 책이다. 고흥 시골자락에서 다섯 해 동안 참으로 많이 배웠다. 고맙다. ㅅㄴㄹ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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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러 가든 놀러 가든



  아이들은 일하러 가든 놀러 가든 신난다. 아이들은 걸어서 가든 버스나 자전거를 타든 재미있다. 오래 걸으면 힘들다고 하지만, 걷기를 마다 하지 않는다. 왜 그러한가 하면, 걸어서 나들이를 다니면 마음껏 뛰거나 달리거나 소리치거나 노래하면서 놀 수 있으니까.


  빨래터에 가는 길에는 저마다 막대솔을 하나씩 어깨에 걸친다. 두 아이가 많이 어릴 적에는 내가 다 짊어졌지만, 이제 두 아이는 저마다 제 막대솔을 들고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한손에는 장난감을 하나씩 쥔다.


  너희들은 빨래터 물이끼를 치우러 가는 길이 아니라 놀러 가는 길이지? 그래, 너희들은 놀아라. 너희 아버지가 씩씩하게 빨래터를 말끔히 치워 줄 테니, 아주 기쁘게 신나게 놀아라. 4348.5.29.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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