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17] 자연보호



  자연보호를 외친 사람들은

  막상 이제껏

  숲을 지킨 적이 없다



  ‘자연보호’를 외친 사람들은 이제껏 ‘숲’을 ‘지킨’ 적이나 ‘돌본’ 적이나 ‘사랑한’ 적이 없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숲은 언제나 시골을 이루는 바탕인데, ‘숲사랑(자연보호)’을 하자고 외치면서 정작 도시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작 ‘휴지를 줍자’나 ‘휴지를 버리지 말자’고 하면서 도시에서 물질문명을 누리기만 하니, 이 물질문명을 버티자면 숲을 허물거나 밀거나 없애야 합니다. 숲을 사랑할 수 없는 삶을 누리면서 허울로만 목소리를 높이니, ‘자연보호’나 ‘환경보호’ 같은 목소리는 그야말로 목소리로만 그칩니다. 숲을 지키고 싶다면 숲에서 살아야 합니다. 바다를 지키고 싶다면 바다에서 살아야 합니다. 가난한 이웃을 돕고 싶다면 가난한 이웃하고 한마을에서 함께 살아야 합니다. 정치권력이 서민경제를 살리지 못하는 까닭은 정치권력은 모두 서민하고 동떨어진 채 서민하고 ‘함께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동운동을 하려면 노동자와 함께 살아야 하고, 교육운동을 하려면 아이들과 함께 살아야 하듯이, 환경운동을 하려면 숲과 바다하고 함께 살아야 합니다. 4348.6.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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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65. 멀리 가지 않아도 사진


  사진이 태어나는 자리는 언제나 ‘바로 이곳’입니다. 사진을 찍는 때는 늘 ‘바로 오늘 이때’입니다. 사진을 오랫동안 찍은 분이든, 사진을 이제 막 찍는 분이든, 사진은 언제나 ‘바로 이곳’에서 누구나 ‘바로 오늘 이때’에 찍는 줄 잘 알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는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분이 많습니다.

  사진이 언제나 ‘바로 이곳’에서 태어난다면, 사진을 어디에서 찍어야 할까요? 사진을 찍으러 어디로 가야 할까요?

  사진은 참말 ‘바로 이곳’에서 찍습니다. 어디 먼 데까지 나들이를 가야 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먼 데까지 나들이를 갔으면, 나들이를 간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사진을 얻으려고 먼 데까지 나들이를 가야 할 까닭이 없되, 나 스스로 삶을 즐기거나 누리려고 먼 데까지 나들이를 으레 다닌다면, 바로 ‘내 사진’은 ‘내가 늘 머물면서 삶을 누리는 그곳’에서 태어납니다.

  사진을 찍기에 좋거나 알맞거나 멋진 ‘때’는 따로 없습니다. 내가 손에 사진기를 쥔 때가 바로 ‘사진을 찍을 때’입니다. 한낮이든 한밤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대단하지 않습니다. 하루 스물네 시간이 흐르면서 스물네 시간에 따라 스물네 가지 이야기가 있고, 한 시간은 예순 갈래로 나누는 이야기가 있으며, 예순 갈래는 다시 예순 갈래로 더 나누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적에는 ‘이 많은 이야기 가운데 한 가지’를 고르거나 가리거나 추립니다. 모든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으려 한다면, 다른 일은 하나도 못하고 사진만 찍어야 하니까, 참말 사진은 ‘삶을 즐겁게 누리는 하루 가운데 꼭 한 자락’을 뽑아서 찍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사진입니다. 멀리 가도 사진입니다. 여기에 있어도 사진입니다. 저기에 가도 사진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나 사진을 찍습니다. 온누리 모든 것은 사진으로 찍을 만한 이야기요, 온누리 모든 사람은 사진을 아름답고 사랑스레 찍을 수 있는 작가요 예술가이며 ‘이야기님’입니다. 4348.6.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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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5.5.28. 큰아이―마실 글놀이 2



  오래 기다린 끝에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간다. 글순이는 종이를 더 달라고 한다. 무언가 재미난 글놀이가 떠오른 듯하다. 무엇을 할 생각일까? 글순이는 군내버스가 달리면서 흐르는 방송에서 무슨 마을이요 하는 말이 나올 적마다 ‘소리’를 듣고 받아적기를 하려고 한다. 마치 길그림을 그리려는듯이 마을이름을 하나하나 적는다. 잘 못 알아들었다 싶은 이름은 나한테 거듭 묻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글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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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5.5.28. 큰아이―마실 글놀이 1



  작은아이는 집에서 낮잠을 잔다. 큰아이만 데리고 모처럼 읍내마실을 나온다. 저잣마실과 볼일을 마치고 군내버스를 기다리려니 한 시간이 남는다. 다리를 쉬고 주전부리를 먹이다가 종이 한 장과 연필 한 자루를 내민다. 뛰놀기에도 힘들 테니 그림을 그리자고 말한다. 나도 곁에서 함께 그림을 그린다. “무엇을 그릴까?” 하고 한참 생각하면서 이것저것 쓰고 그린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글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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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5.5.28. 큰아이―이모와 이모부한테



  글순이가 이모와 이모부한테 편지를 쓴다. 아기한테도 편지를 쓴다. 이모와 이모부는 곧 이 편지를 받아서 읽을 테고, 아기는 한참 뒤에 읽을 수 있겠지. 그림종이를 작게 잘라서 알록달록 빛깔을 입힌 편지가 고흥에서 일산까지 날아간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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