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956) -의 자유 1


대학생이 된 내가 누릴 수 있었던 그나마의 자유는, 그저 20년 동안 공부로 쌓인 것을 다 풀어내겠다는 듯 어른들의 밤거리를 닮은 대학 밤거리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것

《김예슬-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느린걸음,2010) 30쪽


 그나마의 자유는

→ 그나마 있던 자유는

→ 그나마 얻은 자유는

→ 그나마 남은 자유는

 …



  “그나마 + 의” 꼴로 쓴 보기글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의’가 끼어들면서 자유가 ‘그나마 어떻게’ 있는가를 제대로 밝히지 못합니다. 그나마 ‘있던’ 자유일까요, 그나마 ‘얻은’ 자유일까요, 그나마 ‘남은’ 자유일까요? 어느 자유인지 제대로 밝힐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보기글 앞쪽을 보면 “내가 누릴 수 있었던”이라는 말마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을 쓴 분은 그나마 ‘누릴’ 자유를 말하고 싶은 셈입니다.


 대학생이 된 내가 그나마 누릴 수 있던 자유는

 대학생이 된 내가 그나마 누린 자유는

 대학생이 된 내가 그나마 자유로운 때는


  ‘그나마’를 임자말 ‘내가’ 다음에 넣거나 글 맨 앞쪽으로 옮겨야 합니다. ‘그나마’를 제자리에 넣지 않은 탓에 그만 “그나마의 자유” 같은 글꼴이 되었습니다. 4343.9.21.불/4348.6.2.불.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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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된 내가 그나마 누릴 수 있던 자유는, 그저 스무 해 동안 공부로 쌓인 것을 다 풀어내겠다는 듯 어른들 밤거리를 닮은 대학 밤거리에서 술에 절어 비틀거리는 짓


“20년(二十年) 동안”은 “스무 해 동안”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어른들의 밤거리”는 “어른들이 누비는 밤거리”나 “어른들 밤거리”로 손질하고, “술에 취(醉)해”는 “술에 절어”나 “술에 곤죽이 돼”나 “술에 빠져”로 손질하며, “비틀거리는 것”은 “비틀거리기”나 “비틀거리는 짓”으로 손질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61) -의 자유 2


가로수에게도 두발의 자유를

《주원섭-오늘도 숲에 있습니다》(자연과생태,2015) 282쪽


 두발의 자유를

→ 두발 자유를

→ 머리카락 자유를

→ 자유로운 머리카락을

 ¨…



  한자말 ‘두발(頭髮)’은 “머리털”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두발의 자유”라고 하면 “머리털의 자유”인 셈인데, 무엇을 말하려는지 또렷하지 않습니다. “머리털 자유”나 “머리카락 자유”라고도 할 수 있으나, “자유로운 머리털”이나 “자유로운 머리카락”처럼 앞뒤를 바꾸어 적어야지 싶습니다.


 거리나무도 자유롭게 가지를 뻗도록

 길나무도 마음껏 자라도록


  이 보기글에서는 ‘길나무’가 가지를 마음껏 뻗지 못하는 일을 ‘학교에서 학생들 머리카락을 함부로 짧게 치는 일’하고 견주어서 말합니다. 학교에서는 흔히 ‘두발 자유’를 말합니다. 그런데, ‘두발’이라는 한자말은 일제강점기부터 퍼진 낱말입니다. 학교에서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참다운 자유를 누리도록 하는 길을 헤아리려 한다면, ‘두발’이라는 낱말도 한국말 ‘머리카락·머리털’로 고쳐쓸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4348.6.2.불.ㅅㄴㄹ



* 보기글 새로 쓰기​

길나무도 마음껏 자라도록


‘가로수(街路樹)’는 ‘가로(街路)’에 심은 ‘나무(樹)’를 가리킵니다. 그러니, ‘길나무’나 ‘거리나무’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자유(自由)’는 그대로 두어도 되는데, 글흐름을 살펴서 ‘마음껏’으로 손볼 만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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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97. 2014.7.20. 버섯순이



  골짜기를 지나 멧등성이를 타고 오르다가 큰갓버섯을 본다. 와, 잘 자란 큰갓버섯이네. 꽃순이를 불러서 꽃순이가 따도록 시킨다. 네 얼굴만큼 크네. 그러니 큰갓버섯일까? 큼큼큼 냄새를 맡는다. 고운 버섯이로구나.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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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풍뎅이 책읽기



  장수풍뎅이를 만나려면 숲에 가야 한다. 때로는 숲속에 깃들지 않고, 숲이 우거진 골짝길을 걷다가 만날 수 있다. 숲에 사는 장수풍뎅이라면 곧잘 뒤집어지더라도 둘레에 있는 풀줄기를 잡고 바로설 수 있을 테지만, 시멘트길에서 뒤집어진 장수풍뎅이는 파닥거리기만 할 뿐 바로서지 못한다.


  사람 발길이 뜸한 이 길에서 장수풍뎅이는 얼마나 오래 파닥거렸을까. 마침 이날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멧봉우리를 넘었기에 이 아이를 만났을 테지. 가만히 손가락으로 집어서 살금살금 숲으로 들어가서 나뭇줄기에 살포시 얹는다. 장수풍뎅이는 나뭇줄기에 앉아서 쉬며 기운을 되찾겠지. 숲에서 곱게 살렴. 사람을 구경하겠다면서 시멘트길로 다시 나오지 말아라. 4348.6.2.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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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락날락 글쓰기



  ‘오직 글쓰기’만 할 수 없는 살림이요 삶이다 보니, 이 일을 하다가 살짝 글을 쓰고, 저 일을 하다가 조금 글을 쓴다. 새벽에 쌀을 씻어서 불린 뒤에 글을 쓰고, 마당을 쓸고 나서 글을 쓰며, 아이들 밑을 씻긴 뒤 글을 쓴다. 밥을 지어서 먹이고 글을 쓴다. 자전거마실이나 읍내마실을 다녀온 뒤에 글을 쓴다. 아이들을 씻기고 재운 뒤에 글을 쓴다. 여러모로 들락날락거리면서 조각글을 쓴다. 날마다 온갖 일을 부여잡고 애쓰는 틈틈이 토막글을 쓴다. 4348.6.2.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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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와 함께한 나날들 - 소로를 통해 배운, 잊지 말아야 할 삶의 가치들
에드워드 월도 에머슨 지음, 서강목 옮김 / 책읽는오두막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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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77



내가 가꾸려고 하는 ‘숲집’

― 소로와 함께한 나날들

 에드워드 월도 에머슨 글

 서강목 옮김

 책읽는오두막 펴냄, 2013.9.27.



  에드워드 월도 에머슨 님이 쓴 《소로와 함께한 나날들》(책읽는오두막,2013)을 읽으며 생각에 잠깁니다. 에드워드 월도 에머슨 님은 랠프 월도 에머슨 님네 막내아들이라고 합니다. 이 책을 쓴 분은 ‘소로’가 젊었을 적에 늘 곁에서 지켜보면서 자랐다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늘 가까이에서 지켜본 ‘소로’라고 하는 이웃이자 아저씨이자 선생님이자 숲동무이자 삶벗이라고 하는 분이 어떠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았는가 하는 대목을 밝히려고 쓴 책이라고 합니다.


  이 책을 보면, “《월든》이 출간되었을 때, 에머슨은 마치 자신의 동생이 쓴 책인 양 기뻐했다. 또한 소로가 죽고 난 뒤 가족들이 그의 일기를 봐 달라고 건넸을 때, 그는 날마다 서재에서 나오며 자신의 아이들에게 소로가 나날이 남긴 자연에 대한 기록과 생각의 일지 곳곳에서 경이로운 매력과 아름다움을 발견한다고 말했다(153쪽).”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이 대목을 읽고 빙그레 웃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쓴 분은 막내아들이요 ‘에머슨(랠프)’은 아버지입니다. 그러니까, 이웃 아재인 소로 님이 죽은 뒤 아버지(랠프 월도 에머슨)가 소로 님 일기를 건네받아서 날마다 읽어 주었다는 뜻이요, 이 책을 쓴 분은 날마다 ‘소로 일기’를 누구보다 먼저 귀로 듣고 마음으로 새길 수 있었다는 소리입니다.



.. 형이 죽은 후 몇 년 동안 소로는 집안의 연필공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일했으며, 저술 활동을 계속했고, 여가 시간에는 숲과 강으로 발길을 돌렸다 … 그러나 너무나 잘 갈린 가루(흑연가루)인지라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먼지들이 온 집안을 뒤덮었다. 한 친구는 소피아 양의 피아노를 열었더니 건반들이 온통 흑연가루로 뒤덮여 있었다고 말했다. 흑연가루 흡입과 부실한 음식이 소로의 생명을 단축했다 ..  (59, 64쪽)



  소로라고 하는 사람은 죽어서 흙으로 돌아갔습니다. 소로라고 하는 사람이 입은 옷인 ‘몸뚱이’는 흙이 되면서 어느새 숲을 가꾸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소로라고 하는 사람은 숲이 되었습니다.


  소로라고 하는 사람이 남긴 글은 흙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소로라고 하는 사람이 살던 무렵에는 책이 도무지 안 팔렸다고 하지만, 이제 소로라고 하는 사람이 남긴 글은 모두 책이 되어서 아주 널리 읽힙니다. 그리고, 책이 읽힐 뿐 아니라, 책에 깃든 숨결을 맞아들여서 숲을 새롭게 지어서 가꾸겠노라 다짐하는 젊은이가 꾸준히 나타납니다.


  그러니, 소로라고 하는 사람이 남긴 글은 ‘노래’가 되었다고 할 만합니다. 삶을 밝히는 노래가 되어 지구별 사람들 가슴에서 흐릅니다. 사랑을 나누는 노래가 되어 온누리에 골골샅샅 퍼집니다. 꿈을 키우는 노래가 되어 아이한테도 어른한테도 기쁘게 스며듭니다.



.. 그에게 엄격히 이 마을의 관습이나 저 도시의 유행을 따르라고 강요해서도 아니 된다. 우리 모두는 그 조용한 광휘가 대중의 행동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채 빛나서, 우리의 삶을 더욱 잘 비춰 주고 안내해 준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 그는 허세 부리는 위인도 아니고, 주먹구구식의 섭생법에 얽매여 사랑하는 어머니의 선물에 무례하게 손사래를 칠 소인배도 아니었다. 또한 황혼이 내릴 때면 종종 친구 집을 들러 환영받는 손님으로 난롯가에 함께 앉았던 그의 오랜 습관을 그만두어야 할 이유도 전혀 없었다 ..  (73, 94쪽)



  나는 내가 선 시골자락에서 숲을 바라봅니다. 우리 식구가 깃든 보금자리는 소로 님이 살던 시골처럼 우거진 숲은 아니리라 느낍니다. 아무래도 한국은 미국에 대면 땅덩이가 많이 좁습니다. 숲도 들도 골짜기도 미국하고 크기를 댈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선 이곳에서 숲을 그립니다. 우리 집이 푸르게 우거지는 숲이 되기를 꿈꿉니다. 나무가 자라고, 풀이 돋으며, 꽃이 피는 숲을 그립니다. 나비가 날고 벌이 찾아들며 새가 지저귀는 숲을 그립니다. 나도 곁님도 아이들도 우리 ‘숲집’에서 푸른 바람을 마시면서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그릴 수 있기를 꿈꿉니다.



.. 우리 숲과 강은 바로 이 사람 덕택에 영원히 달라졌다. 그의 무엇인가가 남겨졌고, 진실로 영원히 그의 마을에 남을 것이다. 여기서 그는 태어났고, 그 안에서, 그가 추구한 전부인 바, 온갖 아름다움과 감흥의 원천을 찾았으며, 또한 우리 모두와 함께 나누었다 ..  (163쪽)



  옛날에는 어떤 사람도 ‘환경보호’나 ‘자연보호’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손수 흙을 일구어 나무와 풀을 아끼던 사람들은 삶이 고스란히 사랑이었습니다. 예부터 지구별 어느 곳에서나 ‘수수한 시골사람’은 낫과 호미와 쟁기 같은 연장을 지어서 썼을 뿐, 칼이나 총 같은 전쟁무기 따위는 벼리지 않았습니다.


  전쟁무기가 나타나고 군대와 경찰이 으르렁거리는 오늘날에는 곳곳에서 환경보호나 자연보호를 외칩니다. 그렇지만 막상 시골에 수수하게 깃들어 흙과 풀과 나무를 아끼면서 건사하려는 몸짓은 잘 안 나타납니다. 애써 시골에 깃들지 않더라도 도시에서 텃밭과 마당과 꽃밭을 가꾸려는 몸짓을 보기도 무척 어렵습니다. 마당 있는 집을 누리려는 사람은 드물고, 하나같이 아파트로 몰려듭니다.


  가만히 보면, 마당 있는 집을 재개발하는 일은 드뭅니다. 마당 있는 집은 두고두고 오래 가도록 짓습니다. 마당 없는 층집인 아파트는 으레 재개발을 해야 합니다. 마당 있는 집은 집임자가 틈틈이 손질하고 고쳐서 오래도록 건사합니다. 마당 없는 층집인 아파트는 도무지 손질하거나 고쳐서 쓸 수 없습니다.



.. 그는 또한 캠핑하는 법과 요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특히 고요한 밤중에 월든 호수 한가운데에서 보트 젓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 순간 주위의 산들이 잠에서 깨어나 소리쳤다 … “얘, 헨리야, 왜 아직 안 자고 있니?” 그가 답했다. “어머니, 저는 별들을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 너머로 하느님을 볼 수 있을까 해서요.” … 소로는 결코 시민의 의무를 모두 무시한 것이 아니다. 자기 나라의 수준 낮은 도덕 의식이 그를 자극했고, 그래서 그는 수시로 그 조용하고, 위무적인 숲과 풀밭을 뒤로 하고, 콩코드에서건 어디건 인간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위해 연설하러 떠났던 것이다 ..  (20, 33, 102쪽)



  《소로와 함께한 나날들》을 조용히 덮습니다. ‘여러 에머슨(아버지 에머슨과 아이들 에머슨)’이 소로라고 하는 사람과 함께 누린 나날이 알뜰살뜰 아로새겨진 이야기를 고요히 마음으로 그립니다. 숲을 사랑하여 숲사람이 되려고 한 넋이 하나 있고, 숲사람 곁에서 숲마음을 읽고는 숲노래를 함께 부르던 넋이 하나 있습니다. 두 넋은 서로 다르지만, 언제나 한마음이 되어서 한삶을 짓는 한사랑으로 나아갔습니다.


  내가 가꾸려고 하는 숲집은 누구보다 우리 식구한테 푸른 바람을 베풀어 주는 보금자리입니다. 그리고, 우리 숲집에서 태어난 푸른 바람은 지구별 곳곳을 두루 돌면서 모든 이웃한테도 푸른 바람을 나누어 줍니다. 푸른 숲바람이 새파란 하늘을 가르면서 아름답게 춤춥니다. 밝은 숲노래가 하얀 구름을 타고 온누리를 골고루 누비면서 맑은 여름비로 찾아갑니다. 4348.6.2.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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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왕짜 2015-06-05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나야겠어요, 소로, 다시.

파란놀 2015-06-05 05:50   좋아요 0 | URL
언제나 고운 노래를 들려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