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33] 삶노래


  아름다운 이웃님이 빚은 멋진 동시집이 있기에, 이 책을 펼쳐서 아이들하고 ‘노래를 부르곤’ 합니다. 왜 동시를 노래로 부르는가 하면, 참말 동시는 언제나 노래처럼 읽을 만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동시집에 나오는 글도 아버지가 쪽종이에 적어서 건네는 글도 모두 아이 나름대로 가락을 입혀서 노래로 부릅니다. 아이들이 모든 글을 노래로 부르면서 노는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우리가 쓰는 글이 모두 노래가 된다면, 우리가 쓰는 글은 언제나 ‘글’이면서 ‘노래’라는 뜻입니다. 여러 가지 무늬와 결로 종이에 글씨를 입히니 글이지만, 이 글을 입으로 읊으면 말입니다. 말은 글이 되고, 글은 말입니다. 그러니, 글이 노래라고 한다면 말이 노래라는 뜻이요, 사람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도 언제나 노래라는 뜻이에요. 더 헤아리면, 처음에는 글이 없이 ‘말’만 있었어요. 처음에는 모든 사람이 서로 말만 나누었고, 말에는 생각이나 느낌이 담겨 ‘이야기’로 거듭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곱게 가락을 입히니 ‘노래’입니다. 이제 하나씩 돌아봅니다. 오늘날 많은 분들이 ‘문학’을 하려고 ‘시’를 씁니다. 시를 한글로 ‘시’라고만 적으면 멋이 없다고 여기기도 하기에 ‘詩’처럼 쓰는 분이 있고, 영어로 ‘poem’처럼 쓰는 분이 있습니다. 이리하여, 나는 이 땅에서 오래도록 살아온 무늬와 결을 살피면서 ‘삶노래’라는 이름을 하나 새로 빚습니다. 사람들이 나누는 말은 ‘내 생각과 느낌을 담은 이야기’인데, 이러한 이야기는 바로 우리 ‘삶’입니다. 그래서 ‘삶말’이고, 이를 글로 옮기면 ‘삶글’이 되며, 이를 늘 즐겁게 부르면서 ‘삶노래’입니다. 삶노래를 곱게 지어서 기쁘게 부르는 사람들은 모두 ‘삶노래님’입니다. 시인도 가수도 모두 삶노래님이요, 삶노래지기이고, 삶노래꾼이면서, 삶노래장이입니다. 4348.6.1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말이랑 놀자 132] 그림놀이


  아이들하고 즐겁게 놀면서 생각합니다. 공을 갖고 놀면 ‘공놀이’요, 물에서 놀면 ‘물놀이’이며, 흙을 만지며 놀면 ‘흙놀이’입니다. 마당에서 ‘마당놀이’를 하고, 손에 책을 쥐면서 ‘책놀이’를 합니다. 놀이는 새롭게 뻗어 ‘글놀이’하고 ‘그림놀이’로 이어집니다. 어른들은 ‘사진놀이’도 하는데, 아이들도 손가락으로 얼마든지 ‘사진놀이’를 누립니다. 노는 아이들은 노래하고 춤춥니다. 노는 아이들은 꿈꾸면서 삶을 사랑스레 속삭입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이 늘 놀면서 주고받는 말은 참으로 오래된 낱말이라, ‘노래하다·춤추다·꿈꾸다·놀이하다’는 어엿하게 한국말사전에 한 낱말로 실립니다. ‘글쓰기’라는 낱말은 열 몇 해 앞서 한국말사전에 비로소 실렸는데 ‘그림그리기’나 ‘사진찍기’는 아직 한 낱말로 한국말사전에 실리지 못합니다. 더 헤아리면 ‘말하다’처럼 ‘글쓰다·그림그리다·사진찍다’ 같은 낱말을 한 낱말로 삼도록 이끄는 한국말사전은 없습니다. 아직 이렇게 쓸 만한 때가 아니라는 뜻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책읽기’는 사람들이 무척 널리 쓰는 낱말이지만 한국말사전에 좀처럼 안 실립니다. 이리하여 나는 아이들하고 ‘말놀이’를 하면서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한국말사전에 실린 낱말이건 아니건 아랑곳하지 않고 즐겁게 읊습니다. 우리가 쓸 말은 ‘사전에 실린 낱말’이 아니라 ‘생각을 담는 낱말’인 만큼, 하루를 기쁘게 누리도록 ‘삶놀이’를 즐기면서 요모조모 재미나고 곱게 말넋을 북돋우자고 생각합니다. 4348.6.1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보건소에서 들려주는 메르스 ‘예방 대책’



  신문도 방송도 안 보는 하루를 보내다 보니 ‘메르스’ 이야기를 들은 지 며칠 안 된다. 처음 ‘메르스’라는 낱말이 귀와 눈에 들어올 적에, 나는 ‘메르세데스 벤츠’를 줄여서 ‘메르스’라고 하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메르스는 자동차를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었고, 어떤 돌림병을 가리키는 이름이지 싶다.


  며칠 앞서부터 낮에 우리 시골마을에 ‘면내방송(면소재지에서 내보내는 방송)’이 나온다. 무슨 방송을 하는가 하고 살짝 들어 보니, “우리 군에서는 아직 메르스 확정 환자가 한 명도 없습니다.”로 말문을 열고는, “메르스 예방 대책으로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는 가지 않으며 ……” 하고 이야기를 잇는다. 손발 깨끗하게 씻고, 입가리개를 하고 다니라고 한다. 면소재지에 있는 보건소에서 내보내는 면내방송이라고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여러 날에 걸쳐서 자꾸 되풀이한다.


  시골사람으로서 사람 많은 곳에 갈 일도 없고, 시골에는 사람 많은 곳도 없다. 그러니까 시골사람은 시골마을에 조용히 코 박혀서 지내면 된다는 뜻이지 싶다. 그러나, 요즈음 시골은 농약바람이 불고, 곳곳에서 논둑이나 밭둑 태우는 연기가 매캐하다. 4348.6.1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침이슬 안 걷힌 고들빼기



  고들빼기잎에 아직 아침이슬이 안 걷혔다. 풀숲에서는 풀과 나무가 따로 ‘사람이 주는 물’이 없어도 스스로 잘 자란다. 왜냐하면, 어떤 풀이든 나무이든 스스로 이슬을 받아들여서 마실 줄 알기 때문이다. 풀이 잘 돋은 자리에서 자라는 나무는 풀잎에 맺힌 이슬이 풀잎을 타고 흙바닥으로 톡톡 떨어질 적에 뿌리로 물을 받아마실 수 있다. 풀잎 힘을 빌지 않아도 나뭇잎마다 이슬이 맺혀서 나뭇잎으로도 마시고 나뭇잎에서 흐르다가 떨어지는 이슬방울을 뿌리로 마시기도 한다. 게다가 풀이 알맞게 자란 땅은 언제나 촉촉하고 기름지면서 까무잡잡하다. 아무튼, 한여름이 되어도 고들빼기잎을 즐겁게 얻을 수 있다. 고마운 들풀이다. 4348.6.1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집 오디야



  우리 집 뽕나무에서 오디를 톡 집는다. 잘 익은 오디는 딴다기보다 집는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톡 하고 떨어진다. 그러니까, 오디는 따려고 애쓴들 딸 수 없다. 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나무를 살살 흔들어도 된다. 아무튼, 우리 집 오디를 몇 알 톡 집어서 손바닥에 얹은 뒤 작은아이한테 내민다. “자, 우리 집 오디야. 먹어 봐.” “오디?” “응. 오디.” “어떻게 먹어?” “그냥 먹지.” “어떻게?” “손으로 집어서 입에 넣으면 돼.” 이 아이들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잣거리에서 한 움큼 장만한 오디를 게눈 감추듯이 먹더니, 올해에는 오디가 낯선가. 왜 이리 손을 안 뻗을까. 아무튼, 우리 집 열매를 사랑해 주렴. 4348.6.1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