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 윌 헌팅〉을 보는 동안



  낮부터 조금씩 영화 〈굿 윌 헌팅〉을 본다. 아이들이 모두 잠자리에 들어 곯아떨어진 뒤 비로소 소리를 켜고 영어로 흐르는 말을 귀담아듣는다. 이 영화는 어떤 영화이기에 오랫동안 내 마음을 끌었을까. 그리고 나는 이 영화를 왜 그동안 보지 않다가 이제서야 볼까. 가만히 보니, 1997년에 나온 영화라서, 이때에는 내가 군대에 있었기에 이 영화가 나온 줄 알 수 없었다. 나는 1996∼97년에 나온 책이나 영화는 도무지 모른다. 그무렵 군대에서 처박혀 지내느라 그야말로 바깥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하나도 모른다. 군대에서 나온 뒤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두 해치 신문을 샅샅이 훑기는 했어도 아직까지 그무렵 일은 거의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네 잘못이 아니야. 하고 “네 마음을 따라서 가렴.”, 이 두 가지 말마디를 가만히 되새긴다. 4348.6.16.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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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5-06-16 10:47   좋아요 0 | URL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몇 번 이나 반복해서 말해주던 장면에서 북받쳐 같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파란놀 2015-06-16 11:04   좋아요 0 | URL
날마다 아이들하고 이 말을 늘 되뇝니다. 되뇌고 또 되뇌고...
 

묶음표 한자말 218 : 유현幽玄


다니자키가 말하는 어둠은 야만의 상징으로서의 어둠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어둠은 동양적 유현幽玄의 세계로서의 어둠이다

《최범-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안그라픽스,2015) 80쪽


유현(幽玄) : 이치나 아취(雅趣)가 알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그윽하며 미묘함


 동양적 유현幽玄의 세계로서의 어둠

→ 동양다운 그윽한 세계를 보여주는 어둠

→ 동양에서 그윽한 곳을 나타내는 어둠

→ 동양에서 그윽함을 그리는 어둠

→ 동양다운 그윽한 어둠

 …



  한국말 ‘그윽하다’는 “깊숙하여 아늑하고 고요하다”를 뜻합니다. 그러니, 한자말 ‘유현’을 풀이하면서 “깊고 그윽하며”처럼 적으면 겹말이 돼요. ‘유현’을 풀이하는 한국말사전은 ‘아취(雅趣)’라는 한자말을 빌기도 합니다. ‘아취(雅趣)’는 “고아한 정취”를 뜻한답니다. ‘고아(高雅)’는 “뜻이나 품격 따위가 높고 우아함”을 뜻한다 하고, ‘우아(優雅)’는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다움”을 뜻한다 하며, ‘고상(高尙)’은 “품위나 몸가짐이 속되지 아니하고 훌륭함”을 뜻한다 해요. 그러니까, ‘고상 = 훌륭함’이요, ‘우아 = 훌륭한 아름다움’이며, ‘고아 = 높고 훌륭히 아름다움’입니다. ‘아취’라고 한다면, 높고 훌륭히 아름다운 느낌을 가리키는 셈이겠지요.


  그러면, ‘유현’이라는 한자말은 얼마나 쓸 만할까요? ‘幽玄’이라 적거나 ‘유현(幽玄)’이라 적는들, 이 한자말이 밝히려는 뜻이 제대로 드러날까요? “으스름달이 유현한 창공에 걸려 있다”와 같은 글을 쓰면 어떤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으스름달이 그윽한 하늘에 걸렸다”와 같이 글을 쓰기는 어려울까요? 4348.6.15.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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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자키가 말하는 어둠은 야만을 상징하는 어둠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어둠은 동양에서 그윽한 곳을 그리는 어둠이다


“야만의 상징으로서의 어둠”은 “야만을 상징하는 어둠”으로 다듬고, ‘동양적’은 ‘동양다운’이나 ‘동양에서’로 다듬으며, “세계로서의 어둠이다”는 “세계를 그리는 어둠이다”나 “세계를 나타내는 어둠이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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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글게 쓰는 우리 말

 (1615) 차림멋


로산진이 볼 때 미국 요리는 전반적으로 낙제 점수였다. 일류 요리점인데도 보잘것없는 식기를 썼고, 차림멋에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던 것이다

《신한균,박영봉-로산진 평전》(아우라,2015) 172쪽


table setting : 상차림

상차림 : 밥상을 차리는 일

차림멋 : 차리는 멋



  ‘차림멋’이라는 낱말은 한국말사전에 없습니다. ‘차림멋’이라는 낱말을 쓰는 사람도 아주 드뭅니다. 이 보기글이 실린 책을 쓴 분이 손수 새로 지은 낱말이지 싶습니다.


  한국말에는 ‘차림’이나 ‘상차림’이나 ‘차림새’ 같은 낱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러한 한국말을 제대로 쓰는 이가 드물고,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 영어 ‘테이블 세팅(table setting)’이나 ‘세팅’을 쓰는 사람이 부쩍 늘었어요.


 차림멋 . 차림맛 . 차림새 . 차림결

 상차림 . 밥상차림 . 밥차림


  상을 차리기에 ‘상차림’이고, 밥상을 차리니 ‘밥상차림’입니다. 밥을 차린다고 하면 ‘밥차림’이 됩니다. ‘잔치밥차림’이나 ‘고기차림’처럼 쓸 수도 있습니다. “차리는 멋”을 가리키는 ‘차림멋’하고 비슷하면서도 느낌이 다르다 할 만한 ‘차림맛’을 써도 잘 어울립니다. 눈으로도 그윽하게 맛을 본다는 느낌을 살린다면 ‘차림맛’이라는 낱말도 쓸 만해요. 그리고, ‘차림새’하고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으로 ‘차림결’ 같은 낱말을 쓸 수 있습니다.


  밥차림에 마음을 쏟는 일꾼이 있으면 ‘차림지기’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밥상을 어떻게 차리느냐 하는 대목에 마음을 기울이듯이, 밥상차림을 바라보는 눈길에도 마음을 기울이면서 새 낱말을 하나씩 짓습니다. 4348.6.15.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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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산진이 볼 때 미국 요리는 여러모로 엉성했다. 손꼽히는 요리점인데 보잘것없는 그릇을 썼고, 차림멋에는 아예 마음도 쓰지 않았다


‘전반적(全般的)으로’는 ‘여러모로’나 ‘두루’로 손보고, “낙제(落第) 점수(點數)였다”는 “덜떨어졌다”나 “어설펐다”나 “엉성했다”로 손봅니다. “일류(一流) 요리점(料理店)”은 “훌륭한 요릿집”이나 “손꼽히는 밥집”이나 “빼어나다는 맛집”으로 손질할 수 있고, ‘식기(食器)’는 ‘그릇’이나 ‘밥그릇’으로 손질합니다. “신경(神經)도 쓰지 않았던 것이다”는 “마음도 쓰지 않았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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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함께 가는 마음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마실을 다닙니다. 큰아이는 세 살일 적부터 자전거수레에 탔고, 작은아이도 걸음을 제법 잘 뗄 수 있을 적부터 자전거수레에 탔습니다. 처음에 큰아이만 수레에 태우고 다닐 적에는 수레와 아이 무게가 제법 묵직했는데, 샛자전거를 붙이고 수레를 함께 끄는데다가 두 아이를 이끄니 훨씬 묵직합니다. 그래도 아이들하고 자전거마실을 다니고 또 다니니 어버이 몸에는 새로운 힘살이 붙습니다. 틀림없이 힘이 많이 들지만 다 함께 즐거운 나들이가 됩니다.


  새롭게 여름이 찾아와서 볕이 좋고 바람이 싱그럽기에 이제는 꽤 먼 데까지 나들이를 다닙니다. 골짜기에도 가고 바다에도 갑니다. 그리고 오늘은 마을 뒤쪽을 포근히 감싸는 멧자락을 넘습니다.


  두 아이를 태운 자전거를 밟으면서 멧자락을 넘자니 땀이 비오듯이 쏟아집니다. 비알이 가파르기도 하지만, 자전거 무게와 아이들 무게를 다리힘으로 버티지 못해 자전거에서 내립니다. 걸으면서 자전거를 끄는데, 걷는다기보다 두 손으로 자전거 손잡이를 단단히 잡고 영차영차 밉니다.


  그런데 높거나 가파른 고갯길을 자전거로 너무 자주 넘은 탓일까요. 앞에서 끄는 아버지 자전거는 오늘 안장이 아주 박살이 났습니다. 안장에 앉아서 두 다리에 힘을 모을 적에 안장이 이 무게를 버티지 못한 듯합니다.


  자전거를 찬찬히 살피니, 아버지 자전거는 앞바퀴보다 뒷바퀴가 많이 닳습니다. 아무래도 뒷바퀴에 더 힘이 쏠리기에 뒷바퀴가 앞바퀴보다 훨씬 빨리 닳는구나 싶습니다. 앞뒷바퀴에 붙은 멈추개도 많이 닳았습니다. 혼자 달리는 자전거가 아닌 셋이 함께 달리는 자전거이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용하면서도 대견하게 버티어 주는 자전거로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바람을 가르면서 싱그럽게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랑스러운 자전거를 쓰다듬습니다. 4348.6.1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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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68. 어머니 기다리며 목빼기 (2015.6.7.)



  어머니가 자꾸 뒤로 처진다면서 목을 빼며 기다린다. 너희가 목을 빼면서 기다리지 않아도 어머니는 오시지. 천천히 달리는 사람이 있고, 느긋하게 달리는 사람이 있단다. 우리는 언제나 즐겁게 달릴 수 있으면 돼.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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