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병하고 호두과자



  어제 서울로 바깥일을 하러 나들이를 하면서 몇 가지를 챙기려고 했다. 곁님이 파란 물병을 서울처럼 큰도시에서 있는 큰가게에 들러서 장만해 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파란 물병을 장만하려고 했는데, 어제 하루는 큰가게를 들를 겨를을 내지 못했고, 오늘은 새벽바람으로 움직이느라 피시방도 못 찾고 아침 여덟 시 시외버스를 타고 고흥으로 돌아가느라 큰가게에 못 간다. 어젯밤에 여관에서 묵었으면 느긋하게 일어나서 느긋하게 큰가게에 들렀을 텐데, 서울에 사는 사진가 한 분이 충무로에 둔 그분 일방(작업실)에서 잠을 재워 주었기에 참말 새벽 일찍 일어나서 움직였다. 충무로 언저리에서 피시방이라도 찾았으면, 그곳에 들러서 아침을 보낸 뒤 고속버스역에 갈 만했고, 그러면 고속버스역에 있는 큰가게에 들렀을 텐데, 아침 일곱 시 즈음 고속버스역에 닿으니, 이곳 큰가게는 열 시 반이 되어야 연단다. 열 시 반까지 기다리기도 만만하지 않고, 고속버스역에서 피시방을 찾기도 어려워서 그냥 여덟 시 버스표를 끊는다. 아쉬움을 달래며 버스를 탄다. 많이 아쉬우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 달게 잔다. 시외버스는 정안 쉼터에 닿고, 정안 쉼터에서 호두과자 한 상자를 산다. 곁님이 호두과자를 얘기했던 일을 떠올린다. 아이들은 호두과자를 반겨 줄까? 파란 물병은 어제 마실길에서 찾지 못했지만, 다음에 찾자. 다음에 또 마실을 나오면 그때 꼭 찾자. 4348.6.2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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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책 한 권 (사진책도서관 2015.6.1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책 한 권은 무엇일까. 이태 남짓 우리 도서관에서 떠났다가 돌아온 사진책 가운데 하나인 《日本の民家》를 쓰다듬으면서 헤아려 본다. 한국에서는 “한겨레 살림집”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정갈하면서 고운 사진책을 선보일 수 있을까? 아직 멀었으나, 머잖아 이런 사진책도 한국에서 나올 수 있겠지.


  우리 도서관은 이곳 고흥 흥양초등학교(폐교) 자리에서 옮기지 않아도 된다. 이곳을 먼저 빌린 분이 함께 나누어서 쓰는 길을 찾아보자고 이야기한다. 이곳을 교육청한테서 빌리는 삯이 한 해에 170만 원이라고 하는데, 이 가운데 70만 원을 우리가 내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서둘러 도서관을 옮겨야 하지 않으니 어깨에서 짐이 한 꺼풀 벗겨졌구나 싶다. 아무튼, 두 사람이 나누기로 한 임대료를 곧 모아서 드려야지.


  사진책 한 권을 지키면서 이야기꽃을 피우자는 생각으로 연 도서관이 나아갈 길을 헤아려 본다. 책만 있지 않고, 숲이 있는 도서관을 그리는 길을 생각한다. 책이 숲에서 푸르게 우거지면서, 삶을 사랑으로 가꾸는 길을 그린다. 책 한 권으로 짓는 도서관, 사랑씨앗 한 톨로 짓는 숲집을 헤아린다. ㅅㄴㄹ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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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늦잠



  어젯밤에 잠이 든 뒤 오늘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난다. 늦잠이다. 적어도 다섯 시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부랴부랴 짐을 꾸린다. 오늘은 다섯 달 만에 서울로 볼일을 보러 간다. 서울로 가는 찻삯만 마련해서 떠나는 길이니, 고흥으로 돌아오는 찻삯을 여러모로 수를 내어 얻거나 빌려야 하겠지. 홀가분하게 가자. 길은 다 열 수 있을 테니까. 오늘 하루를 노래하면서 바깥일을 하러 가자. 4348.6.19.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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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얼마나 재미있는데



  ‘훔친 글(표절)’ 이야기가 불거질 적마다 자꾸 들여다본다. 굳이 들여다보아야 할 일이 없을 텐데 자꾸 눈길이 간다. 왜 눈길이 갈까 하고 며칠째 헤아려 본다. 아무래도 내가 글을 쓰는 일을 하기 때문일까? 그동안 여러모로 ‘내 글을 도둑맞은 적 있기’ 때문일까?


  그런데, 글을 도둑맞은 지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며 몇 해가 지나고 보면, 다 아무것이 아니다. 글을 도둑맞아서 짜증이 나거나 부아가 나지 않는다. 글을 훔쳐서 돈이나 이름값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어쩐지 딱해 보인다. 얼마나 글을 쓰기 어려웠으면 다른 사람 글을 훔칠까? 얼마나 글쓰기가 재미없거나 따분했으면 다른 사람 글을 몰래 가로채려고 할까?


  글을 훔치는 마음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어림해 볼 수 있다. 국민학교에 다닐 적에 동무가 한 숙제를 베낀 적 있는데, 동무가 한 숙제를 베껴서 가까스로 ‘안 얻어맞고 조용히 지나가’면 후유 하고 길게 한숨을 쉬되, 마음이 무겁다. 몽둥이로 두들겨맞지 않아서 고마운 마음은 아주 살짝 들다가 지나간다. 차라리 몽둥이로 두들겨맞으면 맞지, 왜 다른 동무 숙제를 베껴야 했을까 싶어서 ‘나 스스로가 몹시 싫어진’다. 그래서 몇 차례 다른 동무 숙제를 베껴서 내고 난 뒤에는, 다시 숙제 베끼기를 하지 않았다. 그냥 얻어맞고 씩씩하게 웃었다. 어느 날 동무가 묻더라. “야, 내 숙제 베껴서 내면 안 맞는데, 왜 안 베꼈어?” “응, 괜찮아. 고마워. 숙제 안 했으니까 맞았을 뿐이야.”


  나는 글쓰기가 재미있다. 그래서 언제나 내 나름대로 새롭구나 하고 느끼는 글을 쓸 수 있다. 나는 글쓰기가 재미있으니, 다른 사람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다른 사람이 쓴 글이나 글투나 글결’을 흉내내거나 따를 까닭이 없다. 놀랍거나 아름다운 글이 있으면, 그 놀랍거나 아름다운 글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찬찬히 수십 수백 차례 되읽는다. 기쁘게 배우고, 즐겁게 내 삶을 되새기면서, 신나게 내 사랑을 담는 내 새로운 이야기를 쓰자고 여기면서 기운을 차린다. 놀랍거나 아름다운 글은 ‘자칫 고단하거나 지치거나 힘든 삶에 새로운 바람’처럼 깃든다.


  ‘훔친 글(표절)’을 내놓아서 돈을 많이 벌거나 이름값을 높이 얻으면 무엇이 좋을는지 잘 모르겠다. 훔친 글이라고 하면 언젠가 드러나리라 본다. 훔쳐서 가로챈 자리라고 한다면 언젠가 빼앗기기 마련이라고 본다.


  다른 사람이 쓴 좋은 글이 있으면 ‘얻으’면 된다. 그 글을 빌려 달라고 하면서 얻으면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쓴 좋은 글을 ‘따오기(인용)’ 하면 된다. 얼마나 쉬운가? 다른 사람이 쓴 좋은 글을 ‘나온 곳(출처)’을 똑똑히 밝혀서 마음껏 ‘따오기’를 하면 된다. 그리고, 따오기를 하는 만큼 제대로 값을 치러야 하겠지. 좋은 글은 제값을 치르고 얻으면 서로 즐겁다. 좋은 글을 훔칠 까닭이 없다. 글을 훔치다 보면, 글을 쓰는 재미하고 멀어지고, 삶을 손수 짓는 보람을 모조리 잃고 만다. 4348.6.19.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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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님이 건네는 천 원 + 얼마



  2015년 7월 마지막 주에 강원도 영월에서 동강사진축제를 한다. 나는 올해 동강사진축제에서 7월 26일 일요일 아침에 강좌 하나를 맡았다. 이튿날 저녁(6/19)에 서울에서 준비모임을 한다고 한다. 강좌를 어떻게 꾸려야 하는가를 서로 얘기해야 하니, 이 자리에 빠질 수 없다. 그래서 준비모임에 가야 하는데, 고흥에서 서울로 갈 찻삯을 마련하기가 만만하지 않다. 아득바득 긁어서 겨우 서울로 갈 시외버스 표는 끊을 듯하다. 또 누구한테서 돈을 빌려야 하나 하고 생각하며 저녁나절에 아이들을 재우고 잠자리에 누워서 허리를 펴는데, 곁님이 주섬주섬 책상에 뭔가를 얹는 소리가 난다. 허리를 어느 만큼 펴고 일어나서 살피니, 천 원짜리 종이돈 하나와 쇠돈 얼마가 있다. 곁님한테 있는 모든 돈을 나한테 주려고 하는가 보다. 고맙다. 이 돈이면 서울 고속버스역에서 내린 뒤 전철 한 번 탈 삯이 되겠네. 밤잠을 들 적에 빌고 빌어야겠다. 도서관 지킴이가 늘고, 우리 은행계좌에 버스삯이랑 여관삯이 들어오기를 빌어야겠다. 4348.6.1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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