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 도랑에 안 처박힌 사진



  아이들을 이끌고 자전거마실을 하던 어느 저물녘입니다. 옛날에는 작은 도랑이었을 테지만, 시멘트로 크게 발라서 시냇물처럼 된 논둑길을 자전거로 달리는데, 저물녘 햇살이 우리 자전거를 비추면서 둑길 건너편에 그림자를 빚습니다. 문득 이 그림자를 알아채고는 사진으로 찍자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리 안 넓은 둑길을 자전거로 달리면서 저물녘 그림자를 사진으로 담으려 하다가 도랑(또는 시냇물)으로 굴러떨어질 뻔했습니다. 아차차. 사진 한 장 찍으려다가 아이들하고 도랑에 처박힐 뻔해서 한숨을 돌렸습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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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꽃을 찾아보려고



  자전거마실을 앞두고 사름벼리가 꽃을 찾아본다. 동생이 장난감을 가지고 오겠다면서 집으로 들어가니, 이동안 꽃순이는 울타리 따라 돋은 풀 사이에서 피어난 꽃이 있는가 없는가 살핀다. 꽃이 어디에 있을까? 바로 여기에 있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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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형사 ONE코 10
모리모토 코즈에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521



힘들수록 쉬엄쉬엄 가는 삶

― 개코형사 ONE코 10

 모리모토 코즈에코 글·그림

 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5.5.15.



  마을청소를 하는 새벽입니다. 다섯 시에 눈을 번쩍 뜹니다. 네 시 무렵부터 일어나서 고샅길에서 낫질을 할 생각이었으나 허리가 제때 펴지지 않아 한 시간을 더 누웠습니다. 어제 하루는 허리를 쓰는 일이 많다 보니 낮나절부터 끙끙거리면서 일했고,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면소재지 철물점을 다녀오고 난 뒤에는 자리에 앉기도 힘들 만큼 허리가 굳었습니다.


  허리가 굳을 적에는 일을 쉬라는 뜻입니다. 쉬엄쉬엄 하거나 천천히 하라는 뜻입니다. 서둘러서 우지끈 뚝딱 끝낼 생각을 말라는 뜻입니다. 혼자서 다하려는 생각은 고이 내려놓으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허리가 굳어서 펴기 힘들 적에는 얼굴도 굳어서 펴기 힘듭니다. 몸을 움직일 적마다 찌릿찌릿하니, 이 찌릿찌릿한 기운에 사로잡혀서 얼굴을 저절로 찡그립니다. 아이들을 앞에 두고 얼굴을 찡그리다가 생각합니다. 허리가 굳을 때뿐 아니라, 발에 가시가 찔리거나 배가 고프거나 졸립거나 할 적에도 으레 얼굴을 찡그리기만 할 생각이니?



- “일단 죽은 사람은 없긴 한데, 누군가에게 습격이라도 당한 걸까요?” “음, 아니. 아마도 아닐걸. 아무래도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난 것 같군.” (9쪽)

- “자네는 경찰견 수준으로 코가 좋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아, 과장님, 그 말은 옳지 않아요. 물론 미하일 폰 알트 오펜바우어라면 라이벌로 인정할 수도 있지만, 웬만한 경찰견은 제 상대가 안 되죠.” (66쪽)



  모리모토 코즈에코 님이 빚은 만화책 《개코형사 ONE코》(대원씨아이,2015) 열째 권을 읽습니다. 모리모토 코즈에코 님이 빚는 만화는 ‘무겁지’ 않습니다. 줄거리도 가볍고, 이야기도 가벼우며, 그림결도 가볍고, 이 만화에 나오는 사람(주인공)도 한결같이 가볍습니다. 가볍게 웃고 노래하면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짙게 밴 만화를 그리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개코형사 OME코》에 나오는 ‘개코형사’라 하는 ‘ONE코’도 더할 나위 없이 가벼운 사람입니다. 입도 가볍고, 몸짓도 가벼우며, 생각도 가볍습니다. 이리하여, 언제나 어떤 일이든 쉽게 나아가는데, 쉽게 가는 만큼 쉽게 깨지기도 하고, 쉽게 어긋나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형사라고 하지만, 나풀거리는 치마나 깡동한 치마를 입으면서 일하고, 머리카락도 치렁치렁 늘어뜨립니다. 사회에서 흔히 생각할 만한 형사 모습하고는 아주 동떨어집니다.



- “길바닥에 엎어치기를 당한 범인은 허리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해 하마터면 반신불수가 될 뻔했어요. 나는 그동안 과장님한테 하도 귀가 따갑게 잔소리를 들어서 한마디 해 주고 싶어. 과장님, 좀 지나치신 거 아닙니까?” (77쪽)

- “타무라 마로, 뭔가 정보를 전해 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러면 알 수가 없잖아. 냄새도 사라졌고, 인물을 특정할 수 있는 걸로 가져다줘야지.” (145쪽)



  가만히 보면, 형사라고 해서 우락부락하게 생겨야 하지 않습니다. 모든 형사가 사내여야 하지 않고, 모든 형사가 바지만 입어야 하지 않으며, 모든 형사가 ‘안 예쁘고 시커먼 옷’만 입어야 하지 않습니다. 형사로 일해도 나풀거리는 치마를 입거나 치렁거리는 머리를 늘어뜨릴 수 있습니다. 꼭 어떤 차림새를 해야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맡은 일’을 즐겁게 잘 하면 됩니다.



- “타무라 마로는 몰래 여기 와서 스미요시 씨한테 밥을 얻어먹었군요.” “길냥이 같은 녀석이군.” “그리고 본 거예요. 범행을.” (163쪽)

- “저 녀석들 바보냐. 미행 중에 뭘 하는 거야.” “하지만 개똥 처리는 중요해요. 뭘 우선할지 고민되는 일이죠.” “이 경우는 미행이잖아. 누가 뭐래도!” (171쪽)



  일을 바쁘면서 고되게 하면 손하고 팔이 저리면서 힘이 빠지고 허리가 굳습니다. 바쁘면서 고되게 일을 하다 보면 웃을 일이 줄어듭니다. 아무래도 바쁘게 하자는 생각이나 고되다고 하는 느낌에 사로잡히기 때문입니다.


  문득 일손을 놓고 돌아봅니다. 왜 이렇게 스스로 빡빡하게 사나? 바쁜 일을 하더라도 노래하면서 할 수 있을 텐데, 고된 일을 하더라도 웃으면서 할 수 있을 텐데, 이 생각 저 생각을 가만히 해 봅니다.


  참말, 바쁘거나 고되게 일하는데에도 빙그레 웃으면서 노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쁘니까 더 노래를 하면서 일하고, 힘드니까 더 웃으면서 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이 없을 때에만 노래할 수 있지 않습니다. 몸이 안 힘들 때에만 웃을 수 있지 않습니다. 삶을 기쁘게 맞아들여서 누릴 때에 노래와 웃음이 피어납니다. 삶을 아름답게 즐길 수 있을 때에 맑은 노래와 밝은 웃음이 터져나옵니다.


  가벼운 이야기로 웃음을 자아내는 만화책 한 권을 바라봅니다. 나는 아무래도 몸에서 힘을 빼고 가벼워져야 합니다.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 마실을 할 적에 다리힘이 풀려도 노래하듯이, 언제 어디에서나 노래하고 웃는 마음으로 거듭나야겠습니다. 4348.6.2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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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과 거짓말 (표절)



  무엇이고 거짓말이고 무엇이 참말일까요. 누가 속이고, 누가 속았을까요. 문학이란, 삶을 밝히는 이야기꾸러미라고 느낍니다. 서로 배우고, 서로 가르치면서, 서로 사랑하는 삶을 아름다운 말로 밝히는 이야기이기에, 우리는 문학을 누리거나 즐긴다고 느낍니다. 요즈음이 아닌 옛날에도 ‘다른 사람이 빚은 멋진 글’을 빌어서 ‘내가 쓰려는 글’에 따서 드러내는 일을 으레 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따와서 쓰기’를 할 적에는, 누가 어디에 언제 쓴 글인가를 찬찬히 밝혔습니다. ‘예의’라기보다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멋지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 생각을 글로 밝힌 이웃님이 있구나 하고 느껴서, 그 글을 기쁘게 옮기고 고맙게 밝힙니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삶이라고 느낍니다.


  꼭 논문이 되어야만 ‘출처 밝히기’를 해야 하지 않습니다. 시에서도 소설에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내 이웃님이 빚은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밝힐 수 있고, 이렇게 밝힐 때에 참말 서로 아름다운 사이(동무, 동료)가 되어, 문학을 더욱 살찌울 수 있겠지요.


  표절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 대목을 어겨서, 서로 생채기를 받는 일이 아닌가 하고 느낍니다. 우리는 살면서 ‘다른 사람 말이나 글’을 으레 옮겨서 ‘내 생각을 밝히’곤 합니다. 내 이웃이 아름답게 쓴 글은 내 생각을 밝히는 자리를 더욱 빛내어 줍니다. 내 이웃이 사랑스레 쓴 글은 내 뜻을 드러내는 자리를 더욱 북돋아 줍니다.


  ‘출처를 안 밝히고 마음으로만 존중했다’고 말할 노릇이 아니라, 작품에 한 줄로라도 고마움을 밝힐 때에, 이웃 작가도 독자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함께 빚는 문학이 무엇인가를 돌아볼 만하겠지요. 4348.6.2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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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빨래와 새벽 설거지



  여름을 맞이해서 아이들이 하루 내내 신나게 뛰노니, 이 아이들 옷을 자주 갈아입힌다. 빨래터에서 물놀이를 하든, 마당에서 물을 받아서 놀든, 으레 옷을 몽땅 적시니, 이 옷도 으레 갈아입힌다. 여름빨래는 하루 서너 차례도 하는데, 이래저래 바쁘지만, 두 아이가 아기였을 적을 생각하면 살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얘네들이 아기였을 적에는 오줌기저귀랑 똥이불을 빨래하느라 얼마나 하루가 바빴나 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설거지를 한다. 몇 가지 안 되는 설거지인데 엊저녁에 미처 못 했다. 깔끔하게 설거지를 마치고 잠들면 훨씬 나을 수 있으나, 아직 내 마음이 그만큼 더 야무지지 못하는구나 싶다. 한 달쯤 앞서 머그잔을 미끄러뜨려서 깨먹은 뒤, 몸이나 손이 말을 잘 안 들을 적에는 설거지를 미루어야겠다고 여긴다. 살림을 깨먹고 싶지 않다. 4348.6.2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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