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에 바람이 머물다
현을생 지음 / 민속원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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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잡지 <포토닷> 2015년 7월호에 함께 싣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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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97



곁에 있는 사랑을 사진으로 찍는다

― 풍경소리에 바람이 머물다

 현을생 사진·글

 민속원 펴냄, 2006.7.15.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꽃을 사진으로 찍으려는 사람도 많습니다. 꽃을 좋아하면서 사진으로 찍으려는 사람은 으레 꽃밭이나 숲이나 시골을 찾아갑니다.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꽃을 구경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꽃을 좋아하기에 ‘꽃이 흐드러지는 시골이나 숲’으로 삶터를 옮기는 사람은 어느 만큼 있을까요? 꽃을 만나러 나들이를 다니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언제나 꽃을 마주하면서 꽃내음을 맡는 곳에서 보금자리를 가꾸는 사람은 어느 만큼 있을까요?


  ‘사진을 찍으려는 마음으로’ 꽃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사진을 찍을 적하고, ‘꽃이 있는 곳에서 살면’서 사진을 찍을 적에는, 똑같은 꽃을 사진으로 찍더라도 느낌하고 결하고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내 삶자리 둘레에 있는 아름다운 숨결을 사진으로 찍을 적하고, 먼발치에 있는 아름다운 숨결을 찾아나서며 사진으로 찍을 적에는 느낌이나 결이나 이야기가 사뭇 다릅니다.


  늘 곁에 있기에 아름다운 줄 못 알아채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깊고 넓게 느끼기에 늘 곁에 두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먼 곳에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곁에는 아름다운 숨결을 두지 않고 먼발치에 있는 아름다움만 생각하면서 삶을 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멀리 나들이를 가기에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만나서 사진으로 찍지 않습니다. 아무리 멀리 나들이를 간다고 하더라도 ‘나들이를 간 그곳’에서도 ‘아름다움을 곁에 두고 바라보기’ 때문에 비로소 아름다움을 알아채거나 느껴서 사진으로 찍을 수 있습니다. 곁에 있는 아름다움도 곁에 있는 줄 알아챌 때에 사진으로 찍지, 곁에 있더라도 못 알아챈다면, 아무것도 사진으로 못 찍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놓치고 그냥 지나치는 보원사지를 간다. 전각이 복원 안 된 절터에 서면 많은 것을 얻은 기분이 든다 … 도량을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죄스러울 정도로 적막하여 숨소리를 죽이는데, 지나가시던 스님께서 사진을 찍지 말라 하여 가슴이 덜컹한다. (70, 79쪽)



  1998년에 ‘탐라목석원’에서 펴낸 사진책으로 《제주 여인들》이 있습니다. 《제주 여인들》이라는 사진책을 선보인 현을생 님은 1955년에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태어났고, 1974년에 제주도에서 9급 공무원으로 첫발을 내딛었으며, 2014년부터 서귀포시장이 되어 공무원 한길을 잇습니다. 현을생 님은 ‘빛깔있는 책들’ 가운데 《제주 성읍 마을》(대원사,1990)에 사진을 찍었고, 2006년에 《풍경소리에 바람이 머물다》(민속원,2006)라는 사진수필책을 선보입니다. 현을생 님은 공무원으로 오랜 한길을 걷는 동안 언제나 ‘사진가 한길’도 함께 걸었습니다.


  1990년, 1998년, 2006년, 이렇게 드문드문 사진책을 내놓은 현을생 님한테 사진이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제주도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을 사진으로 담아서 엮고, 제주도에서 물일을 하는 사람을 사진으로 찍어서 엮으며, 현을생 님이 골골샅샅 두루 찾아다니는 절집에서 만난 숨결을 사진으로 찍어서 빚은 이야기에는 어떠한 바람내음이 깃들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아무래도 현을생 님 사진은 ‘곁에 있는 사랑’을 찍는 사진이지 싶습니다. 먼발치에 있는 사랑을 찍는 사진이 아닙니다. 현을생 님이 태어나고 자란 고장을 사진으로 찍고, 현을생 님을 둘러싼 이웃하고 동무를 사진으로 찍습니다. 남녘(한국)에 있는 여러 절을 돌아다니면서 찍은 사진은 현을생 님이 ‘절집마실’을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에 찍을 수 있습니다. 절집을 사진으로 찍으려고 돌아다닌 발자국이 아니라, 절집마실을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에 어느 날 문득 절집을 사진으로 찍은 발자국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절집은 아직 인간들의 소음이 미치지 않아서 시골 외갓집 가는 기분으로 들어설 수가 있어 그 또한 편안하다 … 하도 오랜만에 이 절을 찾은 탓에 이 나무가 그냥 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게 사실이다. 합장하여 천 년의 역사를 말해 주고 있는 나무뿌리에 기도 드린다. (108, 118쪽)





  제주섬을 사진으로 찍는 사람이 대단히 많습니다. 제주 해녀를 사진으로 찍어서 책으로 엮은 사람이 제법 있습니다. 절집마실을 즐기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제주섬을 사진으로 찍는 사람들은 무엇을 보거나 느끼면서 어떤 삶을 어떤 이야기로 엮으려는 마음일까요? 제주사람으로 제주섬에 살면서 찍는 사진일까요? 제주마실을 해 보니 무척 기쁘고 좋거나 예뻐서 찍는 사진일까요?


  더 나은 사진은 없습니다. 덜 좋은 사진은 없습니다. 모두 똑같이 사진입니다. 스스로 좋아하거나 즐기면서 찍을 수 있으면 모두 사진입니다.


  여행사진은 여행하는 숨결이 깃드는 사진입니다. 생활사진은 삶으로 녹이거나 삭이면서 사랑하는 넋을 담는 사진입니다. 기록사진은 차곡차곡 아로새기려는 사진입니다. 패션사진은 한결 돋보이도록 눈길을 사로잡으려는 사진입니다. 사진은 저마다 뜻이 있고, 사진을 찍는 사람은 저마다 이야기가 있습니다. 더 잘 찍어야 하는 사진이 아니고, 더 잘 ‘기록해야’ 하는 사진이 아니며, 더 예쁘장하게 보여야 하는 사진이 아닙니다. 네가 좋아해 줄 만한 모습을 찍는 사진이 아니요, 남이 더 부추기거나 우러를 만한 그림을 빚는 사진이 아니며, 예술이나 문화라는 이름을 얻어야 하는 사진이 아닙니다. 곁에 있는 사랑을 곱게 느끼면서 함박웃음이나 빙긋웃음을 기쁘게 짓는 삶을 노래하는 사진입니다.



건축 양식이 어떻고, 공간구조가 어쩌고 하는 전문적 지식은 나에게는 없다. 그러나 두 팔 뻗어 안고 싶을 만큼 그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가득한 … 절 가운데 있는 석탑과 대웅전 문창살의 속내. 어쩌면 이토록 단아하고 아름답게 조각되어 만들어졌을까 … 절 마당과 기와지붕이 금세 하얀 도화지로 변한다. 그것은 마치 내리는 눈발이 투명한 꽃으로 피어 있는 순간처럼 보인다. (210, 283, 349쪽)





  사진수필책 《풍경소리에 바람이 머물다》는 수수하면서 투박합니다. 글도 수수하고 사진도 수수합니다. 글도 투박하고 사진도 투박합니다. 구성진 멋을 보여주는 글이요 사진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현을생 님은 “풍경소리에 바람이 머물다”를 이야기합니다. 바람이 머무는 풍경소리를 헤아리면서 쓴 글입니다. 풍경소리에 머무는 바람을 바라보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근사근 숲길을 거닐어 절집을 드나드는 동안 맞아들인 숲노래를 갈무리한 글입니다. 절집에서 하룻밤을 묵는 동안 밤새 흐르는 숲노래를 가슴으로 삭혀서 찍은 사진입니다.


  내가 어버이로서 우리 아이를 사진으로 찍는다고 한다면, 싱그럽게 웃고 노래하면서 뛰노는 아이가 사랑스러워서 사진으로 찍습니다. 현을생 님이 제주섬이나 제주 해녀나 절집을 사진으로 찍는다고 한다면, 역사나 문화나 사회나 예술이나 정치나 교육 같은 것을 따지면서 찍는 사진이 아닙니다. 그저 제주섬하고 제주 해녀하고 절집이 사랑스러워서 찍는 사진입니다.


  절집을 찍을 적에 건축양식을 따질 일이 없습니다.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이천 해를 살아온 나무를 찍을 때하고 천오백 해를 살아온 나무를 찍을 때하고 천 해를 살아온 나무를 찍을 때하고 오백 해를 살아온 나무를 찍을 때에, 무엇이 달라질까요?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요? ‘건축 기록’을 노리는 사진이라면 모르되, ‘건축 기록’을 노리는 사진이 아니라면 ‘삶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건축 기록’을 노리는 사진이라 하더라도, ‘건축물을 지은 사람’하고 ‘건축물에 깃들어 살아온 사람’을 헤아릴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을 때에 따사로운 사진이 됩니다.





서둘러 공양간 안으로 들어선다. 비구니 스님께서 전을 부치란다. 어찌 저 정갈한 스님의 마음을 내가 대신 만들 수 있겠는가 … 국보가 아니더라도, 보물이 아니더라도 그냥 좋다. 제발 나를 버리지만 말아 달라 애원하듯 서 있는 돌미륵을 몇 번이고 쳐다보며 헤어지는데 …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그 돌문의 주길은 너무도 아름다워 도저히 밟아 지나갈 수가 없다. (294, 301, 331쪽)



  오늘 이곳에서 마주하는 곁님이 사랑스럽습니다. 곁님은 곁에 있는 님입니다. 한집살이를 하는 짝꿍도 곁님이고, 한집에서 지내는 아이들도 곁님입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 자라는 나무도 곁님이요, 텃밭에서 자라는 남새도 곁님이며, 풀밭에서 노래하는 풀벌레도 곁님입니다. 내 삶자리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모든 ‘곁붙이’는 ‘곁에서 사랑스레 빛나는 님’입니다.


  곁에 있는 사람도 나무도 풀벌레도 새도 이웃집도 고샅이나 골목도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모두 ‘곁에서 곱게 빛나는 님’으로 느끼면서 사진으로 찍습니다. 곁에서 빙그레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는 모든 숨결을 따사로이 사랑하면서 글로 이야기를 엮습니다.


  공무원 한길을 걸을 뿐 아니라, 사진 한길을 함께 걷는 현을생 님은 서귀포시에서, 또 한국에서, 앞으로도 즐거우면서 사랑스러운 이야기꽃을 사진하고 글로 곱게 여미시겠지요. 삶을 아끼고 사랑하면 곁에서 피어나는 꽃송이를 알아볼 수 있고, 삶을 노래하고 즐기면 곁에서 흐르는 맑은 바람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사진은 늘 오늘 이곳에서 태어납니다. 4348.6.1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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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275. 2015.6.24. 책 읽어 줘



  책순이 누나 곁에 서는 아이는 책돌이가 되어야 한다. 책에 사로잡힌 누나는 책이랑 더 놀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나야, 책 읽어 줘.” 하고 말한다. 책순이 누나는 “그래, 읽어 줄게. 자 …….” 하면서 나긋나긋 따사로운 목소리로 천천히 읽어 주면서, 재미난 대목이 나오면 함께 으하하하 웃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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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꽃 (사진책도서관 2015.6.2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잇꽃이 핀다. 물들을 적에 쓰는 잇꽃이다. 그런데, 이 잇꽃을 두고 ‘홍화’라고 말하기에 처음에는 못 알아들었다. ‘홍화’가 뭘까 하고 한참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겨레는 오랜 옛날부터 ‘잇꽃’이라 했을 테고, 이를 한자로 옮겨서 ‘紅花’라 했을 테니, 흙을 만지면서 시골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잇꽃’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곱게 담을 수 있으면 좋으리라 본다. 아니, 우리는 얼마 앞서까지 모두 시골사람이었고, 시골내기였으며, 시골마을에서 시골놀이를 하던 시골이웃이었다. 잇빛으로 물든 뺨이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림책 자리를 새로 꾸미느라 큰 책꽂이를 혼자 끙끙거리면서 나르니, 저녁이 되면 등허리가 결리다. 그래도, 아이들이 놀이하듯이 책꽂이 사이를 누비면서 오갈 수 있도록 꾸미자고 생각하면서 기운을 낸다. 노랗게 터져서 발그스름 물드는 잇꽃처럼, 나도 잇빛 웃음을 지으면서 이곳에서 아이들하고 재미나게 놀아야지.


  시골바람이 산들산들 분다. 작은아이가 도서관 안팎을 오가며 뛰어다니는 소리가 싱그럽다. ㅅㄴㄹ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가 되신 분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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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그림자



  아이가 날아간다. 그림자가 함께 날아간다. 아이가 노는 모습이 그림자에 고스란히 새겨진다. 아이가 놀면서 그림자가 함께 놀고, 아이가 날면서 그림자가 함께 난다. 그림자가 짙을수록 아이는 까무잡잡하게 타고, 그림자가 옅어도 아이는 구슬땀을 흘리면서 논다.


  그림자가 웃는다. 아이가 웃는구나. 그림자가 노래한다. 아이가 노래하네. 그림자는 아이가 웃고 노래할 적마다 함께 웃고 노래하면서 온누리에 맑은 숨결을 퍼뜨린다. 4348.7.1.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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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여우 8
오치아이 사요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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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526



네가 내 마음을 읽는다면

― 은여우 8

 오치아이 사요리 글·그림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5.5.31.



  작은 새가 하늘을 날 적에 문득 올려다봅니다. 고운 소리로 노래하며 날아가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절로 하늘로 갑니다. 작디작은 몸으로 재게 날갯짓을 하는 새가 바람을 가릅니다. 깃털은 무척 보드라우면서 가벼워 보입니다. 작은 새 깃털 너머로 하늘빛이 비칩니다.



“돌아오면 당신이 야단 좀 쳐! 검도 연습이나 빼먹고! 못해도 안 빼먹고 꾸준히 하는 게 유일한 장점이었는데!” “그냥 놔둬. 하루쯤 한숨 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19쪽)

‘아직은 하고 싶은 일이 없지만, 일단은 눈앞에 있는 일을 해 나가야겠지. 그래야 당당히 가슴을 펴고 고백을 할 수 있을 테니까.’ (43쪽)



  새가 낳는 알은 대단히 작습니다. 커다란 새라면 알도 클 테지만, 참새나 제비나 박새나 콩새 같은 새는 몸집도 작고 알도 작으며 새끼는 더할 나위 없이 작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보기에 작을 뿐, 애벌레나 나비나 잠자리가 바라본다면 무척 클 테지요. 개미가 바라볼 적에도 새는 대단히 커요.


  개미는 사람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벌은 사람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진딧물이나 반딧불이는 사람을 무엇으로 느낄까요?



“테츠가 그토록 토코 언니를 좋아하고 따르는데.” “그건 말이야, 마코토. 신의 사자는 내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이야.” (134쪽)

“내가 죽으면 테츠로는 외톨이가 될 거야. 나는, 앞으로 천 년 동안 테츠로와 함께 살아갈 친구를 찾아 주고 싶어.” (142∼143쪽)



  오치아이 사요리 님이 빚은 만화책 《은여우》(대원씨아이,2015) 여덟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내가 네 마음을 읽는다면, 또는 네가 내 마음을 읽는다면, 우리 둘은 어떤 사이가 될까요. 서로 마음을 읽는 사이라면, 우리는 입으로 말을 할 일이 있을까요.


  마음하고 마음이 만나는 두 사람이라면, 참으로 아무 말을 하지 않고도 생각이 맞고 뜻이 맞으며 이야기가 맞으리라 느껴요. 마음하고 마음이 만나는 사이로 지내면, 글이나 책이나 문화나 문명이 없이도 얼마든지 기쁜 삶이 되면서 고운 사랑으로 피어날 만하리라 느껴요.



“인간은 남을 위해 행동하는 아주 특이한 생물이다. 그런 것도 몰라? 그러니까 너는 아직 꼬맹이인 거야!” (148쪽)

“긴은 훌륭한 사자네. 테츠로도 긴처럼 될 수 있을까.” “5백 년쯤 지나면 혹시 모르지.” “아하하.” (153쪽)



  경제발전을 해야 나라가 아름답지 않고, 사회발전을 이루어야 나라가 사랑스럽지 않습니다. 경제나 사회나 문화나 과학이나 교육이 아니라, 삶이 아름답게 흐르고 사랑이 곱게 피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아끼는 마음으로 만나서 경제나 사회를 다스릴 수 있어야 하고, 서로 돌보는 마음으로 어우러져서 문화나 과학을 가꿀 수 있어야지요.



“어쩌면 진짜 집이라는 건, 찾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어디로 갈까.” “토코가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가 보자.” (164쪽)

“일본의 ‘신’이 ‘갓’이라고 하는 것도 다른 느낌이 드니까. 영어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고, 정확히 전달할 방법도 없고 말이지. 일본어에는 한 글자마다 의미가 있으니까. 그걸 그대로 전하고 싶달까.” (200쪽)



  첨단시설이 있는 집이기에 보금자리가 되지 않습니다. 비싼값을 들여서 장만한 집이기에 보금자리라고 하지 않습니다. 손꼽히는 학군이라거나 큰도시 한복판에 들어선 집이기에 보금자리가 될 만하지 않습니다.


  이야기꽃이 필 적에 집이면서 보금자리입니다. 사랑노래가 흐를 적에 집이면서 보금자리입니다. 서로 아끼면서 웃고 꿈꿀 수 있는 곳이 바로 집이면서 보금자리입니다. 4348.7.1.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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