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106. 2011.6.8. 감자꽃순이



  꽃순이는 꽃송이를 마주할 적에 몹시 보드라운 손길이 된다. 꽃잎을 가만히 어루만지면서 온몸에 고운 숨결을 받아들인다. 나는 꽃순이 곁에서 꽃어른이 되어 꽃내음을 가슴으로 깊이 들이마신다. 서로 꽃사람으로 거듭나는 하루를 짓는다. 함께 꽃넋으로 살림을 꾸리자는 꿈을 키운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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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7-09 10:42   좋아요 0 | URL
벼리 어릴 때 모습이군요~~
귀여운 모습이 감자꽃을 살포시 만지는 손길처럼 예뻐요~*^^*

파란놀 2015-07-09 11:45   좋아요 0 | URL
오늘 감자 이야기 그림책을 놓고 느낌글을 쓰다가
감자꽃 사진을 써야 해서
사진을 뒤적이다가
예전에 벼리가 할머니하고 밭놀이를 하던 사진을 보았어요.
이런 일이 있었네 하고 돌아보면서
저 스스로도 무척 즐거웠어요~
 
할머니의 감자 풀빛 그림 아이 6
파멜라 엘렌 글 그림, 엄혜숙 옮김 / 풀빛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46



할머니와 아이는 함께 놀면서 사랑하지

― 할머니의 감자

 파멜라 엘렌 글·그림

 엄혜숙 옮김

 풀빛 펴냄, 2004.6.25.



  아기로 태어난 사람은 무럭무럭 자라서 아이가 됩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베푸는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씩씩하게 큽니다. 이동안 어버이 말고도 할머니랑 할아버지 손길을 함께 받습니다. 아이는 어버이만 돌보거나 아끼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은 어버이’는 시나브로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되면서 ‘새로운 아이’를 돌보거나 아끼는 ‘새로운 삶’을 누립니다.


  아이였을 적에 어버이가 물려준 사랑을 헤아리면서 ‘어른으로 자랍’니다. 어른으로 자란 아이는 제 아이를 낳으면서 어버이라는 이름을 새로 받는데, 이때에 ‘그동안 어버이한테서 받은 사랑’을 제 아이한테 물려주면서, ‘사랑을 받고 주고 잇는 삶’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이러한 삶을 하루하루 이으면서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되면, ‘어른이 되어 새 아이를 낳은 제 아이’를 바라보는 눈길이나 ‘어른이 된 제 아이가 낳은 새 아이’를 마주하는 손길도 새롭게 거듭납니다.



잭은 할머니랑 술래잡기를 했어요. 하하 호호 바닥을 뒹굴며 놀기도 했어요. 이야기책도 읽었어요. 케이크도 먹었어요. (4∼5쪽)



  파멜라 엘렌 님이 빚은 그림책 《할머니의 감자》(풀빛,2004)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할머니는 금요일에만 손자를 만납니다. 금요일에 아이 어머니가 바깥일을 해야 해서 아이를 할머니 댁에 맡긴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한 주에 한 차례 만나는 손자가 더없이 반갑습니다. 함께 씨름도 하고 술래잡기도 한다고 해요. 할머니는 시골에 살기에 감자 두 알을 꺼내어 칼로 예쁘게 깎아서 인형으로 삼기도 한답니다.




할머니는 감자로 만든 남자 인형과 여자 인형을 창틀에 살며시 올려놓았어요. “저것 봐라.” 할머니가 말했어요. “저것 봐요.” 잭이 말했어요. “둘이 만나서 좋은가 보다.” 할머니가 말했어요. “우리도 둘이 만나서 좋잖아요.” 잭이 말했어요. (9쪽)



  손자와 즐겁게 놀던 할머니인데, 어느 날부터 손자가 찾아오지 못합니다. 손자뿐 아니라 이녁 아이(아이 어머니)도 찾아오지 못했겠지요. 어른이 된 아이는 할머니하고 함께 놀지 않는데, ‘어른이 된 아이가 낳은’ 아이도 찾아오지 않고 함께 놀지도 않으니, 할머니는 몹시 서운할 뿐 아니라 쓸쓸합니다. 손자하고 함께 깎아서 갖고 놀던 ‘감자 인형’에는 이제 싹이 돋습니다. 감자 인형은 더는 감자 인형이 아니라 이곳저곳에서 싹이 돋은 ‘씨감자’가 됩니다.


  할머니는 어떻게 할까요? 할머니는 씩씩합니다. 찾아오지 못하는 손자를 마냥 기다리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싹이 난 씨감자를 거름더미에 묻습니다. ‘묵은 생각’을 흙에 묻으면서 땀을 흘립니다. 스스로 삶을 사랑하려는 몸짓이 됩니다.


  이윽고 손자가 다시 찾아옵니다. 묵은 생각을 털고 홀가분하던 할머니는 예전하고 다르게 기쁜 마음이 됩니다.



“할머니, 우리 감자 인형들은 어디 있어요?” 잭이 물었어요. “내가 퇴비 더미에 묻었단다. 그랬더니 엄청 자랐지 뭐냐.” “참말요?” 잭이 말했어요. (20쪽)



  손자는 ‘싹이 튼 감자’에 꽃이 피고 지고 알이 굵게 맺을 때까지 할머니한테 못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바로 오늘 이곳에 손자가 있습니다. 여러 달 동안 못 본 일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 얼굴을 마주하니 반가우면서 기쁩니다.


  할머니와 손자는 이제 무엇을 할까요? 쇠스랑을 챙깁니다. 비를 맞으면서 감자를 캡니다. 한 알 두 알 석 알 넉 알 …… 감자를 다 캘 때까지 두 사람은 비를 쫄딱 맞는데, 하하하 웃고 노래하면서 밭일을 합니다. 할머니도 손자도 온통 젖고 흙투성이가 되면서 기쁘게 일손을 놀립니다.




할머니는 큰 쇠스랑으로, 잭은 작은 쇠스랑으로 땅을 파고 또 팠어요. 자꾸자꾸 팠어요. 할머니가 먼저 감자 한 알을 캤어요. 그 다음에 잭이 감자 두 알을 캤어요. (24쪽)



  할머니 사랑을 받고 기쁘게 뛰놀던 아이는 할머니를 곱게 아끼는 마음을 키웁니다. ‘우리 할머니’뿐 아니라 이웃 할머니를 곱게 아끼지요. 할아버지 사랑을 받고 신나게 뛰놀던 아이는 할아버지를 맑게 아끼는 마음을 키우겠지요.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뿐 아니라 이웃 할아버지도 맑게 아낄 테고요.


  사랑은 사랑을 낳고, 꿈은 꿈으로 이어집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거듭나고, 꿈은 꿈으로 다시 자랍니다. 어버이가 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랑은 언제나 새로운 사랑으로 깨어납니다.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사랑을 가슴에 품은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새로운 어른이 되고, 바야흐로 넓고 깊은 꿈을 펼치면서 사랑을 새롭게 이 땅에 펼칩니다.


  아이가 노래하고 할머니가 노래합니다. 할머니가 웃고 아이가 웃습니다. 아이가 춤추고 할머니가 춤춥니다. 할머니가 밥을 짓고 아이가 밥을 먹습니다. 삶을 이루는 바탕은 언제나 사랑이라고 느낍니다. 삶을 짓는 밑거름은 한결같이 사랑이라고 느껴요. 그림책 《할머니의 감자》에 나오는 할머니와 손자는 둘이 함께 캔 감자알로 ‘새 감자 인형’을 깎습니다. 앞으로 이 감자 인형에 또 싹이 트면, 그때에는 둘이 함께 ‘싹이 튼 씨감자’를 거름더미에 묻겠지요. 함께 일하고 함께 놀며, 함께 웃고 함께 노래하는 삶으로 나아가겠지요. 4348.7.9.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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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7.8.

 : 개구리 폴짝



저녁에 혼자 비옷을 입고 자전거를 달린다. 빗줄기는 비옷하고 자전거를 때린다. 자전거는 빗길을 가른다. 해가 떨어지고 비가 오는 시골길에는 개구리 노랫소리만 가득하다. 경운기도 짐차도 지나가지 않는다. 고즈넉한 길이 사랑스럽다.


면소재지에 들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개구리가 폴짝폴짝 뛰는 모습을 본다. 건너편에서 개구리가 뛰네 하고 생각하는데, 내가 자전거를 달리는 쪽에서도 개구리 한 마리가 폴짝 뛴다. 어라 하고 놀라면서 자전거를 부드럽게 세운다. 얘, 얘, 너희는 자전거가 달려오는지 몰랐니?


찻길 건너편으로 자동차 한 대가 부릉 하고 지나간다. 개구리가 밟혔을까? 깜깜한 저녁길이기에 건너편 개구리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노릇은 없다. 폴짝거리며 비를 누리는 개구리 옆으로 지나간 뒤, 자전거를 다시 밟는다. 힘껏 밟는다. 빗길을 촤르르 가르는 소리가 재미있고, 등불 하나 없는 깜깜한 시골길을 마음껏 달리면서 시원하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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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쟁이 씨앗



  우리 집에 온갖 풀이 다 나지만 소리쟁이만큼은 아직 안 난다. 그래서 소리쟁이 씨앗을 볼 적마다 훑어서 마당이나 뒤꼍에 뿌리는데, 지난 네 해 동안 소리쟁이가 돋지 않는다. 얘야, 예쁜 풀 소리쟁이야, 너희 씨앗을 훑어서 또 뿌리고 거듭 뿌릴 테니까, 우리 집에서도 신나게 돋아 주렴. 너희 잎사귀를 즐겁게 먹고 싶어. 보드르르한 씨앗을 손바닥에 얹고 가만히 느껴 본다. 이 씨앗이 아름다운 풀로 태어날 모습을 마음으로 그린다. 4348.7.8.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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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44. 손 맞잡고 걷는 사이



  다섯 살인 작은아이는 무척 개구지게 뛰거나 달리면서 논다. 그렇지만 아직 퍽 작은 아이인 만큼 쉬 지친다. 마음으로는 누나보다 앞장서서 달리고 싶고, 적어도 누나하고 나란히 달리고 싶은데, 몸이 안 따를 때가 있다. 이런 때에 여덟 살인 큰아이가 동생 손을 잡아 준다. 동생더러 “자, 누나 손 잡아. 함께 달리자.” 하고 말한다. 차근차근 발을 맞추어서 달린다.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이 땅을 밟으면서 노래가 흐른다. 서로 돕고 아끼면서 노는 아이들하고 함께 살면서 나도 차근차근 배우고 한 걸음씩 내디딘다. 4348.7.8.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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