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9.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림



  가위질을 하고 싶어서 종이만 보았다 하면 오리는 작은아이는, 그림놀이를 즐기는 누나 옆에 엎드려서 그림 두 점을 그립니다. 방바닥에는 작은아이가 갖고 놀다가 그대로 둔 장난감이 하나씩 늘어나고, 종잇조각이 널브러지며, 마무리로 그림 두 점을 놓습니다. “잘 그렸다. 아버지 보여주면 좋아할 거야.” 큰아이가 작은아이한테 ‘다 들리는 귓속말’을 합니다. “아버지, 자, 다 그렸어. 한번 봐 봐.” 작은아이가 빚은 그림에서 흐르는 이야기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바알갛고 새까만 빛으로 하나씩 테두리를 북북 매기면서 힘껏 새겨넣은 이야기를 읽습니다. 4348.7.14.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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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7-15 14:28   좋아요 0 | URL
아버지, 라는 호칭이 정겹네요. 큰 애 한창 말 배울 때 `아부지`라 부르게 했던 기억도 나고요.

파란놀 2015-07-15 17:0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아부지`라고 해도 재미있어요.
아부지 어무니
아바이 어무이
~~
 


사진노래 18. 오늘 이곳에서 내 사진



  사진 한 장을 잘 찍든 못 찍든 대수롭지 않을 줄 느끼기 쉬울 수 있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제 막 한글을 익히는 아이가 글씨를 잘 쓰든 못 쓰든 대수롭지 않은 줄 안다면, 사진찍기도 이와 비슷하구나 하고 알아차립니다. 즐겁게 글놀이를 하다 보면 어느새 글쓰기가 재미있고, 글씨도 정갈하게 거듭납니다. 즐겁게 살림을 꾸리면서 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새 사진찍기가 재미있으며, 내 사진 한 장에 싱그러우면서 맑은 기운이 흐릅니다. 빨래를 널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오늘 이곳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등허리를 톡톡 두들기면서 펴다가 하늘숨을 마시며 웃습니다. 4348.7.14.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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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7-17 07:58   좋아요 0 | URL
저 이 사진 참 맘에 드네요. 여백을 살리신 것도 좋고, 정지된 화면이지만 빨래감의 움직임이 느껴지고요. 그 움직임때문에 보는 사람 마음도 펄럭이는 것 같은 효과를 주는 것도 좋아요.

파란놀 2015-07-17 08:32   좋아요 0 | URL
작은아이가 아직 기저귀를 대던 무렵 사진인데,
지난달에 전라도닷컴에 빨래 이야기를 쓰고 사진을 보내 주며
옛 사진을 뒤적이다가 문득 새롭게 보았어요.

이 사진을 찍을 적에,
바지랑대도, 구름도, 하늘도, 전깃줄도,
마당에 있는 후박나무도
참 잘 어울리네 하고 느껴서,
마당에 드러누워서 찍었어요~ ^^
 

산들보라도 버스표를 받지



  누나가 버스표를 내니, 산들보라도 버스표를 내고 싶다. 네 식구가 함께 길을 나서면 산들보라는 어머니가 손을 잡고 버스에 오른다. 나는 짐을 맡아서 든다. 그래서 산들보라는 어머니 표를 받는다. 저한테도 표가 한 장 오니 기쁘다. 산들보라야, 표를 받을 적에는 두 손으로 받고, 한손에 단단히 쥐렴. 팔랑거리는 얇은 종이인 만큼 잘 쥐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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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버스표를 받고



  사름벼리는 읍내마실을 나간 길에 끈을 조금 얻는다. 끈으로 하는 놀이가 떠올랐는가 보다. 끈 끄트머리를 모아서 동그라미를 만들더니 가운데를 소옥 눌러서 하트를 만들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군내버스를 기다리다가, 이제 우리 버스가 들어올 듯해서 표를 건넨다. 표를 받은 아이는 뒷짐을 진다. 왜 뒤에 두니?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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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7-15 14:28   좋아요 0 | URL
귀여워요.

파란놀 2015-07-16 07:46   좋아요 0 | URL
몸짓 하나하나가 모두 아름답습니다
 
송이버섯 이야기 - 하늘과 맞닿은 화원에서 펼쳐지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사진 동화집 4
신응섭 글.사진 / 여우별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어린이가 읽는 사진책 27



솔숲바람 먹는 예쁜 이웃, 송이버섯

― 송이버섯 이야기

 신응섭 글·사진

 여우별 펴냄, 2012.9.20.



  그늘진 곳이라고 해서 버섯이 꼭 자라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늘이 지면서 나무가 우거진 곳이라면 버섯이 있을까 하고 두리번거리곤 합니다. 도시에서는 우리가 먹을 만한 버섯을 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도시 한복판에는 아스팔트와 자동차와 건물이 가득하니까, 여느 풀포기를 찾아보기도 어려워요. 게다가 도시에서는 땅값이 비싸다고 하니까 나무가 우거진 자리를 좀처럼 마련하지 않고요.


  도시를 벗어나서 시골에서 지낸다면, 숲에 깃들어 버섯을 찾아볼 만합니다. 숲에서 숲나물을 캐면서 버섯을 함께 딸 수 있습니다. 버섯은 아무 곳에서나 돋지 않으나, 버섯이 한 번 돋은 곳이라면 ‘버섯씨’도 틀림없이 그 둘레에 퍼졌을 테니, 앞으로도 버섯을 찾아볼 만합니다.



태백산의 높고 가파른 고갯길을 오릅니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지만 숲은 생명들의 소리없는 움직임으로 가득합니다. (15쪽)




  신응섭 님이 사진으로 빚은 이야기책인 《송이버섯 이야기》(여우별,2012)를 읽습니다. 신응섭 님은 여러 가지 버섯 가운데 소나무 둘레에서 잘 자라는 송이버섯을 오랫동안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송이버섯을 따려고 찾아다녔을까요? 송이버섯을 찾아서 즐겁게 딸 수도 있을 텐데, 이보다는 송이버섯이 어떻게 자라는가 하는 이야기를 어린이하고 나누고 싶어서 ‘어린이가 함께 보는 이야기 사진책’을 엮습니다. 소나무와 함께 송이버섯을 깊이 사랑하는 마음을 이 나라 어린이가 기쁘게 가꿀 수 있기를 바라면서 사진책 한 권을 내놓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요즈음 어린이는 버섯을 숲에서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버섯 모습으로 그리는 만화나 그림은 둘레에서 쉽게 볼 수 있고, 가게에 가면 팩에 담기거나 랩에 싸인 버섯을 손쉽게 살 수 있습니다만, 요즈음 어린이는 숲바람을 쐬고 숲내음을 맡으면서 ‘숲이웃’ 가운데 하나인 버섯을 마주하기가 몹시 어려워요.



어디선가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후두둑후두둑! (40쪽)





  《송이버섯 이야기》는 송이버섯이 이제 막 땅에서 돋는 모습부터 보여줍니다. 아니, 송이버섯이 잘 자라는 두멧자락하고 숲을 먼저 보여줍니다. 숲이 있어야 나무가 있고, 나무가 있어야 버섯이 있습니다. 숲이랑 나무랑 버섯이 있는 곳에는 다른 숲이웃이 함께 있습니다. 크고작은 숲짐승이 숲에 살지요.


  송이버섯은 숲에서 돋는 버섯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람도 송이버섯을 먹고, 숲짐승도 송이버섯을 먹습니다. 사람이나 숲짐승이 송이버섯을 먹지 않으면, 송이버섯은 천천히 갓을 벌리면서 씨앗을 흩뿌리고는, 다시금 천천히 숨이 죽으면서 흙으로 돌아갑니다.


  솔숲에 송이버섯이 널리 퍼지려면, ‘아무도 안 따먹은 송이버섯’이 있어야 해요. 꽃이 피고 씨앗을 흩뿌리는 송이버섯이 있으니 차츰차츰 송이버섯이 퍼질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숲에서 버섯을 따는 사람은 눈에 보이는 대로 버섯을 훑지 않습니다. 닥치는 대로 모든 버섯을 다 따지 않아요. 앞으로 씨앗이 두루 퍼져서 이듬해에도 즐겁게 버섯을 거둘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알맞게 ‘남겨’ 놓습니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사람도 새끼 고기까지 모조리 훑지 않아요. 새끼 고기가 남아야 나중에 다시 물고기를 낚을 수 있습니다.



송이버섯의 갓이 활짝 꽃피었습니다. 화려한 불꽃인 양, 머나먼 외계에서 날아온 우주선인 양 신비로움을 자아냅니다. 소나무의 잔뿌리에서 자라나 온 세상에 향기를 흩뿌리고, 자신은 기꺼이 소나무의 영양분이 됩니다. (54쪽)




  《송이버섯 이야기》를 살며시 덮습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우리 집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골짜기로 나들이를 갑니다. 골짝물에 몸을 담그면서 더위를 식힙니다. 자전거로 골짜기를 오르내리면서, 또 자전거를 숲 어귀에 세워 놓고 두 다리로 골짝물까지 걸어가면서, 둘레에 버섯이 돋았나 하고 살핍니다.


  때로는 큰갓버섯을 만나고, 때로는 달걀버섯을 만납니다. 아직 이름을 모르는 버섯을 만나기도 합니다. 잘 자란 버섯을 즐겁게 따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직 어린 버섯은 더 자라기를 바라면서 지켜봅니다. 지난해에 만난 버섯을 올해에도 만나기를 바라고, 올해에 만나는 버섯을 이듬해에도 만나기를 바라요.


  숲이 파헤쳐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니, 숲이 숲 그대로 고이 제자리를 지키면서 짙푸른 바람을 베풀어 주기를 바랍니다. 시골마을 작은 숲이 토목공사나 4대강 지류사업 따위로 망가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니, 시골마을 시골사람 누구나 조그마한 시골 숲자락을 아끼고 돌보면서 오래오래 이 짙푸른 아름다움을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무가 자라고, 풀이 돋으며, 꽃이 피고, 버섯이 퍼지고, 숲짐승이 뛰놀며, 멧새가 노래하는 숲이 사랑스럽습니다. 사랑스러운 숲을 곁에 두면서 삶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은 마음과 몸을 씩씩하고 튼튼하게 가꿉니다. 4348.7.14.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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