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57. 물아이 되기 (15.7.15.)



  아이는 골짝물도 처음에는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아직 낯설기 때문이다. 한 발씩 디뎌 보면서, 돌을 밟다가 미끄러져서 풍덩 하고 빠져 보면서, 또 어버이나 언니를 따라서 물살 센 곳에도 서 보면서, 비로소 물하고 사귄다. 물살이 거세게 흐르면서 물거품이 크게 이는 곳에 서서 손을 뻗는다. 느낌이 다르다. 숲에서 흐르는 물살이란, 물살이 빚는 소리란, 물살을 손발로 받아들이는 느낌이란, 참으로 기운차다. 이제 이곳에서 ‘물아이’가 된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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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선수 자와 씨 3
미시마 에리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536



‘여자 야구선수’ 만화를 그리는 마음?

―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 3

 미시마 에리코 글·그림

 강동욱 옮김

 미우 펴냄, 2012.6.15



  미시마 에리코 님이 빚은 만화책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미우,2012) 셋째 권을 읽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이 만화책을 그린 분은 《터치》라는 만화를 무척 좋아한다고 밝힙니다.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 셋째 권을 보면 두 군데 즈음 《터치》를 살짝 이야기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야구를 말하는 소년 만화’를 좋아한다면, 아다치 미츠루 님이 빚은 《터치》라는 작품을 좋아할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터치》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드러내는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이다 보니, 넌지시 ‘소년(또는 남자)’한테 성감대를 건드리는 모습을 끼워넣을 수 있겠구나 하고 느껴요. 그리고, 이런 대목이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 셋째 권에서도 나오다 보니, 나로서는 이 만화책이 따분하구나 하고 느낍니다. 굳이 그런 대목을 끼워넣어야 할까요? 그런 대목으로도 재미난 이야기를 엮을 수 있을 테지만, 그저 그런 대목을 끼워넣어서 ‘가벼운 성감대 자극 상상’을 부추기는 모습으로 엮는 만화책은 어쩐지, 막상 나눌 만한 이야기는 잊어버리는 만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색소폰 소리, 드럼과 베이스 소리, 톱과 쇠망치 소리, 복도에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와 발소리. 방과 후의 소리 사이로 야구 소리가 들린다. (15쪽)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 셋째 권을 보면, 신문사에서 ‘자와 씨’를 만나러 와서 취재를 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 대목에서 자와 씨는 취재에 아무런 마음이 없습니다. 얼른 훈련을 해야 하는데, 취재 때문에 훈련을 못 하니 성가십니다. 무엇보다도, 신문사 취재기자는 자와 씨가 스스로 말문을 열도록 이끌 만한 이야기를 묻지 못합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를 그린 만화가는 ‘남자만 득실거리는 야구부에서 선수로 함께 뛰려는 여학생’을 그리기는 하되, 아무런 이야기를 따로 길어올리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남자만 있는 곳에 여자가 하나 있네, 하는 모습만 먼발치에서 구경하듯이 그린다고 할까요.



“여자도 시합에 출전할 수 있는 리틀이나 시니어 야구와 달리 체력적인 면에서도 고교에서 야구를 계속하는 건 힘들지 않나요? 어떤 이유로 이 닛센고라는 명문 팀에 들어올 마음을 먹었나요?” “……, 어쩌다 보니.” “어쩌다 보니, 라.” (80∼81쪽)



  먼발치에서 구경하는 작품이 재미없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먼발치 구경도, 이러한 구경대로 뜻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먼발치 구경을 재미있어 할 사람은 재미있어 하면 됩니다. 아다치 미츠루 님 작품은 여러 가지 장만해서 읽기는 했으나, 이분 작품을 ‘우리 아이한테 물려주어서 읽혀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삼각관계·반쯤 영웅·소년 성감대 자극, 이렇게 세 가지를 빼고는 아무것도 흐르지 못하는 작품이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세 가지를 놓고 독자를 많이 끌어모을 만한 붓질과 입체구성을 잘 한다고 하는 대목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1학년 꼬맹이인 우리가 허물없이 말을 걸 수 있는 건, 일부 2학년 정도다. 3학년은 물론이고, 2학년 주전 중에도 인사 빼고는 대화를 한 번도 나눠 본 적 없는 사람도 많다. (151쪽)



  만화책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는 어떤 작품이 될까요? 책이름 그대로 ‘고교야구선수’하고 ‘자와 씨’ 이야기입니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닙니다. 더 읽을 이야기도 없고, 덜 읽을 이야기도 없습니다. 한국말로 넷째 권도 나왔으나, 나는 셋째 권을 사서 읽은 뒤, 뒤엣권은 더 사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제는 너무 재미없기도 하고,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한 작품이라는 느낌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셋째 권은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셋째 권을 보니, 첫째 권하고 둘째 권에서 흐르던 이야기는 ‘고교야구선수’나 ‘자와 씨’ 이야기하고도 동떨어진 채 이냥저냥 붙인 겉치레는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4348.7.16.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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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우리 달걀버섯이야



  지난해에는 달걀버섯을 구경만 하고 못 먹었다. 올해에는 꼭 달걀버섯을 먹고야 말 테다 하고 꿈을 꾸었는데, 골짝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큰아이가 달걀버섯을 찾아 주었다. “아버지, 저기! 버섯이야, 버섯 있어!”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찾아보는데, 처음에는 안 보였다. 허리를 숙이고 가만히 고개를 돌리니, 옳거니 바위 밑에서 돋는구나.


  달걀버섯을 살살 든다. 밑둥까지 보드랍게 뽑힌다. 큼직하고 어여쁜 버섯이다. 어떻게 먹으면 맛날까? 날로 먹어도 될 텐데, 집으로 잘 갖고 돌아가서 곁님한테도 보여주고, 저녁밥 먹는 밥상에 올릴까 하고 생각한다. 4348.7.16.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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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7-17 08:02   좋아요 0 | URL
식용버섯이군요. 맛은 달걀 맛이 아니겠지요 물론? ^^

파란놀 2015-07-17 08:30   좋아요 0 | URL
처음 땅을 비집고 올라올 적에 동그스름한 갓 모습이
달걀하고 거의 같아서 달걀버섯이라고 해요.

`황제버섯`이라는 이름이 있기도 해요.
먼 옛날에 황제가 이 버섯을 맛나게 먹으며
다른 백성은 못 먹게 해서 `황제버섯`이라고 했다더군요 -_-;;;
 

돌놀이 4 - 돌을 하나씩 건지지



  골짝물을 헤치면서 놀다가 ‘돌줍기’로 바뀐다. 한손은 바윗돌을 잡고, 다른 한손은 물속으로 뻗어서 작은 돌을 줍는다. 주운 돌은 바윗돌에 하나씩 얹는다. 이 돌은 모두 ‘내 돌’이라고 한다. 그래, 네 돌을 이곳에서 실컷 누리렴. 물속에 있던 작은 돌이 모처럼 바깥바람을 쐴 수 있겠구나.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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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56. 똑같이 생긴 돌 (15.7.15.)



  골짜기에 돌을 주우며 놀던 큰아이가 문득 외친다. “이것 봐, 모두 똑같이 생긴 돌이야!” 크기는 다르지만 생김새는 비슷한 돌을 두 손으로 모은다. 어떤 돌인가 하고 들여다본다. 크기가 다른 돌이 물속에서 기나긴 해를 살면서 비슷한 무늬를 몸에 아로새겼다. 그렇구나, 그렇네. 시골순이는 돌을 한동안 들여다본 다음, “자, 이제 다시 너희 집에 돌아가.” 하면서 물속에 넣어 준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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