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에서 글쓰기



  골짜기로 자전거를 몰고 나들이를 가면, 먼저 신을 벗고 낯이랑 손발을 씻는다. 아이들도 신을 벗도록 하고 낯이랑 손발을 스스로 씻도록 한다. 이러면서 내 고무신하고 아이들 신을 헹군다. 잘 헹군 신은 볕이 드는 곳에 놓고 말린다. 이러고 나서 두 시간쯤 골짜기에서 놀다 보면, 아이들은 더위를 잊고, 나도 숲바람을 듬뿍 쐬면서 새로운 마음이 된다.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모든 바람이 차근차근 이야기로 피어나서 글 한 줄로 태어난다. 4348.7.18.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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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골짜기 안 가요?



  아이들이 묻는다. “아버지, 골짜기 안 가요?” “골짜기? 그래, 가자.” 자전거에 두 아이를 태우고 골짜기를 다녀온다. 가고 또 가고 다시 갈수록 새롭게 팔다리와 등허리에 힘이 붙는다. 그리고, 골짜기를 다녀올 적마다 저녁이 되면 팔다리에 힘이 풀린다. 자전거야, 오늘도 함께 즐거이 마실을 가자. 오르막도 내리막도 씩씩하게 달리자꾸나.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얼마든지 기운을 낼 만하지. 가자. 이 여름에 날마다 골짜기에 가자. 살짝 허리를 펴고 팔다리에 기운이 돌아온 다음 노래하고 웃으면서 가자. 4348.7.18.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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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을 보여주는 문학



  참말을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다 보면, 스스로 거짓말이라는 짐에 눌려서 허덕입니다. 거짓말은 새로운 거짓말로 이어집니다. 참말도 이와 같아, 참말은 늘 새로운 참말로 나아갑니다.


  참말을 하는 사람은 마음 가득 참말을 꽃피웁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마음 가득 거짓말이 넘쳐 흐릅니다. 그런데, 거짓말로 허덕일 적에 둘레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면 그만 거짓말에 깊이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거짓말하고 참말 사이는 종이 한 장처럼 아무것이 아니지만, 혼자서 거짓말 늪에서 못 빠져나오기 일쑤입니다.


  오랫동안 거짓말을 하며 살았어도, 오늘부터 참말을 하며 살면 됩니다. 그동안 거짓말에 휩쓸린 채 살았어도, 바로 오늘부터 참말을 즐겁게 하며 노래하면 됩니다. 거짓말을 하던 아이를 따사로이 품으면서 참말로 삶을 짓고 생각을 가꾸도록 홀가분하게 이끌 수 있는 어른이 곁에 있어야지 싶습니다. 어린이문학은 아이들이 참말로 나아가는 길을 환하게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이야기꽃이라고 봅니다. 4348.7.18.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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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99) 식사를 하다


 저녁 식사를 마치다

→ 저녁밥을 다 먹다

→ 저녁을 다 먹다


  ‘식사(食事)’라는 한자말은 “끼니로 음식을 먹음”을 뜻합니다. ‘음식(飮食)’이라는 한자말은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밥이나 국 따위의 물건”을 뜻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밥먹기’를 한자말로 ‘식사’라 합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밥 먹었니?”처럼 묻는 말이 사라지고, “식사 했니?”처럼 묻는 말이 퍼집니다. “진지 드셨어요?”처럼 묻는 말도 사라지고, “식사 하셨어요?”처럼 묻는 말이 높임말인 듯 여깁니다.


  “식사를 하다”나 “식사를 마치다”는 알맞게 쓰는 한국말이 아닙니다. “밥을 먹다”나 “밥을 다 먹다”라 해야 알맞게 쓰는 한국말입니다. ‘아침 식사·점심 식사·저녁 식사’가 아니라 ‘아침밥·점심밥·저녁밥’이나 ‘아침·점심·저녁’이라고 해야 올발라요.


  숨을 쉬기에 “숨을 쉰다”고 합니다. 물을 마시기에 “물을 마신다”고 합니다. 길을 걷기에 “길을 걷는다”고 해요. 이런 말을 구태여 한자말을 빌어서 “공기를 호흡한다”라거나 “식수를 음용한다”라거나 “도로를 보행한다”처럼 말해야 하지 않습니다. “잠을 잔다”나 “살짝 쉰다”처럼 말하면 될 뿐, “취침을 청한다”나 “휴식을 취한다”처럼 말할 까닭이 없어요.


  아이도 어른도 함께 둘러앉아서 밥을 먹습니다. 아침에는 아침밥을 먹고, 낮에는 낮밥을 먹으며, 저녁에는 저녁밥을 먹어요. 새벽에 먹으면 ‘새벽밥’이고, 밤에 먹으면 ‘밤밥’입니다. 4348.7.18.흙.ㅅㄴㄹ



나가서 점심 식사부터 하자

→ 나가서 점심부터 먹자

《채지민-내 안의 자유》(사계절,1999) 99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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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98) 앙꼬/소보로


  도라에몽이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먼 앞날에서 로봇으로 살던 도라에몽은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와서는 ‘먼 앞날에 사는 아이’가 새롭게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면서 ‘먼 옛날에 사는 아이’를 도와주지요. 이런 일을 하는 도라에몽은 ‘팥빵’을 아주 좋아합니다. 로봇으로 태어나서 처음 받은 선물이 바로 팥빵이었거든요.


  영어에서는 “크림 없는 케이크” 같은 말을 쓴다고 합니다. 빗대는 말입니다. 일본에서는 “앙꼬 없는 찐빵” 같은 말을 써요. 이 또한 빗대는 말이에요. 찐빵을 한결 맛나게 살리는 팥고물이나 팥소가 없어 밍밍하다든지, 정작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뜻에서 쓰는 말입니다.


  일본사람이 쓰는 “앙꼬 없는 찐빵”에서 ‘앙꼬(あんこ[·餡子])’는 일본말입니다. ‘앙꼬빵’은 ‘팥빵’이나 ‘팥고물빵’이나 ‘팥소빵’으로 바로잡아서 써야 올바릅니다.


  사람들이 즐겨먹는 빵 가운데 ‘팥빵’ 말고 ‘곰보빵’이 있습니다. 겉이 오돌토돌하게 튀어나온 모습인 빵을 ‘곰보빵’이나 ‘못난이빵’이라 하는데, ‘오돌빵’이나 ‘오돌이빵’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 빵을 가리키는 일본말이 훨씬 널리 퍼졌어요. 바로 ‘소로로빵’입니다. ‘소로보(そぼろ)’는 “찐 생선을 으깨어서 말린 식품”을 뜻합니다.


  가만히 보면 막대기처럼 생긴 ‘막대빵’을 놓고 흔히 ‘바게트(baguette)빵’이라고 해요. ‘바게트’는 프랑스말로 ‘막대’를 뜻하니, 말 그대로 ‘막대빵’입니다.


  빵집에서 일하는 분부터 빵하고 얽힌 말을 슬기롭게 바라보면서 알맞게 붙이고, 우리도 빵에 제 이름을 알맞게 붙일 수 있기를 빌어요. 4348.7.18.흙.ㅅㄴㄹ



앙꼬빵을 사서 나눠 먹으며

→ 단팥빵을 사서 나눠 먹으며

《송관호-전쟁포로》(눈빛,2015) 46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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